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어느 계단의 이야기 - 희곡 대산세계문학총서 9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지음, 김보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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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좁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의 특성을 살려 공간 변화가 거의 없으면서도 그 안에 삶의 핵심을 찌르는 통렬함을 담아낸 수작으로 느껴진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도 좋았지만, <어느 계단의 이야기>를 덮으면서는 크~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자냥오별, 품질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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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오별이 좀 과장되거나 제 취향덕에 더 부풀려질 때도 있지만 이건 그냥 별다섯!

독서괭 2023-05-06 10:13   좋아요 0 | URL
지금까진 자냥오별에 실망한 적이 없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3-05-06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곡 작가 잠자냥님이 추천했으니 동의합니다~!!

독서괭 2023-05-06 10:14   좋아요 2 | URL
이제 보니 골드문트님-새파랑님-잠자냥님이 희곡마니아 2-4위시네요? 새파랑님 언제 치고 올라가셨나요! 깜놀😳

새파랑 2023-05-06 10:1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빼주십시요~!! 두분들에 비해 너무 허접합니다 ㅎㅎ

독서괭 2023-05-06 10:37   좋아요 2 | URL
에이 새파랑님 겸손의 말씀!!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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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동안 꽤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년 동안 별로 연락을 못하고 지냈는데, 늘 활달하고 씩씩하고 멋있던 사람이 아파서 요양중이라는 이야기를 갑자기 듣게 된 것이다. 크게 충격을 받고, 남은 오후 업무시간 동안 화장실을 드나들며 몰래 울었다.

그러고는 나도 며칠 심한 감기를 앓았다. 후두염이 유행이라더니 목이 붓고 아파서 잠도 푹 못자고, 애들에게 옮길까봐 노심초사(애들은 이미 감기에 걸려 있었지만..). 비몽사몽한 시간을 보내며 고통에 대해 생각했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다른 사람이 100%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같은 일을 동시에 겪어도 실제 감각하는 고통의 정도는 서로 다르다. 설령 객관적인 고통의 강도가 완벽하게 동일하다 하더라도(그런 객관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이를 겪어내는 사람의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체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재벌에게도 병마는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그러나 최고의 의료 환경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병을 앓는 사람이 체감하는 고통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람이 체감하는 고통과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이 겪는 고통을 지켜볼 때, 우리 속에서는 이런 것들이 튀어나온다.


1.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연민

2.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

3.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이 책,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를 쓴 유가영 작가는 가장 큰 상처를 준 말로,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특례제도를 마련해준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자 달린 댓글, 

"이럴 줄 알았으면 세월호 탈걸 ㅋㅋㅋ" 을 꼽았다. (지금 책이 딴데 있어서 워딩이 정확치 않음) 

이 댓글을 쓴 자에게는 1번 연민이 없을 뿐만 아니라 2번은 휘발되었고(참사 무렵에는 있었을 것이다) 3번은 왜곡되었다.

참사의 순간,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겪어야만 했던 공포나 같은 학년 친구들의 사망 소식이 가져다주었을 충격, 살아남은 자로서 느껴야만 하는 죄책감과 후회.. 그런 것들을 상상할 능력은 없으면서, "비극을 겪은 나"라는 자기연민을 바탕에 깔고 공부 안해도 대학에 쉽게 갈 수 있는 자신을 상상할 뿐. 그러고 나면 희박했던 2번 안도의 감정은 휘발되고 그것이 혜택을 못받는 억울함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매우 유아적인 수준의 댓글을 단 누군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유가영은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놀러 갔다 죽은 건데"라는 등의 말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모습에 많이 슬펐다고 썼다. 


개인적 고통이 사회적 고통으로 치환될 때가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사회적 고통은 사회적으로 유발된 고통이다. 개인적 고통은 대체로 평등해서, 누구도 고통이 자신을 피해가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고통은 특정한 집단이 가진 조건에 의해 발생하므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 위생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든지, 인종,성별,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겪는 차별 등이 주는 고통이 예가 되겠다. 이 경우 2번의 안도가 해당 외 집단의 구성원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3번으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물론 사회적 고통으로 인식되어야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적 고통이 소거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이, 책임 소재가 문제되는 순간 정치권에서는 이를 소수 집단에 한정된 고통으로 몰고 가려 한다. 그리고 사건과 정치를 엮는다. 그렇게 사회적 고통으로 만듦으로써 개인적 고통들은 축소하고 희석시킨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을 지치게 만들어 1번 연민조차 엷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고통을 호소하는 희생자들을 향하는 시선에 남는 건 "그만 좀 해"가 되는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만 득을 보는 꼴이다. 


