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맨살에 맞닥뜨린 세상의 맛깔
당혹한 가슴이 한차례 밀려가면
아려 오는 상처
겹겹이 쌓은 방어벽 틈새엔 
파상풍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몸뚱지
길을 잃어 갈 때면
숨은 강단을 
송곳처럼 움켜지던 야무짐
제풀에 지쳐 길게 눕던 그림자

세상엔 정말 사람들이 많다고
하, 다르고 휴, 다르다
고개를 저으며 내민 손은 
허공 속을 가위질하고
다시는 믿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먼저 한 발 다가서는 것이 
병이었습니다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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