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서재 지수의 문제점을 서재지기님에게 알렸습니다. 서재지기님의 답변을 오늘 확인했습니다.

 

서재 지수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제가 서재 지수를 많이 받아서 ‘주간 서재의 달인’ 순위 상위권에 오르려고 북플 사용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은 서재 지수에 혼자서 끊임없이 태클 거는 제 모습이 정말 쪼잔 해 보이긴 합니다. ㅎㅎㅎ

 

저는 제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그대로 밝혔을 뿐입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서재 지수에 집착하지 않아요. 제가 서재 활동을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서평 이벤트입니다. 1등에 당첨되기 위한 집념으로 글을 씁니다.

 

더 이상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말이 길어지다가는 꼰대 소리까지 듣게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공개적인 불만에 공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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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2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추가한다고 지수가 올라가는 것이었군요..ㄷㄷㄷㄷ
읽은 책 구매한 책 읽는중인 책 이게 다 지수화하였다니....
빨리 고쳐야될 부분이었네요....ㄷㄷㄷㄷ

cyrus 2016-08-25 15:59   좋아요 0 | URL
네.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저나 유레카님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뻘짓하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yureka01 2016-08-25 16:13   좋아요 0 | URL
이날까지 북풀에서는,
구입한 책, 다 읽은 책을 등록했죠,
읽지도 않고 등록할 수는 없었거든요.
구입한 책도 다 못읽은 것은 양심에 가책이 없도록
읽지도 않고 등록한 적이 없었거든요.ㅎㅎㅎㅎ

북풀의 책등록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양심에 따라
부끄러움없이 등록했었는데......

가짜로 마구잡이로 올릴 거 같으면 하루에 수백권씩 등록이 가능하거든요.
검증시스템이 없는 이상..이것은 순전히 유저 스스로의 마음에 따라야 하는데..
아놔...뻘짓했다니 ㅎㅎㅎㅎ

cyrus 2016-08-25 21:47   좋아요 0 | URL
예전에 별점 없이 읽은 책을 추가하는 북플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편해도 문젭니다.

:Dora 2016-08-2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의 이런 자세 존중공감 합니다

cyrus 2016-08-25 21:49   좋아요 0 | URL
그렇게라도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좋아요` 받는 것보다 말 한 마디 듣을 때가 좋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26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건 누군가 나서서 해야하는 일인데, 사이러스님이 해주셨네요.ㅎ 좀더 보완되어서 클릭질 외에 별로 활동이 없는 북플회원들은 좀 덜 exposure을 받았으면 합니다. 좋은 글이 올라오는 걸 바로 보는게 북플을 사용하는 이유인데, 맨 `좋아합니다`와 `읽었습니다`로 도배되니 짜증이 나더라구요.

cyrus 2016-08-26 11:09   좋아요 0 | URL
분량에 상관없이 글을 쓰는 분들 입장에서는 ‘읽은 책’을 추가하는 회원들을 보면 김빠집니다. ‘읽은 책’, ‘읽고 싶은 책’에 ‘좋아요’가 많이 받는 상황 또한 그렇습니다. 저는 그런 편한 방식으로 ‘좋아요’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서재 지수에 반영되면 불공평한 일입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리뷰를 쓰는 회원들이 불리합니다.

잠자냥 2016-08-26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지수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좀 더 그러한 게, 북플 보면 어떤 분이 1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쳐요. 그래서 그분은 어떤 책을 읽었나 궁금해서 읽은 책 리스트를 훑어보다 보면 잉? 합니다. 책만이 아니라 dvd, 영화, 음악도 다 읽은 책 리스트에 포함되더라고요. 이런 분을 여럿 발견한 뒤로 저는 읽은 책 리스트도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읽은 책이라면, 책만 추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제가 추가한 읽은 책(책만 했습니다 ㅋㅋ)리스트만 기준으로 알라딘에서 89번째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나오더라고요. 근데 그 평가(?)를 보면서 ㅋㅋ 제 앞에 계신 많은 분들 가운데 여럿은 `책만 추가한 게 아니잖아` 볼멘소리를 하곤 합니다. ㅋㅋㅋ

cyrus 2016-08-26 11:20   좋아요 0 | URL
북플 시스템을 살펴보면 사소한 문제점이 많습니다. 솔직히 북플 통계가 만들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글 쓰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쓰는 활동이 수치화되고, 순위로 매겨지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져요. 저는 북플 통계를 공개 상태로 설정했습니다만, 이게 과연 정확하게 집계됐는지 의문이 들어요.

잠자냥 2016-08-2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사실 저는 알라딘에서 책만 사고 서재 활동은 거의 하지 않다가 작년인가, 북플 시스템 생긴 거 보고 읽은 책 정리도 할 겸 시작한 거였거든요. 근데 북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서재지수 활동에 댓글이나, 좋아요 등 친목 도모 지수도 무시 못한다는 걸 읽고는 ㅋㅋㅋ 읭? 했습니다. 어디서나 친목 위주 평가를 싫어하는데, 책 마저 그런가 싶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좋아요` 다는 사람들 중에 정말 긴 글을 다 읽고 다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뭐랄까 인스타처럼 사진 위주 친목 도모 SNS 같아서 북플 기준에 참 의아한 점이 많습니다... ㅎㅎ

cyrus 2016-08-26 11:29   좋아요 1 | URL
댓글 달기, ‘좋아요’ 누르기 등 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서 리뷰를 쓰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서재에 달린 댓글 수와 ‘좋아요 수’가 적어요. 서재가 썰렁해요. 제 서재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글을 많이 써도 다른 회원과의 교류 활동이 없으면 서재 지수 상승 폭이 적어요. 마이리뷰는 천 편 이상 썼는데 서재 지수가 적은 회원의 서재를 많이 봤습니다. 사실 제가 서재 지수를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친목 활동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길게 쓴 글이라도 끝까지 읽으려고 합니다. 정성 들여 쓴 글은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글에 대한 생각이 떠올리면 솔직하게 댓글로 표현하고요.

