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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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비오는 오늘, 3권 완독을 끝내며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시 읽기 시작하는 1권은 더 깊은 매력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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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3 1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앙 다 읽으셨다. 만세!!

독서괭 2022-07-13 12:35   좋아요 3 | URL
만세!! 다락방님은 언제 시작하세요? ㅋㅋ

다락방 2022-07-13 14:10   좋아요 3 | URL
... 네? ..... =3=3=3=3=3=3=3=3=3=3=3=3

공쟝쟝 2022-07-13 16:26   좋아요 2 | URL
만세! 만세! 만세!

잠자냥 2022-07-13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첫 문장부터 확 사람 잡아댕기죠-
완독을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2-07-13 14:45   좋아요 3 | URL
3권에서 저 문장이 다시 나오는데.. 1권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2-07-13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3 권까지 완독!!!
부럽네요^^
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저 첫 문장 다시 한 번 더 읽었는데, 저랑 동시간대에 읽은 첫 문장이로군요?? 신기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13 16:03   좋아요 2 | URL
근데 다시 1 권부터 읽기 시작하시는 건가요???
아싸~~~♡

독서괭 2022-08-02 12:36   좋아요 2 | URL
나무님, 진도 많이 나가셨나요? ㅎㅎ 전 1권 재독했습니다. 나머지도 재독 끝내고 리뷰 써야 하는데..하는데..

책읽는나무 2022-08-02 13:14   좋아요 2 | URL
벌써 1권도 재독 완독??@.@
전 이제 100여 페이지 남았어요^^

독서괭 2022-08-02 13:48   좋아요 2 | URL
오 책나무님 끝까지 파이팅입니다^^ 2권부터 더 재밌습니다!

scott 2022-07-13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완독 추카! 합니다!서울도 장맛비로 도로가 물바다 ㅎㅎ 괭님 다시 1권으로 돌아가신다에 사알짝 한!표를 ^^

독서괭 2022-08-02 12:36   좋아요 2 | URL
스콧님 감사합니다~^^ 1권 재독 끝냈습니다! 다시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이네요^^

그레이스 2022-07-13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부러워요!
저는 언제 시작할지...;;

독서괭 2022-08-02 12:3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언제든 운명의 그날이 오겠지요! ㅎㅎ

mini74 2022-07-15 2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축하드려요. 전 몇 번 더 읽었던. 가끔 좋았던 부분 꺼내서 읽어보곤 합니다 *^^*

독서괭 2022-08-02 12:37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몇번 더 읽으셨군요!! 저도 1권 재독하고 나머지도 재독 예정입니다^^
 
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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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 윤보야아아아ㅏㅏㅏㅏ 너마저.. ㅠㅠㅠㅠㅠ 

4권 끝무렵에 질렀던 마음의 소리다. 한줄 처리된 윤보의 사망 소식. 아 작가님 너무해요.. 초독에는 몰랐던 윤보의 매력에 빠져있던 참인데.. 정들면 떠나보내시는 작가님 ㅠㅠ 윤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바른말 잘하는 곰보목수입니다. 

반면, 용이와 월선이, 임이네의 지긋지긋한 관계는 계속된다. 이 세사람 관계.. 아니 그전에는 임이네가 아닌 강청댁이 있는 삼각관계였는데, 여튼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탓으로 계속되는 삼각관계는 정말이지 아침드라마는 댈 것도 아닌.. 징글징글하다.. 아니 좀, 용이랑 월선이 둘이 맺어줬으면 이 길고긴 불행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무당딸이, 선영봉사가 뭐 대수라고 어휴.. 셋중 제일 꼴보기 싫은 건 임이네지만(갈수록 더 진상임..), 제일 미운 건 용이다. 니놈이 임이네 덜컥 임신만 안 시켰어도 이런 꼴은 안 보잖아! 야 이놈아! 떠난 월선이 기다리는 게 그리 힘들더냐! 월선이는 그토록 니 생각만 하는데.. 부인들에게 맞아가면서도.. 어이구 답답이. 


아이고 이 귀여운 것들, 하며 들은 부분 이제 성숙한 여자태가 나는 봉순이와 들끓는 청춘 길상이 사이의 미묘한 기류다. 잘생긴 길상이가 이제 남자로 보이는 봉순이. 시내 나가면 남자들 눈이 막 돌아가도록 예쁜 봉순이건만, 길상이는 슬슬 피하기만 한다. 길상이 마음은 뭣인가, 궁금해서 듣는데. 나무하러 간 길상이를 따라간 봉순이가 은근히 들이대자 길상이가, 

"니같이 화냥기 있는 가시나는 싫단 말이다!"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노무 시키가..? 그런 못된 말은 어디서 배웠어! 이노므 자식 떼찌떼찌! 

하지만 곧이어 길상은 후회하면서 '화냥기는 내한테 있지..'라고 부끄러워한다. 그는 연모의 마음도 없으면서 봉순이에게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피해왔던 것. 그래, 역시 길상이는 괜찮은 놈이다. 휴. 


4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윤보를 앞세운 마을 사람들이 밤중에 조준구가 차지한 최참판댁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이다. 서희가 조용히 방관하는 가운데 이들은 고방을 열어 재물을 모두 가져간다. 정말이지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조준구 부부를 끝내 찾지 못하고 떠난 것. 이들 부부는 잽싸게 사당 마루 밑에 숨어 있었는데, 이를 눈치챈 삼수놈이 몰래 가서 속닥속닥 나한테 한몫 떼어 줄 것을 약속하라고 협박한 뒤 윤보 일행에게 감춰준 것이다. 끝까지 비열하고 나쁜 삼수놈.. 또 어리석기도 한 놈. 그는 조준구가 그 언약을 지킬 거라 믿었을까? 역시나 조준구에 의해 삼수는 일본경찰에게 끌려가 총살당한다. 그의 말로는 자업자득이지만, 조준구 부부와 남겨진 서희는 수모를 당한다. 

서희는 "길상이 놈이, 나를 죽으라고 내버려두고 갔다!"라며 분노하는데, 그 후 길상이, 용이, 김훈장, 이부사댁 도령 상현 등이 공모하여 서희 등을 데리고 간도로 떠나는 과정에서 서희의 길상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는 장면은 없다. 나중에 어떻게 둘의 관계가 전개될지 흥미진진. 홀로 떠난 봉순이는 또 어찌될지 궁금하다. 


4권으로 1부가 마무리되고, 2부부터는 간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런데 4권까지 듣고 나니, 아, 작가님이 짜놓은 이 구성에 소름이 돋는다.

1권 첫 장면이 한가위 잔치 장면으로 시작하지 않나? 젊었던 서서방, 용이 등이 북치고 장구치며 마을을 돌아다니고 아낙들은 구경하고, 교과서에 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토지>를 읽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바로 그 장면, 서희가 머슴들을 피해 마당을 돌아다니는 분주한 모습과 대비되게 최치수의 방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마른 기침 소리.. 이때 '최참판댁'이라는 왕조를 가진 평사리 마을은 한없이 평화로웠고 풍요로웠다. 이것은 4권에서 한가위에도 꽹과리 소리 없이 한산하기만 한 장터를 보며 씁쓸해 하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로부터 새삼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최참판댁'의 몰락, 그리고 대한제국의 몰락, 보수적인 전통의 몰락, 구세대의 몰락, 농민의 몰락. 1부는 하락 하락, 오직 하락만을 거듭해가다가 몰락에 이르러, 끝내 고향을 등져야만 했던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몰락의 씨앗은, 저 흥겨웠던 1권의 첫 장면에 이미 심겨져 있었던 것이다. 귀녀는 이미 최치수를 노리고 있었고, 구천이와 별당아씨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서희의 그 독하고 냉정한 성미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린 시절- 다섯 살인가?- 부터 이 아이를 지켜봐온 독자는, 서희를 미워할 수 없다. 이 꼿꼿한 양반의 자손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ㅎㅎ)

참, 별당아씨의 "진달래꽃을 따다가 당신께 화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라는 애처로운 대사는 4권에서 나온다. 별당아씨의 죽음과 구천이의 꿈에서밖에 울지 못하는 지독한 슬픔. 

