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시작해서 매주 한 편씩 외국 공포문학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단편소설 위주로 작품을 찾아볼 생각이다. 기록한 글의 양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 장편소설 쪽에도 눈을 돌려보겠다.

 

 

 

 

No. 1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영국 출신 작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는 화려한 부를 누리는 삶에 욕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동료 작가 아놀드 베넷은 제이콥스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얻는 수입을 거절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작가로 활동하기 전 제이콥스는 우체국의 저축은행 업무를 담당하는 서기였다. 그는 꽤 이른 나이인 열여섯 살 때부터 우체국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으니 슬슬 우체국 일이 따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제이콥스는 남아도는 시간에 틈틈이 글을 썼을 것이다. 1899년에 우체국 서기를 그만두었는데, 글만 쓰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제이콥스는 자신이 쓴 단편소설 한 편이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할 줄은 꿈에 몰랐을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쓴 단편소설이 198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영문학 걸작 50대 작품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소설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1902년에 나온 단편소설집 The Lady of the Barge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 소재는 원숭이 손이 아닌 세 가지 소원이다. <원숭이 손>은 사랑스럽고 닭살 돋는 노랫말로 알려진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숭이 손은 미라 상태가 된 동물 사체의 일부다. 그런데 원숭이 손은 특별한 힘을 지녔다. 세 가지 소원을 빌면 실제로 이루어진다. 화이트 씨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으로부터 원숭이 손 미신을 듣게 되었다. 손님은 원숭이 손을 탐내는 화이트 씨를 향해 무슨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화이트 씨는 첫 번째 소원으로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생활비 200파운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파운드가 화이트 씨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화이트 씨의 외아들이 직장에서 일하던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고 말았다. 아들 회사로부터 받은 위로금 액수가 200파운드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정신적 충격으로 울부짖는 화이트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두 번째 소원을 빌어서 아들을 되살리자고 말했다. 원숭이 손의 섬뜩한 분위기에 혼란스러웠던 화이트 씨는 아내의 소원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렇게 두 번째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그러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내는 아들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쁨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아들을 반갑게 맞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화이트 씨는 이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과연 죽었던 아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일까? 화이트 씨는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믿지 못했다. 그는 분명히 끔찍하게 손상된 아들의 시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소설 마지막에 화이트 씨는 세 번째 소원을 빈다. 그 마지막 소원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소설을 읽어보시라.

 

 

 

 

 

 

 

 

 

 

 

 

 

 

 

 

 

 

 

 

<원숭이 손>의 원제(The Monkey’s Paw)에 있는 ‘Paw’는 동물의 발톱이 달린 발 또는 사람의 손을 뜻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제목이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 플롯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했으며,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신들의 워드프로세스><원숭이 발>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원숭이 손>은 미신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서서히 파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미신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지만, 가끔 확신적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미신은 미래를 점치고 규명하는 형태로서 마술과 같이 무조건적인 직관과 행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미신은 막연한 기대와 허상을 좇는 데서 비롯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호성, 위기나 위험 증대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압박이 클수록 미신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 미신이 미신을 낳는 상황은 주술을 탄생시킨다. 미신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술사가 번성한다. 삶의 불안과 운명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신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작품이 있는 번역본>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1902)

 

 

 

 

 

 

 

 

 

 

 

 

 

 

 

 

 

 

 

공포특급 5 : 세계편정태원 엮음 / 한뜻 (1996, 품절)

 

 

낡은 극장에서 생긴 일 : 세계환상문학 걸작선알베르토 망겔 엮음 / 문학세계사 (1997, 절판)

 

환상과 공포의 세계명작괴담문화사랑 (1998, 절판)

 

세계 호러 걸작선정진영 역 / 책세상 (2004)

※ 제목을 <원숭이 발>로 옮겼다. 작품 발표 연도를 '1920년'으로 잘못 소개했다. (327쪽)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자유문학사 (2004, 품절)

 

 

 

* 세 자매 (The Three Sister, 1914)

 

 

 

 

 

 

 

 

 

 

 

 

 

 

 

 

세계 호러 단편 100정진영 역 / 책세상 (2005)

 

 

 

* 훼방 (The Interruption, 1926)

 

 

 

 

 

 

 

 

 

 

 

 

 

 

 

단편 걸작 환상 문학판도라북스 (e-Boo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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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2016-05-1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악! 세번째 소원이 무엇인지요???

cyrus 2016-05-18 16:27   좋아요 1 | URL
결말을 스포일러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원숭이 손’, ‘제이콥스 원숭이의 손’이라고 입력하면,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