블랑코 2016-08-26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은 책 정리를 한곳에 몰아서 해야겠단 생각으로 북플을 시작했는데요. (사정상 전자책만 읽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고요. 종이책은 서가에 꽂힌 걸 보면 눈에 딱 들어오는데 말이죠) 서재라는 게 생긴 걸 알고 놀랐습니다. 서재지수니 뭐니 그런 것도 사이러스님 글 보면서 알게 됐고요. ^^

전 그냥 신경 안 쓰고 제가 읽은 책 정리합니다. 진짜 마음에 들거나 시간 있을 때 리뷰 쓰고, 가끔 읽었지만 감상 남기기 싫으면 별점만 주고, 긴 글 쓰기 귀찮으면 100자평만 남겨요. 그래서 힘들게 시간, 노력 들여가며 리뷰 쓰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하지만 북플만이 제공하는 SNS스러운, 뭔가 인스턴트 같은 기능이 편하기도 합니다. 리뷰를 보는 것도 시간이 드는 일이라서요. ^^; (내가 관심있어 추가한) 남들이 무슨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뭘 읽는 중인지 보는 것도 큰 자극이고요.

그래서 마음에 든 글에만 좋아요를 누릅니다. 읽고픈 책 남이 읽고 있으면 좋아요 누르고요. 댓글도 마음에 들면 좋아요 눌렀는데 그게 점수로 반영되는진 몰랐네요. 알면 알수록 오묘한 북플/서재의 세계로군요.

cyrus 2016-08-26 17:24   좋아요 1 | URL
북플 이용의 장점은 친구로 맺은 회원의 글을 쉽게 볼 수 있고, 사진이나 짧은 글을 올릴 수도 있어요. SNS 기능과 같은 거죠. 북플 등장 이후로 일 년에 올라오는 글의 수가 많아졌고, 회원들의 댓글 교류 빈도가 높아졌을 거예요. 그런데 친교 위주의 서재 활동이 서재 지수 가중치를 높이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글 한 편 쓰지 않고, 아무 회원의 글에 ‘좋아요’ 누르기나 댓글 쓰기를 1,000회 넘게 해서 서재 지수가 급상승하는 회원이 있었고요, 알라딘도 문제점을 인정했습니다.

저도 블랑코님처럼 마음에 든 글이나 관심 있는 책의 서평에 ‘좋아요’를 눌러요. 100자평, 사진만 있는 게시물, 문장만 인용한 게시물은 안 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선호하지 않는 게시물을 남기는 분들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사진만 올리지 마라, 인용문 좀 그만 올려라. 나처럼 진지하게 써봐라’는 식으로 말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글쓰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제 주장에 오만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낀 분이 단 한 명이라도 나오면 공개 사과할 생각입니다. 저는 북플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는 서재 지수 반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의견 때문에 회원들이 서재 활동 하는데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블랑코 2016-08-26 17: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북플과 서재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말은 서재지수라고 하고 북플 점수가 더 크게 반영되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추천 북플러나 관련글, 인기글 보여주기 기능을... 지수, 점수, 순위에서 탈피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줄세워서 높은 사람부터 보여주지 말고, 이쪽은 문외한이지만 이왕 하는 거 알고리즘을 잘 짜서 내가 관심있는 책과 관련된 책 읽은 사람 리뷰라든가.. 내가 읽고픈 책과 많이 겹치는 사람이라든가.. 뭐 그렇게 보여줬음 좋겠어요.

전 전자책만 보니까 꼭 전자책을 찾아 읽은 책에 등록하는데 종이책, 전자책 별점 따로 보여주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제가 읽은 책을 종이책으로 읽으신 분의 글을 클릭하면, 제가 읽은 걸로 표시가 안 돼요.) 다행히 리뷰는 같이 보여줘서 좋은데... ^^

차차 개선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개선되는데 큰 기여를 하시는 분들이 바로 부지런하게 글로 알리고 문의,요청하는 사이러스 님 같은 분들 덕분이고요.

cyrus 2016-08-26 18:05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하는 블랑코님의 서재의 매력은 전자책, 특히 장르문학 분야의 책의 리뷰를 많이 쓰는 활동입니다. 블랑코님은 서재 활동을 하는 회원 중에 특이한 포지션에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책을 읽고, 리뷰로 소개하는 분들이 많아야 하고, 다른 회원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블랑코님 말씀대로 북플 친구 추천에 공개되는 회원들이 서재 지수 순위별로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이리뷰’와 ‘마이페이퍼’를 쓰지 않는 북플 회원이 ‘서재 활동을 많이 하는’ 회원으로 추천되는 황당한 상황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똑같은 내용의 종이책과 전자책 서평을 올리는 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1권당 리뷰 2편을 올리는 셈이죠. 저는 비슷한 내용의 리뷰를 두 편 올려서 서재지수를 받는 것 또한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아무튼 서재지수 반영에 대해서 자잘한 문제점을 열거하면 끝이 없습니다. 저만 자꾸 문제를 제기하면 제가 서재지수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여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이리스 2016-08-2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번의 태클만을 제기하고 씨러스님도 뒤돌아서서 까먹었으면 그냥 유별난 사람이였을겁니다.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태클도 일관되게 꾸준히 하지않으면 유별나고 쓰잘데기없는 걸로 치부해 버리는데 저랑 비슷한 분이 알라딘에 계신듯ㅋㅋ

cyrus 2016-08-27 14:26   좋아요 0 | URL
옛날 알라딘 서재만 있었던 시절에 저보다 유별난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태클은 기본이고, 댓글 논쟁이 지금보다 많았어요. 그러다가 회원 탈퇴하거나 조용히 잠적한 회원도 있었고요. 지금 알라딘 서재 분위기는 예전에 비하면 평화롭고 조용한 편입니다. ^^