근데, 20대에 읽을 때만큼 사랑이야기에 가슴 아프지는 않네? 흠. 역시 나이와 상황에 따라 중점적으로 보고 느끼는 부분이 다른가 보다. 


오디오북으로 토지 듣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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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12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 정들면 떠나보내는 건… 토지는 박완서판 <킹덤?>이란 말인가…. 우오오오….. 괜히 듣고 싶네요? ㅋㅋㅋㅋ 이따, 일하면서 들어야겠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13 12:14   좋아요 0 | URL
킹덤을 안 봐서 ㅋㅋ 거기서도 많이 떠나보내시나요 ㅋㅋ 워낙 장편인데다 시대배경도 그렇다 보니 좀비가 안 나와도 많이들 죽네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2-07-12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토지 오디오북 시작했거든요~ 듣고 나서 댓글 달겠습니다ㅎㅎㅎ 괭님 계속 듣기 응원해요!^^

독서괭 2022-07-13 12:15   좋아요 1 | URL
오호호 화가님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들으시면 좋겠네요^^ 응원 감사해요!

새파랑 2022-07-12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으시면 몇달 걸리실거 같아요. 차라리 이번에 약속을 깨시고 책을 구매하시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7-13 12:15   좋아요 2 | URL
아니 새파랑님 요즘 댓글 일관성 무엇 ㅋㅋㅋ 알라딘 직원이신가요? ㅋㅋㅋ 근데 저 토지 전집 소장하고 있지롱~요! 둘 데가 없어서 본가에서 안 가져오고 있지만요^^

다락방 2022-07-12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진달래꽃이 4권에 나오는 겁니까!! 저는 6권이라고 생각했어요.
리뷰 읽고 나니까 토지 다시읽기 하고 싶네요. 그러나 21권... 두둥-

독서괭 2022-07-13 12:16   좋아요 1 | URL
네 4권에서 나오길래 다락방님에게 알려드려야겠다! 했어요 ㅋㅋ
1~4권까지의 1부만 다시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책구매 페이퍼 보면 재독하실 시간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2-07-18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20년 전에 읽어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ㅋㅋㅋ 그 최수지가 서희를 맡았던 드라마에서 (길상이는 제 스탈 아니었죠) 봉순이가 길상이 좋아하는데 길상이가 왕자님으로 변하는 순간에 봉순이의 절망감이...... 아, 눈에 선하네요. 저도 다시 읽고 싶은데 영 자신이 없네요. 그냥 독서괭님 리뷰로 갈음할까 ㅋㅋㅋㅋㅋㅋ 싶습니다.

독서괭 2022-08-02 12:40   좋아요 0 | URL
오 단발님. 저는 토지 드라마는 못 봤어요! 봉순이가 2부에서는 안 나오고 있는데 뒤에 다시 등장하겠죠? 제가 계속 오디오북 들으면서 리뷰 열심히 쓸테니 부족하나마 단발님 기억 상기용으로 써주세용 ㅎㅎ
 


저의 상반기 비문학 원픽!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페이퍼 2탄입니다.


5. 고정순 - 바닥에서 선택한 웃음


고정순 작가는 심상치 않은 삶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유년 시절, 학창 시절 경제적인 문제로 겪었던 어려움에 이어, 꿈을 찾은 스물일곱 살에 중증의 다발성통증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약을 먹어가며 "붓을 손에 동여매고 그림을 그렸다."(151쪽) 12년이 걸린 뒤에야 데뷔에 이른다. 그러나 그 이후로 누구보다 성실히,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최혜진 작가는 고정순 작가와의 인터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터뷰 내내 맞은 편에서 빛의 세례가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지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스며 나오는 존엄의 빛이었다."(151쪽)


 인터뷰 중 자기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이 와 닿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에 찬 사람의 글에는 진짜가 없다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타인의 고통에도 예민해질 수 있다는. 역시 글쓰기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내 안을 깊이 긁어 써낸 글일수록 진짜가 된다. 


피터 비에리의 책 《자기 결정》(은행나무)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님이 보시기에 자기표현은 왜 중요한가요?


좋아하는 서점, 지역 도서관에서 성인 독자와 글공부를 하는데요. 열에 아홉은 적절한 자기표현 방법을 깨우치지 못한 상태예요. 나아가 자기를 속이는 사람도 있어요. ‘나는 날 잘 알고, 나는 행복하다‘는 확신에 찬 분들이지요. 그분들 글은 전형적이에요. ‘오후 햇살이 따뜻하고, 배우자와 아이는 사랑스럽다‘고 말하지만, 진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아요 글공부를 계속하며 껍질이 벗겨지고 참된 자기를 처음으로 마주하면 충격받고 막 울기도 하지요. (...) 표현하지 못한 감정 안에 오래 있다 보면 세상보는 눈이 왜곡되더라고요. 타인의 고통에 무감해지고요. ‘네가 힘들어서 죽어 나간들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으리'라는 상태는 진짜 아픈 상태예요. 한국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내가 막혀 있으니까요. 주변과 감응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감응해야 해요. 자신의 현재를 이해하고 적절한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나를 표현하지 못하면 타인과 연대할 수 없고, 연대할 수 없으면 열린 공동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 P158, 159


살면서 시련과 부정적 사건을 막을 도리는 없어요. 일단 찾아오면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끝에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 고통에 지지 않을 수 있어요. 고통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요  행복과 즐거움도 물론 소중해요. 하지만 나와 타자에 대해 간절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건 반대의 감정이에요. 삶의 우선순위를 통렬하게 고민하게 하지요. 부정적 사건이 벌어지면 생각해요. ‘아,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라는 뜻이구나.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게 뭐지?‘라고요. - P162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책 중에는 <무무씨의 달그네>를 읽었다.


 무무씨는 달로 여행을 가는 사람, 아니 동물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구두를 닦으러 찾아오면, 그들의 구두를 정성스레 닦아주고 달로 떠나는 소회를 듣는다. 어떤 이는 "이곳이 지겨워서" 달로 떠난다고 말하지만, 달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무무씨는 이곳이 지겹지 않다고, 어쩌면 그것은 계속 변하는 달의 모습 때문일지 모르겠다고 한다. 

어떤 이는 무무씨에게 그렇게 달을 좋아하면서 왜 달에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으니까". 무무씨는 이곳에 남아, 달이 잘 보이는 곳에 '달그네'를 설치한다. 그네에 홀로 앉아 많은 이들이 찾아간 달을 바라보는 무무씨의 모습은 외롭거나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그가 어떤 자족의 세계에 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애들은 관심이 없다^^;; 




더 읽어보고 싶은 고정순 작가님 그림책

 
























읽어보고 싶은 고정순 작가님 에세이


  


















6. 이지은 - 자립을 위한 흔들림


이지은 작가님도 이 책에 나온 인터뷰이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분이 아닐까 싶다. 이 분의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던져줄 수 있다. 

'말에는 힘이 없다'라는 대답은 왜 나왔을까? 말이 가지고 있는 힘 때문에 고통받아왔던 사람이라면 이 작가님의 대답에서 답을 얻길 바란다. 


(...)관계 맺기에 있어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을까요?


'말에는 힘이 없다'라는 사실이요. 흔히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말에 힘이 생기는 순간은 누군가 그 말을 주웠을 때뿐이에요. 제가 컵을 향해 움직이라고 백번 말해도 컵은 움직이지 않지요. 제 말을 누군가 듣고 옮겨줄 때 말의 힘이 발생해요. 즉, 내가 타인의 말을 줍지 않으면 그 말에는 힘이 없어요. 저는 이 사실을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어요.