그러므로 연민과 안도와 상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고통스러울 때 사람은 고독해진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 없이 살 수 없음을 깨우쳐주는 것 또한 고통이다. 나의 고통과 당신의 고통은 매우 다르지만, 고통스러울 때 어떤 마음과 손길이 필요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100%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그 자체로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려고 얘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진주의 결말' 88쪽)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가능하다"고 답하고 싶다. 불가능하다고 답하는 많은 이들의 내심에는, "이해='완전한'이해"라는 등식이 깔려있지 않을까? 완전이나 완벽이 세상에 존재하기란 거의 완전이나 완벽하게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완전이나 완벽을 상정하곤 한다. 10%만 이해하면 어떤가. 아주 많이 노력하면 50%를 넘어, 70이나 80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일이 연민과 안도와 상상력을 보존 내지 강화시켜 준다면. 어차피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해, 라는 말로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진주의 결말' 속 진주와 같이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희망을 걸어보는 편이 아름답지 않을까.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내기까지 유가영 작가가 감당했을 고통을 100% 가늠하기란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아주 조금만, 조금만 더, 거기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될 것이다. 책을 써 주어 고맙다. 살아있어 주어 고맙다. 타인의 고통을 향해 눈돌리는 당신의 노력에 아주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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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8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4-18 22: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은 요즘 썼다하면 이달의 당선작이네요!

독서괭 2023-04-19 23:17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이달의당선작 선정위원이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05-10 15:10   좋아요 1 | URL
헐 나 맞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성지순례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5-10 15:52   좋아요 0 | URL
ㅍㅎㅎ 잠자냥님 덕에 된 게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잠자냥님 글들은 당선감이 많아서 맞추기 어려워요 ㅋㅋ

잠자냥 2023-05-10 17:30   좋아요 0 | URL
제 덕이라니요. 괭님의 글이 좋아서지요. ㅎㅎ

2023-04-1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4-19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통은 개인적인게 맞는거 같아요 ㅜㅜ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함부러 낮게 가하면 안될거 같습니다~~ 지인의 소식에 많이 힘드셨겠네요 ㅜㅜ

독서괭 2023-04-19 23:21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위로 감사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지요…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역시 소설을 읽어야 하는 듯 합니다!!(아 소설 읽고프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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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토요일에 이어 <노인과 바다>를 마저 읽었다. 헤밍웨이야말로 초월을 끝임없이 지향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냥과 낚시와 전쟁과 위험을 쫓아다닌 그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갈릴 수 있겠지만, 직접 체험보다는 간접 체험에 의해 모든 걸 쉽게 경험하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 불꽃같은 삶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좀더 읽어야겠다.

너무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하는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 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더라면. 저 고기를 낚지 않고 차 라리 신문지를 깐 침대 위에 그냥 누워 있었더라면.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그 가 말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저 말린을 죽인 것이 정말 미안하군. 그는 생각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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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4-01 1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데 벌써 4월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ㅠㅠ 3월에 글 하나 못 쓰고 제2의성도 못 끝내고(지금 매춘부와 고급창녀 읽는중) 이웃임들 글도 거의 못 읽고 흑흑 ㅠㅠㅠㅠ

단발머리 2023-04-01 11:09   좋아요 4 | URL
저도 오늘 4월이라 달력 한 장 뜯으며 눈물 훔쳤어요 ㅠㅠ 이리 와요, 독서괭님! 흑 ㅠㅠㅠ

독서괭 2023-04-01 11:30   좋아요 2 | URL
단발님 어흥흥😭😭😭

독서괭 2023-04-01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페넬로페님 댓글 어디 갔습니까??? 설마 제가 실수로 지운 건 아니죠??😱😱😱