카스피 2016-08-2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한때 서재지수에 집착하고 방문횟수에 집착했는데 더위를 먹았나 요즘은 다 부질없단 생각이 들더군요.그래선지 알라딘 서재에도 잘 안들어가는 것 같아요^^;;;

cyrus 2016-08-27 14:2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알라딘에 오래 활동하셔서 서재지수가 엄청 높던데요. 리뷰와 페이퍼 각각 천 편 가까이 쓰는 분들이 대단해요. 저도 나름 많이 쓴 것 같은데 천 편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리뷰와 페이퍼의 수를 합하면 천 편 넘지만요. 제가 2010년에 알라딘 서재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만났던 분들의 활동이 뜸해졌어요.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총서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공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무섭고 섬뜩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는 무서움에 떨면서도 불빛에 몰려드는 나방처럼 공포영화에 탐닉한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흘러 서늘해진다. 공포감이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흥분 작용 때문에 순간적으로 적은 양의 땀이 분비되고 땀은 체외로 나오자마자 바로 증발, 체온을 빼앗아 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귀신이 지나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귀신이 정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긴 공포물이 가장 무섭게 느껴질까? 꼭 그렇지만 않다. 단순한 착시 현상이거나 귀신의 실체가 조작으로 밝혀지면 실망과 허무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람 얼굴과 닮은 형상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이라고 한다. 예컨대, 화성에서 십자가, 인간 얼굴 형상, 사람 신체 형상을 찾아내는 것들은 바로 이런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

 

귀신이 등장하는 ‘깜짝 공포’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포야말로 더 무섭고, 진한 여운이 남는다. 러브크래프트나 스티븐 킹 같은 공포소설 작가들이 쓴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 일상생활 중 한 번쯤 공포를 느끼거나 이상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음 직한 장소와 소재를 적절히 활용, 인간의 불안의식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연출방식을 사용한다. 일본의 장편소설(掌篇小說, 손바닥 소설)의 대가 아토다 다카시 역시 기묘한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서 느낄법한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그의 첫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에필로그 격으로 수록된 <공포의 연구>는 소품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공포소설의 기본 설정을 알려주는 ‘공포소설론’으로 볼 수 있다.

 

“공포의 문학에서도 가장 무서운 광경은 펜으로 쓰기보다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편이 알 수 없는 공포가 퍼져서 더욱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공포의 연구 - 혹은 에필로그풍의 소품> 중에서, 445쪽)

 

표제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인간의 잘못된 확신과 강박에서 비롯된 잔혹한 결말이 인상 깊은 소설이다. 작가는 결말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묘사하지 않는다. 결말을 보고 있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긴다. <기묘한 나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의미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 죽은 육체를 재생시키는 오무 나무가 등장한다. 아내가 죽은 후, 아내의 조카에 애정을 느낀 남자는 조카의 빼어난 외모를 닮은 여자를 재생시키기 위해 오무 나무 씨앗을 구한다. 씨앗이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데 필요한 것은 조카의 시체. 남자는 자신이 살해한 조카를 흙에 묻은 뒤에 오무 나무 씨앗을 심는다. 여성 신체와 닮은 오무 나무가 자라나는 데 성공했지만, 나무 표피에 나타난 얼굴은 조카가 아닌 아내였다. 남자는 기대한 것과 다른 현상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데, 소설 속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독자들조차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전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먹는 사람>은 폭식과 탐식의 무한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 주인공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탄탈로스(Tantalos)와 에리직톤(Erysichton)을 반쯤 섞은 특이한 인물이다. [주1]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독자에게 서늘한 공포를 안겨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현실적인 교훈(?)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다. 하지만 이 책에 작가의 재능이 발휘되는 손바닥 소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비교적 분량이 짧은 소설은 <해초>, <마음의 여로>, <공포의 연구>다. 특히 <해초>는 손바닥 소설에 가깝다. 본문이 고작 5쪽에 불과하다. 인물 간의 대화나 상세한 묘사(특히 벌거벗은 여체나 성애 장면을 묘사한 것)를 과감히 줄였더라면 지금보다 더 서늘한 기운의 농도가 높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공포의 연구>에 외국 작가가 쓴 공포 단편소설들이 언급된다. 결말까지 나오기 때문에 읽기 전에 주의할 것.

 

 

* W.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 [참고1]

 

* 오카모토 기도의 <기소의 여행자> [참고2]

 

* 에드거 앨런 포의 <긴 상자> [참고3]

 

* 로알드 달의 <여주인>

 

* 휴 월폴의 <은가면>

 

* 래스키의 <탑>

 

* 사키의 <열린 창> [참고4]

 

 

 

 

[주1] 탄탈로스는 신들의 음식을 훔친 죄로 영원한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는 벌을 받았다. 에리직톤은 아무리 음식을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았다.

