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계의 원로 박형규 전 고려대 교수가 단독 번역으로 톨스토이 전집을 출간한다. 안 그래도 <안나 카레니나>가 출판사를 옮겨서 새로 나왔기에(새 전집 표기로는 <안나 까레니나>) 그런가 했는데, 전18권으로 완간될 전집의 한 권이었다. 일정상으로는 1년 8개월 안으로 모두 나온다고 한다('박형규러시아문학공작소'에서는 e북으로 펴낸다). 인터뷰 기사의 일부는 이렇다.

 

 

9일 톨스토이 전집 첫 권 <안나 까레니나> 발간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박형규(82) 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벅찬 모습이었다. 박 교수는 60년간 톨스토이 작품 번역과 연구에 천착해 온 최고 권위자로 국내에 출간된 톨스토이 책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동안 작가정신과 인디북에서 전집을 기획했으나 일부만 발간하고 중단됐다. 이번에 책을 출판한 뿌쉬낀하우스는 러시아 어학원을 겸한 교육문화센터다.

 

 

박 교수는 '전쟁과 평화' 등 오래 전 번역 수정에 공을 들였고 '부활'은 신역이라 할 만큼 처음부터 다시 번역했다. '노은사 표도르 꾸지미치의 유고'나 '바실리 신부' 등은 국내 초역이다. 한 사람의 연구자에 의해 원전을 충실히 옮기면서도 작가의 철학을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담아낸 것도 다른 책과 차별되는 점이다. 책은 톨스토이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1978년 모스크바 예술문학출판사가 낸 22권짜리 전집과 1958년 러시아에서 완간된 90권짜리 전집을 참고했다.(한국일보)

개인적으로 기대를 갖는 건 <전쟁과 평화>의 개정판과 희곡 번역이다. 박형규 교수가 옮긴 <전쟁과 평화>가 범우사판과 인디북판으로 나와 있지만(인디북판 톨스토이 선집에는 <안나 카레니나>가 빠졌었다) 표기나 체제 면에서 수정/보완됐으면 하던 차였고, 희곡 같은 경우는 현재 출간되고 있는 작가정신판 톨스토이 전집에서 누락됐기 때문이다(작가정신판은 <전쟁과 평화>가 아직 안 나오고 있다).

 

 

 

권당 1200쪽 안팎이라는 것은 독서용이라기보다는 장서용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들고다닐 수가 없지 않은가) e북으로도 나온다고 하니 완간을 고대한다. 현재 톨스토이 전공자의 맥이 끊겨서 새로운 세대의 톨스토이 전집 번역은, 적어도 단독 번역은 수십 년 내로는 불가능해보이고, 새로운 세대의 공동 번역 정도는 앞으로 기대해본다.

 

박형규 교수는 톨스토이 문학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톨스토이의 저작은 인간생활의 착취구조와 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억압당하는 민중을 옹호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인간생활의 착취구조와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톨스토이 문학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13.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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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육 관련서를 포스팅한 김에 러시아 교육학자의 책도 언급하도록 한다. 사실은 오늘에서야 이름을 알게 됐는데, 바실리 알렉산드로비치 수호믈린스키(1918-1970)가 그이다.

 

 

 

최근에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고인돌, 2013)이 번역돼 나왔고, 또다른 대표작으로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을 표방한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고인돌, 2010)이 몇년 전에 출간됐다. 모두 '소호믈린스키 교육사상 연구회'에서 영어본을 옮긴 것이다. 추천사를 쓴 박노자 교수는 두 권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제일 존경하는 기업인'이 아닌 정상적인 인간으로 키우고자 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지금 하나의 기쁜 소식이 들리게 됐습니다.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인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이 나온 데 이어, 수호믈린스키의 또 하나의 명저인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을 고인돌 출판사에서 펴낸다는 것입니다. 고인돌 출판사가 수호믈린스키의 저작 선집을 한국어로 한 권 한 권 옮겨 출판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수호믈린스키의 교육이야말로 한국의 경쟁교육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가장 완성도 높은 대안인 셈이죠. 반평생을 우크라이나 한 마을의 시골 학교 교장으로 보낸 수호믈린스키 교육론의 요체가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과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에 실려 있습니다.

 

수호믈린스키의 교육론이란 어떤 것인가. 박노자 교수가 간추린 핵심은 이렇다.

수호믈린스키 교육의 요체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쁨, 지식에 대한 기쁨, 타자와 연대하는 데에 대한 기쁨을 알고, 그 기쁨을 남들과 나눌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적 인간을 키우는 데에 있었습니다.(...) 수호믈린스키의 교육은, 공부를 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약간 더딘 아이들에게 개인지도하면서 그들을 돕는 연대주의 교육이었으며, 화학이나 생물학의 추상적 원리들을 자연 속에 나아가서 발견해야 하는 실사구시적 교육이었으며, 이론 공부와 함께 비료나 사료를 만들고 비행기나 배 모형들을 손으로 만드는 실기교육이었으며, 철저하게 아이들의 수준과 개인특성, 연령적 특성에 맞추어진 맞춤형 교육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앞표지에는 '이 한 권의 책이 한국 교육을 살린다'는 문구가, 그리고 뒷표지에는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은 한국 교육에 대한 가장 체계적이고 완성도 높은 대안'이란 문구가 박혀 있다. 과연 수호믈린스키 학교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장담은 못하겠으나 적어도 우리의 교육 현실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줄 듯하다.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이란 구호 자체는 물론 교실의 상시적 구호로 모자람이 없는 것이고...

