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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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런 픽션인듯 픽션 아닌 픽션같은 논픽션이 다 있담? 과학논픽션이 다 이렇다면 앞으로 열심히 읽을 용의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과학논픽션인가? 아니다. 전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르포도 아니고, 그 모두이며, 이 책은 그냥 이 책이다. 어류가 하나로 묶일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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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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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머리가 묵직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엊그제는 잠들었다가 밤중에 설핏 깼는데, 문득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평소 이런 생각 잘 안하고 사는 MBTI 'S'인 자..) 아래 사진의 부둣가로 가서 새우깡 얻어먹으려는 갈매기가 바로 나다. ㅋㅋㅋ 




아 힘들어.. 힘들다.. 하며 뒤척이던 내게, 문득 요즘 듣고 있는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시시포스 이야기('하데스와 시시포스')가 떠올랐다. 

시시포스는 잘 알다시피 하데스에 의해 형벌을 받아 저승에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고역을 치르게 된다. 김영민 교수는 시시포스의 이 형벌은 단순한 노고도, 단순한 덧없음도, 단순한 끝없음도 아니고, 이 세가지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가공할 괴로움이라고 한다. 이 3요소 중 하나라도 제거할 수 있다면 괴로움은 훨씬 덜어질 것이므로, 어떤 이들은 노고를 제거하고자 하고(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 어떤 이들은 덧없음을 제거하기 위해 보람을 찾고, 어떤 이들은 이 힘들고 덧없는 삶이 적어도 당대에서 끝나리라는 위안을 찾는다고. 

김영민 교수가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이 괴로움에서 탈출하기 위해 번식하지 않는 걸 택하게 된 사람들에게, 정부가 할 일은 '가임기 여성지도' 따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무의미한 노역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일침이지만- 한밤중 뒤척이던 내게 이 이야기는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느꼈던 감정이 '덧없음'을 제거한 결과였구나. 아이를 낳은 후 나는 절대 아이가 다 자라 독립하기 전에는 죽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이게 다짐으로 될 일은 아니지만), 운전 중 너무 졸릴 때면 다리를 꼬집고 뺨을 때리며 내가 죽으면 엄마를 찾으며 울 아이들을 생각하곤 한다. 내 시간이 훌쩍 줄어들고 고난은 늘어났지만, 허무는 자리할 곳을 잃게 되었다.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올리브는 80살이 넘어도 여전히 봄에 새로 피어나는 생명들과 햇빛에 감동하며 또 한해를 살아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달라지는 생명을 곁에 두고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허무주의를 날려버릴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나 다름없다. 다만 에너지 충전이고 뭐고 고난이 너무 크면 소용없을지니,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 엄마 한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환경이 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산업부 장관 후보인 모 인사는 2010년도에 '출산 기피 부담금'을 도입하자는 칼럼을 썼다는데.. 개인 책임주의를 논하기 전에 사회의 책임을 논해주길 바란다. 


엊그제는 세월호 8주기였다. 김영민 교수의 책에 나오는 이 세월호 이야기를 듣다가 울컥,,  


2년 전 봄, 남쪽 바다에 어떤 참사가 닥쳤을 때, 그 참사는 미증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배는 여전히 바다 위에 떠있었고, 참사가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배에 탄 사람들은 걷거나 멀미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화장실에 갔다. 그들은 이동중인 일상을 살고 있었고 그 일상이 물에 잠겼으며 그 과정은 전국으로 생중계 되었다. 퇴근 중인 직장인이 교통법규를 무시한 트럭에 받치는 모습이 스팸을 구워먹던 가족들에게 느리게 생중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비극은 우리의 안방으로 무심히 걸어 들어왔다.  - '참사는 오래 지속된다' 중


'참사는 오래 지속된다'와 '하데스와 시시포스'를 듣고 나니 아무래도 이 책은 사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묵직하고 현실과 직접 닿아있는 책이다. 저자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니 당연한 건가. 아직 끝까지 듣지 못했지만 일단 별다섯 주고 나머지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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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18 14: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04-18 15:01   좋아요 3 | URL
S+뒤메질 다락방님, 또 사놓고 이거 왜샀지? 고민하지 마시고요 ㅎㅎ

건수하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N인줄 알았으나 최근 S임을 알게된자… 저 4컷 만화에 빵 터졌어요.

육아는 축복이지만 또 괴롭습니다… (주말에 아이랑 한 판 하고 회복이 안되는 중)

독서괭 2022-04-18 15:03   좋아요 2 | URL
어 저도 약간 제가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철학에도 관심 쬐꼼 있고..? 근데 저 갈매기 만화 본 순간 아 나는 S구나 싶었어요 ㅋㅋ 지금 새우깡이 중요하지 이 길의 끝이 중요해?!(버럭)
주말에 한판 하셨군요 ㅠㅠㅠ 아이와 관계는 회복이 더 중요하다 하니 잘 회복하시길 응원할게요..!!