 

[참고1]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원숭이 손>

(2016년 5월 17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499730)

 

[참고2] 《괴몽 : 일본 환상소설 단편집》(페가나북스, 2011년, e-Book)에 수록, 제목은 ‘키소에서 온 나그네’

 

[참고3] 《에드거 앨런 포 전집 2 : 공포 편》(코너스톤, 2015년)에 수록, 제목은 ‘직사각형 상자’

 

[참고4] <사키-열린 창문>

(2016년 5월 29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5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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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2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때문에 죽은 사람은 많았거든요..네 맞습니다..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 ㄷㄷㄷㄷㄷ

cyrus 2016-08-25 14:49   좋아요 1 | URL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진짜 말세입니다... ㅠㅠ

카스피 2016-08-2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예전 중국고전보면 호랑이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도 있더군요^^;;

cyrus 2016-08-27 14:3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사람이 사람보다 큰 호랑이를 사냥했죠... ㅎㅎㅎ 그래서 우리나라에 살았던 호랑이들 절멸... ^^;;
 

 

 

 

 

 

 

 

 

 

 

 

 

1993년 한뜻출판사가 펴낸 공포특급9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괴담집이다. [참고1] 괴담 신드롬의 열기에 힘입어 후속작이 등장했다. 1994년에 공포특급 2가 나왔고, 공포특급 3은 공포를 주제로 한 국내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었다. 공포특급 4는 독자들이 보낸 무서운 실화 위주로 엮은 책이었다. 공포특급 5[참고 2]공포특급 6은 외국 공포문학 작품들을 수록했으며 각각 세계 편일본 편으로 내놓았다.

 

 

 

 

 

 

공포특급 5공포특급 6에 수록된 작품들은 추리소설 번역가 정태원 씨가 엄선하고 번역했다. 이 두 권의 책은 공포특급인기가 한풀 꺾였을 때 나왔다. 그렇다 보니 공포특급 5공포특급 6이 전작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정태원의 공포특급은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했던 90년대에 외국 유명 작가들의 공포소설을 소개한 귀중한 자료이다. 그 전에도 외국의 공포소설들이 소개되었지만, 조악한 편집으로 만들어진 아동용 괴담집에 수록되었다. 저자 소개가 생략된 채 민간 괴담처럼 소개되다 보니 어렸을 때 읽었던 무서운 이야기들이 소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모파상의 단편소설이다. [참고 3]

 

정태원 씨는 공포특급 6서문에서 일본추리작가협회장을 지냈던 아토다 다카시, 이쿠시마 지로를 만났던 일을 술회하고 있다. 정태원 씨는 이 두 작가를 만나면서 장르문학의 꽃이 피지 않았던 척박한 90년대 문학 현실을 지적했다. 사실 아무리 유능한 작가라도 공포소설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공포소설을 많이 쓴 아토다 다카시도 공포소설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공포라는 것은 순간적이고, 생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통소설의 표현은 지속적이고 사색적이며 논리적이기 때문에 공포소설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영상표현으로는 어두운 조명이나, 낡은 성, 문이 으스스하게 열리는 효과음 등으로 공포를 자아낼 수 있지만 문장표현으로는 여간해서 독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공포특급 6서문 중에서)

 

....  (스티븐 킹 재평가행)

    

 

 

 

 

 

 

 

 

 

 

 

 

 

 

 

 

아토다 다카시(1935년 출생)는 호시 신이치(1926~1997)와 함께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쇼트 쇼트(short-short, 우리말로 풀이하면 공포 콩트)’ 소설로 정평이 난 작가다. 1978년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단편집 나폴레옹광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일본추리작가협회장으로 활동했다.

 

 

 

 

이쿠시마 지로(1933~2003)끝없는 추적으로 나오키상을 받은 추리소설가다. 일본 판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등 외국 추리 소설을 번역했다.

 

 

 

    

 

지로의 또 다른 대표작 한쪽날개의 천사는 이혼 경력이 있는 작가가 소프랜드(Soap land, 일본의 성인업소)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을 만나 재혼하는 과정을 다룬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나 지로의 두 번째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로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일본추리작가협회장을 지냈다.

 

공포특급 6에 아토다 다카시의 공포 콩트가 많이 수록되었다. 그에 비하면 이쿠시마 지로가 쓴 콩트는 두 편, 호시 신이치의 콩트는 고작 한 편에 불과하다. ‘일본 편이 아니라 아토다 다카시 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공포특급 6에 수록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 국내에 작품이 번역된 일본 작가는 이름에 굵은 표시를 했음 

    

 

* 사라진 공터 (아토다 다카시)

 

* 흰 팔 (아토다 다카시)

 

* 마을집회 (아토다 다카시)

 

* 9번 홀 (아토다 다카시)

 

* 인형 과자 (아토다 다카시)

 

* 도깨비불 (아토다 다카시)

 

* 안개 속의 여인 (아토다 다카시)

 

* 웃는 백골 (아토다 다카시)

 

* 목걸이 (아토다 다카시)

 

* 아파트의 귀부인 (아카가와 지로)

 

* 금색핀 (호시 신이치)

 

* 창문 닦는 남자 (구로이 센지)

 

* 어느 버스 승객들 (나카이 히데오)

 

* 손님 (오오야부 하루히코)

 

* 가족탕 (아토다 다카시)

 

* 웃는 해바라기 (아토다 다카시)

 

* 화염이 사라질 때 (아토다 다카시)

 

* 스타 탄생 (아토다 다카시)

 

* 검은 홈런 (아토다 다카시)

 

* 벚꽃 여인 (아토다 다카시)

 

* 장기이식 (아토다 다카시)

 

* 주의부족 (아토다 다카시)

 

* 엿보기 (아토다 다카시)

 

* 위기 (모리 요코)

 

* 예언 (모리 요코)

 

* 스쳐 지나간 남자 (모리 요코)

 

* 인형 (스즈키 미치오)

 

* 거울아, 거울아 (스즈키 미치오)

 

* 유령배달 서비스 (스즈키 미치오)

 

* 머나먼 아버지 (스즈키 미치오)