 

13.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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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연출가 레프 도진의 '세 자매'가 한국을 찾는다. 도진은 2001년 <가우데아무스>를 시작으로 2006년 <형제자매들>, 2010년 <바냐 아저씨>를 한국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그의 '세 자매'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가운데 그가 맨마지막으로 도전한 작품인데, 그의 말을 빌리면 “체호프의 작품 중 가장 복잡한 희곡”이라는 게 이유인 듯하다. 그래서 그가 해석한 <세 자매>가 더 궁금한데, 공연은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연극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공연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13. 03. 12.

 

 

 

P.S. 공연 소식은 오늘 한겨레문화센터의 강의 '로쟈의 러시아문학 클럽'을 종강하면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도 공연된 <바냐 아저씨>를 러시아에서 본 기억이 있다. 방한 공연 가운데서는 <형제자매들>을 보았다. 그의 대작 <제목 없는 희곡>도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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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의가 없었지만 개학이고 개강이어서 마음도 분주하고 몸도 분주하다(책상 주위로 강의준비차 주문한 책들이 쌓여 가고 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로쟈의 러시아문학클럽' 시즌1도 이번주와 다음주까지 두 차례 강의를 남겨놓고 있는데(체호프의 희곡을 읽는다) 내달부터는 시즌2로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강좌를 4월 16일부터 6월 4일까지 8주간 매주 화요일 저녁 7:30-9:30에 진행한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8&tolclass=0002&lessclass=0003&subj=F91327&gryear=2013&subjseq=0001&booking=). 강의 소개대로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같이 읽어나가셔도 좋겠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러시아 문학 여행의 두번째 여정에서 만날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입니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이지만, 그들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톨스토이의 '부활' 등 그들의 대표작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 '분신' '크로이체르 소나타' 등 조금은 낯선 작품들도 함께 읽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의 진면목을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로쟈의 러시아문학 클럽 :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1강: 4월 16일_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2강: 4월 23일_ 도스토예프스키, <분신>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3강: 4월 30일_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4강: 5월 7일_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5강: 5월 14일_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6강: 5월 21일_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7강: 5월 28일_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8강: 6월 4일_ 톨스토이, <부활>

 

 

13.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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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출간도서로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는 체호프의 <안톤 체호프 사할린섬>(동북아역사재단, 2013)이다. 체호프의 책이란 걸 명시하기 위해서 제목이 그렇게 된 모양인데, 제목은 그냥 <사할린섬>이고 영어본의 제목도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일본에서는 절판됐던 책이 재출간돼 화제가 됐었다. 물론 우리에겐 이번에 나온 게 초역본이다. 이 인류학적 '보고서'에 대해서는 예전에 체호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언급한 대목이 있어서 다시 옮겨놓는다.   

 

  

체호프의 전기나 연보를 유심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 1890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서른에 감행한 사할린 여행이다. 알다시피, 체호프는 순전히 생계의 방편으로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학생시절에 유머 단편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이 시기에는 ‘체혼테’ 등의 필명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어느덧 10년, 체호프는 자신의 삶과 작가생활에 있어서 어떤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를 타개/돌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 사할린 여행이었다.

 

 

시베리아 철도가 개설되기 이전이라 사할린 섬으로의 여행은 마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 고난의 여정이었다. 체호프는 1890년 4월에 길을 떠나 7월에 사할린 섬에 도착하고 3개월간 체류하면서 당시 유형지였던 사할린 섬의 실태를 조사하고 주민들 혹은 죄수들과 일일이 만나 면접카드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이때 작성한 카드만 8,000장 이상이었다). 그리고는 바닷길을 통해 다시 모스크바에 돌아온 것이 그해 12월이었다. 이 여행 이후에 그는 <시베리아 여행>(1890)이란 기행문과 <사할린 섬>(1895)이라는 아주 ‘객관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며, 문학사가들은 이 여행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보다 넓어지고 깊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사할린 여행 이후의 체호프를 ‘중기 체호프’로 분류해도 좋으며(‘후기 체호프’는 <갈매기> 이후 드라마 작가로서의 체홉이다), 이 중기의 체호프는 ‘코믹’과 ‘우수’의 작가 ‘체혼테’와는 연속적이면서도 좀 다른 체호프이다. 즉, 그의 코믹과 우수는 저울추를 단 것처럼 다소 무거워진 코믹과 우수가 되었다(그걸 비극과 비애라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한 시골 자선병원의 의사가 자신의 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차에 정신병동에서 유일하게 총명한 청년을 만나 자주 대화를 나누다가 미친 걸로 간주되어 감금되고 결국은 맞아 죽은 이야기를 그린 <6호실>과 자신을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보호/방어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허무한 죽음을 맞은 시골학교 교사를 그린 <상자 속의 사나이>는 이러한 중기 체호프의 대표작들이다...

 

13.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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