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구매!!(아마도..?)

그동안 많이 자제하다가 이번에 좀 많이 구매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뭐, 북플에서 이정도는 한미한 수준이지만. 


위에서부터 

알라딘 커피 <하프카프> : 저번에 한번 주문했었는데, 착오로 원두를 주문해 버린 것이었다... 

                             커피 좋아하시는 시엄니께 선물로 드림ㅋㅋ 

<패싱>: 그동안 많은 분들의 리뷰가 궁금증을 자극했으나 잘 참고 있었는데, 오늘 본 레삭매냐님 리뷰가 결정타.

          얇아서 좋구만 ㅋ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의 다음 작품은 등대로로! 스콧님이 추천하신 역자.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누가 추천했는데, 최근 한국의 그림책 작가가 나왔길래 사봤다. 

<모파상 단편선> : 어, 사실 스누피 독서등을 향한 욕망으로... 대상도서 중 고르다가 골랐다. 지난번에 열린책들 전집으로 <비곗덩어리>를 읽은 후 더 읽어보고 싶긴 했다. 

<헤밍웨이> :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등록되었길래 삼. 금방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상'인데도 깨끗해서 만족. 

<조지 오웰>: 알라딘 직배송 중고 2만 원을 넘기기 위해 뭐 있나 구경하다 담은 책. 책이 어마하게 크다..! 


그리고 오늘 주문의 주인공은 바로 스누피 독서등 되시겠다.  엎어져 있는 스누피.. 화이트는 품절인 듯, 선택사항은 블랙 뿐이었다. 작은 상자에 와서 뭐지 했는데 줄기부분(?)이 유연하여 구겨진다ㅋㅋ 맘에 든다 맘에 들어. 

이달의 페이퍼로 3만 원 받아놓고 7만 원 넘게 썼는데, 이건 뭐 알라딘서재의 국룰 아닐런지... 

좋은 구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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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5 22: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 냥이 담요 대신 스누피로 ㅎㅎ
알찬 책 구매 !
12월 책 탑 든든^^

독서괭 2021-12-15 23:24   좋아요 5 | URL
냥이담요는 제가 가지려던 게 아니라 언니 주려던 거라.. 전 이쪽이 더 좋네요 ㅋㅋㅋ 책탑은 참 기분 좋습니다. 꽂을 데가 없는 게 문제지만요^^;

mini74 2021-12-15 22:4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적립금 주는 데는 이런 큰 그림이 있는 거 아닐까요 ㅎㅎ 저도 독서등 받았어요 독서괭님 *^^*

독서괭 2021-12-15 23:25   좋아요 6 | URL
오오 미니님도 독서등^^ 적립금 주면 그보다 더 쓸 것이 틀림없는 사람들… ㅋㅋㅋ 맘놓고 주는 알라딘!!

청아 2021-12-15 23:2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페이퍼 3만원은 알라딘 입장에서 한참 남는장사ㅋㅋㅋㅋㅋ저도 늘 몇배를 책 구매로...😇

독서괭 2021-12-15 23:42   좋아요 6 | URL
알라딘의 영업전략! 윈윈이라고 우겨봅니다…😛 미미님은 출판업계의 빛과 소금!!

페넬로페 2021-12-16 00: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양하게 잘 구매하셨네요~~
항상 적립금보다는 더 많이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패싱, 영화 보고 있어요**

독서괭 2021-12-16 11:28   좋아요 2 | URL
왜 적립금을 남기지를 못하니.. 저야 3만원이니 안 넘기기도 쉽지 않지만 6만원 받는 분들도 매한가지인듯요 ㅋㅋ
영화 재밌게 보셨어요?^^

잠자냥 2021-12-16 00: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흐흑 그새 독서등 흰색 품절이더라고요. 흰색 하나 더 받고 싶었는데! ㅡㅜㅡ 아쉬운대로 검정으로 하나 더 마련….(아니 뭐야? 올해 그만 산다며?!?!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6 07:33   좋아요 3 | URL
자, 얼른 페이퍼를 내놓으시죠. 새로산 책들의 페이퍼. 후훗.

독서괭 2021-12-16 11:29   좋아요 1 | URL
아니 자냥님 뭐하러 똑같은 걸 두개 합니까. 흑백 깔맞춤으로 가셔야죠!

잠자냥 2021-12-16 11:34   좋아요 1 | URL
괭님/ 방마다 흰색으로 깔맞춤하려고 했죠..ㅠㅠ

독서괭 2021-12-16 11:39   좋아요 1 | URL
노노 포기하고 블랙으로 가시죠! 그김에 책도 얹어 사시고!