어설픈 책임감과 관계가 끊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주변 사람들 말을 일일이 줍고, 마음에 담고, 나를 힘들게 했어요. 관성적으로 위로, 충고, 조언, 약속을 주고받으며 말로 관계를 이으려 했지요. 이제는 내 몸이 기꺼이 고달파도 괜찮은 관계를 맺으려고 해요. 두 번째 원칙은 ‘감정이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음을 기억하기'예요. 저와 부모님의 관계에 대해 명상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불편한 감정이 쌓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감정의 레이어를 하나씩 걷어내니 가장 밑바탕에 사랑을 주고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탓하고 싶은 마음의 근원에 사랑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나선 가장 처음에 인식되는 감정의 표면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 P200


이지은 작가님의 책은 세 권 읽었다.
<팥빙수의 전설>과 <친구의 전설>은 그림책 전시회에 갔다가 비치도서를 아이와 함께 읽었고,
<이파라파냐무냐무>는 가지고 있다.














<이파라파냐무냐무>는 정말 귀여운 그림책이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시멜롱들의 마을(그렇다, 그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마시멜롱!)에 어느날 시커먼 털북숭이가 나타나 "이파라파냐무냐무~" 라고 외친다. 그게 무슨 뜻일까 고민하던 마시멜롱들은 자기들을 냠냠 먹겠다는 말로 해석하고, 어떻게 털북숭이를 해치울지 작전을 짠다. 과연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파라파냐무냐무는 무슨 뜻일까? 





<친구의 전설>과 <팥빙수의 전설>은 이파라파냐무냐무보다는 좀더 큰 아이들용이다. 어른들도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전해주는 메시지도 좋고.. 사서 소장하려고 했는데, 읽지 않은 책부터 사다보니 미뤄지고 있다^^;


7. 유준재 - 기다림이라는 의지

먼 곳을 두리번거리지 말 것, 일상 속에서 가능성을 찾을 것, 작은 가능성을 정성스레 가꾸어 키워갈 것. 그날 깨달은 창작자의 태도를 지금도 잊지 않으려 해요. 이렇게 제 삶에 집중하면서 작품을 한 권, 한 권 만들면 생의 끝자락에 회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런 고유성을 가진 작가였구나, 하고. - P216

(...)누나를 간호하며 봤어요. 거기에도 삶이 있더라고요. 희망은 아주 절망적인 곳에서 태어나는 새싹 같아요. 두려움의 극단에서 피어나는 설렘처럼요. 표현이 다소 진부해도 그게 진실 같아요. 《사기》로 알려진 사랑하는 후배 윤지회 작가가 천국으로 갔을 때, 그림책 모임 단톡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지회가 병치레로 많이 힘들었으니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울 사람은 장례식장에 오지 말라는 작은 농담과 함께.

허무나 절망을 선택하긴 쉬워요. ‘웃자‘고 말하는 건 어렵지요.
그런 힘을 갖고 싶어요.
 - P226


  먼 곳을 두리번거리지 말 것. 작은 가능성을 정성스레 가꾸어 키워갈 것. 이런 창작자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 인상깊었던 유준재 작가님의 그림책은 한 권을 읽었다.


 <정연우의 칼을 찾아 주세요>는 작가님의 인터뷰처럼 '웃자'고 말하는 힘을 갖고 있다. 정연우는 어느날 자신이 매우 아끼던 장난감 칼을 잃어버린다. 울며불며 장난감 칼을 찾아 동네를 헤매는 연우를 본 동네 아이들이 모여든다. 각자가 자신이 소중한 걸 잃어버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의논 끝에 칼을 찾아달라는 전단을 만들어 동네에 붙이기로 한다. 표지에 그려진 전단이 바로 그것이다. 

 살면서 소중한 것을 잃는 일은 뜻하지 않게 발생한다. 장난감 하나 잃어버린 게 대수라고, 하는 어른의 시큰둥함 대신 이 책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첫째 아이가 재미있게 봤다^^ 






더 읽어보고 싶은 유준재 작가님 그림책















8. 노인경 - 작고 사소한 기쁨의 목록


입버릇처럼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고 되뇐 적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상적 경험의 차원에서 이건 의자고 저건 식탁일뿐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이건 기적이고 저건 희열이라고 느끼는거야"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 속 문장처럼. 나이를 먹고 경험이 늘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새록새록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던 많은 것들이 오래 곁에두면 시간과 함께 서서히 채도가 낮아졌다. 가장 가깝고 익숙한 순서대로 빛을 잃었다. 당혹스러웠다. 자주 다짐했다. 일상의 권태에 지지 말자! 소박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사람이 되자!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몰랐다. 특별 이벤트로 가득한 타인의 삶이 사방에서 번쩍일 때, 어떻게 하면 나의 사소함에 ‘시시함‘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을 수 있을까?
 - P242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저자는 노인경 작가를 꼽는다.


홀구멍에 떨어진 소소, 빗방울을 모두 잃은 아빠 코끼리 등 그림책 주인공들은 늘 난관을 마주하지만, 이내 갈등과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롭게 책이 끝나요. 안심시키는 서사가 그림책 특유의 낙관성을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허약한 희망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모두 해피엔딩을 꿈꿔요. 생각해보면 행복감은 순간일 뿐 지속되지 않아요. 지구의 자전 같은 진리예요. 좋은 날이 지나가고 나쁜 날이 와요. 그러면 나쁜 날이 지나가면 좋은 날이 온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해요. ‘앞으로도 나쁜 날밖에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나쁜 날을 보내는 것과 ‘좋은 날이 올 거야‘ 믿으면서 나쁜 날을 보내는 건 전혀 다른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의 해피엔딩은 우리가 어둠을 통과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날에 대한 기억을 심어줘요. 용기를 내면 분명 무언가 달라진다는 믿음과 함께요. 사람들 마음에 작은 전구 하나를 넣어주는 거예요. 어두울 때 밝혀볼 수 있는 작은 불빛이요. 낙관성을 담아내는 일이 곧 가벼움이 되지 않도록 주인공이 세계를 긍정하기까지의 과정을 고심하며 잘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 P266

사람들 마음에 작은 전구 하나를 넣어주는 것이 그림책이라는 말!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은 그 말마따나 작은 전구같은 소박한 따스함이 있다.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아빠 코끼리가 목말라하는 아기코끼리들을 위해 물 한바가지(물방울 100개)를 떠서 먼 길을 돌아오는 이야기다. 바구니 안에 있는 100개의 물방울, 더운 날씨에 햇님이 물방울 몇 개를 가져가고, 기린이 몰래 물방울을 핥아먹기도 하여 그 수는 점점 줄어들어 가는데... 아빠는 이걸 무사히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책청소부 소소>는 책보다 훨씬 작은 몸집의 '소소'가 주인공이다. '어떤 책의 어떤 부분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책청소부 소소는 출동하여 해당 책의 해당 부분을 찾은 다음, 청소기로 글자들을 빨아들인다. 아래 첨부한 사진의 장면은, '빨간 머리 앤에서 앤이 초록 머리가 되는 장면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고 소소가 청소기로 그 부분을 빨아들이는 부분이다. 커다랗게 그려진 책들의 제목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더 읽어보고 싶은 노인경 작가님 그림책

















9. 권정민 - 자리바꿈의 이유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의 그림을 보면 폭력의 피해자 자리에서 인간들이 ‘살려달라‘는 표정을 짓고 있어요 폭력을 행사하는 동물들은 인간의 표정을 전혀 읽어내지 못하지요. 어쩌면 지금 우리 곁의 누군가도 ‘살려달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몰라요. 우리가 읽어내지 못할 뿐이죠.

작가님 책에선 ‘생명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 없는 자리에 있으면좋겠다‘는 소망이 읽혀요. 하지만 현실은 폭력과 고통이 만연하잖아요. 이 괴리를 어떻게 견디시나요?


