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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域




뒷골목 어딘가 에선
궁지(?)에 몰린 마리아
영업용처럼 굴려진다
강간이든 매춘이든 간통이든
편의점을 찾듯 일상이 되는 와중
나는 오늘의 무사함(?)을 다행히 여긴다

남잔
이유 없이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단다
이유 없이?
첫사랑 선생님은 말해 주셨지
나도 컸군요 그런 말을 다 하시다니
아무한테나 하나아
아무한테나

모두들 솔직 그윽한 얼굴로
'아무한테나'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한테나 차마시잔 말 안하고
아무한테나 술따르란 말 안하고
밤새 얘기? 하잔 말 아무한테나 안한다

걸쭉한 기름기의 주둥이가 아니더라도
다들 그렇게 정조를 지키고 위안을 하며
밤새 한 오입질은 자위라 한다

누가 남자를 아느냐 
음흉한 눈짓을 보내면
선생님께 배운 데로
남잔 이유 없이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단다고
아는 척한다
한술 더 떠
고로 그 이유 없음에 부응해야 한다고

물 흐르듯 흘러가라고
분노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백치미로 통하기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해 준다
아무한테나 하지 않는다고
 

 

1992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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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 나라
                                     -지금부터 눈을 감으시라-




모가지만 빽빽한 그림 속

모가지 하나 넣을 방법을 모색한다
틈 없는 곳에 들어가 보겠다고
우격다짐 밀어 넣다 보니
코는 한 일(一)자로 돌아갔고
입은 자취를 감추었다

힘줄 굵은 모가지
단내 피는 모가지
비에 쩔은 모가지
색정 깊은 모가지

가지모가지모가지모가지모가지모가지모가지모까짖모…………까악

모가지만 있는 곳엔 몸뚱이는 관심도 없고
모가지만 있는 곳엔 교수형은 없으며
모가지만 있는 곳엔 가장 급급한 밥의 일

몸뚱이 없는 곳엔 모가지만 있고
교수형이 없는 곳엔 적어도 한 번은 
교수형을 당한 모가지가 있고
밥의 일이 가장 급급한 곳엔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벌건 욕망들

모가지만으로도 빽빽하여 성한 곳 없는 그림 속 

모가지 설 곳 없는 모가지 나라
너나없이 인공위성을 쏘아 대고
틀 밖의 틀을 구상한다 
 
 
 
1993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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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무섭다, 이제는 울지 않는 내가

우리의 헤어짐은 당신에게 아픔이 아니고
다행히 나도 아프지 않다

하루는 당신을 목조르는 꿈에 
기뻐 울다가
하루는 당신 발 앞에 매달려
발가락 사이 낀 미움들을 털어 낸다

언제 누군가를 만나기나 했었나 하다
꿈결처럼
눈에 익은 길 달려가는
내 발목을 걸어 잡는다

눈물을 찍어내던 당신의 집 대문 앞
지친 발걸음이 어제처럼 오고 갈까
내겐 보이지 않던 웃음이 흐르고 있을까
나는 이제 소원을 빌지 않는다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날들에
슬프다,
내가 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서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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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2-2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시에 탁월하십니다~

하늘바람 2005-12-2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글샘 2006-04-0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중간에 튀어나온 에필로그란.
ㅋㅋ

하늘바람 2006-04-0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글샘님 ^^
 

옛사랑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최면을 걸었었나 봅니다
텅빈 가슴속에
당신에 대한 잡념으로
박고 박고 쑤셔 박아
최면을 걸어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버렸나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박혀 버린 당신의 창이
너무도 아파 버팅기지 못하고
그저 이유도 없이 사랑한다고

당신만을 생각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라고

최면에 걸렸었나 봅니다
갓 태어난 여린 짐승처럼
아무 반항도 없이 아무 주저도 없이
당신의 손짓에 따라
당신을 사랑한다고

정열이라 믿었던 모든 것
벗어나기 힘든 늪 속

당신을 
저주합니다

 

 1992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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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도 모르고 썼던 시네요. 92년 매경춘추에 실렸었는데 그 잡지 어디갔는지 찾지도 못하겠군요,^^

비로그인 2005-12-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
최면에 걸린 옛사랑은 지금도 거리를 헤매이지요.

하늘바람 2005-12-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하지만 저때는 정말 사랑을 몰랐을때였답니다

水巖 2005-12-2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하늘바람 2005-12-2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감사합니다.

아영엄마 2005-12-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가요~~ ^^(이제 십여년이 넘게 흘렀으니 사랑의 또다른 면을 시로 써보시어요~)

물만두 2005-12-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하늘바람 2005-12-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만두님, 아영엄마님.

이리스 2005-12-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린짐승처럼.. 이 대목이 최고!!! 라고... 생각합니다. ^^;;
추천 한 방~

하늘바람 2005-12-23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낡은 구두님^^ 이젠 여리게에는 너무 살이쪘답니다.

마늘빵 2005-12-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聖域




뒷골목 어딘가 에선
궁지(?)에 몰린 마리아
영업용처럼 굴려진다
강간이든 매춘이든 간통이든
편의점을 찾듯 일상이 되는 와중
나는 오늘의 무사함(?)을 다행히 여긴다

남잔
이유 없이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단다
이유 없이?
첫사랑 선생님은 말해 주셨지
나도 컸군요 그런 말을 다 하시다니
아무한테나 하나아
아무한테나

모두들 솔직 그윽한 얼굴로
'아무한테나'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한테나 차마시잔 말 안하고
아무한테나 술따르란 말 안하고
밤새 얘기? 하잔 말 아무한테나 안한다

걸쭉한 기름기의 주둥이가 아니더라도
다들 그렇게 정조를 지키고 위안을 하며
밤새 한 오입질은 자위라 한다

누가 남자를 아느냐 
음흉한 눈짓을 보내면
선생님께 배운 데로
남잔 이유 없이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단다고
아는 척한다
한술 더 떠
고로 그 이유 없음에 부응해야 한다고

물 흐르듯 흘러가라고
분노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백치미로 통하기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해 준다
아무한테나 하지 않는다고
 

 

 

1993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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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좋아한 선생님이 있었다.
정말 너무 좋아했다, 과연내가 앞으로 그렇게 누군가르 좋아할 수있을가 할 정도로
그분은 졸업하고도 23까지 가끔 만났다.
물론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
그분은 30이 훌쩍 넘어서 결혼 하셨고 아마 결혼 하신뒤부터 연락이끊긴 것같다.
어느 날 그분이 내게 말했다. 남자는 이유없이 그냥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거든
난 바보였나? 그댄 정말 몰랐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듯인지 알지만
나완 상관없는 말이었으리라 그냥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하며 읊조린 거였으니
그분은 좋은 분이었고 멋진 분이었다. 그러나 그 때 그 느낌만으로 나는 천사같은 이미지의 선생님에 대한 환상이 깨어졌다.
내가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진작 깨졌어야 한다고 했다.
진작
그분은 아마도 환상 속에 있는게 힘들었었던 것같다.

글샘 2006-04-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했던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하늘바람 2006-04-0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글샘님, 다만 선생님이기 전에 인간이셨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