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은 나이 마흔셋에 문명을 등지고 원시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태평양의 섬 타히티로 떠났다. 고갱은 이후 문명과 원시를 몇 차례 오가며 변화무쌍한 삶의 궤적을 남겼다. 그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아 노아(Noa noa》를 썼다. 산문집의 표지와 삽화를 직접 그렸고, 자비로 출판했다. 비록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이 책에 고갱의 고독했던 삶과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노아’는 마오리족 어로 ‘향기’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노아 노아 : 폴 고갱의 타히티 체류기》(열화당, 1979년, 재판 1994년), 《고갱의 타히티 기행》(서해문집, 1999년)은 《노아 노아》를 번역한 책이다. 열화당 판은 출간 연도가 상당히 오래 돼서 구하기 힘들고, 서해문집 판(약칭 《타히티 기행》) 도 절판되었다. 《폴 고갱, 슬픈 열대》(예담, 2000년, 약칭 《슬픈 열대》)에는 《노아 노아》의 일부 내용만 소개되었다.

 

 

 

 

 

 

세 권 중에 비교적 완성도가 높고, 읽을 만한 판본은 열화당 출판사의 《노아 노아》이다. 이 책에 수록된 고갱의 판화는 그의 제자 다니엘 드 몽프레가 복제한 것이다. 《타히티 기행》의 일러스트는 원본이다. 고갱의 자필 문장도 볼 수 있다. 그리고 1962년에 작성된 서머싯 몸의 서문이 있다. 번역어만 가지고 고갱의 문장 실력을 평가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고갱의 친구이자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모리스가 《노아 노아》 원고 일부를 다듬었기 때문에 《노아 노아》의 원문 전체 중에 고갱이 쓴 것을 찾아내 구별하기가 어렵다. 원고를 윤색한 친구 때문인지 은유, 상징, 관념적인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 많다.

 

 

 

 

 

 

 

 

 

 

 

 

 

 

 

 

 

 

알라딘에 프랑스 원어로 쓰인 전자책 《노아 노아》를 무료로 내려받아서 읽어볼 수 있다. 프랑스 원어와 《타히티 기행》 번역문을 대조해서 읽어보고 싶었으나 프랑스어를 1도 몰라서 포기했다. 그래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서까지 《타히티 기행》 1장 전체 내용을 원문과 대조해서 읽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프랑스어 문법을 몰라서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다.

 

《노아 노아》는 보들레르의 시구를 사용한 제사(題詞)로 시작된다.

 

“말해주오... 무엇을 보았는지?” (Dites, qu'avez-vous vu?, 《타히티 기행》 13쪽)

 

《슬픈 열대》는 제사가 없다. 《노아 노아》가 시작되는 첫 번째 글이 《슬픈 열대》 중반부에 배치되는 바람에 번역자가 제사를 삭제한 것 같다. 그리고 발췌 편집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문장을 삭제한 흔적도 보인다.

 

 

* Les vahinés reprenaient le bras de leur tanés, parlaient haut, dodelinaient des fesses, tandis que leurs larges pieds nus foulaient lourdement la poussière du chemin. Près de la rivière de la Fatüa, éparpillement général.

 

* 여자(vahines)들은 다시 남자(tanés)의 팔을 잡고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면서 그 큰 발로 먼지를 일으키면서 파튜 (Fatü) 강가를 따라 흩어져 갔다.

(《노아 노아》 12쪽)

 

* 아내는 남편의 팔을 잡고 생기 있게 떠들었고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튼튼한 맨발로 길바닥의 먼지를 심하게 일으켜댔다. 파투(Fatü) 강가 근처에서 모두 흩어졌다.
(《타히티 기행》 20쪽)

 

* 여자들은 남자들의 팔짱을 끼고 엉덩이를 흔들며 먼지 이는 파타우아 강가를 따라 흩어졌다. (《슬픈 열대》 138~139쪽)

 

 

vahiné타히티의 여자뿐만 아니라 아내, 정부(情婦)도 의미하는 단어다. 원서에는 강의 이름이 ‘Fatüa’로 되어 있으나《노아 노아》와 《타히티 기행》의 번역가는 ‘Fatü’로 썼다.