새파랑 2021-12-16 0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파상은 사랑입니다 ^^ 많이 사셨네요~!!
저는 스누피 흰색 독서등 있는데 품절날 정도였군요 ㅋ 5천원? 대비 대만족 입니다.
헤밍웨이 저 책이 중고에 있다니 득템하셨네요. 부럽습니다~!!
등대로 평이 기대가 됩니다 😆

독서괭 2021-12-16 11:31   좋아요 2 | URL
비곗덩어리랑 두친구도 들어가있어서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사놓고 보니 좋네요 ㅋ 흰색독서등이 인기가 많았나봐요. 색깔보다 스누피가 책 읽고 있어서 더 끌리긴 하더라구요~
헤밍웨이 딱히 안 좋아하지만 저 클라우드 시리즈는 탐나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21-12-16 0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오 다른분들이 책 산거 페이퍼 올려주시면 진짜 짜릿해요.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16 11:32   좋아요 3 | URL
내 장래희망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니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사야겠다 다짐해봅니다 ㅋㅋ

잠자냥 2021-12-16 11:35   좋아요 1 | URL
괭님 근데 뒤메질은 배우면 안 돼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2-16 11:36   좋아요 2 | URL
이렇게 계속 사시면 곧 뒤메질러가 됩니다. 후훗.

독서괭 2021-12-16 11:38   좋아요 2 | URL
사실 저희집은 이미 뒤메질이예요… 애들 물건이 느무 많아서요 ㅠㅠㅠ

레삭매냐 2021-12-16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신에게는 보름이라는
낙낙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트레버 샘의 <밀회>가 저에게
달려 오고 있다고 하네요.

독서괭 2021-12-16 11:33   좋아요 3 | URL
아직 보름이나 남았네요 진짜😨 과연 더 안 사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저도 밀회를 넣다 뺐다 했는데 다음 기회로 넘겼습니다^^

scott 2021-12-16 15: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2-16 15:31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저도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12-16 16:50   좋아요 2 | URL
으아 제가 달인이라니?? 언제나 1등으로 축하해주시는 스콧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21-12-16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12-16 16:5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쎄인트님^^

mini74 2021-12-16 15: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야용 아용 야오옹 ~ 괭님 언어로 축하드려요 입니다 ㅎㅎ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2-16 16:50   좋아요 4 | URL
야옹야옹이라니 넘 귀여우신데요ㅋㅋ 감사합니다 미니님!!^^

건수하 2021-12-16 15: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독서괭 2021-12-16 16:50   좋아요 3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어요^^

이하라 2021-12-16 16: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12-16 16:51   좋아요 4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12-16 1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북플 친구분들이 많아지니, 달인 발표하는 날 기분도 몇 배로 더 좋네요.
나 달인, 독서괭님 친구라고! ㅋㅋ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12-17 10:30   좋아요 3 | URL
북사랑님 감사합니다^^ 저도 올해 본격적으로 서재/북플 활동을 시작하고 친구도 많이 늘어나니, 매달 당선작 발표일에 이어 서재의 달인 발표날도 설레는 날이 되었네요.
저도 달인, 북사랑님 친구라고! 자랑합니다 ㅋㅋ

청아 2021-12-16 1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무럭무럭 자라는 다락방 1기도 내년에 쭉 화이팅ㅋㅋㅋ 🙌

독서괭 2021-12-17 10:34   좋아요 2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다락방 1기라니 ㅋㅋㅋ 넘 귀여운데요 ㅋㅋㅋ 어린이로 돌아간 느낌? 미미님도 내년에도 화이팅이예요^^

새파랑 2021-12-16 1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당선 축하드려요~! 요즘 폭풍독서 모드 이신데 겹경사네요 ^^

독서괭 2021-12-17 10:3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폭풍..까지는 아니고 다른 달인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구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16 1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달 축하드려요^^
엠블럼 번쩍번쩍 하네요ㅋㅋ
화이트 피넛 독서등 다 나갔나요??ㅜㅜ
안그래도 북플 친구분도 오늘 제가 산 무릎 담요 구매하려고 했더니 품절이랍니다ㅜㅜ
이러다 알라딘 굿즈로 건물 하나 세우시는 건 아닌지??ㅋㅋㅋ
하프카프~저도 한 번 주문해서 마셔봐야 겠어요.^^
책들이 모두 탐납니다.
즐거운 시간들 되시길요♡