 

* 흐느껴 우는 전화 (아토다 다카시)

 

* 붉은 달 (아토다 다카시)

 

* 여인의 레이스 뜨기 (아토다 다카시)

 

* 색다른 결투 (아토다 다카시)

 

* 유괴 (아토다 다카시)

 

* 저주의 나이프 (아토다 다카시)

 

* 방울소리 (아토다 다카시)

 

* 하늘을 나는 미라 (아토다 다카시)

 

* 404호실 (아토다 다카시)

 

* 상자 속의 당신 (야마가와 히사오)

 

* 시멘트통 속의 편지 (하야마 요시키)

 

* 곤충도 (히사오 주란)

 

* 어두운 바다, 어두운 목소리 (이쿠시마 지로)

 

* 유전 (이쿠시마 지로)

    

 

 

 

 

 

 

 

 

 

 

 

 

 

 

 

 

 

 

 

 

 

 

 

 

 

 

 

 

 

 

 

 

 

 

 

 

 

 

 

 

 

 

    

 

 

국내에 알려진 일본 작가들의 이름이 보인다. <아파트의 귀부인>을 쓴 아카가와 지로는 삼색 털 고양이 홈즈시리즈와 세 자매 탐정단시리즈 등을 쓴 일본의 추리소설가다. 국내에 출간된 삼색털 고양이 홈즈시리즈의 번역은 정태원 씨가 맡았다. 구로이 센지는 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의 저자이기도 한 소설가다. 나카이 히데오는 일본 추리소설 3대 기서 중 하나인 허무에의 제물을 남겼다. 하야마 요시키는 게 가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타끼지에게 영향을 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공포특급 6수록작 중 다른 단편선집에 소개된 작품이 히사오 주란의 <곤충도>와 하야마 요시키의 <시멘트통 속의 편지>. [P.S 1]

 

아토다 다카시의 <저주의 나이프><방울소리>는 저작권을 무시하고 만든 아동용 괴담집에 소개된 적이 있다. [P.S 2] 공포특급 6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씩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 있는 작품 몇 편을 제외하면 나머진 그저 그런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유명 일본 작가들의 공포 공트를 소개한 책이라는 점에서 공포특급 6는 존재의 가치가 있다.

    

 

 

 

[참고 1] “우리나라 괴담집의 원조” (공포특급 1서평, 2016229일 작성)

[참고 2] “정태원의 공포특급” (공포특급 5서평, 2016425일 작성)

[참고 3] “국내에 소개된 모파상의 공포소설” (201687일 작성)

[P.S 1] 호이 신이치의 <금속핀>플라시보 시리즈에 수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P.S 2] 이 두 편의 작품은 따로 페이퍼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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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8-24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어릴 적에는 어느 집엘 놀러가나 이 책이 있었어요. 특히 저 한쪽 눈만 빨간 여자가요.

cyrus 2016-08-25 11:47   좋아요 0 | URL
저 책을 아는 분이 계실 줄 몰랐습니다. 공포특급 후속작이 망한 책이라서 존재감이 없어요. ^^;;

yureka01 2016-08-2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통해 상상력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는 문장이라니....글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싶어요.ㅎㅎㅎ

cyrus 2016-08-25 11:50   좋아요 0 | URL
공포소설을 쓰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냥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겁니다. 아마도 공포소설 작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독자일 겁니다. 정말 열심히 써서 완성한 기가 막힌 이야기가 독자들이 썰렁하다고 하면 작가 입장에서는 허무하게 느껴지죠. ^^;;

transient-guest 2016-08-2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도 못 본 책들이 대부분입니다만 `허무에의 제물`은 갖고 있네요. 공포도 제대로 explore되지 못한 장르네요, 한국에서는...ㅎ 예전에 읽은 동유럽 작가의 마녀이야기가 생각나는데, 고골의 `마녀의 관`으로 나오네요. 이거 국민학교 1학년 때 처음 보고 한 동안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ㅎ

cyrus 2016-08-25 12:23   좋아요 0 | URL
나중에 일본 추리소설 3대 기서를 읽어보고 싶습니다. t-guest님이 언급하신 고골의 <마녀의 관>의 원제가 <비이(Viy)>라는 괴담일 겁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비이가 뱀파이어와 흡사합니다. ^^

블랙겟타 2016-08-2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릴때 저희집에도 공포특급1,2 까지는 있엇거든요. 근데 버렸는지 지금은 없지만요 ㅎㅎ;; 그 시리즈가 6까지 나왓었군요. 저도 몰랐네요.

cyrus 2016-08-25 15:50   좋아요 0 | URL
<공포특급>을 지금까지도 소장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생각날 때마다 읽을 책이 아니잖아요.... ^^;;

부진아 2022-08-1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하신 모파상의 소설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cyrus 2022-08-15 10:53   좋아요 0 | URL
제목이 ‘물 위’입니다. ‘물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적이 있고요, 모파상 단편 선집에 자주 실린 작품입니다.
 
‘주간 서재의 달인’ 순위가 이상합니다.

 

 

 

 

 

북플에 ‘친구 신청 및 초대’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친구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회원 닉네임이 일렬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마음에 드는 회원에게 ‘친구 신청’을 합니다. 이 회원들은 어떻게 해서 ‘친구 추천’으로 노출되는 것일까요? 알라딘 알고리즘이 무작위로 회원들을 골라서 ‘친구 추천’으로 노출되게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공개된 회원들입니다.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공개되어 있으나 이미 친구 관계를 맺은 회원은 ‘친구 추천’ 목록에 나오지 않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시이소오님은 현재 ‘주간 서재의 달인’ 7번입니다. [주1] 저와 시이소오님의 관계는 ‘친구’입니다. 만약에 제가 시이소오님의 ‘친구’가 아니었으면 ‘친구 추천’에 시이소오님이 있었습니다.