 

 

 

—Tu sais, Gauguin, fit la princesse en se levant, je n'aime pas ton La Fontaine.
—Comment? Notre bon La Fontaine!
—Peut être est il bon, mais ses morales sont laides. Les fourmis….
(et sa bouche exprimait le dégoût).
Ah! les cigales, oui! Chanter, chanter, toujours chanter!

 

 

"고갱, 당신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신네 나라의 라 퐁텐을 싫어한단 말이에요."

"어째서? 우리들의 선량한 라 퐁텐을?"

"아마 그는 선량한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사람의 도덕이란 게 도시 맘에 들지 않는단 말예요. 개미...?"

그녀의 입가엔 혐오의 정이 역연했다.

"오, 베짱이. 그는 좋다.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항상 노래하는..."

 

(《노아 노아》 18쪽)

 

 

"고갱 씨, 알아요?" 일어나면서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당신네 라 퐁텐느를 좋아하지 않아요."
"어째서? 우리 훌륭한 라 퐁텐느를?"
"아마 훌륭한 사람이겠죠. 하지만 그 사람 도덕은 마음에 안 들어요. 개미는..."
(그리고 그녀의 입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아, 베짱이는, 그래요. 노래하고 노래하고 항상 노래해요!“


(《타히티 기행》 25~26쪽)

 


"아시나요, 고갱? 난 당신네 작가 라 퐁텐을 싫어해요."
"왜 우리 선량한 라 퐁텐을?"
"선량한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하는 도덕은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요. 개미라고!"
그녀의 입이 혐오스럽다는 듯 일그러졌다.
"난 매미가 좋아요. 이것들은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언제나 노래하죠..."


(《슬픈 열대》 145쪽)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티티(Titi)라는 타히티 여자가 고갱 앞에서 라 퐁텐의 우화를 암송한다. 그리고 그녀는 고갱에게 우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다. 라 퐁텐 우화집은 동물을 위주로 한 소재와 접근방식이 비슷한 탓에 흔히 이솝 우화집과 혼동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가 유사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 전세계로 구전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살짝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프랑스에선 ‘개미와 매미’로 알려져 있다. ‘cigale’은 매미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솝 우화 그리스어 원전에도 ‘개미와 매미들’로 되어 있다.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들의 그림은 문명 세계를 떠난 순수하고 위안을 주는 예술로서 칭송받아 왔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 그리젤다 폴록은 고갱의 그림이 식민주의(colonialism)와 관광주의(tourism)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아 노아를 읽어 봐도 유럽중심주의와 식민주의가 결합한 고갱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갱은 원시적이고 순수한곳을 찾아 섬 깊숙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문명의 손길이 닿은 타히티의 현실에 실망했다. 그곳에는 원시의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고갱은 자신의 몸과 정신에 배어있는 문명의 요소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고갱은 자신이 원주민의 삶에 동화된다고 생각했다. 고갱과 동행한 원주민들이 그에게 친밀한 원시의 향기를 맡았는지 알 수 없다. 노아 노아는 고갱의 시점으로 야생의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고갱의 타히티 정착 생활은 야생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백인의 관광주의적 체험과 유사하다.

 

고갱은 토테파라는 이름의 원주민과 함께 산 속에 자란 장미 나무를 꺾는다. 그는 도끼로 장미나무를 꺾음으로써 마오리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확신한다.

    

토테파와 나는 무거운 장미나무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오두막까지 날랐다. 장미나무. 그것이야말로 노아 노아였다. 토테파가 나에게 말했다.

 

“Paia?(재미있었어요?)”

