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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TV연속극 주인공의 그리 대단치도 않은 일상이 
아버지의 눈물을 북돋았다

바보같이
저게 뭐가 슬퍼

내안의 것이 아니면
눈물을 모르는 나를 대신하여
연신 글썽이시는 아버지

눈물의 딸은 
얼은 듯 굳어 모나게
팅팅 거리고

착하고 덤비지 않는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당연함에 눌려
납작해진 아버지

털어 내세요
털어 내세요

분노하고 억울해 할 일엔 담담하시면서
TV속 우는 연기엔 잘도 속아
훔쳐 내리시는 눈물

그 눈물을 받아먹고 자란 나는 겨우
이 모양인가 싶어
고개를 수그린다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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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6-01-0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래지는것 같어요. 그냥 TV보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하구요.

하늘바람 2006-01-0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게 참 슬퍼요

水巖 2006-01-0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가끔은 그래지는것도 좋다고 생각들데요. 각막건조증이라는게 있는데 심하면 각막이 손상도 되고 그래요. 나도 레이져 수술을 받었답니다. 그래 한동안은 '인공눈물'이라고 안약같은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눈에다 눈물을 떨어뜨리죠.
ㅎㅎㅎ, 그러니 눈물을 흘린다는거 슬퍼하지 마세요. 각막이 손상되면 얼마나 불편한지 아세요?

하늘바람 2006-01-0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런가요?
 

벽창호







얘기 좀 하자. --- 난 그딴 것은 안 배웠어.
지금 하는 것은 뭔데? ---  이건 시늉이야.
시늉? --- 시늉은 시늉이지 대화가 아냐. 
순종 아니면 반항, 내가 배운 것은 그것 뿐. 
대화를 통한 선택은 없었지.
무슨 소리야 벙어리가 아닌 이상 ---
그래 벙어리가 아니기 때문에 더 답답한 
네말이 먹히지도 않고 이해될 수도 없어.
대화는 일부러 배우는 게 아냐 살아가면서 ---
저절로 터득한다? 
당연하지 --- 남들은 배울 필요도 없는 그 당연함이 
너무도 서툴게 느껴져서 똑같은 말을 하고 웃기도 하고
허나 안타깝게도 그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익힌 대화법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시늉, 더 이상 더 이상 내게
말시키지마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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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지하도의 바이올린 연주



광화문 지하도에 음악이 울리는 일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지
상인들의 입담, 부산한 발걸음들, 
눈먼 하모니카, 멜로디온, 장난감
소리들

그래서 였을까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서
내지는 그의 허름한 차림새

그 무심함들을 그도 알았는지
심각하게 무게 잡는 바이올린
허리는 곡조에 휘어질 듯, 휘어질 듯
지긋 감은 눈은 백만 청중을 우러러

바르르 앙금 삭이는 현의 가슴앓이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이따금 던지는 호기심들

걔 중 누군가는 눈치챘을지도 몰라  
그가 풀어내는 찌고이네르 바이젠 
그도 한 때는

누구
허름한 바이올린 연주자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을 연관지은 이 있을까

빈 바구니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어 댈 미래를 등에 지고 가는 이
혹시,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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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시험





일공육공공공공……사  현대…문학 이상밉니다
-- 이상미씬 왜 대학원엘 들어오려고 하죠?
네에 저어 저 시를 공부하고 싶어 섭니다
-- 그럼 의사 진술이 뭔지 말해 봐요
………………….
-- 그럼 시적 언어와 일반 언어의 차이점을 말해 봐요?
시 시적언어는요 저 저어 일반 언어 일반언어는요 그냥 그냥 일상적인 아 그니까 
시적 언어는  아이 휴, 저 시적 언어는 아니 일반 언어에서 어떤 언어를 낯설게 
하기로 그니까, 
죄송합니다.
-- 이상미씬 왜 시를 공부하고 싶어하죠?
시가 좋아서요.
-- 정말로 시를 좋아하나요?
네?
-- 정말로 시를 좋아하냐구요.
네에에
-- 외울 수 있는 시가 몇편이나 되죠?
그리 많지는 않은데요.
-- 이상미씨 
시 좋아하는 것 맞습니까?
…………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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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2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글샘 2006-04-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제일 리얼하네요. ㅎㅎ
살아있잖아요. 작가의 생각이.
저 살떨리는 땀방울이...

하늘바람 2006-04-0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리얼 그자체입니다. 사실. 경험이 담겨서. 흑 글샘님 이렇게 부족한 시를 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TV연속극 주인공의 그리 대단치도 않은 일상이 
아버지의 눈물을 북돋았다

바보같이
저게 뭐가 슬퍼

내안의 것이 아니면
눈물을 모르는 나를 대신하여
연신 글썽이시는 아버지

눈물의 딸은 
얼은 듯 굳어 모나게
팅팅 거리고

착하고 덤비지 않는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당연함에 눌려
납작해진 아버지

털어 내세요
털어 내세요

분노하고 억울해 할 일엔 담담하시면서
TV속 우는 연기엔 잘도 속아
훔쳐 내리시는 눈물

그 눈물을 받아먹고 자란 나는 겨우
이 모양인가 싶어
고개를 수그린다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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