독서괭 2021-12-17 10:39   좋아요 4 | URL
나무님 감사합니다^^
화이트 독서등은 품절인가봐요 ㅠㅠ 선택지 자체가 블랙 뿐이더라구요. 무릎담요도 품절이군요. 역시 좋은 건 얼른얼른 사야.. 지난번 고양이담요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ㅠㅠ
예전에는 진짜 굿즈 받으려고 책 샀었는데, 요즘은 많이 참고 있습니다 ㅋㅋ
나무님 즐건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12-16 2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내년에도 서재를 빛내주시기를 바랍니다^^

독서괭 2021-12-17 10:4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로페님처럼 저도 내년에는 더 양질의 리뷰를 쓰도록 노력하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12-17 1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차별받는 소수자를 생각하시는 독서괭님의 독서여정이 내년에도 계속 되기를 바라봅니다 ^^:)

독서괭 2021-12-17 11:15   좋아요 3 | URL
아니 저의 서재를 이렇게 멋지게 포장해 주시다니..!! ˝차별받는 소수자를 생각하는 독서여정˝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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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는 백희나 작가와 함께 나의 투톱 그림책 작가다. 

그림책 단독 리뷰는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쓰고 넘어가야겠다. 


눈사람이 움직이는 내용의 그림책은 우리 집에도 이미 두 권이 있는데, 아마도 더 많겠지.

그 두 권은 <눈사람의 비밀>과 <The Snowman>이다. 

<눈사람의 비밀>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각자의 눈사람을 만들고 소원을 비는데, 소원은 비밀이라며 서로 말하지 않는다. 밤이 되자 아빠눈사람과 아이눈사람이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가고, 이를 본 아이는 따라간다. 두 눈사람은 걸어가면서 다른 집 앞에 있는 눈사람들에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다리가 생긴 다른 눈사람들도 일어나 같이 걸어간다. 도착한 곳은 운동장! 눈사람들과 아이는 함께 축구를 하고 돌아온다.

<The Snowman>은 원서로 많이들 사 보는 그림책이다. 여기에서도 아이가 만든 눈사람이 밤에 일어나 움직인다. 아이와 눈사람은 함께 집을 구경하며 놀다가, 하늘을 날아가 다른 많은 눈사람들과 함께 Father Christmas(산타 할아버지)를 만난다. 신나는 밤을 보낸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드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사람은 녹아 사라져 버렸다.


<눈사람의 비밀>이 그저 경쾌하다면, <The Snowman>은 녹아 사라져버릴 눈사람의 운명에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든다.

안녕달의 <눈아이>는 이 두 작품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녹아버린다"는 특징에 더 초점을 맞춰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The Snowman>이 녹아버린 눈사람의 흔적을 보여주며 끝나는 것과 달리,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뽀득뽀득 움직이고 싶어하는 눈사람에게 팔과 다리를 만들어준다.



▼귀에 대고 "들려?" 하니 입김으로 인해 귓구멍이 생김 ㅋㅋ 




▼ 썰매를 타다가 넘어진 눈아이가 아플까봐 "호오" 입김을 불어주자 녹아 눈물처럼 된다. 

  "왜 울어?" 물으니 "따뜻해서"




▼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 때문에 눈아이는 작고 더러워진다. 

  지나가는 친구들이 뭐하냐고 묻자, 아이는 잡고 있던 눈아이의 손을 놓는다. 

  그러자 눈아이가 묻는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이 부분에서 울컥한 사람 ㅠㅠ

 



▼ 사람아이와 눈아이,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마지막 눈이 남은 나무 밑으로 간다. 

  눈아이가 숨바꼭질을 하자며, 자기가 숨겠다고 한다. 사람아이는 열까지 세고 눈을 뜬다.

  나무 밑 눈이 녹아버리고, 다음 장면에는 꽃이 피어 있다. 봄은 이미 와버렸고, 눈아이는 찾을 수 없다.

  여기서 또 울컥한 사람 ㅠㅠ 




아, 나는 안녕달 작가 작품의 "무해함"이 너무 좋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는다. 아무 염려 없이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다. 

나도 너무 좋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여러번 들여다본다. 