 

그럼!”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 그럼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나는 장미나무의 목판에 온 힘을 다해 칼자국을 넣었다. 그리고 칼자국을 넣을 때마다 점차로 고양되는 승리와 회춘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노아 노아!

 

(노아 노아41)

 

 

제국주의 유럽은 자연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면서 절대적인 존재로서 지구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야만인들을 문명화하는 것이 백인들의 의무(mission)라는 명분까지 내걸고 식민지 정복의 길로 나선 것이다. 고갱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식민지 정복을 과시하는 자아도취에 빠져버렸다. 그가 야생의 장미 나무를 꺾고,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노아 노아는 원시 문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근대적 욕망이 만들어 낸 환상의 상징이다고갱은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굉장히 추상적인 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건드리려고 시도했다. 고갱이 한평생 추구했던 의무는 가장 아름다울 수도, 더없이 추해질 수도 있는 이중적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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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1-22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고갱 자신이 문명 우월론자였으면서 원시상태를 꿈꾸고 그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했다는 게 말이 안 됐었네요.자신이 이미 바뀔수가 없는데..

cyrus 2016-11-22 18:52   좋아요 1 | URL
고갱은 자기확신이 강한 편이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클수록 자신의 선택(타히티 섬 정착)에 실망했을 겁니다. 고갱의 글은 자기 합리화로 포장되어 있어요.

yureka01 2016-11-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갱이 동양의 도교 사상을 알았더라면 혹시 어떻게 되었을까요..^^

cyrus 2016-11-22 18:54   좋아요 0 | URL
아마도 고갱이 동양미에 심취했으면 이인성 같은 화가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 같습니다. ^^
 
- 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
조나단 월드먼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자대로 배치받은 부대는 전투 지원 중대다. 우리 중대는 4.2인치 박격포 소대와 106mm 무반동총 소대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박격포 소대로 들어갔다. 박격포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서 검사받는 기간이 있다. 그 기간이 다가오면 박격포를 구성하는 모든 장비 하나하나 구리스(윤활유의 군대 용어)로 닦는다. 장비 표면에 구리스를 얇게 펴듯이 발라 솔로 문지르면 녹이 제거된다. 다만, 구리스를 너무 많이 바르면 안 된다. 장비 표면에 남은 기름기를 제거하지 못하면 말라붙어서 찌꺼기 덩어리가 생긴다. 누렇게 뜬 녹을 지우기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래된 녹은 솔로 여러 번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빼빠(사포의 군대 용어)로 녹을 긁어내면 좋은데, 너무 세게 긁으면 장비 표면에 긁힌 흔적이 남는다.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박격포를 원하는 간부와 말년 병장 들은 빼빠 사용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기름 냄새가 잔뜩 나는 구리스를 발라 솔로 문지르는 단순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니 녹이 제대로 제거될 리 없었다.

 

가장 먼저 녹의 불편함을 밝힌 사람은 고대 로마의 장군이다. 장군은 녹이 생긴 투석기에 대해 불만이 생겼고, 그 불쾌한 감정을 병영일지에 기록했다. 장군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녹을 제거하지 않은 무기는 성능이 떨어진다. 군인들이 거의 매일 총기 수입을 하는 이유가 있다. 2년 전에 제대 하루 앞둔 말년 병장이 총열(총탄이 발사되는 원통 모양의 금속관)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 죄로 법정에 선 적이 있었다. 소총 손질을 지시하는 부대에 불만을 품고, 대충 닦으려다가 그만 발각되고 만 것이다. 총열 내부는 녹이 슬기 쉽다. 한쪽 눈으로 총열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녹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일개 병사들의 눈에는 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좋고, 짬밥을 많이 먹은 간부들은 녹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녹은 인류를 불편하게 만드는 자연 현상이다. 철은 여러 가지 도구와 무기는 물론이고 건축이나 조형물에도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애써 만들어놓은 철제 제품이 쉽게 녹이 슬어버린다는 것이다. 심하게 녹이 슬어 부식된 물건은 폐품으로 전락한다. (Rust)의 저자 조나단 월드먼도 녹의 불편함을 참지 못한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를 조용하게 괴롭힌 녹의 위력들을 알려준다.