‘인간은 잔혹합니다. 답이 없어요‘라고 말하면 간단하겠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점점 단순하고 간단한 답을 원하는 것 같아요. 3분짜리 영상을 클릭하듯 말이에요. 하지만 3분 안에 양자역학을 이해할 순 없지요. 인간은 복잡한 다면체예요. 인류를 사랑해야지 다짐하면서 동시에 지하철 옆자리 사람을 미워해요. 저 역시 그래요. 이런 책을 만들지만, 제 안에도 모순이 많아요. 친환경 세제를 샀다가도 거품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일반세제로 바꾸고, 아이 반찬준비가 힘들 때는 돈가스를 사주죠. 의식하지 않으면 쉽게 무관심해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먼저 제 안의 괴리를 줄이려고 해요. ‘혹시 내가 함부로 힘을 사용하진 않았나?‘ 자주 자문해요. 도덕과 윤리는 왜 우리에게 때리지 말고, 훔치지 말라고 반복해 가르칠까요? 내키는 대로 살면 누구든 불의한 짓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자기성찰은 자동으로 되지 않아요. 불편하고 어려워요. 그럼에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간다움 같아요. 타락한 세상인 것도 맞지만, 추악함 속에서 선함을 발견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역시 인간이잖아요.

인간의 아이러니를 관찰하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 P297, 298 


아이에게 돈가스를 사주죠.. 작가님 돈가스도 괜찮아요.. ㅜ_ㅜ 인간의 모순을 인정하고, 자기성찰을 통해 모순 속에서 더 나은 길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작가.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 <엄마 도감>의 리얼리티가 엄청나다. 


 <엄마 도감>은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를 샅샅이 관찰하는 이야기다.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라는 도입 문장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라는 말처럼 좌충우돌하는 초보엄마들에게 힘이 된다. 

 아이가 보기에 엄마는 참 이상하다. 나를 먹이는 데는 그렇게 집착하면서(나는 알아서 적당히 먹고 있는데) 자기 밥은 서서 급하게 먹어치운다. 숨바꼭질을 좋아해서 자꾸 없어진다(그림 속 엄마는 소파 뒤에 숨어서 스마트폰 보는 중ㅋ). 뭔가를 열심히 공부하는데, 그게 나보다 중요한가 보다(그림 속 엄마가 보고 있는 책은 육아서). 엄마는 또 틈만 나면 잔다. 엄마의 정체는 대체 뭘까? 

아래는 가장 웃겼던, '배변 활동' 부분이다. 아이는 엄마가 혼자 화장실에 못 가서 같이 가줘야 한다고 여긴다. 혼자서도 볼일을 볼 수 있게 훈련시켜야 한다고. 엄마랑 아이의 위치가 바뀐 셈^^



 


더 읽어보고 싶은 권정민 작가님 그림책

















10. 박연철 - 주변부에서 꾸는 꿈


그림책이 매력적인 이유로 그 안에 담긴 판타지를 빼놓을 수없다. 그림책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 동식물과 사물이 사람처럼느끼면서 말하고, 빨갛게 익은 수박이 온 동네 사람들을 위한 수영장이 되기도 하며, 불뿜는 용이 집 앞에 찾아오거나, 손을 뻗어서 하늘의 별과 달을 만져볼 수도 있다. 만약 현실 규칙이나 과학적 법칙이 깨지는 장면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림책이 지금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림책 속 판타지에 이입해 나의 오늘과 주변의 현실을 비추어보고, 점검하고, 위안을 얻은 시간이 꽤 길었음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났기 때문이다. 성인이 ‘어린이 도서‘를 탐닉하는 것은 퇴행이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미성숙한 수단이라고.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순문학‘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깊이가 부족하지 않냐고.
질문이 생겼다. 정말 환상은 현실보다 열등할까? 그림책과 아동문학이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는 특정 생애주기에만 유효한 수준 낮은 눈속임일까? 판타지를 잃어야만 진지한 어른이 될 수있을까?.
 - P306

  최혜진 저자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십시오 ㅋㅋ 

  저자는 박연철 작가를 '주변부'를 위한 문학, 전복의 서사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옛이야기 그림책이 너무 정형화되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처구니 이야기> <떼루떼루》 《피노키오는 왜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를 내셨지요.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출판사로부터 수정 요구를 받는 일도빈번했다고 들었어요.


<떼루떼루>에서 민중을 상징하는 캐릭터 ‘딘둥이‘는 혼자 옷을 벗고 있어요. 허례허식이 없기 때문이에요 남사당패 인형극에서는 나무로 된 딘둥이 성기에서 물이 나오면서 오줌 싸는 장면도 나와요. 그래서 <떼루떼루>에서도 딘둥이 정면이나올 때 성기가 보이도록 했는데, 출판사가 반대해 결국 가렸어요. 작가마다 그림책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저는 그림책이어린이를 우선하는 장르라고 믿어요. 그래서 어린이를 존중해야 해요 성기를 가리라고 한 건 어린이를 존중한 게 아니에요. 어린이의 수용 능력과 자정 능력을 믿는 게 존중이지요
‘어린이라 안 돼‘ 그게 바로 어린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존중한다면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다만 어린이가 이해하게끔 이야기하기가 어렵고, 거기에 작가의 역량이 필요하지요.
 - P319

 박연철 작가의 그림책은 한 권 읽었다. <안녕! 외계인>은 심심해서 친구를 찾아 지구에 온 외계인 아이의 이야기다. 이 아이는 지구를 돌아다니며 외계인(자기 입장에서)으로 보이는 모든 것에게 안녕!하고 말을 걸지만, 그것은 자동차이거나, 변기이거나, 상수도관이거나, 등대이거나,,

 우리 주변의 흔한 사물들 중 외계인이 봤을 때 외계인으로 여겨질 법한 것들을 모았다. 앞장에서는 그것을 외계인처럼 형상화 하고, 짠 넘기면 사실은 이거지~ 하는 방식이다. 

 둘째가 좋아하며 앉은 자리에서 여러번 봤다. 6살 첫째는 글씨 적다고 안 좋아함.. 3~4세 추천도서다. 앗, 요건 사진을 못 찍었네. 





더 읽어보고 싶은 박연철 작가님 그림책




















드디어 10명의 작가를 모두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친 최혜진 작가는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림책이 품은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압축해 보여주는 글이다. 


그림책은 한번도 권력을 가져본 적 없는 존재(어린이)를 심장에 품은 매체다. 한 인간의 가장 취약한 시절을 지키는 책이다. 회화와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지만, ‘순수-비순수‘라는 예술의 이분법 구조안에서 오랫동안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 최근 재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세계는 위계를 모르는 여리고 느린 존재와 속도를 맞출 줄 안다. 작고 사소한 숨결에 감탄할 줄 안다. 그림책의 너른 품 안에는 온갖 아웃사이더들이 모여 산다. 기득권의 논리에서 비켜 선 사람들. 마음을 자주 다치면서도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

앞으로도 그림책은 우리가 향해야 할 목적지를 눈에 보이게 할것이다. 현실의 제약과 한계를 훌쩍 넘어 더 나은 곳을 향한 상상을 쉬지 않고 이어갈 것이다. 이토록 강인하고 담대한 그림책의 목소리가 담장 너머 먼 곳까지 나아가면 좋겠다. - P330, 331


최근에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글자를 따라가기에 바쁜 두꺼운 책을 잠시 내려놓고, 그림책 속 다양한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다른 세계를 꿈꾸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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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8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탄 기다렸습니다! 넘넘 좋네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제법 나오는 걸 보면 힐링이 필요한 성인들이 많은 게 아닐까 싶어요. 수요가 있으니 나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림책이나 동화를 어릴 때도 제대로 못 읽고 지나가고 커서도 잘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따금씩 마음이 산란할 때 선택해서 읽어봐야겠어요.