내가 올리지 않은 부분들에도 예쁜 장면이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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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5 16: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눈 사람 이렇게 타원형으로 만들기 힘든뎅 ㅋㅋㅋ 아주 작게 만들면 가능 합니다! 전 제 목돌이도 둘러 주었던 적이 ۰۪۫ ۪۫☃۰۪۫ ۪۫

독서괭 2021-12-15 21:58   좋아요 4 | URL
스콧님 왕년에 눈사람 좀 만들어보신 가락이!! ㅋㅋㅋ 작게 만들면 되는군요. 전 거의 못 만들어봐서… 목도리도 둘러주시는 따뜻한 마음 😍

새파랑 2021-12-15 16: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책을 거의 안보는데 이건 봐야겠군요.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라는 말은 왠지 뭉클하네요. 저는 이제 더이상 순수(?)하지 않은거 같아요 ㅜㅜ

청아 2021-12-15 18:16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아

독서괭 2021-12-15 21:59   좋아요 5 | URL
ㅋㅋㅋ 새파랑님 매운 음식 먹고 나서 우유로 중화시키듯이, 매운맛 소설 보신 후 그림책 하나 읽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요^^

mini74 2021-12-15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 어릴 적 눈사람 만드는데. 아이가 여름에 말린 꽃잎을 갖고와서는 눈사람 마음에 넣어주자고. 그래서 넘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시커멓고 좀 모자르고 착한 애? 정도로 컸습니다 ㅎㅎ 넘 아름다운 책이네요 ~~

독서괭 2021-12-15 22:01   좋아요 5 | URL
어머 미니님 아이 정말 사랑스럽네요~ 아이가 그러면 😍😍😍눈이 진짜 요렇게 하트뿅뿅 될 것 같아요! 커서도 착한 마음 간직하고 있나 보네요^^

책읽는나무 2021-12-16 1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넘 따뜻한 그림책이에요^^
요즘 제 북플 친구 중엔 그림책 리뷰어가 많이 없어 아쉬웠는데 독서괭님 아가덕에 앞으로 쭉쭉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됩니다^^
우리 동네는 남쪽 나라라 겨울에 눈구경 하기 무척 힘든데 몇 년에 한 번씩 눈이 펑펑 내려 눈사람을 동생들이랑 미친듯이 신나게 만들었는데 몇 시간 뒤 햇볕 쨍쨍!!!
눈사람 다 녹아버려 어릴 땐 막 울었던 기억이!!!!ㅋㅋㅋㅋ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그림책도 눈사람 녹는 장면은 늘 찡 합니다ㅜㅜ

독서괭 2021-12-17 10:43   좋아요 3 | URL
눈사람 녹을 때 울었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이 그림책이 더 와닿으시겠어요^^
전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림책을 많이 읽는데, 서재에는 많이 올리지 않게 되네요. 아주 좋았던 것들이라도 조금씩 올려보려구요. 요즘은 어른들도 그림책을 보니까, 좋아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이번 겨울 눈이 좀 내려야 애들 눈사람 만들어보는 경험도 하게 해줄텐데.. 너무 많이 오면 출퇴근이 힘들고.. 주말에만 적당히 오길 빌어봅니다^^

그레이스 2021-12-16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달 작가님 책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소개되더라구요~♡

독서괭 2021-12-17 10:44   좋아요 3 | URL
안녕달 작가님 책들 많이 가지고 있는데, 빌려보고 사지 못한 <수박수영장>은 내년 여름에 구입하려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2-23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게 날아 온 북플 친구의 책 소개란엔 독서괭님의 ‘눈아이‘ 이 리뷰네요?
반가워서 댓글 남겨 봅니다ㅋㅋㅋ

독서괭 2022-02-23 17:48   좋아요 2 | URL
오잉? 그게 뭐예요? 😳

책읽는나무 2022-02-23 18:27   좋아요 2 | URL
읽고 싶어요! 책 등록 시키면 한 번씩 그 책 관련된 리뷰 하나씩 뉴스피드로 날아오던데...괭님은 북플을 사용 안하시나 보군요?
북플 뉴스피드 쭈욱 보다 보면 알라딘에서 한 번씩 다른 리뷰어들의 리뷰를 보내주거든요.
나에게 날아온 눈아이 리뷰어는 괭님이 당첨되신 듯???
축하드려요ㅋㅋㅋ

독서괭 2022-02-23 18:55   좋아요 2 | URL
와 그렇군요! 저 북플은 하지만 읽고싶어요에 책등록을 안 했어요 ㅎㅎ 보관함이랑 연동도 안 시켰구요. 그래서 그런가봐요^^
그림책 리뷰 이벤트에 제가 이 리뷰로 당첨이 되었더라고요. 적립금 1만원! 여러모로 뜻깊은 리뷰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2-23 21:39   좋아요 2 | URL
와...정말요???
진짜 축하드려요~^^
진짜 당첨 축하는 이런 축하인데...나에게 날아온 리뷰에 당첨되었다고!!!설레발~~ㅋㅋㅋ