 

녹은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만들어진 산화물이다. 단단한 화학결합으로 연결돼있던 철 원자들이 산소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녹슨 철은 쉽게 부서지게 된다. 쇠가 녹이 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화학반응은 지금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위험한 안전사고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82년에 미국 자유의 여신상 복원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으면, 누런 얼룩을 여기저기에 묻히고 서 있는 여신의 모습을 봐야 했다. 백여 년을 꿋꿋하게 버틴 자유의 여신 얼굴에 세월의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일 빗물 샤워를 하고, 새똥의 공격을 받으면 철제 구조물에 녹이 슬기 시작한다. 미국의 상징도 예외가 아니다. 녹을 가볍게 무시하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손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녹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can)은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가끔은 제조한 지 오래된 캔 내면이 부식되는 문제점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에 비하면 현재의 통조림 제조 기술은 완벽하다. 캔 내면에 플라스틱 막을 씌워 코팅하면 부식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 코팅 기술 도입 덕분에 톡 쏘는 코카콜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코팅 작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성분이다. 이는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 성분이다. 캔 제조업체들은 되도록 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캔도 녹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녹의 부식 현상을 막으려고 사용되는 화학 물질도 공개하기를 꺼린다. 오히려 캔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물질 성분들이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고만 주장한다.

 

코카콜라 원액 제조법은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 팸 버턴이 처음 개발한 뒤부터 100년 넘게 영업비밀로 지켜지고 있다. 코카콜라를 마셔본 전 세계 사람들은 코카콜라사의 영업 비밀을 궁금해한다. 그런데 이것이 뭣이 중한디? 우리는 코카콜라 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코카콜라 제조법보다는 코카콜라 캔 제조법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 조나단 월드먼의 이다. 그가 캔 제조 방식을 소재로 한 논픽션 한 권 써줬으면 좋겠다. 그 책의 제목으로 침묵의 캔(Silent Can)’이 어울린다. []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캔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 성분이 함유된 물질 사용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거나 이미 도입했다. 그런데 최순실의 나라는?

 

녹의 무서운 위력을 알지 못했던 시절, 그러니까 자유의 여신상의 철제 구조물에 녹슨 흔적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미국 공학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입하면서까지 녹을 제거하느라 애썼고, 부식 현상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그런데 최순실의 나라는? 해결해야 될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일단 청와대, 국회 사람들의 정신이 아주 썩어빠질 정도로 녹슬어 있다. 정부는 바닷물 속에서 녹슬어 사라지는 세월호 존재 자체를 잊고 싶어 한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기득권층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녹슬고 있다.

 

 

 

[] 레이첼 카슨의 불멸의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제목을 패러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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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1-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병 콜라 다시 나오지 않나? 캔 안쪽에 무슨 약품을 바른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역시 안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캔 제품 나오는 걸 보면 정신이 썩었지. 지네들은 캔 제품 먹지도 않을 거 아냐. 못 된 것들.ㅉ

cyrus 2016-11-20 20:27   좋아요 0 | URL
콜라가 산성이 강해요. 그래서 콜라를 캔에 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녹》을 보면서 캔 제조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됐어요.