고정순 작가님 생각이 참 좋네요. 글쓰기에 자신이 드러나야 한다는 말이요. 그리고 유준재님의 창작자에 대한 태도는 공감가는 말이고요~

괭님 1탄에 이어 정성스런 페이퍼 감사드려요^^*

독서괭 2022-07-11 12:4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화가님~! 금요일부터 몸이 안 좋아서 이 글 올려놓고 주말까지 비실비실 골골대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렸어요^^; 어른들의 수요가 있으니 나오는 거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값싼 위로를 제공하는 일부 에세이집 같은 것보다, 삶에 지칠 때 펼쳐보기에 그림책이 좋을 듯 합니다.
고정순 작가님 삶의 이력도 그렇고 하시는 말씀도 그렇고, 참 인상적이어서 에세이집도 궁금하더라고요. 읽게 되면 공유할게요.
정성스레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7-08 15: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의 세상이 이토록 깊고 너른지 괭님 페이퍼로 알았습니다. 소개해주신 그림책들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이 책이 궁금해지네요. 괭님 1탄 페이퍼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리고요, 이 2탄은 7월 이달의 페이퍼로 갑시다!

독서괭 2022-07-11 12:44   좋아요 2 | URL
저도 아직 그림책의 넓은 세상을 충분히 못 봤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그림책을 읽건 안 읽건, 누구에게나 두루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잠자냥님도 기회 되심 읽어보세요^^ 최혜진 작가가 질문에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는 것도 재미납니다. 1탄 당선되어 기쁘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청아 2022-07-08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끔씩 그림책에 끌리는 이유를 괭님 덕분에 확인했네요 ^^
몇 번씩 더 읽어보고 싶은 페이퍼예요! 다 좋지만 저는 이지은 작가님의 ‘말에는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특히 와닿아요. 열심히 읽고 쓰고 나누어야할 이유가 여기 한 가득이네요ㅎㅎ

독서괭 2022-07-11 12:46   좋아요 2 | URL
앗 미미님, 제가 정말로 ‘말에는 힘이 없다‘ 부분 인용하면서 미미님을 생각했거든요? 제가 미미님을 얼마나 안다고, 주제넘지만, 제가 느끼기에 미미님은 사람들의 말을 끌어안고 상처를 받는 타입 같았어요. <친구의 전설>은 예전에 미미님이 소개하신 적도 있죠? 좋은 그림책이 많은 것 같아요~ 미미님도 자주 읽고 공유해주세요^^

책읽는나무 2022-07-08 16: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좋아요! 백만 개 누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몰랐던 국내 그림책 작가님들이 이렇게 많으셨네요..읽다가 <어처구니 이야기> 제목 보구선 나 그 책 있는데? 외쳤습니다ㅋㅋㅋ
박연철 작가님이셨군요^^
요즘 내신 책들 읽어보고 싶군요. 둘째가 앉은 자리에서 여러 번 읽을 정도였다면?^^
이지은 작가 책은 유니양 알라딘 영상에서 유니양이 이지은 작가님 호랭이 책 좋아한다고 여러 번 외쳐서 읽어보고 싶긴 했었어요.
3탄은 없는 건가요? 10명의 작가가 끝이군요.
아쉽네요ㅋㅋㅋ
암튼 덕분에 눈 호강하고 갑니다^^

독서괭 2022-07-11 12:49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의 좋아요 백만 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몰랐던 작가님들 너무 많았어요. 원래 알던 분은 이지은 작가님, 이수지 작가님, 유설화 작가님 세분 뿐이고 나머지는 이 책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어처구니 이야기> 가지고 계셨군요?? 최근작인 <안녕, 외계인>은 어린 아이들용인 것 같으니 책나무님이 굳이 보실 건 없을 듯 합니다 ㅎㅎㅎ 조카 생기면 사주세요^^
3탄이 없네요 ㅋㅋㅋ 혹시 나중에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게 되면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건수하 2022-07-08 1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준재 작가님은 모르던 분이고, 나머지 작가님들은 다 좋아하는 분들이네요 :)
고정순 작가님 그림책은 애들용 아닌 게 많은 것 같아요... <무무씨의 달그네>도 어려웠고
<가드를 올리고> 아빠가 될 후배에게 선물하려고 샀다가 차마 선물하지 못했어요.

이제 아이가 좀 크면서 그림책에 관심이 적어지고 있는데, 독서괭님 덕분에 알라딘 서재에서도 그림책 이야기를 만나니 좋아요.

독서괭 2022-07-11 12:51   좋아요 1 | URL
와 수하님 그림책 많이 읽으셨군요! 전 세분밖에 몰랐는데, 한분 빼고 다 알던 분이라니..!!
고정순 작가님 그림책은 어른용이군요. 가드를 올리고도 그래요? ㅋㅋㅋ 제가 읽을 용으로 사야겠네요.
제가 그림책은 계속 사고 읽어도 따로 백자평, 리뷰 등을 거의 안 쓰고 있는데.. 한번씩 모아서 써야겠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 추억을 나눠주시거나 없던 관심이 생긴다는 말씀 들으면 좋더라구요^^

건수하 2022-07-11 15:49   좋아요 1 | URL
한참 많이 읽고 강연도 가고 했었는데 아이가 그림책을 잘 안 보다보니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님들 것은 보지만요)저도 관심이 줄고 요즘은 페미니즘 쪽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가드를 올리고>는 진짜 마음 아파요... 아마 눈물 나실거라며..

그림책 리뷰 앞으로도 자주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다른 분들 반응도 엄청 좋네요 ^^

독서괭 2022-07-12 11:40   좋아요 0 | URL
강연도 다니셨군요! <가드를 올리고>는 그렇군요.. 인터뷰에서도 살짝 내용이 나오긴 했어요. 이런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구매로서 예외로 쳐도 되는건지 안 되는건지 ㅋㅋㅋ

mini74 2022-07-08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다는 말, 사람들 마음에 전구 하나 넣어준다는 말. 그림도 말도 어쩜 이리 따뜻하고 예쁜지 참 좋네요. 전 소소에게 홍당무가 혼나는 장면들 지워딜라 하고싶네요

독서괭 2022-07-11 12:54   좋아요 1 | URL
그쵸, 미니님. 그림책 작가들은 내러티브에 시적 감성과 동심, 그림실력까지 갖추어야 하니 어려운 직업 같아요. 홍당무가 혼나는 장면에 감정이입 많이 하셨나 봅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07-08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는 그림책도 독서 구매권수에 포함하셔야할거 같아요 ^^ 전 너무 타락(?)해서인지 그림책이 안끌리더라구요 ㅜㅜ

독서괭 2022-07-11 12:56   좋아요 2 | URL
워워 새파랑님 안 됩니다. 독서 구매권수에 그림책 포함시키면 저 너무 스트레스 받을 거예요 ㅋㅋ 타락 ㅋㅋㅋ 매운맛 중화용으로는 그림책이 딱인데요^^

공쟝쟝 2022-07-12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이네요… 와 그림책의 세계를 만드는 작가님들은 진짜 진짜 와우 정말 ㅋㅋㅋ 어쩜 너무 공감이 가는 내맘 같은 말들을 해주셔서 내가 이렇게나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인데 ㅋㅋㅋㅋㅋ ㅋㅋㅋ 저 그림책 작가 되야하나봄 ㅋㅋㅋㅋ (아주 오만이 천장을 찌른다 ㅋㅋㅋ)
이 페이퍼는 진짜 명품이네요. 어쩌지? 이거 좀 소문나야하는데, 이거 참 소문좀 나라~~~~ 동네 사람들~~~~

독서괭 2022-07-12 11:41   좋아요 2 | URL
그림책 작가는 그림도 잘 그려야 해요~ 일단 기본이 미술전공인 분들이 많은 듯 ㅋㅋ 이야기보다 그림이 일단 기본임! 쟝쟝님은 에세이를 써요. 철학+페미니즘+홀로서기 에세이!
소문 많이 내주세요~ 이 책도 많이 팔리게~^^