건수하 2022-04-18 15:04   좋아요 3 | URL
아 아이는 멀쩡하구요… 제 멘탈이 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ㅁ;

새우깡이나 생각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4-18 15:09   좋아요 2 | URL
아이는 멀쩡.. 하다니 다행이네요 ㅋㅋㅋㅋ 수하님, 맛있는 거 드시며 회복하세요~^^

미미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저번 페이퍼보고 주문했는데 함께 주문한 다른 책이 늦어져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ㅡS들에게 끌리는 N으로부터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5:05   좋아요 2 | URL
오 미미님 벌써 주문을?? 이 책은 S에게도 N에게도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평 보니까 악평도 좀 있긴 하던데.. 미미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저도 N들에게 끌립니다. 제 남편도 N인 것 같아요 ㅋㅋ

거리의화가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인 저 괭님 글 읽고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이 책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를 주는군요! 찜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04-18 15:07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S이시군요 ㅎㅎ 초반에 연달아 듣고 있자니 조금 지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떤 꼭지들은 굉장히 좋더라구요. 이분 신간도 궁금하네요.

공쟝쟝 2022-04-18 14: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대신 김영민 겨스의 <공부.....> 는 추천 안해요. ㅋㅋㅋㅋ 그렇구나 S들은 그렇구나.... 아 한치앞도 모르는 극강은 N은 양자역학어쩌고 이러고 있는데 부끄럽네요 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5:08   좋아요 4 | URL
쟝쟝님 재밌게 읽으셨군요! <공부란 무엇인가>는 별로인가요 ㅎㅎㅎ 신간 <인간으로~>는 어떨지 궁금해요. 양자역학 어쩌고 하는 N을 저는 좋아합니다^^ 같이 새우깡 먹으며 양자역학을 논하면 좋죠 뭐 ㅋㅋ 저랑 다락방님은 새우깡을 맡을게요 ㅋㅋ

공쟝쟝 2022-04-18 15:15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는 좀 별로 였는데 잠자냥님이 <인간>은 좋다고 해서 또 멀어졌던 마음 다시 추스려 도전해보려고 해요. ㅋㅋ 글 재밌게 쓰는 사람 한국에 드물긴 하져 ㅋㅋㅋ 다락방과 독서괭조합을 저도 좋아합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7:49   좋아요 4 | URL
아 그 책이 잠자냥님의 바로 그 ‘절구책‘이네요! 절구 땜에 좋은 평가는 까먹고 절구만 생각남..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4-18 15: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우깡때문에 웃으며 들어왔다가 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요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를 자꾸 기억하며 여기저기 문자를 남기고 있는데... 황무지위에 눈이 녹으며 땅의 민낯이 드러나고 고통을 뚫고 싹을 틔워올리는 ... 암튼 요즘 너무 맘이 아픕니다.
저도 이 책 찜요!

독서괭 2022-04-18 17:50   좋아요 3 | URL
첨에 전반적으로 무거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새우깡 만화가 생각나면서 시작이 개그가 되었네요 ㅎㅎ
참으로 아름다운 4월인데 이 아름다운 때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ㅜㅜ
그레이스님께도 좋은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2-04-18 16: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새우깡 갈매기 넘 귀여운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INTJ 갈매기는 동료 갈매기를 아예 안 만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7:51   좋아요 5 | URL
갈매기 귀엽죠 ㅋㅋ
으악 인티제는 아예 저 그림이 안 나오는 건가요 ㅋㅋㅋㅋ 아니 아무리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ㅋㅋㅋ 쟝쟝님도 인티제 아녜요? 그럼 모여앉아 새우깡 먹으며 양자역학 논하는 그림은 불가능한 건가요 ㅋㅋ

잠자냥 2022-04-18 21:37   좋아요 4 | URL
모이지 않아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18 23:18   좋아요 3 | URL
아 나 빵터짐 ㅋㅋ 자냥님 저 위에 제 댓글 보여요? 난 양자 역학 생각했다고 했더니 ㅋㅋㅋ 괭님은 같이 이야기 하자고 하고 ㅋㅋㅋㅋㅋ 나는 같이 이야기하자는 말은 없고 독서괭 다락방 조합은 좋다 ㅋㅋㅋㅋ 라고 말하고 있어 ㅋㅋㅋㅋㅋ (동료 갈매기 안만남ㅋㅋㅋㅋㅋㅋㅋ… 모이지않아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23:31   좋아요 3 | URL
아 그러네 진짜 쟝쟝님 모이자는 말에 맞장구 안 치면서 슬쩍 좋아하단 말로 넘어갔구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진짜 안 모이는 사람들이군요 인티제 ㅋㅋㅋㅋㅋ

mini74 2022-04-18 17: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본인이 s인지 n인지 모르겠는자 ㅎㅎㅎ 입니다. 김영민교수의 글이 ㅠ 슬프네요. 4월은 슬픈 날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새우깡 먹고 힘내야겠죠 ㅠㅠ