독서괭 2022-02-24 05:49   좋아요 2 | URL
나무님 리뷰에 당첨된 게 적립금 1만원 못지 않게 기쁩니다!!^^ 축하 감사드려요~~
 
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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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득뽀득 움직이고 싶어하는 눈사람을 본 아이는 팔과 다리를 붙여주고 눈과 입을 그려준다. 신나게 썰매를 타며 노는 사이, 어느새 따뜻해진 날씨에 눈아이는 점점 작아지고 더러워진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응˝, 어른도 아이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사랑스런 그림책.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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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14 14: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어어어어어엇 조카 사줄래요. 우리 아가 조카 사줄래요! >.<

독서괭 2021-12-14 14:08   좋아요 2 | URL
우어어어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책 아이들도 좋아해요. 저도 좋고요 >.<

새파랑 2021-12-14 16: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과 왠지 안어울리는(?) 책인거 같지만 ^^ 좋아하신다니 ~!!

독서괭 2021-12-14 19:3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 저의 이미지가 어떻길래 ㅋㅋㅋ 그림책도 좋아합니다 ㅋ

mini74 2021-12-14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고아고 그림 뭐예요. 넘 예쁘다 ㅠㅠ 주변 아무리 둘러봐도 제일 어린 녀석이 20살 ㅠㅠ

독서괭 2021-12-14 19:41   좋아요 1 | URL
조만간 리뷰 올릴 건데, 요 그림이 참 사랑스러워요. 어른이 봐도 좋습니다 ㅎㅎ

scott 2021-12-14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꼬마 시절 눈 사람에 팔과 다리 달아주고 눈코 입도 붙여 줬습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1-12-14 19:41   좋아요 2 | URL
오오 스콧님도 눈아이를 만들어보셨군요! 전 눈사람을 제대로 만들어 본 기억이 없네요 ㅜㅜ

건수하 2021-12-15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안녕달 작가는 조금 지쳤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아직 안 봤어요.
(다작을 하셔서 그런가)
그래도 아이는 계속 좋아하더라구요. 사줘야 하나... :)

독서괭 2021-12-15 13:53   좋아요 0 | URL
엇 지치셨어요?;ㅁ; 얼마나 많이 읽어주셨으면;;; 전 이 작가 그림책은 뭐랄까, ˝무해˝해서 좋더라구요.
아이가 좋아한다면, 이 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1-12-15 20:39   좋아요 1 | URL
많이 읽어줘서 라기보다는 안녕달 작가의 정서- 그리고 딱 안전한 정도 (제 느낌에) 에서 끊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어릴 때 하루키 실컷 읽고 약간 질린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
 
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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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댈러웨이 부인>, 5년 전에 사두고 조금 읽다 덮어버렸던 이 책을 드디어 완독했다. 

<자기만의 방>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울프의 다른 저작들을 읽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최근 들어 울프에 좀 빠져 있는 느낌이다(빠졌다고 단정하긴 어렵고). 

시작은 <고독의 우물> -> 여기 역자해설에 언급된 울프의 <올랜도> 완독 -> <자기만의 방> 재독 ->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구매(올랜도,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꼭지만 읽음) -> <댈러웨이 부인> 완독 

이번 구매할 책에 <디아워스>를 넣을까 말까 <등대로>를 넣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일단 <카탈루냐 찬가> 읽고 <3기니>를 재독해? 


<댈러웨이 부인>은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하고, 또 이 때문에 진입 장벽이 있다. 5년 전의 나는 번역이 이상한가?하며 덮어버렸지만, 이번에 읽어보니 번역은 좋아 보인다. 그때 나는 이 의식의 흐름 기법에 적응을 못했던 건가? 역자가 영문학 전공이 아니라 불문학 전공인 것이 특이한데, 원문과 비교해보지 않았으니 뭐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말을 아름답게 다듬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도처에 시(詩)가 있다.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는 어느 날 아침, 클라리사(댈러웨이 부인)가 꽃을 사러 나가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파티가 마무리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나니, 딱 한나절을 다룬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작가는 클라리사가 마주치는 사람들, 클라리사를 아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녀의 상(像)을 만들어 간다. 역자가 해설에서 인용한 울프의 <현대소설론>의 한 부분을 보면, 울프가 이런 방식으로 쓴 이유를 알게 된다. 