공쟝쟝 2022-07-12 11:44   좋아요 2 | URL
왜 제가 그림을 못그릴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 에세이…. 이미 그거 쓰고 있는 사람한테 쓰라고 하기 있기 없기? ㅋㅋㅋㅋㅋ 내 에세이 독자님아? ㅋㅋㅋ
홀로서기라니요. 저의 심오한 함께하기 사상에 홀로서기라니요… (역시 외로워보입니까? 마침내…)

독서괭 2022-07-13 12:18   좋아요 2 | URL
음? 쟝쟝님 그림 잘 그려요? 진짜? ㅎㅎㅎ
서재에서 철학+페미니즘+홀로서기 에세이 쓰고 계신 거 맞네요. 제 말은 책을 내라는 얘기였지만요 ㅋㅋ 심오한 함께하기 사상에는 홀로서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단발머리 2022-07-18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좋네요, 이 페이퍼요. 독서괭님이 잘 정리해주셔서 공부한 느낌도 들어요.
인터뷰 읽어보면 작가님들은 진짜 한 명 한 명이 철학자 같아요. 그래서 작가인 거겠죠? 너무 멋지고 대단합니다. 제가 꼼꼼히 봤는데도 제가 읽은 책이 없네요. 안타까운 마음인데 애들이 다 컸어요 ㅠㅠㅠ

독서괭 2022-08-02 12:42   좋아요 0 | URL
단발님, 감사합니다. 대댓이 많이 늦어졌네요^^; 그림책을 큰 생각 없이 봤었는데 이 책 보니 그림책 작가들은 그림도 그려야하지 이야기도 써야하지 아이들 눈높이도 맞춰야하지, 어렵겠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깊이 생각하고 만드는 작품들은 뭔가 다른 듯 합니다. 단발님, 손주들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ㅋㅋ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어제 저녁, 당근마켓에 올려놓은 중고물품을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오겠다는 말에 주소를 알려주고, 계좌이체 해도 되냐고 하여 계좌번호와 예금주명까지 알려주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오겠다고 한다. 남자인가..?(돌전에 사용하는 아기용품인데, 애엄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올 가능성은 0에 수렴..) 기다리는 약 30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남자인 것도 그렇고 당근마켓을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판매한 물건 내역도 없고 거래후기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집주소랑 이름까지 알았는데, 개인정보만 홀랑 털고 안 오는 거 아닌가? 내가 나가면 집에 남자가 없구나 싶어 밀고 들어오면 어쩌지? 판매할 물품을 미리 밖에 내놓고 괜히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하기를 30여분, 드디어 1층에서 호출이 왔다. 애들 티비 틀어주고 얼른 나가서 엘베 앞에서 대기. 나타난 사람은 덩치 큰 남자였지만, 다행히 부인의 지령을 받고 온 선량한(?) 아기 아빠였다. 


일찍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었다. 나는 지인들 여럿과 함께 봉고차 같은 걸 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상가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원래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꼭 꿈 속에서 화장실에 가는데, 어릴 떄는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쉬를 하는 순간 현실의 나도 시원하게 쉬를 했지.. 물론 지금은 양쪽이 잘 분리된다. 그런데 또 꼭 꿈 속에서 간 공중화장실은 더럽게 더럽다(이건 왤까? 내 무의식이 쉬 하지 말고 깨라고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건데 내가 굳이굳이 안 꺠고 쉬를 하고 마는 걸까??). 어쨌든 어찌어찌 찾아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문득 윗쪽을 보자 창문이 있고, 건너편 건물에서 한 남자(20 전후 정도의 젊은이?)가 나를 보고 있다. 악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 남자는 누군가를 부르며 어딘가로 갔다. 서둘러 나왔는데 봉고차가 그 자리에 없다. 그 남자를 찾아 혼쭐을 내야 마땅하지만, 어쩐지 쫓기는 쪽은 내쪽이다. 그 순간 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포스코 사건을 보면 착잡하다. 남직원들 사이에서 피해자는 홀로 얼마나 괴롭고 외로웠을지. 개선과 재발방지는 커녕 2차 가해를 당하면서 얼마나 좌절했을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를 낙인찍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가벼운 징계로 슬쩍 넘어가려 하면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론을 앞세운다(이 사건의 가해자가 젊은이인지는 모른다). 

이것이 비교적 안전한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한국의 현주소다. 몇년 전, 내 지인은 정말로, 리얼리, 육성으로, 모 남성상사로부터 "이슬람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에 만족하고 닥치고 있으라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것이 부당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좀더 과거로 가보자. 

일전에 <아주 오래된 유죄>에 관한 페이퍼에 쓴 적이 있지만, 1964년에 일어난 이른바 '혀 절단 사건'의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와 혼인하라는 지속적인 설득을 받았다. 이 사건에 관해 재심개시를 청구하였지만 2심까지 기각되었고, 현재 상고심에서 검토중이라고 한다. 


좀더 과거로 가보자.

소설 <나는 고백한다>에서는 한 남자가 상인인 척 하면서 처녀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간다. 남자는 여자를 강간하고 목걸이까지 빼앗는다. 재판관 앞에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강간하고 물건을 빼앗아 갔다고 호소하지만, 남자는 단지 여자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자신을 꼬챙이(?)로 찔렀다고 주장한다. 여자는 땅에 목만 내놓고 파묻힌 채 가해자를 비롯한 10여명의 남자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여자와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이웃 남자들이 빗나가면 실망하면서 열심히 돌을 던진다. * 2011년, 우크라이나의 19세 소녀가 미인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마을 청년들에 의해 돌에 맞아 사망했다(기사: https://www.asiae.co.kr/news/view.htm)


좀더 과거(아마도)로 가보자.

소설 <토지> 속 1905년의 평사리에서는 우물에 물을 길러 온 처녀를 숨어서 기다리던 남자가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녀의 부모는 집에 돌아온 딸의 행색을 보고 사건을 짐작하지만,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꾹꾹 삼키며 숨을 죽인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아버지가 현장에 가서 증거물을 처리한다. 대놓고 조롱하는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의 어머니는 무력하기만 하다. 서둘러 혼삿날을 잡은 딸의 신세를 망칠까봐, 그네들은 가해자가 입을 다물어 주길 바랄 뿐이다. 


좀더 많이 과거로 가보자.

"유대법은 강간한 남성이 그가 강간한 여성과 강제로 결혼하도록 하였고, 그녀와 이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이 규정은 한 여성이 그녀를 강간한 자와 해소할 수 없는 결혼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신명기 22:28~29)."(<가부장제의 창조>, 298쪽)


좀더 과거로 가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본성상 우월하며, 여성은 열등하다. 그리고 전자는 지배하고 후자는 지배당한다."(<가부장제의 창조>, 364쪽)


좀더 과거로 가보자.

* MAL은 중기 아시리아법


MAL§55는 처녀에 대한 강간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만일 결혼한 남성이 친아버지 집에 사는 처녀를 강간하면


  강간이 도시 내에서 범해졌건, 트인 벌판에서 일어났건, (공공의) 거리에서 밤에 일어났건, 혹은 도시의 축제에    서 일어났건, 처녀의 아버지는 처녀를 범한 남자의 부인을 취해서 그녀를 불명예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는 그 부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자기가 취할 것이다. 아버지는 능욕당한 딸을 그녀를 능욕한 남자에    게 배우자로 줄 것이다.