겨울호랑이 2016-11-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는 연대 중화기 중대 출신이시군요 ^^:

cyrus 2016-11-20 20:27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연대 지원중대 출신입니다. ^^

yureka01 2016-11-2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스페놀.a 성분은 환경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걸로 는데요. 분명 낡고 삭아가는데 녹이 결정적이죠.사회적 녹이 순시리였다는.ㄷㄷㄷ

cyrus 2016-11-20 20:3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비스페놀 A가 환경호르몬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비스페놀 A‘를 쳐보면 전 세계적으로 비스페놀 A이 들어간 캔 사용금지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 관련 뉴스가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나는 은교가 아니다여성이고 사람이다] 서울신문 20161111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1&aid=0002773146

 

 

* [일부 참석자 "우리를 룸살롱 취급하냐" 성추행 제기 여성에 반박]

조선일보 20161023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221861

 

    

 

하 수상한 시절이라서 그런지, 출판계 쪽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 잊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 논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을 최초로 언급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글을 반박하는 입장도 있어서 양측의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박 작가는 해당 출판사의 직원에게 프리랜서의 글을 내리라고 지시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프리랜서 편집자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프리랜서 편집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출판사의 태도는 논란을 은폐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바닥 좁다쉬쉬하던 출판계 성폭력공론화] 일다, 20161116일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7&aid=0000005451

 

 

조직 내 성희롱 은폐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이럴 때 더욱 민감하고 명확하게 처리돼야 합니다. 성희롱은 개인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 성희롱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이러한 가벼운 생각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환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출판사 쌤앤파커스, 사내 '성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

시사위크 2014922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44

 

 

2014년에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상무가 수습사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출판사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서, 출판사 대표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다르게 박 작가 논란에 관련된 출판사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문제 출판사가 인지도 높은 대형 출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 직원이 직접 댓글을 남겨 편집자가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특정 출판사라 추측, 단정 짓고 말았습니다. 이건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논란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는 특정 출판사에 향한 추측성 비난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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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7 13:02   좋아요 1 | URL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문투성이만 남으니까 사건과 관련 없는 출판사들이 오해받습니다.

stella.K 2016-11-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난 그렇게 보지는 않는데....
이게 말마따나 추측성이라면 회사가 직접 해명을 하고 나서야 할꺼야.
그런데도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잖아.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해명은 반드시 필요한 거 아닌가?

그리고 프리랜서 계약직이라고 해도 회사와 계약하고 있는 동안은
회사 직원과 동등하거나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어.
그 회사 일을 해 주는 동안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고
그 사람이 작가로부터 수치심과 모욕을 당했다면 그에 대한 합의와
보상이 회사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프리랜서 계약직이니까 역시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가 맘대로
해도 된다...? 이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작가가 갑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고.
모욕이나 수치심은 주는 사람은 몰라. 받는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지.
나는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었어 발뺌하면 단가? 그건 아니잖아.
당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그리고 회사가 이런 일 자체에 연루 돼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불명예 준 알고 신속히 위기에 대처해야지.
뭐냐,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뭐 그런 고답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더군.

cyrus 2016-11-17 15:18   좋아요 0 | URL
프리랜서 편집자의 입장을 알린 보도문이 서울신문 외에는 보이지 않아서 출판사가 어딘지 정말 궁금해요.

오늘 오전에 문학동네 직원이 알라딘 계정으로 댓글을 남겼어요. 프리랜서 편집자가 자사에 일한 직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stella.K 2016-11-17 15:29   좋아요 0 | URL
헉, 그럼 뭐야? 자작극이라는 거야?
이럴 경우 좇되는 건 무고한 독자들이네.
회사로선 명예훼손이고.
잘 알아 보지도 못하고 보도하는 기자 책임이냐 뭐냐?
갑자기 기분 묘해지네.

cyrus 2016-11-17 16:53   좋아요 0 | URL
자작극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후속 보도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언론이 지금 길라임씨한테 몰빵 중이라서 다시 조명받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재는재로 2016-11-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개소리네요 사람이 말한다고 다 말이 말이 아니죠

cyrus 2016-11-17 19:52   좋아요 0 | URL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갈 것 같습니다.