마음속을 들여다보세요. 그러면 삶이란 전혀 이러한 게 아닌 듯 합니다. 여느 때 여느 마음을 잠시 살펴보세요. 마음은 갖가지 인상들을 받아들입니다 — 사소한 것, 환상적인 것, 덧없는 것, 또는 날카로운 강철로 새긴 듯한 것. 사방에서 그런 인상들은 마치 무수한 원자들의 그치지 않는 소나기처럼 밀어닥치고, 그런 소나기가 월요일 또는 화요일의 삶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조점이 달라질 수밖에요. (...) 생명이란 좌우 대칭으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등불들이 아니라, 빛나는 후광이며 의식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우리를 감싸고 있는 반투명의 막과도 같은 것이지요. 그 가변적이고 알 수 없는, 한계가 지어져 있지 않은 영혼을, 비록 그것이 다소 상궤에서 벗어나고 복잡하더라도, 가능한 한 외적이고 무관한 것과 뒤섞이지 않게끔 전달하는 것이 소설가의 임무가 아닐까요. (현대 소설론) - 262쪽


클라리사는 이제 오십을 넘긴 나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날 아침의 기운이 10대 시절, 첫사랑인 피터 월시와 함께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때마침 방문한 피터는 저녁에 열린 그녀의 파티에도 참석한다. 그 시절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시절 피터는 클라리사 안의 속물성을 비난했고 마치 그 속물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클라리사는 명사(수상)가 참석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그녀는 기차간에서 조는 사람이 자꾸만 몸을 부딪혀 오듯이, 자꾸만 기억 속에 되돌아왔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하는 것 뿐이었다. 그녀를 비판하고, 30년이나 지나 다시금 그녀를 설명하려 하는 것이었다. 그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그녀가 세속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위니 사교계니 출세니 하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겼다 - 어떤 의미로는 사실이야, 하고 그녀도 시인했었다(...).  - 103쪽


하지만 그녀가 파티를 여는 것에 대해, "클라리사는 속물이야."라고 납작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교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을 향해 쉽게 가해지는 이 일방적 평가. 클라리사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그같은 평가에 대한 단호한 비판으로 보인다.


그들은, 적어도 피터는 그녀가 자신을 내세우기를 즐긴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유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으기를 좋아한다고, 명사들을. 한마디로 속물이라고. 뭐,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라지. 리처드는 그녀가 흥분하는 것이 심장에 좋지 않은데 파티를 연다고 해서 걱정하는 것 뿐이다. 어린애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틀렸다. 그녀는 단지 삶을 사랑할 뿐이었다.

「난 바로 그 때문에 파티를 여는 거야.」 그녀는 삶을 향해 소리내어 말했다.  - 160쪽


눈에 띄는 점은 클라리사가 노년을 향해 가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정, 특히 그녀를 포함한 여성들이 남편에게 흡수되어 자아를 잃어가는 느낌을 표현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을 읽고 있으면 <자기만의 방>이 떠오른다. 여성이 자기만의 수입과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지 못하는 한, 그녀의 존재는 흡수되고 지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가 두려운 것은 시간 그 자체였다. 레이디 브루턴의 얼굴이 마치 무감각한 돌에 새겨진 해시계나 되는 듯이, 그녀는 거기서 자기 삶의 시간이 기우는 것을 읽었다. 해마다 그녀의 몫은 베어져 나가 이제 남은 귀퉁이는 얼마 되지 않으며, 더 이상 잡아 늘일 수도 없고 젊었을 때처럼 삶의 다채로운 빛깔과 맛과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젊었을 때는 그 모든 것으로 얼마나 충만했던지, 방 안에 들어설 때면 그녀의 존재로 온 방이 가득 차는 듯했다. 가끔 자기 응접실 문간에 서서 지체할 때면, 마치 물속에 뛰어들기 직전의 잠수부와도 같이 미묘한 긴박감을 맛보곤 했다. 발밑의 바다는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고, 파도는 막 부서질 듯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퍼져 나가면서, 수초를 휘말고 숨기고 뒤집으면서 진주빛 포말이 엉겨붙게 한다.  -43쪽


