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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사랑


참,사랑을 하고픈 참사마귀가 있었다.

가늘고 긴 허리 날렵한 몸맵씨
참, 풀잎빛 아암사마귀

초승달 뜨는 날이면
풀잎 휘어지도록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는
그네를 탔다.

어머니 말씀하셨지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의 극치에서 사랑을
먹어야 해

먹어야 해
얼굴도 모르는 아비 생각이
가슴을 죄어왔다

사랑의 극치에서
먹어버리고 싶을 만큼
참 사랑이
올까

싶던 사랑이
왔다
참 아암사마귀는 눈물부터 났다
아암사마귀 눈물에
하나 둘씩 수사마귀들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돌아갔다


얘야, 수사마귀는
먹히는 순간에도 너의 사랑을
기뻐한단다
그 기쁨이 네가 된거야

아암사마귀는 짝사랑하던 수사마귀를 찾아갔다
내가 너를 먹으면 기뻐하겠니?
나를 택해 주어 고마워!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가 먹었어 사랑해서래

아암사마귀는 수사마귀를 먹을수가 없었다
아암, 사마귀는 그럴 수없었다

얘야,
네가 안먹으면 다른 사마귀가 앗아간단다

밤마다 수사마귀가 먹히는 꿈을 꾸고
참, 아암사마귀는 수척하게 말라갔다

수사마귀야
참 사랑한단다
참 사랑했단다
참,

 

 

1997년 가을 어느 날

 

 

 

사마귀는 교미 후 혹은 교미 중에도 암사마귀가 수사마귀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사진을 보았을때는 너무 끔찍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사랑이 있을거란 생각에 이런 시를 썼었다.

나는 이 시를 좋아하시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고 아무도 눈여겨 봐준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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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5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5-11-2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수정중이랍니다

하늘바람 2005-11-2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빨리 오셨네요. 호호 수정이 끝났습니다
 

  回歸




엄마, 너무 답답했어요
선녀 보살이 그랬죠, 나무의 性을 타고났다고
그래요 매년 이맘때
유난히 목구멍에 가래가 우글거리고
정상적이던 폐가 활동을 머뭇거려 어쩔 수가 없던 걸
산란기의 연어 떼가 기억을 거슬러 남대천으로 모여들 듯.
산을 찾아갔죠. 지리산. 그 산의 공기를 다 마시고 오면 그러면
그래요 걱정하셨겠죠. 날씨까지 때를 맞춰 나빠졌으니
산에서도 번개가 치면 나무들 사이로 번쩍번쩍 했으니까
반야봉 중턱부터는 안개와 함께 산을 올랐어요.
누구였을까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여러 번 미끄러진 통에
지리산 바위자욱, 단풍자욱을 두 무릎에 박아 왔죠.
내리는 비로 계곡 물은 신명나게 불어나 나를 반기고
어느 산악인의 식지도 않은 무덤
빛바랜 나뭇잎들이 눈처럼 떨어져 눈을 감았어요
슬슬 기어 나와 눈치를 보는 달팽이
저물어 가는 꽃들이 무더기 진을 치고
난 열심히 발자욱을 찍어 가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산을 지키고 있는 거예요
추웠던 산장, 축축한 침낭
아 그 침낭 속에 마른 낙엽이 구겨져 있었어요
침낭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모습으로
엄마 아직 지리산 바위들 사이사이 내 발자욱이 남아 있겠죠
이젠 숨쉬기가 편안해요

 

 

1996년 가을

 

 

 

이시로 2002년 겨울 시흥문학상을 탔다. 상금은 얼마안되었는데 뭐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냥 좀 창피해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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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11-2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말이에요?
대단하신데요...^^
시가 참 애틋하군요.

하늘바람 2005-11-2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감사합니다.

울보 2005-11-2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러고 보니 하늘바람님글도 잘쓰시고,,
시인이시네요,,

하늘바람 2005-11-2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니옵니다. 다만 제가 시인이 되고팠던 걸 잊어버린듯해서 다시 이곳에 실어보는 것일 뿐이지요.
진짜 시인이 들으면 얼만 웃을지.