낭만인생 2016-11-17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사자들은 알고 있죠. 누군가는 물타기하는 것이고. 제3자의 입장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으니 답답한 거고. 어쨌든 책은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6-11-18 08: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문제 있는 출판사에 대해 반감을 느끼면 되도록 그 출판사의 책은 안 보려고 합니다만, 이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독자에게 이 출판사의 책을 사지 말고, 읽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출판사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11-18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보편화된, 아주 낮은 수준의 성의식이 큰 문제 같아요.

cyrus 2016-11-18 08:45   좋아요 0 | URL
올해 국내 출판 트렌드 중 하나가 페미니즘입니다. 그런데 일부 출판인들의 낮은 성 의식은 페미니즘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빠진 출판사들이 있을 겁니다.
 
누만시아.사기꾼 페드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3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선욱 옮김 / 책세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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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는 극작가와 소설가를 겸했지만, 소설 《돈키호테》의 비중이 커서 극작가로서의 세르반테스는 거의 기억되지 않는다. 극작가로서의 세르반테스는 고전주의의 대가들에게 영감을 얻기는 했으나, 제 작품의 속살을 스페인의 문학 전통이 스며든 강렬한 생명력으로 채웠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집필하기 전에 이미 여러 편의 희곡을 썼다. 그러나 생전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리지 못했고,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희곡 작품의 수도 많지 않다.

 

와인 좀 아는 사람이라면 스페인에서 제조된 와인 ‘베가 데 토로 누만시아(Vega de Toro Numanthia)’를 알 것이다. 이 와인 명의 유래가 세르반테스의 희곡 《누만시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누만시아는 고대 로마의 침략으로부터 강렬하게 저항했던 스페인 내 지역명이다. 스페인은 카르타고를 이끈 한니발(Hannibal)의 본거지였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Scipio Africanus)는 스페인을 기습 점령하여 카르타고군을 차례로 괴멸시켰다.

 

《누만시아》는 누만시아를 호시탐탐 노리는 스키피오와 그들과 맞서 끝까지 저항하는 누만시아 사람들의 갈등을 소재로 한 희곡이다. 역사는 간혹 뛰어난 적수를 상대한 덕분에 승리가 한층 돋보인 영웅의 예를 보여준다. 승자 스키피오는 영원히 ‘아프리카누스(아프리카 정복자)’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승자의 역사 서술은 모든 과거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승자의 잔인한 폭력의 역사, 타락 행위의 역사, 가혹한 지배의 역사와 무엇보다 패자의 저항 의지가 돋보인 역사가 묻힌다. 승패의 명암은 그렇게 뚜렷하지만,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비극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를 외면할 수 없다. 세르반테스는 승자의 과거가 아닌, 패자의 과거, 즉 피억압 민중의 과거가 역사의 동력으로 이해했다.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은 역사를 굴러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민중을 상징하는 누만시아 사람들은 제국이 휘두르는 엄청난 억압과 파괴의 역능에 저항한다. 비록 강압적인 군사력 앞에서 저항하다 끝내 패배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스페인의 부활을 향한 기폭제가 된다. 실제로 《누만시아》는 한동안 잊히다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침략 이후로 재조명되었다. 《누만시아》가 일반 민중의 삶의 숨결을, 그 생생한 삶의 육성을 되살려낸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것은 숱한 혼돈 속에 살아가던 스페인 민중을 위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혀줬다.

 

《사기꾼 페드로》는 ‘페드로 데 우르데말리스’라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사기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영웅들의 위대한 활약상을 그리지 않는다. 이는 세르반테스가 16세기 스페인의 실상을 그리기 위해 당시 스페인에 유행했던 소설 양식인 피카레스크 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피카레스크 기법은 보잘것없는 주인공을 내세우며 진술이나 기록 형식을 빌려 사회를 풍자한다. 페드로는 미천한 신분이다. 그렇지만 신분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말과 행동은 현실의 한계를 헤쳐 나가며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기도 한다. 《사기꾼 페드로》의 매력은 나쁜 주인공을 대놓고 처벌하는 데에 있지 않다. 여기에 등장하는 위선자, 천박한 인간성을 가진 자들의 마음은 사기꾼의 속내보다 쉽게 읽힌다. 사기꾼은 마음에 돋아난 인간의 뾰족한 촉수를 알아본다.

