한국일보 김범수 기자가 꼭 한 달 전에 소개한 기사입니다. (한글날 특집 기사였던 것 같아욤) 워낙 인상 깊었던 기사라 스크랩해 놓았었습니다. 이때나 저때나 번역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신림 반디 문고에 들렀다가 ‘신간 코너’에서 발견했습니다! (전, 늦게 발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글 탄생은 知의 혁명" 일본인의 탄성
미술 작가였던 노마 히데키 교수, 창제 과정·표기 원칙등 꼼꼼히 살펴
김범수기자 bskim@hk.co.kr입력시간 : 2011.10.07
몇 년 전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 광장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 전시 개막식에서 어린이들이 한글 자모가 새겨진 대형 풍선 속에 들어가 "사랑해요 한글" 몸짓을 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만일 한국의 국어학자가 이런 책을 냈다면 감흥이 달랐을지 모르겠다. 한글의 구조를 창제 과정의 고민을 투영해 가며 언어학적으로 쉽게 설명해 나간 곳곳에서 저자는 '놀랍다'를 연발하다 급기야 '기적'이라는 말까지 쓰고 만다. "그래, 놀랍지" 뭐 새삼 대단하냐고 대수롭지 않아 할 사람 태반일 게다.
하지만 저자가 일본인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요즘은 한류 붐으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적잖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당수 일본인이 한국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자신들이 한참 우월하다고 믿는다. 관심은 늘었어도 아직 호평에는 인색하다. 그런 풍토에서 이런 책을 냈으니 '별난 친한파'로 보이기 딱 좋다.
노마 히데키(野間秀樹ㆍ58) 일본 국제교양대 객원교수가 일본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의 책 <한글의 탄생>은 그런 평가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초 일본에서 출간된 뒤 마이니치(每日),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메이저 신문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고 마이니치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저술상인 '아시아태평양상' 대상까지 받았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전까지 도쿄의 작가전에서 상도 받고 개인전까지 연 현대미술 작가였던 그는 이 책에서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음'의 단위를 어떻게 추출해 이를 '자모'로 형상화했는지, 또 그 자모를 어떤 구조로 조합했고 활용에 따라 음이 변할 때 표기 원칙은 어떻게 확립했는지 등을 주로 일본어와 비교해 가며 꼼꼼히 살펴나간다. 훈민정음의 창제를 둘러싸고 세종을 주축으로 한 창제파와 최만리를 핵심으로 하는 절대다수 반대파의 사상 투쟁 과정도 그렸다.
일본에서는 K-POP으로 인해 제2의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죠~ 욘사마나 뵨사마 팬으로 대변되는 아줌마 세대를 넘어 젊은 세대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한자성어는 이럴 때 딱 어울리는 것 같군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한글입니다. 저자인 히데키씨의 말에 따르면, 한국어 공부는 왜 하느냐며 핀잔주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멋지다며 가르쳐 달라고 해서 뿌듯하다고 합니다.
수십 년 동안 한국어 교육과 문법 연구에 전념해 왔다는 저자. 국내외 여러 학자의 학설을 참조하여 세계문자사에 빛나는 한글의 과학적인 창제 과정을 밝힌 역작으로써, 600년 간 한글의 가치를 문헌을 중심으로 실증했답니다. 명료하고 멋진 필치로 일본 학계뿐만 아니라 일본 대중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매료시킨 명저라는군요. 컴퓨터시대에도 한글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 한글 극찬서(세계문자사의 기적이라니!)를 꼭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저술로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했다니, 서점에서 서서보기에는 예의가 아닐 것 같습니다. 꼭 구입해서 읽어 봐야 겠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에 한글의 위대성을 새삼 깨닫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