비로그인 2009-09-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읽고 갑니다아~

음악 듣는데 마침 잘 어울리네요^^.. 이 글 보실지 모르겠지만 얼른 나으시길 빌고요.^^

하늘바람 2009-09-28 23:37   좋아요 0 | URL
이 옛날 시를 읽어주셨네요.
^^ 감사해요
 

성장 증후군



자라나는 것은
커 나가는 것은
병이 깊어 가는 것

당돌한 상식들이 까질러 놓은 세균의 알들
껍질을 까고 나와야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랬지!
뒤늦게 서야 익히는 상식 밖의 상식들에
두툼해져가는 몇 가지의 얼굴
가슴은 철렁철렁 깊어만 가

서로를 진단하고 짚어 보다
무너져 내리는 병
영악함이 덫이 되는 병
끈적하고 걸쭉한 넉살좋은 
기름기가 번들거린다


청진기로 전해 오는 박동은
여름밤 천둥치는 소리
태풍의 바람 소리

              .
              .
              .
              .
              .
이쯤에서
그만
자라고 싶다

 

 

 

1993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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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1-2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그만 자라고 싶어요....
나이가 든다는 것...특히 아무것도 해놓은것이 없는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욱 두렵습니다...

하늘바람 2005-11-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시에는 어른인 저보다 어른들인 사람들이 무서워서 썼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렇게 되어가는 제 자신이 무섭더군요.

hnine 2005-11-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린 시절이란 얼마나 어릴때를 말씀하시는지요? 훌륭합니다.

하늘바람 2005-11-2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대 초반입니다. 어리다고 하면 안될까요? 갑자기 요즘 그때가 너무 어렸던듯해서요

hnine 2005-11-2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 이름을 바꾸셨네요 ^ ^

하늘바람 2005-11-2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빗 속의 변신
                                  -나비-


밤새 앙앙대는 비로
뒤척임을 베어 문 밤

이어지는 전주곡 위에서
시작할 박자를 놓쳐버린채
기다려지는 고요

가려운 등덜미
허어야, 훠어야
신들린 무녀의 몽유병
습한 날개는 비를 맞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비상의 욕정은

흐릿해지는 기억을 부여잡고서
나는 …… 병든 새?
내겐 …… 다리는 몇 개였지?
이 감촉 …… 더듬이가 있었나

몰려오는 수면
아침이 되면
젖어 있는 몸을 말려 봐야지
그보다 먼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

드디어
드디어 몸속에 자라고 있는 기운을 
알게 됐다고
내겐 이렇게 날개가 있었다고

 

1992.08 어느 날

 

 

 

 

당시 대학로 시문학회관에 자주 나갔었는데 금요일 반성이란시집의주인인 김영승시인이 이 시를 읽고탁월한 언어감각을 가졌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 난 그뒤 그걸 밥먹듯 떠올리며 자만하고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 뒤

이승훈 시인과 박상률 시인께도 보였는데 별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다들 느낌과 평이 달랐다.

그 중 어느 한분은 초보티 물씬나는 관념시라 했다 겉도는 시라고.

나는 그제야 다짐했었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시를 쓰자 모두의 마음에 와닿는

아 얼마나 엄청나고 대단한 욕심이었나

그 욕심에 지쳐 뒤로 갈곳없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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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속의 물고기




언제부터인가 뱃속에서 물소리가 났다.

엄마
내 뱃속엔 물고기가 살아
한 마리가 아닌 것 같아
좀처럼 고요하지가 않거든

가끔 모래 바람 서걱이는 사막을 꿈꾸는
내게는 의미 없는
물소리

물고기가 살기엔 내 뱃속은 너무 좁고
그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터질 듯이 부어 올라 

물고기가 내 속에서 나오면
엄마 난 
어떻게 될까

부어오르는 배를 보며
의사 선생님은 물을 빼자는 데
그럼 물고기는 죽겠지
그리고 고요해 지겠지

 


1996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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