독서괭 2022-04-18 17:52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렇다면 미니님은 경계에 있으신 거 아닐까요? 저도 어떤 부분은 경계에 있다고 느낍니다.
김영민교수의 저 글이 세월호가 준 충격을 잘 표현한 것 같더라고요. ‘엄마는 이미 지옥에 있어‘라는 한 엄마가 남긴 글도 너무 슬펐어요 ㅜㅜ

페넬로페 2022-04-18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책의 느낌만 있더라고요. 다시 종이책으로 읽어야겠어요.
저도 새우깡 얻으러 가는 새 같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우울합니다.
책도 안 읽히고 글도 안쓰고~~

독서괭 2022-04-18 23:33   좋아요 3 | URL
전 운전하며 듣다보니 순간적으로 운잔에 집중하다 놓치거나 딴 생각하다 놓칠 때가 있어요 ㅎ 그래도 그와중에 확 꽂히는 대목도 있더라구요. 발췌인용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ㅠ
아까 페넬로페님 서재 갔는데 요즘 거의 백자평만 쓰신 것 같아요. 휴식기가 지나면 또 힘이 나실 거라 믿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8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갈매기의 새우깡 생각에 공감되는 저도 결국 N이 아녔고 S였었나? 생각했어요.
전 INFP 라고 몇 년째 고수해 왔었는데 딸들이 나더러 성격 좀 이상해 보인다고 다시 정확하게 체크 해보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갑자기 죄다 반대로 나올까봐 무서워서 못하겠더군요. 저와 완전 반대의 유형이 울 남편이더라구요!!!! 아~ 무섭다!!!ㅋㅋㅋ
혼자 웃다가...세월호 이야기에 음...ㅜㅜ
4 월과 5 월은 너무 슬픈 달입니다ㅜㅜ

독서괭 2022-04-18 23:36   좋아요 2 | URL
새우깡에 공감 ㅋㅋㅋㅋ 나무님, 근데 애키우며 애들이랑 싸우고 그러다보면 점점더 S가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애들 입에 넣어줄 새우깡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ㅋㅋ
유형 사이 경계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몇년 지나면 바뀌기도 한다더라구요~ 완전 반대가 남편님이시군요 ㅋㅋㅋ 닮아가셨으려나요?
4월 5월 풍경이 아름다워서 더 비극적인 것인 것 같아요 ㅜㅜ

햇살과함께 2022-04-19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 네컷 너무 찰떡이네요 여기 S 한명 추가요~

독서괭 2022-04-24 23:09   좋아요 1 | URL
오 햇살님도 S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새우깡 얼마나 중요합니까 ㅎㅎㅎ
 

5년 전 나름 열정적으로 썼던 리뷰.. 벌써 5년이라니 세월 빠르네요^^

http://bookple.aladin.co.kr/~r/feed/16177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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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7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년!
존경합니다!^^

독서괭 2022-04-08 09:28   좋아요 0 | URL
존경이라니요. 부끄럽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07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베 책 안읽었는데 읽고 싶게 만드시는군요?
그리고 앞으로 5 년 후의 괭님은??^^

독서괭 2022-04-08 09:28   좋아요 1 | URL
오베가 좋아서 배크만 책 여러 권 읽었는데 아직까진 오베가 제일 좋더라구요.
5년 후 나무님과 함께 올리브 재독 ㅋ

책읽는나무 2022-04-08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제로다!!!
5 년 뒤에도 괭님과 친구 하면 난 나이 안먹고 이대로??ㅋㅋㅋ
축제로다!!!^^
 
올리브 키터리지 + 다시, 올리브 세트 (리커버 특별판) - 전2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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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는 늘 등 돌린 채 손을 높이 올려 흔드는 올리브. 

단지 뉴욕 출신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쌀쌀맞게 대하는 올리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쌀쌀맞게 대하는 제자를 단호히 꾸짖는 올리브.

자신은 속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꽤 속물인 올리브. 

자기의 불행을 위로하기 위해 더 큰 불행 속에 있다고 생각한 이웃을 찾아갔던 올리브.


