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돌과 칼날
나는 섬세하게 반응하는 석돌
품안에 칼은 날마다 시퍼렇게 자라고
서슬이 스쳐 갈 때마다 오싹하는
매저키스트
너는 야심깊은 칼날
불타오르는 냉정한 살결로
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는 힘껏 부딪힌다.
소름 돋는 향락의 소리
스르륵 스르륵
날이 설 때마다
무뎌지기도 바래 보지만
서로가 준 곳곳의 상처가 눈물겨워
핥으며 핥으며
동동거리던 나날
칼이 내게 기대고
난 칼에게 기대고
서로에게 상처 주며 굳어져 온 세월
세상에서 잔인한 사랑
얼마나 나리 나리 줄을 서랴 마는,
서로가 준 상처가 클수록
더 깊게 사랑한다.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