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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안녕달 작가는 백희나 작가와 함께 나의 투톱 그림책 작가다.
그림책 단독 리뷰는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쓰고 넘어가야겠다.
눈사람이 움직이는 내용의 그림책은 우리 집에도 이미 두 권이 있는데, 아마도 더 많겠지.
그 두 권은 <눈사람의 비밀>과 <The Snowman>이다.
<눈사람의 비밀>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각자의 눈사람을 만들고 소원을 비는데, 소원은 비밀이라며 서로 말하지 않는다. 밤이 되자 아빠눈사람과 아이눈사람이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가고, 이를 본 아이는 따라간다. 두 눈사람은 걸어가면서 다른 집 앞에 있는 눈사람들에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다리가 생긴 다른 눈사람들도 일어나 같이 걸어간다. 도착한 곳은 운동장! 눈사람들과 아이는 함께 축구를 하고 돌아온다.
<The Snowman>은 원서로 많이들 사 보는 그림책이다. 여기에서도 아이가 만든 눈사람이 밤에 일어나 움직인다. 아이와 눈사람은 함께 집을 구경하며 놀다가, 하늘을 날아가 다른 많은 눈사람들과 함께 Father Christmas(산타 할아버지)를 만난다. 신나는 밤을 보낸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드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사람은 녹아 사라져 버렸다.
<눈사람의 비밀>이 그저 경쾌하다면, <The Snowman>은 녹아 사라져버릴 눈사람의 운명에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든다.
안녕달의 <눈아이>는 이 두 작품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녹아버린다"는 특징에 더 초점을 맞춰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The Snowman>이 녹아버린 눈사람의 흔적을 보여주며 끝나는 것과 달리,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뽀득뽀득 움직이고 싶어하는 눈사람에게 팔과 다리를 만들어준다.

▼귀에 대고 "들려?" 하니 입김으로 인해 귓구멍이 생김 ㅋㅋ

▼ 썰매를 타다가 넘어진 눈아이가 아플까봐 "호오" 입김을 불어주자 녹아 눈물처럼 된다.
"왜 울어?" 물으니 "따뜻해서"


▼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 때문에 눈아이는 작고 더러워진다.
지나가는 친구들이 뭐하냐고 묻자, 아이는 잡고 있던 눈아이의 손을 놓는다.
그러자 눈아이가 묻는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이 부분에서 울컥한 사람 ㅠㅠ

▼ 사람아이와 눈아이, 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마지막 눈이 남은 나무 밑으로 간다.
눈아이가 숨바꼭질을 하자며, 자기가 숨겠다고 한다. 사람아이는 열까지 세고 눈을 뜬다.
나무 밑 눈이 녹아버리고, 다음 장면에는 꽃이 피어 있다. 봄은 이미 와버렸고, 눈아이는 찾을 수 없다.
여기서 또 울컥한 사람 ㅠㅠ

아, 나는 안녕달 작가 작품의 "무해함"이 너무 좋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는다. 아무 염려 없이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다.
나도 너무 좋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여러번 들여다본다.
내가 올리지 않은 부분들에도 예쁜 장면이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