사실 몸을 잘 가꾸고 있었고, 손과 발은 여전히 고왔다. 또, 옷값을 별로 들이지 않는 것 치고는 옷도 잘 입었다. 하지만 이제 종종 자신이 걸치고 있는 이 몸(그녀는 네덜란드 그림을 보려고 멈추어 섰다), 이 몸과 그 모든 기능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아무것도 아니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존재. 더는 결혼을 할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니고, 단지 사람들과 더불어 본드 스트리트를 걸어가는, 이 놀랍고도 다분히 엄숙한 행진에 동참하고 있을 뿐이야. 클라리사조차도 더는 아니고 그저 미세스 댈러웨이, 리처드 댈러웨이의 부인으로서.  - 17쪽


댈러웨이보다 두 배는 똑똑하면서도 그의 눈을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 - 그것도 결혼 생활의 비극 중 하나일 터였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리처드의 말을 인용해야 하다니-(...)  - 103쪽


가령, 레이디 브래드쇼만 하더라도 그랬다. 15년 전에 그녀는 굴복하고 말았다. 딱히 이렇다 할 일은 없었지만, 말다툼도 핀잔도 없이, 그냥 그녀의 의지가 그의 의지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빠져들어 갔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했고, 굴종도 달콤했다. (...)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는 그녀도 자유로이 연어를 잡았었건만, 이제는 남편의 눈에 그토록 번질대며 타오르는 욕망, 지배와 권력에 대한 욕망의 불을 다스리기에 바빠, 그녀 자신은 졸아들고 지워지고 닳아지고 다듬어진 채 뒷전에 물러서서 눈치를 보았다.  -134쪽


또 재미있는 것은 클라리사는 피터가 그녀를 사랑한 만큼 그를 사랑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인데- 피터가 그녀에게 빠져 있을 때, 정작 그녀는 여성인 샐리에게 빠져 있었던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여성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가 있었고,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이택광 지음)에 따르면: <올랜도>는 비타 색빌웨스트에게 바치는 헌사다. 울프는 일기에 "비타가 올랜도다."라고 밝혀놓았다.(104쪽) 그러니 샐리에 대해 느끼는 클라리사의 감정은 울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일 수도 있다. 그녀는 <오셀로>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데, 나는 얼마 전에 오디오북으로 <오셀로>를 들었기 때문에 이 대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기쁨 한 조각.


돌이켜 보면 신기한 것은 샐리에 대한 감정의 순수함, 그 완전함이었다. 그것은 이성에 대한 감정과는 달랐다. 전혀 사심이 없고, 여자들, 막 사춘기를 지난 여자들 사이에나 존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 편에서는 다분히 보호자 같은 감정이기도 했다. 둘만의 연맹이라도 맺은 듯한 느낌, 자신들을 갈라 놓을 무엇인가에 대한 예감(그들은 결혼을 항상 파탄으로 이야기했다)에서 생겨난 이 기사도적인 감정은 샐리보다는 주로 그녀 편에서 느끼는 것이었지만, 그 시절 샐리는 정말이지 겁이 없어서, 허세를 부리느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들을 감행하곤 했다. (...)

아니, 그런 말들은 이제 아무 뜻도 없었다. 그 옛날 감정의 희미한 메아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흥분하여 몸이 떨리는 기분, 반쯤 취한 기분으로 머리를 빗던 것은 기억할 수 있었다(머리핀을 빼어 화장대 위에 놓고 머리를 빗기 시작하니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창밖의 분홍빛 저녁노을 속에서 갈까마귀들이 퍼덕이며 날던 것도,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홀을 가로지르면서 '만일 지금 죽어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때이리' 하는 심정이 들었었다. 그것이 그녀의 느낌 - 오셀로의 느낌이었고, 그녀는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게 불어넣었던 만큼이나 강렬하게 그런 심정을 느끼고 있다고 확신했다. 오로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샐리 시튼을 만나러 저녁 식탁에 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 49쪽


<댈러웨이 부인>을 읽기 전,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에서 이 책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었다. 읽는 데 도움을 좀 받아 보려고. 그런데 소설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울프의 자살 이야기만 많이 쓰여 있어 불만이었다. 하지만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댈러웨이 부인>에는 환각과 환청을 경험하는 셉티무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야기는 클라리사의 파티와 그녀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와는 다른 줄기를 이루고 있다. 셉티무스는 클라리사의 파티가 열릴 즈음 결국 자살하고 만다. 

 파티 도중 이 소식을 들은 클라리사의 반응을 보면, 울프는 자살에 대해 삶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죽음은 도전이었다. 죽음은 도달하려는 시도였다."(240쪽) 그렇다고 자살을 옹호하고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를 원하는데, 절절히 원하는 사람이 자살에 이른다고 보는 듯하다. 