만일 강간한 남자에게 부인이 없다면, 그는 그 아버지에게 숫처녀의 값을 지불해야 하고 그 소녀와 결혼해야 하며 결코 그녀와 이혼할 수 없게 된다. 만일 소녀의 아버지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아버지는 돈은 벌금으로 받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딸을 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간이 희생자의 아버지와 남편에게 해를 입힌다는 개념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는 절망적인 결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강간피해자는 강간한 자와 해소할 수 없는 결혼을 할 작정이고, 전적으로 무죄인 강간자의 부인은 매춘부로 전락할 것이다. 법의 언어는 우리에게 그의 딸들에 대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 '처분권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 권력은 만일 강간당한 소녀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강간한 남자가 맹세하면 그의 부인은 벌을 받지 않을 것이며, 그는 소녀의 아버지에게 벌금을 지불하고(...)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딸을 취급할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MAL§56에 의해 강화된다.   - 203, 204쪽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가 창조된 연원을 찾아 수천 년의 역사를 헤맨다. 그 노력의 결실을 이렇게 한 권의 잘 정리된 책으로 읽어볼 수 있으니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특히 11장에서 앞의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여성의 종속의 원인과 의미를 지적하며 왜 가부장제를 타파해야 하는지 마음을 흔드는 웅변으로 마무리하는 그의 솜씨는 몹시 훌륭하다.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380쪽)


어째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협조했고, 어째서 여성들이 하나의 집단으로서 지배에 대항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계급특전과 인종특전은 여성들이 스스로를 하나의 응집된 집단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모든 억압받는 집단의 여성들은 특이하게도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은 같은 성격을 가진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여성들의 집단의식 형성은 다른 노선을을 따라 추진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다른 억압받는 집단에 적합했던 이론적 공식이 왜 여성들의 종속을 설명하고 개념화하는 데 그토록 부적합한가를 말해 준다.  (381,382쪽)

여성들이 집단의식을 형성해 나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장애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독립과 자율성을 재확인해 줄 수 있는 전통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 여성들에게는 역사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여성들을 가장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든 것은 상징체계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였다. (383쪽)


우리는 제각기 우리 머릿속에 최소한 한 명의 훌륭한 남자를 간직하고 있다. (394쪽)


 페미니즘이 태동되고 여성들이 권리운동을 시작했는데도, 가부장제를 물리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가?


(...)더 즉각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삶 속의 남성(혹은 남성들)과의 의사소통, 인정, 그리고 사랑이 단절될 위협에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의 철회와, 생각하는 여성들을 '일탈적인 사람'으로 지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지적 작업을 저해하는 수단들이었다. (...) 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사고체계를 창조하는 과정에 여성이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힘인 성별 통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394쪽)

우리 자신의 것, 여성의 경험을 신뢰함으로써 누군가의 진술을 검증하기. (...)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자신 속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위대한 남성들을 없애고, 그 남성들을 우리 자신으로, 우리의 자매들로, 익명의 선대여성들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397쪽)


◆ 당신이 힘든 것은 여성들 때문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인간종의 반이 다른 반에 종속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면, 차이가 지배나 종속 그 어느 것도 함축하지 않는 그러한 사회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 페미니스트 세계관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정신을 가부장적 사고와 관습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며, 마침내 지배와 위계가 없는 세상, 진정으로 인간적인 세상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397, 398쪽)


최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용어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냐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언어는 하나의 표시, 변화된 의식과 새로운 사고의 지표가 된다."(404쪽)

조금씩 바꿔 나가자. 우리 머릿속의 '위대한 남성'을 없애고, '여성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해보자. 여성들을 분열시키려는 가부장제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말자.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은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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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5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엄지척!!!! 현재 시점에서부터 과거로 한 발자국씩 되짚어봐주셔서 더 소름이 돋네요. 왜 거다 러너가 가부장제의 탄생의 시점을 아주 먼 옛 고대의 시점으로 정해서 인용했는지 참 잘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참 좋은 책이었고 또 괭님의 리뷰를 읽으니 감동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독서괭 2022-07-05 16:48   좋아요 3 | URL
화가님, 엄지까지 척 세워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과거로 가는 되짚기가 되었네요. 인용하고 싶은 부분 너무 많은데 걸러내느라 힘들었습니다 ㅎㅎ 마지막 11장이 압권인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7-07 10:29   좋아요 2 | URL
아니 이 사람 이 독서괭님 이 분 시나리오 작가세요? 영화처럼 막 글이 편집이 막 앞으로 철컥 철컥 ㅋㅋㅋ 올라가면서 막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사람 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09   좋아요 0 | URL
쟝쟝/ ㅋㅋㅋ 고맙습니다~ 당근마켓과 화장실 꿈이 한건 했네요(?) 이런 식으로 사례 찾으면 한도 끝도 없을 듯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2-07-05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따라 읽어가는데 우아! 몰입감이 장난 아니에요. 앞으로 모든 사회과학 도서는 독서괭님 따라 읽는 걸로 할까 봐요.
저도 <나는 고백한다> 읽었는데 저 에피소드 기억이 안 나요. 가물가물해서 시무룩합니다. 🙄

독서괭 2022-07-05 16:50   좋아요 3 | URL
단발님, 과찬 감사합니다^^; 제가 사회과학 도서를 많이 읽지 않고 소설 편향이었는데 여성주의 책읽기 덕에 이런 책도 읽었네요(그동안 사기는 많이 사뒀지만 완독을 못함ㅜㅜ).
<나는 고백한다>에서 아주 짧게 지나가는 에피소드라서 기억 안 나실 만 합니다^^; 전 얼마전 읽었고 너무 끔찍한데다가 그 가해자의 정체 때문에 너무 놀라서요..!!(뚜둥)

다락방 2022-07-05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휴 독서괭 님, 주제 넘게 말씀드리자면, 독서괭 님의 글솜씨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리뷰는 뭔가 독서괭 님 그간 리뷰의 어떤 절정을 찍는 것 같아요. 역순으로 되짚어주셔서 그런데 그게 딱히 변한게 없어서 더 끔찍하네요. 저는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야‘ 라거나, ‘페미니즘은 못생긴 여자들이나 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많은 여성들이 한걸음만 페미니즘 안으로 들어오면, 그러고 나면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간 살아왔던 삶이,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생활까지 그리고 연애까지, 그리고 우리가 숱하게 봐왔던 뉴스와 영화와 드라마까지, 감각이 깨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무엇보다도 여성에겐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건드려주기만 하면 다 깨어나버리는 그런 감각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독서괭 님. 그리고 리뷰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독서괭 님, 계속 함께해 주세요. 이런 양질의 리뷰를 계속 읽고 싶습니다!!

독서괭 2022-07-05 16:5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의 리뷰의 절정입니까! 칭찬 감사합니다^^(춤추는 중 두둠칫)
겉으로 드러나는 끔찍함은 줄어들었지만 속에 있는 기본 관념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요..˝라면서 방패 하나 들고 페미니즘 발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회니까요 ㅜㅜ 감각이 꺠어나는 것! 책을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여성들끼리의 교류를 통해서 감각을 꺠우고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다 읽고 리뷰까지 쓰니 엄청 뿌듯하네요. 일하는 틈틈이 추가하고 수정하고.. 재밌지 않으면 못할 일인듯요^^ 이번달 책도 빌려다 놨습니다! 다락방님 우리 힘내요~!

새파랑 2022-07-05 16:54   좋아요 4 | URL
이젠 다락방님의 명성에 버금가는 독서괭님의 필력이네요~!

독서괭 2022-07-05 17:28   좋아요 3 | URL
아니ㅋㅋㅋ 왜 갑자기 다락방님의 명성에 버금가는 걸로 비약하시나요, 새파랑님 워워~!

햇살과함께 2022-07-05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글에 버금가는 몰입감입니다!!! 기승전결 딱 정리되는!

잠자냥 2022-07-05 21:19   좋아요 4 | URL
아니 이건 제가 좋아요 누르려다가 멈칫. ㅎㅎㅎ

독서괭 2022-07-05 22:46   좋아요 3 | URL
아니 햇살님 이런 과찬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쓴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0:31   좋아요 3 | URL
왜 멈칫해 자냥 ㅋㅋㅋㅋ 잠자냥 ㅋㅋㅋㅋ 멈칫하지말고 더 잘 쓰랑 말야!!!!! 독서괭님이랑 자칫하면 캐릭터 겹쳐요 ㅋㅋㅋㅋㅋ 둘다 소설파에 아이디도 냥이거든 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10   좋아요 1 | URL
아유 잠자냥님과의 비교는 제발 접어주세요. 비교 불가능한 분입니다 ㅎㅎ 캐릭터 겹칠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요 ㅋ

잠자냥 2022-07-07 17:24   좋아요 1 | URL
괭님 왜 그러세요. 오줌싸개끼리 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56   좋아요 1 | URL
오줌싸개로 공통점을 찾을 바에야 그냥 포기하겠어요..! (울며 달려간다) - 이거 다락방님이 자주 하시던 것 같은데..?