책읽는나무 2023-04-03 08: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왜 지웠어요?
만우절이라서????ㅋㅋㅋ

독서괭 2023-04-03 20:47   좋아요 1 | URL
제가 지운 걸까요??ㅠㅜ 읽긴 읽었는데 대댓을 못 달고 있던 사이에;;
 
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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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마다 한꼭지씩 아껴 읽었다. 처음에는 훗훗 하면서 한번씩 웃다가, 음성품바축제에 이르러서는 그장 전체에 배꼽을 잡았고,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서는 김혼비의 박력에 반했으며, 양양연어축제에서 숙연해졌다가, 마지막 산청곶감축제를 읽으며, 아-젠장, 역시 난 김혼비가 너무 좋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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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2-09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혼비 좋아요. 한 권 밖에 안 읽었지만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9 15:31   좋아요 3 | URL
뭐 읽으셨나요? 저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아무튼, 술>, <다정소감>, 그리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다 재밌어요!

단발머리 2023-02-09 15:32   좋아요 2 | URL
저는 다정소감 읽었어요 ㅋㅋㅋㅋ 김혼비 화이팅!! 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9 15:59   좋아요 1 | URL
다정소감이 제일.. 덜 웃깁니다!! ㅋㅋ

건수하 2023-02-09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 김혼비!

전 이거 빼고 세 권 읽었는데 아무튼 술이
제일 좋았어요 ^^

독서괭 2023-02-09 16:00   좋아요 2 | URL
오 수하님도 김혼비 작가 개그코드가 맞으시는군요!
이렇게 네권이 단행본 전부니까, 저는 다 읽은 찐팬 ㅋㅋ
수하님도 세권 읽으셨으니, 이 책도 읽어보세요^^

미미 2023-02-09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김혼비의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괭님이 반하신 김혼비의 박력 어떨지 궁금해요ㅋㅋㅋㅋ

독서괭 2023-02-13 12:49   좋아요 0 | URL
와일드푸드축제에서의 박력이라면, 뭔가 예상되지 않으십니까? ㅋㅋㅋ 미미님도 김혼비에 입문해보시죠^^

공쟝쟝 2023-02-09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입에서 젠장이라는 형용사(ㅋㅋㅋ) 나오다니요!!! 저는 축구 넘 좋았는데… 아무튼 술 읽고 실망했어요…너무 착한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술마시고 한 개짓을 생각해보면….) 작가님 너무 착해서 맘에서 멀어진 거지, 특별히 재밌는 에세이란 것엔 동의합니다ㅋㅋㅋ 축제자랑 킵킵!

독서괭 2023-02-13 12:51   좋아요 1 | URL
음 제가 젠장이라는 말도 안 쓰는 얌전괭으로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있었군요 ㅋㅋㅋ 아무튼 술에 실망하시다니 무슨 일? 했는데 ‘너무 착해서‘라니 ㅋㅋㅋㅋㅋ 쟝쟝님은 술 취해 많은 일을 하셨나봅니다 ㅋㅋㅋ 김혼비 개그가 취향에 맞으시다면 축제자랑도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singri 2023-02-0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데 진심 딱이네요ㅋ웃길꺼같습니다ㅋㅋ

독서괭 2023-02-13 12:52   좋아요 1 | URL
네 엄청 웃기고요, 지역축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하는 글들입니다. 싱그리님도 함 읽어보시죠^^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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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이는 나처럼 꼰대의 일장훈계를 연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이미 마리 루티라는 저자에 대한- 읽지도 않았지만 북플로 인해 가지게 된 - 신뢰가 있기에 예상은 했지만, 도입부의 이런 문장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나는 기질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고정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진정성"이란 특정 성격의 특성이나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진정성은 우리 존재에 대한 어떤 영구적인 진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특징인 계속되는 변화의 과정에 우리가 어떻게 발을 내딛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 P33


누구나 알 만한 풍자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나다운 게 뭔데?"라는 항변을 철학적으로 번역한 게 아닐까. "너답지 않다"라는 말에는 "나다운 것", 나의 기질, 나의 속성, 나의 핵심, 이른바 진정한 나 자신이라는 것이 고정불변하게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거기에 대항하는 "나다운 게 뭔데?"는 나에 대해 니가 얼마나 안다고 건방진 소리를 하냐는 방어적 태도 뿐만 아니라, 나다운 건 변화할 수 있다는, 기존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나다운 것으로서 내가 형성해나가는 내 모습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답이 들어있지 않은가? 