 

사기꾼 페드로는 역경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적, 희망적 정신을 버리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공치사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신은 그저 훨훨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자존심을 가지고 높은 이상을 설계하면서
한 발 한 발 올라가는 거,
나는 좋다고 생각해.
나 역시, 머리는 둔하지만,
왕자나 교황, 황제나
군주가 되기를 꿈꾸지.
환상에서는 나도
이 세상의 주인이란 말이야.

 

(《사기꾼 페드로》 2막 207쪽, 페드로의 대사)

 

 

이 대사는 페드로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마치 도전을 멈추지 않는 돈키호테의 열정과 닮았다. 페드로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에 도전하고, 연속되는 패배에 굴하지 않고 희망과 꿈을 꾸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가 조롱하는 세상은 민중을 괴롭히는 불의의 괴물을 상징한다. 《사기꾼 페드로》가 정확히 언제 써졌는지 연도가 불분명하다. 만약 이 작품이 《돈키호테》가 나오기 전에 집필되었다면, 세르반테스는 페드로를 통해 돈키호테의 근대적 모험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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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1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 없지만 누만시아 와인한잔 땡기는 밤이네요..ㄷㄷㄷㄷ

cyrus 2016-11-16 19:47   좋아요 1 | URL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 생각하면 술이 당긴 신체 반응은 당연한 겁니다.. ㅠㅠ

동성로 시내에 집회 있던 날에 오랜만에 소주, 맥주를 마셨어요. 역시 힘들 때 마시는 술은 맛이 끝내주더군요. ^^;;

표맥(漂麥) 2016-11-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여왕님은 돈키호테... 글읽기 싫어지는 세상을 만든 분이시라서... 쩝...

cyrus 2016-11-17 08:25   좋아요 0 | URL
여왕님도, 돈키호테도 아닌, 그냥 나라 망치려고 작정한 사기꾼입니다. 오늘 아침에 불쾌한 뉴스를 봤어요. 한일군사협정 추진을 박씨가 지시했다는군요..
 

 

 

 

 

옛날에, 신기한 옷 입기를 아주 좋아하는 임금이 살고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사기꾼이 임금을 찾아왔다. 사기꾼은 오직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옷을 만들 줄 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기꾼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한 임금은 그 사기꾼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줬다. 사기꾼은 옷을 만드는 흉내만 냈다. 임금의 신하는 옷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사기꾼을 꾸짖었다. 그러자 사기꾼은 자신이 만든 옷이 아름답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신하는 난처했다. 만약 신하가 옷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신하는 옷이 보인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궁전에 돌아와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옷을 칭찬했다. 임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착각이었다. 임금을 제외한 많은 사람은 임금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몰랐던 사람은 임금 자신뿐이었다. 벌거벗은 임금이 어느 날 궁궐 밖으로 행차했을 때, 백성은 보이지 않는 임금의 옷에 탄성을 질렀다. 그때 어린 아이가 임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박근혜는 라임()’[1], 벌거벗은 임금이다. 그녀는 벌거벗은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떠드는데 정작 본인은 왜 모르는 척 청와대에 남아있을까. 자신의 어리석음과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과 아집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분명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식적인 이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자신의 정당성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인간관계는 힘들어진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불통의 뿌리로 인해 하루하루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었다. 불통(不通), 불신(不信). ‘2()’은 박근혜에게 안정감을 주는 담요이면서도 그녀가 항상 청와대에 등장할 때마다 입는 투명옷 역할을 했다. 그녀는 4년 동안 청와대에 눌러앉아 포근한 ‘2()’을 덮고 지냈다. 청와대를 드나들던 최순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엄마처럼 ‘2을 덮어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박근혜가 ‘2을 덮고 있을 때, 최순실과 그 일당들은 마음껏 잇속을 챙겨왔다.