아, 마침 종이치네! 종소리가 퍼져 나간다. 먼저 음악적인 예종(豫鐘)이 울리고, 이어 시종이 친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종소리가 겹겹이 묵직한 원을 그리며 공중으로 흩어져 간다. 우린 참 바보라니까, 그녀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건너며 생각했다. 왜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삶을 그렇게 보는지, 삶을 꿈꾸고 자기 둘레에 쌓아 올렸다가는 뒤엎어 버리고 매 순간 새로 창조하는지, 하늘이나 아실 일이다. 더없이 누추한 여인들, 남의 집 문간에 앉아있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이들도 (자신의 몰락을 마시는 거지) 마찬가지야. 저 사람들도 인생을 사랑하거든. 바로 그 때문에 의회 법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거야. 사람들의 눈 속에, 경쾌한, 묵직한, 터벅대는 발걸음 속에, 아우성과 소란 속에, 마차, 자동차, 버스, 짐차, 지척거리며 돌아다니는 샌드위치맨, 관악대, 손풍금속에, 승리의 함성과 찌르릉 소리,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묘하게 높은 여음(餘音) 속에, 들어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삶이, 런던이, 유월의 이 순간이.  - 9쪽


-> 이런 문장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 리뷰 쓰면서 다시 보니 역시 울프는 천재인 것 같다... 울프 책, 꼭 더 읽고 말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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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4 0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 울프 작품 이미애 번역이 가장 좋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올랜도 추천 합니다 ^^

파도는 맨 나중에
오년 후 ^.~

독서괭 2021-12-14 05:27   좋아요 2 | URL
스콧님 올랜도는 요전에 박희진 번역으로 읽었습니다ㅎㅎ 안 그래도 등대로는 어떤 번역으로 읽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이미애 번역!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13 2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울프는 천재 맞는거 같아요~!! 다음 책은 <등대로>로~!! 역시 좋은 책은 재독을 해야 참뜻을 알수 있는거 같아요 ^^ 도처에 시가 있다는데 완전 공감됩니다~!!

독서괭 2021-12-14 05:28   좋아요 2 | URL
다음책은 등대로로!! 댈러웨이부인 나중에 재독할 것 같아요. 정말 곳곳에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어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12-14 0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댈러웨이 부인에 대한 글, 너무 좋아요~~
울프의 의식의 흐름은 워낙 뭔가 많이 쓰여 있어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더라고요^^
울프는 천재 맞습니다**

독서괭 2021-12-14 05:3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한사람의 하루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니! 현대소설론에서 인용한 부분도 넘 좋고, 천재 울프 언냐🥰

얄라알라 2021-12-14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책은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되는, 내 살과 피가 되는 내꺼^^
독서괭님, 5년만에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오늘에서야, 새로 오픈한 동네 서점에서 <자기만의 방>을 사왔어요.

천천히 ,댈러웨이 부인까지, 천천히 친해지겠습니다^^

독서괭 2021-12-14 21:4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일단 사두니 5년 지나서라도 읽었던 거죠.. 이번에 스누피독서등의 유혹으로 책을 사려다가 망설이다가 계속 그러고 있는데 북사랑님이 등을 떠미시는 듯🤣
북사랑님 자기만의 방을 사오셨군요! 이제 시작하시는 겁니다! 제가 다 신나네요^^

2022-01-0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9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1-07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울프 독서괭님 또 당선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2-01-09 23:00   좋아요 1 | URL
앗 서재의 울프라니 언감생심이네요^^;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mini74 2022-01-07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립니다 *^^*

독서괭 2022-01-09 23:04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제가 계속 바빠서 이제야 댓글 다네요 ㅠ

그레이스 2022-01-0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1-09 23:09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1-07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기쁜 주말되세요^^

독서괭 2022-01-09 23:13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주말 끝날 때 보게 되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2-01-07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독서괭 2022-01-09 23:14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주말 끝날 때 보게 되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2-01-10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Book]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유승희 낭독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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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것: 불안한 마음을 들어주고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주기. 도무지 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들만 모아둔 듯한 이 인질극 소동의 끝에는, 희한하게 정겨운 이웃들이 남는다. 다소 작위적이라는 비판은 접어 두자. 연말연시에 딱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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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13 2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안한 사람들만 모아둔 책인가 보네요 ㅋ 어쩌면 더 현실적인거 같아요 😆

독서괭 2021-12-14 05:25   좋아요 2 | URL
어른이라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그런 점에서 현실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