이 책은 기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나의 기질의 부름을 듣고 그에 따라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펼쳐가며, 우리를 가치있는 삶에서 멀어지게 하는 방해요소들-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현란한 광고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반복강박 등 - 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전체는 3부로, 각 부는 3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은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꽂힌 라캉의 'the Thing' 이론은 앞서 다른 페이퍼에서 언급한 바 있다. the Thing 이론과 함께 이 책에서 다룬 기질, 반복강박 등은 계속 뇌리에 남아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떠올리게 된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 숫자와 순서는 책의 목차와는 관계 없습니다. 



1. 성숙한 자아는 유연하다.



 가장 "성숙"한 자아란 경계를 확실히 알고 긋는 자아가 아니라, 경계를 계속해서 재설정할 줄 아는 자아다. 가장 "발달된" 자아는 고도로 구조화된 자아가 아니라 가장 덜 구조화된 자아로, 다양한 정체성의 차원을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다. - P67


2. 불행은 삶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 요소다. 



질병, 사고, 기타 불행과 같이 우리 힘을 약화시키는 것들조차도 삶에 새로움을 가져다 주며, 우리가 그러한 시련에 맞춰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련을 쇠퇴의 징조로, 우리 자신의 어떤 중요한 부분을 잃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삶의 과정이라는 것이 언제나 더 나아지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힘이나 능력을 앗아가는 역경조차도 삶이라는 과정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좋냐 냐쁘냐 또는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그 자체의 문제다. 인간의 삶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으므로 맞서 싸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자극과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할 것인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P72, 73



3. 인간에게 결여란 근원적인 것이며,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완전한 자기만족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앗아 간다. 따라서 우리는 완전히 행복해질 수 있고 세상과 완벽하게 조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결코 실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실현할 수 없는 환상이 우리 인간이 지닌 원대함의 근원이다. - P91

라캉은 우리 자신이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은 사회화를 이루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이기에 원초적인 것이며, 그 느낌을 없애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회화되기 이전의 우리는 아직 자신을 독립적인 실체로 이해하지 못해서 실제로 우리가 세계고 세계가 우리라고 이해한다. 사회화는 적어도 두 차원에 걸쳐 이 환상을 철저히 깨뜨린다. 먼저 일반적인 차원에서, 사회화는 우리와 어머니(혹은 우리를 돌보는 양육자) 사이에 어떤 쐐기를, 즉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을 심어 놓음으로써 환상을 깬다. 보다 상징적인 차원에서는, 우리가 우주의 배꼽이라는 자기애적 감각에 큰 타격을 가져옴으로써 다시 환상을 깬다. 우리는 완전한 존재이며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존재라는 우리의 유아적 환상을 깨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이 환상을 부당하게 강탈당했다고 단단히 착각하여 충족될 수 없는 갈망을 갖게 된다. 우리는 잃어버린 환상, 실낙원a lost paradise을 결코 되찾을 수 없지만 되찾길 추구하며 여생을 보내게 된다. 애초에 우리가 이 낙원을 소유한 적이 없다는 사실, 우리는 결코 완전한 존재였던 적이 없으며 단순하고 마음이 태평하기만 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은 낙원을 되찾으려는 우리의 결심을 조금도 굽히지 못한다. 라캉은 이 실낙원을 "큰사물the Thing"로 명명하는데, 이 대문자 T는 그것이 그저 평범한 환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매우 특별한 것임을 나타낸다.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욕망이 바로 이 큰사물이다. 일부 사람들은 큰사물이 상징하는 실낙원을 초자연적인 낙원으로 대체한다. 이것이 종교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의 대체물을 찾는 과업에 착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을 경감시키고자 많은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고 다양한 열망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것이 라캉이 "대상이란 본디 재발견된 것이다."라고 주장한 이유다. 우리가 창조하거나 발견한 모든 "대상"(모든 사람이나 열망)은 항상 원래 잃어버린 사물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재발견"되는 것이다.   - P94, 95



4. the Thing의 울림과 접촉이 끊기면 허무에 이른다.

