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지속된 이야기, 광장

 최인훈의 <광장>이 100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구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98년 쯔음인가 생각이 된다.  조세희의 <난소공>과 더불어 100쇄를 넘었다는 건 당시 내게는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두 책은 일반 소설책이라기보다는 이념서나 사회비판서에 가까웠기 때문에 100쇄 돌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 최인훈의 <광장>을 처음 접했던 건 고등학교 교과서 작품 해설집에서였다. 입시용 텍스트로 읽어서 인지 무척 우울했다. 우울한 책을 입시용 텍스트로 읽으니 죽을 맛이었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살로 삶을 마감해서 후유증은 좀 오래갔다. 

당시에는 어려서 이 책의 깊이를 좀처럼 실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현대사를 공부하고,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관한 책과 KBS다큐멘터리 10부작 <한국전쟁>을 보면서, <광장>의 깊이를 새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표식들. 155마일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그리고 53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회의를 하고 있는 중립국감시단의 모습 속에서, 나는 모순과 비극, 통증과 그리움을 함께 느꼈다. <광장>은 휴전선이 없어지지 않는 한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이 아픔을 되새겨 줄 것이다. 

"....나는 12년전 이명준을 삶의 바닷속으로 내려보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사랑'이라는 암초에 걸려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광장>은 안내없이 삶의 바다로 내려간 용사들에 대한 묘비명이었다.    -1973년 7월 개정판 서문

"...이 작품이 발표되지 30년,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흘렀다. 나는 이명준이 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적 구조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1989년 4월 개정판 서문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이명준이 살았던 것과 비슷한 이념적 테두리에 갖혀서 사는 느낌이다.  지난 50년 동안 이 소설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사랑받아 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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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11-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최인훈의 <광장>도 100쇄 돌파파니,, 사실 <난쏘공>처럼 분명 의미있는
기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소설 속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로 본다면 씁쓸하기도 하네요.

yamoo 2011-11-10 23:24   좋아요 0 | URL
100쇄 돌파가 2000년 이전이니, 지금은 150쇄를 넘었겠죠~ 서점가서 확인을 해 봐야 겠어요~

그래요..저도 좀 씁쓸하답니다^^

이진 2011-11-1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토론회 도서로서 [광장]을 읽었는데, 죽는 줄 알았습니다! yamoo님과는 다른 이유로요... 아직 저의 수준에는 맞지 않을정도로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결국엔 포기하고 토론회에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죠...

100쇄 돌파라니 다시 한 번 내용을 음미하며 제대로 읽어봐야겠군요

yamoo 2011-11-10 23:26   좋아요 0 | URL
이게 젊은 시절에 읽으면 많이 어렵더라구요. 저도 그랬어요. 시간이 해결해 주더군요. 해방이후의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 그래도 잘 읽히지 않을까요?^^

지금은 100쇄보다 훨씬 많이 찍었을 거에요. 저도 서점가서 확인해 보려구요~

아이리시스 2011-11-1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광장] 너무 최고예요.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다가. 그래서 함부로 어느 편에도 속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영부영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정하자는 의미로요. 저는 [무진기행]이랑 같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한국문학은 다들 의미가 있지만(우리 것이니까요) 서정적인 면과 미래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이 살아숨쉬고 있어요. 그러고보면 한국문학들을 졸업하고는 거의 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막상 현대문학사 같은 것들을 공부하며 들었던 학생 때는 구식이라며 지겨워했고 말이죠. 다 때가 있는 거겠죠.

yamoo 2011-11-11 22:57   좋아요 0 | URL
김승옥의 무진기행...명작 중 명작이지요. 무진기행, 강산무진, 요하시집 등 한국문학 토론회를 한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아, 아이리시스님은 한국문학 전공이시랬죠~ 작품 많이 읽으셨겠어요~~
졸업하시구는 외국문학쪽으로 섭렵하셨겠군요! 언제 한국문학에 관한 페이퍼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