 

서재 활동을 많이 하면 서재 지수가 향상되고,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북플의 ‘친구 추천’ 명단에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알라딘 서재와 북플이 서로 원활하게 연동해서 운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재 지수 반영에 허점이 있으며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있는 회원 일부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유령 회원’에 가깝습니다. 매일 꾸준히 서재에 글을 올리는 회원은 ‘주간 서재의 달인’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간 서재의 달인’은 일주일 동안 이루어진 서재 활동 내역을 토대로 서재 지수를 집계합니다. 현재 업데이트된 ‘주간 서재의 달인’은 8월 16일 수요일부터 8월 22일 화요일까지 있었던 서재 활동이 반영되어 나온 것으로 추측합니다. [주2] 이 기간 동안에 서재에 글을 남기고, 다른 회원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자신이 쓴 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서재 지수가 상승됩니다. 세 가지 활동을 열심히 하면 연말 ‘서재의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1]

 

 

그런데 말입니다.

 

일주일 동안 서재 글을 올리지 않았던 회원이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있습니다.

 

 

1. lphiop

2. appletreeje

13. ㅇㅅㅇ

19. 지니

20. 김영성

25. 55

26. 탄뽀뽀

29. 쟁니

30. Vanessa

35. 컬프

48. jhs12345

54. youngmi9149

55. alstjr006

63. 남영근

74. sandrine

76. 터이니

77. Namu

85. 정혜원

86. 박선호

88. 통통이

94. crys_lee

96. 다디디디

97. 수뿅

 

 

이중에는 서재 글이 단 한 편도 없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서재 활동을 하지 않은 회원이 ‘주간 서재의 달인’에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ㅇㅅㅇ님은 ‘주간 서재의 달인’ 13번입니다. 14번이 ‘줄리엣지’님입니다. 줄리엣지님은 일주일 동안 저보다 글을 많이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회원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줄리엣지님의 흔적을 많이 봤습니다. 여러분은 줄리엣지님이 글 한 편 쓰지 않은 ㅇㅅㅇ님보다 한 단계 낮게 나온 것에 어떻게 보십니까? 고작 한 단계 차이 나는 것 가지고 쓸데없이 따진다고요? 그러면 매일 두 편 이상의 글을 작성한 고양이라디오님이 18번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요? 서재 활동 내역이 제대로 집계되었으면 고양이라디오님이 저보다 높은 순위에 있어야 합니다. 사실 15번에 있는 제 위치 또한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주말 이틀 동안 글을 작성하지 않았고, 댓글을 남긴 횟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서재 활동을 안 하는 회원이 ‘주간 서재의 달인’에 있는 이유가 뭔지 찾아봤습니다. 북플 활동이 서재 지수 집계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주간 서재의 달인’ 1번은 lphiop님입니다. 놀랍게도 10년 전에 두 편의 글을 남긴 이후로 글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lphiop님은 8월 21일 단 하루 만에 북플의 ‘읽은 책장’에 무려 천 권 넘는 책을 추가했습니다.

 

‘읽은 책장’에 (별점 없이) 책을 입력하는 일은 결국 회원이 책을 읽었다는 의미를 알려주는 기호입니다. 읽은 책을 수십 권 이상이나 입력하는 일이 ‘서재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서재 활동’으로 볼 수 없고, 서재 지수 산출에 포함되어선 안 됩니다. 북플에서만 가능한 일을 어떻게 서재 활동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이러면 북플에 가입하지 않고, 알라딘 서재에서만 활동하는 회원은 서재 지수 반영에 불리합니다. 그리고 ‘읽은 책장’에 ‘좋아요’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또한 지금까지 서재 활동으로 반영되었다면 개선해야 합니다.

 

‘마이리뷰’와 ‘마이페이퍼’ 같은 글을 작성하는 일이 서재 지수 반영에 최고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알라딘의 서재 지수는 ‘친’북플 활동 위주로 집계되는 것 같습니다. 읽은 책에 대한 글을 남길 필요 없이 ‘읽은 책장’에 간단히 추가할 수 있고, 24시간 북플에 접속해서 ‘좋아요’를 누를 수 있어요. 모 회원이 글을 쓰즤 않고도 '좋아요', '친구신청', '댓글쓰기'와 같은 일을 1,000회 이상 하는 바람에 하루만에 서재지수가 2천 점 이상 받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참고2] 글을 작성하지 않고, 다른 회원의 글에 '좋아요'만 누르는 활동만 해도 서재지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활동별에 따라 서재지수가 얼마 정도 가중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회사 내부 업무와 연관이 있어서 알라딘은 서재지수 가중치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예스24 블로그의 ‘스타지수’와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행보입니다. 예스24에서 글, 특히 리뷰를 작성하면 별 300개를 받습니다. ‘댓글 쓰기’와 ‘추천하기’ 활동은 별 10개를 받습니다. 스타지수를 많이 받으면 스타블로거 등급이 상승됩니다. 스타블로거 등급을 높이려고 예스24 가입 회원은 리뷰를 열심히 씁니다. 예스24 회원들은 리뷰를 쓰는 일이 서재 활동 일순위로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 알라딘도 이렇게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플이 생긴 이후로 긴 내용의 리뷰를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리뷰를 쓰는 것보다 1초 만에 ‘읽은 책장’에 책을 입력하는 일이 편하니까요.