   접촉의 방해물 1: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상업 시스템 



평범한 대상에서 큰사물의 울림을 찾는 우리의 능력, 라캉의 말을 빌려 다시 말하자면, 일상적인 사물에 "큰사물의 존엄성""을 부여하는 우리의 능력이 우리를 잠식해 오는 무無라는 감각에 대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비라는 것이다. -  P105

일반적으로 삶이 무감각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큰사물이 전하는 울림과 접촉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욕망이 지닌 아주 독특한 결과 같은 결을 지닌 대상과, 허구의 만족을 주는 대상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상업 시스템이 큰사물의 울림을 없애 버린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 P109, 110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우리의 욕망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단지 세계화된 경제 구조, 즉 무엇이 바람직한지 매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구조의 특정 범위 안에서만 욕망하도록 학습되고 있다는 뜻이다.  - P239



5. 접촉의 방해물 2: 반복강박

   반복강박을 유발한 과거를 외면하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반복 강박은 큰사물의 특별한 울림이 우리 삶에 불러오는 일종의 혼란을 부단히 없애려한다. 다시 말해, 큰사물을 향한 우리의 충성심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 예측 가능한 일이라는 표면을 깨고 나올 수 있게 하지만, 반복 강박은 이 표면을 수비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강박이 완고할수록 우리는 큰사물의 아우라를 극적으로 부활시키고 삶을 변화시킬 큰 잠재력을 지닌 바로 그 대상(또는 활동)을 거부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 P129

과거를 땅속에 파묻으려고 (또는 추방하거나 무시하고 외면하려고) 하면, 우리는 과거를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 (억압된 과거가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의식적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계속 "기억"하게 되고, 그 결과 무의식 속의 악마는 더욱더 탐욕스러워진다. 게다가 우리가 이 악마를 의식하기를 포기하면, 악마를 통제하는 능력 또한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악마의 (언젠가는 다가올) 기습에 제대로 경계 태세를 갖추지 못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삶의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 행동의 특징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악마가 하려는 일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 P187

기질을 형성한다는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과거에서 공급받은 원재료를 (제한적일지라도) 어느 정도 우리의 이상에 걸맞은 현재의 현실로 변환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P140



6. 친밀한 관계는 기질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어떤 관계는 그저 죽어있는 것일 뿐이므로 빨리 벗어나자. 



더욱 친밀한 관계가 우리와 우리가 외면해 온 모습을 만나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가 낭만적인 동맹의 관계를 갈망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 동맹 관계가 우리 내면의 비밀스러운 방의 문을 열고, 우리 안에서 억압받거나 경시되었던 기질의 측면을 소생시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랑은 우리가 감추어야 한다고 배운 성격의 아주 은밀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소환해 낸다. 이렇게 우리 안에 묻혀 있는 특성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은 삶에 특별한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기에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침묵하던 것이 갑자기 말을 하게 되고, 무시당하던 것이 세상으로 뛰쳐나오고, 버려졌던 것이 삶의 경쟁 속으로 다시 들어오게된다.  - P157

독신 생활은 공허하고 황량하고 우울하고 절망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되어 버렸다.
독신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이런 방식은 두터운 연인 관계에도 엄청난 공허함, 황량함, 우울함, 절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장기적 동맹을 맺고 있는 커플의 일상적인 현실이 우리 문화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항상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을 띠고 있진 않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물론 결혼이 영혼을 죽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많은 이가 결혼 생활에서 절망스러울 정도로 외로움을 느낀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한다고 느낀다. 또한 많은 동맹 관계는 서로가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일상과 편의, 의무 또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으로 묶여 있다는 의미에서 본질적으로 "죽어 있는 상태"다.