잠자냥 2022-07-05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귀신이 앞으로 확확확! 나오는 느낌! (그나저나 이 페이퍼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어릴 때 쉬 마려워서 꿈에서 쉬하면 걍 쉬….. 했다는 부분 ㅋㅋㅋㅋ 물론 저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5 22:48   좋아요 4 | URL
여고괴담 ㅋㅋㅋㅋ 가부장제가 귀신보다 무섭죠, 암요!ㅋㅋ
그쵸? 잘 때 마려우면 꿈에서 쉬하고 그럼 실제로도 쉬하고,, 많이들 그러시죠? ㅋㅋㅋ 저는 늘 꿈을 꾸고 한번 잠들면 잘 일어나지도 못하다보니 꿈에서 화장실 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실제로 안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6 08: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화장실 가고 싶은 거 참고 자면 꼭 꿈에서 화장실 찾아요.ㅋㅋㅋ
리뷰 읽는데 제2의?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과거로 과거로...여성들의 피해 역사는 끝없는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네요.
우크라이나 19세 소녀 이야기는 모바일에선 열리지 않아 기사를 읽을 순 없었는데, 미인대회에 나갔다고 돌을 던져 사망시켰다는 건, 추측컨대 소녀를 동네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저변이 깔려 있었다는 거겠죠?
2011년이면...10 년 전인데...어떻게 이런 야만적인 일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팠지만, 열거하신 사건들도 마음 아프네요.ㅜㅜ
당근마켓...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좌불안석이었을 것 같아요.
요즘엔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 불쾌함들 덕분에 아들과 남편을 교육? 시키는 중입니다.
엘베에서 여자와 단 둘이 탔을 때는 무조건 앞에 서고, 먼저 내려라!! 아니면 급한 일 아니면, 여자 먼저 태워 엘베 올려 보내라, 단 둘이 걸을 때는 여자 뒤에서 걷지 말고, 무조건 앞에서 걸으라고...괭님 리뷰 읽다 보니 더욱 철저하게 교육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암튼 리뷰 잘 읽었습니다.
늘 양질의 리뷰, 양질의 디저트 먹는 기분입니다^^

독서괭 2022-07-07 17:17   좋아요 1 | URL
오오 꿈에서 화장실 가는 분 또 나오셨네요 ㅎㅎㅎ 괜히 반갑고 막 ㅋㅋ
제2의 가부장제의 창조라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아 기사가 모바일에서는 안 열리는군요? 기사 내용이 자세하진 않은데, 이슬람 율법에 따라 형을 집행한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끔찍하죠 ㅜㅜ 돌팔매 사건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오는 듯 하더라구요.
책나무님 남편과 아들을 엄히 교육하고 계시군요 ㅎㅎㅎ 말씀하신 교육 내용을 제 아들에게도 가르쳐야겠어요^^ 특히 중요한 건 남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해야한다고 억울해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의 불편함보다 상대의 공포를 걱정하라고..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공쟝쟝 2022-07-07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좋네요. 진짜. 독서괭님 이 텐션 유지하면서 우리 쭉 갑시다 ㅋㅋㅋㅋ 좀 덜읽고 더 많이 쓸 시간 확보하세요!!!
제 깜냥에 괭님은 이미 충분히 읽으신 분인 듯 ㅋㅋ

독서괭 2022-07-07 17:19   좋아요 1 | URL
으아 요 며칠 체력이 바닥을 쳐서 너무 힘드네요 ㅜㅜ
읽는 건 목표치(월5권)만 달성하고 기록 남기는 데 좀더 신경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쟝쟝님은 소설을 안 읽어서 그렇지- 아니 근데 제가 쟝쟝님 읽은책 중에 소설 뭐 있나 쭉 한번 봤는데 생각보다 많던데요?!
 

영원회귀(for 쟝쟝)

얼른 훑어봤는데, 내가 당시 좋아라 했던 부분은 이런 내용인 것 같네요(사진). 왠지 쟝쟝도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고딩 때 읽고 그냥 야한 소설인 줄 알았던 ㅋㅋ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20중반?에 다시 읽고 난 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시작에서 영원회귀설 얘기가 딱 나옴!(아래 인용은 이 소설 첫 부분)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것이 어느 날 그대로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영원한 회귀의 신화는 부정의 논법을 통해,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생이란 하나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그 인생은 아무런 무게도 없고 처음부터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서, 인간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무리 아름답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 잔혹과 아름다움이란 것조차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14세기 아프리카의 두 왕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와중에 30만 명의흑인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하게 죽어갔어도 세상은 바뀌지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잔혹함이나 아름다움 따위는 전혀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셈이 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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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삶의 내면성은 신의 초월성을 대체한다 (to. 단발머리 from. 독서괭)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7-03 00:08 
    (중2주의) ㅋㅋㅋ난 내가 세상에 왜 존재하는 지 정말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뭐랄까… 이럴 때 가족이라는 제도는 참 유용한 것이…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것 말고는… 딱히 왜? 만약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은 거고, 지금 당장 눈을 깜빡 하면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어. 그건 되돌이킬 수도 없는 이후의 선택이 없는 없음이 되는 거야. 라고 하면. 역시 눈을 깜빡, 해버리고 싶다. 아픈 건 이제 정말
 
 
수이 2022-07-02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좋아하실 거 같다니까 저도 좋아할 거 같아집니다 벌써 독서괭님 ^^

독서괭 2022-07-02 12:52   좋아요 1 | URL
쟝쟝님이 좋아하는지 한번 봐야겠네요 ㅎㅎ

공쟝쟝 2022-07-02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헤, 잠시만요 틈틈히 읽어보고 지금 대중교통인데 거칠게 엮인 글 쓸게요 ㅋㅋㅋ

독서괭 2022-07-02 12:52   좋아요 2 | URL
😘😘😘

공쟝쟝 2022-07-02 22:23   좋아요 2 | URL
스마트 폰으로 써서 엮는 것은 컴터 키고 ㅡ ㅋㅋ 저도 <참을 수 없는..>을 읽었는 데요, 이런 멋진 문장이 있었군요 ㅋㅋㅋㅋ!! 저는 후반부에 ‘키치’가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서 좋아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정말 고약하게 잘쓰는 사람인 듯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2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어쩌면 니체처럼 말하는 게 솔직하다고 생각해요. 아닌 척 하는 것보다요 ㅋㅋ 저도 대중교통 이동중인데 못 쓰겠음요 ㅋㅋㅋㅋㅋ 넘 흔들려

수이 2022-07-02 13:26   좋아요 3 | URL
써요!!!!!!

단발머리 2022-07-02 13:28   좋아요 2 | URL
제가 외출하면서 렌즈 끼고 나왔어요. 잘 안 보여요 ㅋㅋㅋ 버스에 사람 넘 많고 더워요 ㅠㅠ 근데 갑자기 내 앞에 자리 남 ㅋㅋㅋㅋ 쓰라는 비타님 알림 뜨자마자 컥 ㅋㅋㅋ

독서괭 2022-07-02 13:54   좋아요 2 | URL
혹시 쟝쟝님이랑 만나시는 건가요 ㅋㅋ 두분다 대중교통 ㅋㅋ

단발머리 2022-07-02 21:48   좋아요 3 | URL
네에 ㅋㅋㅋㅋㅋ (속닥속닥)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022-07-0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4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