 

저는 ‘읽은 책장’에 ‘좋아요’를 절대로 누르지 않습니다. 만약에 A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정유정의 《종의 기원》 리뷰를 올렸고, 1분 뒤에 B라는 회원은 《종의 기원》을 ‘읽은 책장’에 추가했습니다. 두 회원은 같은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A 회원의 글에 ‘좋아요’를 누를 겁니다. A 회원이 리뷰를 쓰기 위해서 바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A 회원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어요. 혹시 북플 위주로 활동하는 회원이라면 저에게 ‘친구 신청’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와 ‘친구’로 맺은 상태라면 ‘친구 취소’를 하셔도 됩니다.

 

제 글이 태클을 거는 것처럼 느끼셨다면, 분명 제 의사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상대방이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언변이나 글빨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 글을 쓴 이유는 상식적이지 않은 서재지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유령 회원이나 북플 위주로 활동하는 회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위해서 쓴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제 글에 대한 궁금한 점 그리고 문제점이 있으면 댓글로 의견을 밝혀주셔도 좋습니다. 제 서재에 비회원 계정의 댓글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공개하기 어려운 의견이라면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주1] 알라딘의 설명에 따르면 ‘주간 서재의 달인’은 ‘지난 일주일간의 서재 지수 순위’입니다. 그러면 시이소오님은 ‘주간 서재의 달인 7위’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회원 활동 내역을 순위로 산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위’ 대신에 ‘-번’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주2] 제가 알라딘 서재 지수를 집계하는 방식과 과정을 정확히 잘 모르기 때문에, ‘추측’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제가 추측한 내용이 잘못되었거나 사실과 거리가 멀다면 수정하거나 삭제하겠습니다.

 

[참고1] ‘서재의 달인’ 선정기준 (http://blog.aladin.co.kr/zigi/8081437)

 

[참고2]

‘서재지수의 문제점’ (2016년 5월 1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484359)

 

야무(yamoo)님도 서재지수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알라딘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 2016년 5월 1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704638105/848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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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23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한권 읽고 ..간단하게 페이퍼 글이 아닌 리뷰로 쓰는 저의 경우는
리뷰 작성에 거의 일주일정도 걸립니다.

매일 같이 리뷰랍시고 장문의 글을 올릴 수가 없거든요.

낮에는 일해야 하고 저녁 퇴근후 작성하거든요.

리뷰에 제일 많은 점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cyrus 2016-08-23 17:10   좋아요 2 | URL
저도요. 책 한 권 다 읽은 뒤에 바로 리뷰로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퇴근하고 난 뒤 저녁에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생각 정리하는 데 보통 2, 3일 걸립니다. 그때까지 정리가 되지 않으면 책 내용이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리뷰를 쓰기 위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야하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이럴 때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100자평, 기대평 서재 지수 가중치도 줄어야 됩니다. 하루에 100자평 열 개 이상 써서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노출되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제가 매일 서평 한 편씩 올리는 회원 몇 분을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은 ‘주간 서재의 달인’ 명단에 없어요. 그분들이 댓글을 다는 일이 없거나 ‘좋아요’ 받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서재 지수가 적게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24 0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시원한 글입니다. 그간 북플-서재 연동 이후로 여러 가지 불만이 많았고, 잠깐 북플을 지웠다가 서친님들의 글을 편하게 읽으려고 다시 등록했습니다. 금년부터 서재지수도 방문자 숫자도 급락하는 것이 묘하게 기분이 나쁩니다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알라딘에 문의했더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분명히 몇 번이나 방문자 숫자가 오후에 오전보다 낮아진 것을 봤거든요. 최소한 리뷰나 페이퍼에 점수를 더 주고, `좋아요`나 `읽었어요` `읽고싶어요` 따위엔 10%정도의 점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사이월드도 아니고 책읽기와는 무관한 손가락 놀이로 달인이 되는 건 합리적이지 않고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 예스24엔 해외구매옵션이 잘 안되어 있어서 그렇지만 자꾸 이러면 알라딘에 머물기 힘들 것 같아요.

cyrus 2016-08-24 13:06   좋아요 0 | URL
`서친`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사실 `이웃님`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졌거든요. ^^

제가 t-guest님과 같은 상황을 겪었으면 증거 사진을 캡처하고, 문제의 사실을 알렸을 겁니다.

땡스투 적립금 받는 횟수가 확 줄어들어서 알라딘에 글 쓰는 의욕이 떨어졌어요. 알라딘을 접고 예스24나 반디에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서 한때 외도에 대한 생각도 했어요. 저의 부족한 글을 보시는 t-guest님 같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여기서만 놀고 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6-08-24 17:06   좋아요 0 | URL
공간을 바꾸는 것은 사회적 관계까지 송두리채 바꾸기 때문에, 알라딘마을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ㅎ 반디나 예스24가 알라딘보다 나은 점이 있지만, `서친` 은 없으니까요ㅠ

저도 반디에서는 리뷰쓰면 300원씩 줘서 열심히 퍼다날랐는데, `반디마을` 에서는 읽어주는 사람도 힘만 들더라고요ㅎㅎ

cyrus 2016-08-24 17:39   좋아요 1 | URL
To. 고양이라디오 // 아무리 적립금 같은 혜택이 좋다하더라도 결국에는 ‘정’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알라딘 서재를 떠난 분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8-2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에 2편씩이나 글을 썼었나요ㅎ;;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몰랐는데, cyrus님 글을 읽으니 분명 시스템에 문제가 있네요. 리뷰와 페이퍼에 더 가중치를 줘야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시고 지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cyrus 2016-08-24 17:41   좋아요 0 | URL
어제도 많이 썼던데요. 고양이라디오님 같은 분들이 신입 회원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게 정당한 거죠. ^^

이리스 2016-08-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마니아도 비슷한가요?

cyrus 2016-08-24 17:49   좋아요 0 | URL
키미리키님이 하신 질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북플 마니아가 서재지수가 연관이 있느냐고 질문하신 거겠죠? 일단 그렇게 이해하고 답변을 드립니다.