이러한 동맹 관계에서 우리는 마치 고갈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이러한 느낌은 우리를 덮쳐 버릴 수도 있다. - P160, 161



7. 과거/반복강박을 의식한다고 하여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서로의 한계와 책임을 인정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무의식적 동기라 해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면, 타인이 자신을 자제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 속을 잘 모르겠다는 것을, 즉 무의식적인 악마가 우리가 내린 올바른 판단을 무시하고 타인을 해치도록 몰아간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 또한 타인의 윤리적 실수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우리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타인들도 똑같이 그러하다는 것을 이해하여, 말하자면 일종의 취약성의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 - P193

무의식적인 삶의 세계를 탐구하라는 프로이트의 말이 우리더러 제멋대로인 방종 상태에 빠져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오히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습관이 관계를 포함한 이 세계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우리가 잘 인식하여, 세상과 상호 작용할 때 더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길 바랐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프로이트는 실수가 항상 우연에 의한 것은 아니며, 자기 성찰을 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이나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길 바랐다.  - P207



* 취약성의 연대라고 하니, 주디스 버틀러가 떠오른다. 


버틀러는 지금까지 논했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우리의 한계를 책임감과 윤리의 바탕으로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 또한 이 책임감은 우리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한계들이 우리를 사회적 몸으로 만들고 연결시킨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 나아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지구 반대편 타자들의 삶에까지 내가 연루되어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 또한 이미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꺠달음을 통해 나의 상실과 당신의 상실, '우리'의 상실과 슬픔을 어떤 방향으로 정치화할 수 있을까?  - <퀴어이론 산책하기> 528, 529쪽 


존재의 취약성, 그로부터 빚어지는 고통과 슬픔이 정치윤리적 가치로 생성되고 전환될 수 있다면, 강함과 약함, 능동성과 수동성, 긍정성과 부정성, 기쁨과 슬픔처럼, 마치 대립 관계에 있는 듯이 설정되어 있었던 논리의 축이 흔들리게 된다. 나아가 만약 정동의 역능이 다수적이고 이질적이고 변화적인 것들의 결합과 선택으로서 개진되는 긍정화로의 변환 과정이라면, 이 원리에 따라 취약성 역시 능동의 강도로 고양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버틀러와 아흐메드의 논의에서 취약성과 고통이 오히려 강건하며 공존적인 정치윤리로 전화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29, 30쪽



8. 주저앉지 말자. 기질의 부름을 따라가는 여정에 불안은 친구같은 동반자다. 


요컨대 사건은 예상을 넘어서는 뜻밖의 것에 믿음을 가져보길 권유한다. 이것이 바디우가 우리에게 "절대 두 번 다시 믿지 않을 것"을 사랑하라고 말한 이유다. 또한 바디우는 이상하고 독특한 것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항상 진실이라고 믿어 왔던 것만을 사랑하는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말한다. - P215

기질의 부름은 삶이 그런 단계로 전락하게 될 때, 즉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데만 열중해 습관, 일상, 생활 계획표가 현실을 완전히 삼켜 버릴 때, 삶의 빛과 함께 창의력 또한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 P220

자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든 우리의 이상에는 특수성이라는 것이 있어, 어떤 것이 만족스러운 실존적 삶의 여정이고 어떤것이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게 해 준다. 자아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한 실천적 선택들이 모여서 창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새롭고 무한한 실존적 가능성을 성취해 낼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결국, 구성되어 있던 것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이상에 부합하는 선택을 반복적으로 내리다 보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삶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 P236

우리는 불안이 삶에 침투하도록 내버려 두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삶에서 "균형"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더욱 사회와 동떨어지고, 삶은 더욱 단조롭고 지루해진다. 실존적 균형이라는 이상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기질은 더욱 억제된다. - P249



9. 삶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 우리의 한계, 우리의 필멸, 우리의 결핍은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실존적 투쟁에 어떤 "요점"이 있다면, 사회가 제공하는 명쾌한 해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해답은 우리를 기만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의미 있는 삶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 P253

결과적으로 삶의 덧없음은 삶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고 드높인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덧없음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 P256



삶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공허함, "왜 살아야 합니까?"라는 실존적 물음에 대한 마리 루티의 답일 것이고, 나는 이 답이 마음에 든다. 어려운 용어를 자제하고 소박하고 진실되게 그 답을 차근차근 제시해나가는 마리 루티의 태도는 더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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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1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 윳 빛 깔 독 서 괭!!