이 올리브라는 인물은 어느 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 대단히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여성이다. 

작가는 올리브가 화자로 등장하는 단편 뿐만 아니라 그저 이웃이 지나가듯 언급하는 인물이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 등장시키는 단편들을 통해 올리브라는 캐릭터를 여러 층위로 쌓아나간다. 


덩치가 크고 성격이 강해서 대체 누가 그녀와 살고 싶어하겠냐는 소리까지 듣곤 해도, 

두 명의 남편으로부터는 진짜 사랑을 받았던, 아내로서의 올리브. 

심장의 바늘같은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의 올리브.

어떤 제자에게는 그저 무서운 선생이지만 어떤 제자의 마음 속에는 평생 곱씹을 말을 남긴, 스승으로서의 올리브. 

얼결에 이웃의 아기를 받아주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웃을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이웃으로서의 올리브.

노년에 이르러서야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딸로서의 올리브. 


작가가 올리브가 사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포착해 보여주는 

인간의 모순되고 한심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연민하게 되고야 마는 면면들. 

노년에 이르러서야 시작되는 어떤 것들도 있다는 것을, 

80년이 넘게 살아도 여전히 햇빛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늙어도, 주름져도, 살쪄도, 아름답지 않아도,

여성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잘 지어진 벽돌집 같다.

벽돌 하나를 빼서 아무리 살펴본들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듯이,

인용문을 넣으려 일부분을 발췌하면 글 전체의 아름다움을 전혀 전달할 수가 없다.

단편 하나 하나를 통째로 읽어야 한다. 


그러니 결론은..

꼭 읽어 보시라는 것^^ 

편당 편차가 거의 없이 다 좋으니, 미리보기로 한편 읽어본 후 마음에 들면, 구매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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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30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고나면 꼭 예쁜 애들이 나옵니다 ㅠㅠ 슬퍼요. ~~ 알고보면 따뜻한 올리브죠 *^^*

독서괭 2022-03-30 12:35   좋아요 1 | URL
따뜻한 면도 있고 냉정한 면도 있고.. 한 사람이 지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넘 좋더라구요~^^ 책 늦게 사는 게 장점도 있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03-30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커버로 다시 사고 싶네요.
잘 지은 벽돌집 같다는 말씀에 동감이에요 ^^

독서괭 2022-04-01 11:48   좋아요 2 | URL
구판으로 읽으셨군요! 동감해 주시니 기쁩니다~^^ 리커버 표지랑 상자가 예뻐서 좋아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3-30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보고 나니 올리브 리커버 사두고 팽개친 제 자신이...^^;
다음달에는 반드시 조금이라도 읽어야겠다 결심합니다.

독서괭 2022-04-01 11:48   좋아요 1 | URL
화가님 역사책 읽기에 매진하시느라 ㅎㅎ 이번달에 시작해 보세요~^^

새파랑 2022-03-3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군요 ^^이제 책 사는걸 그만해야하는데 욕심이나네요~!@

독서괭 2022-04-01 11:4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읽는 만큼 사고 계시니 더 자제하실 필요 없을 듯요 ㅎㅎ

수이 2022-03-30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만나고난 후에 얼마나 인간은 모순적이고 불완전한지 다시 깨닫고 숨쉬기가 편해지더라구요. 리커버판의 유혹을 물리치고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집에 있는 구판으로 ㅠㅠ

독서괭 2022-04-01 11:50   좋아요 2 | URL
비타님께 그런 큰 의미가 되어준 책이군요!^^ 저도 그런 점이 참 좋았습니다.
번역도 좋던데구판 <올리브 키터리지>랑은 같은 역자네요~ 전 한 5년 뒤에 재독하고 싶습니다 ㅎ

다락방 2022-03-30 14: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뭔가 올리브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이 리뷰 읽으면 잘 알아줘서 고맙다고 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올리브를 독서괭님도 좋아하시니 너무 좋네요. 으흐흐흐흐

독서괭 2022-04-01 11:51   좋아요 2 | URL
으흐흐흐흐 다락방님 덕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여운이 좀 가시고 나면 루시 바턴 읽어보려고요!

책읽는나무 2022-04-02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단한 벽돌집!!!
와~~바로 와 닿아요^^
괭님의 리뷰는 요점정리 정말 잘되어 있어 빌려보고픈 친구의 독서노트장 같군요ㅋㅋㅋ
또 읽고 싶다!!!!! 올리브 언니 이야기♡
 
드립백 니카라과 산타 루실라 #3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향과 맛이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만 못한 것 같다. 맛있게 마셨지만 재구매는 안 할 듯! 디카페인은 재구매해서 마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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