알라딘 북플 마니아가 어떻게 생기고, 무엇을 기준으로 반영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책에 대한 서평(마이리뷰)나 리뷰가 아닌 글(마이페이퍼)을 많이 쓰고,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책과 관련된 북플 마니아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그렇게 보였습니다. 북플 마니아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 결정하는 것 역시 점수로 환산해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서재지수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플 마니아 개수가 하나씩 생긴다고 해서 서재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이리스 2016-08-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 people메뉴에 나의 친구/친구찾기등록/매니아 찾기 여기세번째요..분야를 정하면 1번째매니아 2번째매니아...해서 쭈욱 명단이 뜨던데요

cyrus 2016-08-24 18:0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북플 마니아에 노출된 회원이 ‘1번째, 2번째, 3번째...’ 식으로 서열화된 것은 ‘주간 서재의 달인’ 순위 명단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아까 방금 남긴 답글에서도 밝혔듯이 결국 특정한 책에 대한 글을 많이 쓰게 되면 북플 마니아 순위가 올라갑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만약에 제가 일주일 동안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 마이리뷰나 마이페이퍼를 두 편 이상 작성했다고 합시다. 요즘 이 책이 알라딘 블로거들 사이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에 언급된 제 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게 됩니다. 이러면 제가 ‘<아우구스투스> 마니아’나 ‘존 윌리엄스 마니아’를 받습니다.

yamoo 2016-08-2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몰랐던 사실을 알았네요! 사이러스 님 킹 왕짱!! 공감 만개~ㅎㅎ

cyrus 2016-08-24 18:4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주간 서재의 달인. 이거 아무도 관심 없어하던데 그냥 폐지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추석이 싫었다. 매번 찾아오는 명절이지만 “취업 안 하느냐?”는 어른들의 성화가 불편했다. 추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실 취업하고도 귀향을 꺼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제는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한다. 제발 이번 추석에는 결혼 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불운한 삶 속에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있다’고 속삭여 왔다. 그러나 삶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 앞에서 고상한 삶의 의미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사회는 청춘의 눈에 나오는 푸석한 눈물을 인정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청춘에 대한 갖가지 정의들이 생겨났다. ‘88만 원 세대’부터 시작하여 ‘흙수저’까지 우리 사회는 청춘이 처한 경제적 고통으로 세대의 특성을 규정했다. 장강명의 《표백》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단지 ‘표백’된 세대다. 암울한 미래에 별다른 희망 없는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 자신이 자살한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다짐받는다.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다. 표백 세대는 세상에서 자신들을 완전히 지워버리면서 극단적으로 상실감을 표출한다. 버거운 현실의 벽을 뚫지 못한 표백 세대의 자살은 ‘저항’보다는 ‘자기파괴’에 가깝다. 장강명은 절망적 처지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 (196쪽)

 

소설에 나온 이 문장은 청춘들이 겪는 상황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꽃다운 청춘을 만끽하려면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학벌 획득의 장기전에 임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중간 고지에 잠시 이르렀으니, 한숨 돌리고 새로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다음 고지는 '취업'이다. 인생의 장기전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독자들은 《표백》이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표백》은 피땀과 눈물 흘리면서 청춘을 보낸 이들의 환부를 다시 찌른다.

 

소설 같은 일이 매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현실을 직시했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과연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아무것도 보탤 수 없고 보탤 것도 없는 표백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 글에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도 그때뿐이라면 슬랙티비즘(Slacktivism)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말 역시 또 하나의 슬랙티비즘이다. 정말 이 말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개인의 노력과 인내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위로는 공허한 말이다. 젊은 세대는 청춘을 훈계하는 사회에 향해 돌을 던질 힘이 있어야 한다. 저항과 연대의 힘이 두텁지 못하면 다음 세대도 무기력한 표백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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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8-22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명절에는 어른들 뵈면 백세 시대를 맞아 노후준비는 어떻게들 잘 하고 계시냐며 선빵날릴라구요.

cyrus 2016-08-23 13:30   좋아요 0 | URL
크~~ 시원한 사이다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8-23 14: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뭐 나름 좋긴한데 좀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ㅋㅋ

syo 2016-08-23 14:54   좋아요 0 | URL
괜찮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런 질문들 자체가 듣는 사람한테 어떤 드러운 기분을 불러일으키는지 한번 체험해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니까요.^^

yureka01 2016-08-23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넌장가 갔냐.왜 못갔냐 우리 아들 장가갔다....넌 쥐직했냐 왜 못했냐 우리 아들은 취직했다. 이거였더군요. 당신 아들 장가 못가고 취직 못했으면 묻지 않거든요. 그런 질문에는 이면에 담긴 심리가 뭔가 내세우고 싶을 때 물어 보거든요.

cyrus 2016-08-23 13:32   좋아요 0 | URL
부모는 자녀의 성공에 기대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주는 곳에 취직하는 것을 선호하죠. `자식 농사`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ㅎㅎㅎ

yamoo 2016-08-23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강명 소설을 한 권 읽었는데, 대실망을 했습니다. 이 소설도 그렇고 그런 거 같아요. 한국이 싫어서...와 비슷한 주제의 소설같은데...이 작가는 그리 대성할 것 같지 않습니다..

cyrus 2016-08-23 13:33   좋아요 0 | URL
《표백》, 《한국이 싫어서》만 읽었는데요, 현실을 포착한 묘사는 좋았지만, 일말의 희망 없는 결말은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