제가 좋아하는 마리 루티의 책을 독서괭 님도 좋다고 추천하시니 제 마음이 한없이 흡족합니다. 으하하하하.
저 아직 이 책 안읽었는데 곧 읽을게요.
(아니 이렇게 곧 읽는다고 댓글 달고 다닌 책이 도대체 몇 권이냐 ㅠㅠ)

잠자냥 2023-02-01 14:57   좋아요 3 | URL
나도 사놓고 아직 안 읽음;;;;;;;;;;

독서괭 2023-02-01 17:29   좋아요 3 | URL
으하하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그래도 곧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읽고 싶은데 제가 책을 안 살 거라..˝라는 댓글을 무수히 달고 다닌답니다 ㅋㅋㅋ 언제 당장 사겠어요! 할 수 있을런지 ㅠ
잠자냥님도 아직 안 읽으셨군요ㅋㅋ 어서들 읽으시길 기대합니다!

미미 2023-02-01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나갔다 와서 정자세로 읽어봐야겠네요. 저는 아직 읽다 말았지만 저 또한 마리 루티 너무 애정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책이라고 느껴서 이래저래 미뤄진. 아 괭님 너무 멋지심요👍

독서괭 2023-02-01 17:30   좋아요 2 | URL
미미님, 정자세로까지 읽어주실 필요는 없고요 ㅎㅎ 직접 읽으시면 미미님의 멋진 리뷰가 탄생할 겁니다. 집중이 필요한 책 맞아요. 저 처음에 가볍게 폈다가 진도 안 나가서 좀 기다렸다 작정하고 읽었어요. 감사해요^^

난티나무 2023-02-01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앞부분 읽다가 좋아서 샀어요! 아직 안 읽고 있지만 독서괭님 글 보니 좋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2-01 17:30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님 사셨다는 글 본 기억이 납니다! 저는 참 좋았는데 어떠실지, 기대되네요^^

건수하 2023-02-01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이군요…

저는 이런 정신에 관한 책 읽는 거 힘들어해서… 마리 루티의 다른 책을 먼저 읽어보려고 했는데, 독서괭님 글 보니 또 끌려요. 기억해둬야겠어요.

독서괭 2023-02-02 14:09   좋아요 0 | URL
수하님 정신에 관한 책 읽는 걸 힘들어하세요? 음. 어떤 포인트에서 힘들어하시는 건지 잘 몰라서 이 책이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후에 기회되시면 읽어보셔요^^

단발머리 2023-02-02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너무 좋아서 (이 이야기 5번째 중) 리뷰를 못 썼습니다. 은혜롭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독서괭님, 이 리뷰 너무 좋고, 정리해주신 것도 너무 좋아요.

인간에게 결여란 근원적인 것이며,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저는 여기에서 결여를 ‘고통‘ 혹은 ‘외로움‘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행복에 대한 강박 혹은 멈추지 않는 행복 추구, 이런 거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아... 글을 못 쓰겠더라구요. 독서괭님 명품 리뷰를 꼼꼼히 읽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독서괭 2023-02-02 14: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너무 좋아서 리뷰를 못 썼다! 그 마음 압니다. 알고 말고요! (저도 그런 책 많음..)
공감하며 읽어주셔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결여가 고통이나 외로움으로 치환 가능할 것 같아요. 빈 곳을 채워 넣으려고 이것저것 집어넣어 보는데, 현대사회에 너무 선택지가 많고 거기에 휘둘려서 엉뚱한 걸 자꾸 집어넣고.. 점점 허무주의로 치닫고.. 그런 세태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자기 이론이 오해를 받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봐 조심조심 계속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더라구요.
단발머리님의 리뷰도 언젠가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책읽는나무 2023-02-01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다고들 하셔서 서점에서 샀어요!
근데 아직 안 읽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책 읽기 전이라, 리뷰를 대충 읽었는데, 책 읽고 나면 다시 꼼꼼하게 읽으며 깊이 공감하고 싶네요.^^

독서괭 2023-02-02 14:1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책나무님, 얼른 읽으시고 공감해주세요^^
아주 많은 이론들을 깊이있게 연구한 후 자기 언어로 쉽게 풀어쓰려고 한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유부만두 2023-02-03 05:50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제 맘을 그대로 써주셨어요;;;

2023-10-02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