 

일부 청와대 측근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의 눈과 귀까지 덮은 ‘2()’의 정체를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다. 박근혜는 그렇게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은 채 편안하게 청와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정은 최순실에게 맡겼다. 그녀는 쓴소리를 듣지 않는 벌거벗은 권력자.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박근혜 게이트와 비교되는 면이 있다. 임금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와 굴종에 눌려 그 많은 신하 어느 사람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할 때 임금은 벌거숭이라고 사실대로 외쳤던 것은 누구였던가. 박근혜 주변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 아무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했다. 벌거벗은 것을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최순실이 주도한 국정에 순순히 따르고, 일부러 눈 감고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책임 의식이 취약하면 참모들이 보완해야 하는데, 역사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음을 말해주고 있다. 권위 앞에서 직언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자신의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렇게 되면 벌거벗은 임금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개인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확신하는 내용이 아닌 한 다수가 옳다고 말하는 내용을 받아들이기 십상이며,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해서도 그 집단의 주류 견해에 동조하기 쉽다. 그래도 그 엄연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오직 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다. 오늘 사회의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정치인은 이런 어린이와 같아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내하려는 것이 참된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의 모습이다. 좋은 세상으로 가는 일. 그것은 다수의 그림자 뒤에 숨어버리려는 타성을 벗어던지고, 사실을 사실로 말하는 기개가 필요한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1]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임금은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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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1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상상하던 것보다 그 이상의 상상현실 입니다.ㄷㄷㄷㄷ

cyrus 2016-11-16 11:30   좋아요 1 | URL
방송 3사는 올해의 연기대상, 예능대상을 박근혜에게 줘야 합니다. 최순실은 나라 말아먹은 일로 공로상을...

stella.K 2016-11-1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라임이 진짜 그런 뜻이 있었구나. 작가가 선견지명이 있었네. 솔직히 작가들 이름 짓는 게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거든.ㅋ

cyrus 2016-11-16 15:23   좋아요 0 | URL
저는 라임이 순우리말인 줄 알았어요. 이름 작명할 때 ‘벌거벗은 나‘를 잘 쓰지 않잖아요. ^^;;

푸른희망 2016-11-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설마하며 무엇을 상상하던 모두가 현실이 되는 기막힌 세상입니다,

cyrus 2016-11-16 18:01   좋아요 0 | URL
탄광에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서 이런 단어는 진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완전 최악의 끝을 보여주는 ‘막장’입니다. ㅠㅠ

오쌩 2016-11-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거벗은 임금님 다시 생각해보니 되게 철학적인 내용의 책이네요.
군중심리부터해서...
아침에 길라임 덕분에 엄청 웃었습니다. 이게 끝은 아니겠죠 ㅠ

cyrus 2016-11-17 08:31   좋아요 0 | URL
이제 길라임을 검색하면 박씨가 뜹니다. ㅠㅠ

표맥(漂麥) 2016-11-1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에 취하여 국민을 볼모로 잡은 희대의 여왕님... 씁쓰레 합니다...

cyrus 2016-11-17 08:32   좋아요 0 | URL
진짜 민폐 갑입니다.

transient-guest 2016-11-17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누리당 일부가 아니라 사실 다 알고 있었다고 봐요..권위가 아니라 열심히 잇속을 챙기고 자리보전을 하느라 외면하거나 덮고 있었겠죠..지금은 다 박근혜 탓이라고만 하는걸 보면..박근혜씨는 이제 국민왕따로 등극할 듯...

cyrus 2016-11-17 08:35   좋아요 0 | URL
물러난 뒤에 한국에서 지내기 힘들 겁니다. 호화 저택을 짓고 말년을 보낼 수도 없어요. 박씨는 감옥에도 한 번 생활해보셔야 합니다.

낭만인생 2016-11-1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뭐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뽑은 사람이나..

cyrus 2016-11-17 11:43   좋아요 0 | URL
박 씨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