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어. 나는 그저 착각했을 뿐이고, 도시는 나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거였어. 너무 신경질이 나서 더 이상 쓸수가 없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에서 줄리엣이 쓰는 편지중에 한 구절이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경질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보다 더 포악하게 더 표독스럽게 더 까칠하게 더 히스테릭하게 신경질이났다. 

 

1. 신경질이 났다. 내가 뭘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뭘 어찌해서도 안되기 때문에 신경질이 났다. 도무지 신경질이 멈추어지질 않았다. 가슴은 터질것 같고 머리는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 신경질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다가, 

2.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냥, 신나는 노래. 그래서 부랴부랴『sexy back』을  핸드폰에 다운받았고, 이것만으로도 안될것 같아서 케샤의 『 tiktok』(아, 이노래 제목 스펠링 뭐야, 아 생각도 안나, 신경질나서 찾아 쓰지도 못하겠어!)도 담아 넣었다.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재생시켰다. 그 순간, 

3. 귀를 뚫는 소리들. 아, 조금 더 들으면 나아질 것 같다. 조금 더 듣자. 

4. 퇴근하는 지하철 안. 책을 읽을까, 이 둘의 노래를 좀 더 들을까, 아 뭐 이런걸로 고민해야돼? 신경질나. 

5. 음악을 듣기로 결정하고 반복해 들었다. 단지 이 두 노래들만. 그래 신나, 나는 신나고 있어. 그래, 이런 음악을 들어야 하는거야. 음악을 들으면서 쇼핑을 하자!

6. 백화점에 들렀다. 엄마가 아이크림을 다 썼다고 했지, 엄마의 화장품을 샀다. 나를 위한것도 좀 샀다. 

7. 식품코너에 들러 찐빵도 샀다. 난 찐빵을 안먹는다. 아빠 주자.

8. 그래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다시 음악을 들었다. 어떡하지? 도대체 어떡하지? 이렇게 신경질 나면, 대체 뭘 어떡해야 하는거지? 아, 신경질 부리고 싶어. 마구 신경질 부리고 싶다. 하아- 

9.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역에 내렸다. 비가 내린다. 접혀진 우산이 손에 들려있었다. 안 썼다. 손이 시려웠다. 장갑도 가방에 있었지만 안꼈다. 나는 지금 정말이지 너무 신경질이 나서 가슴이 터질것 같고 머리는 폭발할것 같으니까, 비 좀 맞고, 손도 좀 시렵자. 그러면, 좀 정신이 들지 않을까? 

10. 집에 오니 지난주에 주문한 책과 화장품이 도착해있다. 칼로 뜯다가 손을 베었다. 아, 제기랄. 아프다. 정말 아프다. 아 신경질 나! 

11.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보고 싶었다. 양복을 입고 춤추는 그가 보고 싶었다. 

 

 

 

 

12. 아, 훈훈하구나. 저스틴아, 이 누나가 언젠가는 너를 주인공으로 한 삼류에로로맨스소설을 써주마. 제목은 『새벽 세시, 무슨 옷 입고 자나요?』쯤으로 해주고. 아니면, 『새벽 세시, 옷을 입긴 입었나요?』 로 하든가. 

13. 아 정말. 신경질 잔뜩 나서 글 쓰다가, 12번 쓰면서 스스로 뿜어버렸다. 아, 뭐가 이렇게 저렴해. 난 왜 이렇게 저렴하니. orz 

14. 나는 신경질이 잔뜩나서 더이상 뭘 어찌할 수 없지만, 당신은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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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0-03-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 끝까지 봤어용;;; ㅎ

다락방 2010-03-23 14:59   좋아요 0 | URL
그럴 수 밖에요 ㅋㅋ

무스탕 2010-03-2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질 막 날때 뭔가를 막 패주면 어떨까요?
빨래건조대에 비치타올 큰 거 걸어놓고 허공을 마구 허우적 거린다든지.. (아.. 이러다 누가 보면 오해할라;;;)

세벽 세시, 암것도 안 입고 안자고 있어요. 바빠요.. 이러면 어쩐다냐..
=3=3=3

다락방 2010-03-23 15:00   좋아요 0 | URL
위 두 노래들을 아주 뇌가 터져버릴 정도로 들었네요. 너무 들어서 토나오더라구요. 결국 자기전에 클래식 한 곡 들어줬어요. 솔솔~ 잠이 오더라구요.

ㅎㅎ 왜 바빠요, 무스탕님? 새벽 세시에 바쁜 일은 대체 무슨 일인가요? 말씀해주세요, 네?? ㅋㅋ

hnine 2010-03-2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 쓰셨어요. 읽다보니 저도 막 신경질 날라고 해요 ㅋㅋ

다락방 2010-03-23 15:01   좋아요 0 | URL
아 글쎄 신경질 나는 일이 한 두개쯤 더 있는데 빼먹었습니다. 너무 신경질이나서 아이큐가 바닥을 쳤어요. ㅎㅎ

머큐리 2010-03-2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을 끝까지 안볼수가 없구나...ㅎ

다락방 2010-03-23 15:01   좋아요 0 | URL
에, 그러니까 여자사람들 뿐만 아니라 남자사람들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그런 동영상인거지요! ㅎㅎ 만족하셨습니까?

프레이야 2010-03-23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신경질 난 다락방님이 왜 이케 귀여운 거에요? ㅎㅎ
잘 자요. 꿈에서라도 마음 푸세요.^^
전 이 밤 늦은 시각에 좋은분이 보내준 직접 기른 봄푸성귀 겉절이해서 맥주 한 캔 했어요.
묘한 궁합이에요.

다락방 2010-03-23 15:02   좋아요 0 | URL
앗 저도요, 프레이야님. 저도 봄푸성귀 겉절이에 맥주 같이해요. 음, 막걸리가 더 짜릿한 궁합일것 같아요. 막걸리 들고갈테니 초대해주세요. 겉절이 ㅠㅠ

LAYLA 2010-03-23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는 저 구절은 번역의 승ㅋ리ㅋ인거 같아요. 원래 문장은 I'm too irritated to write 뭐 이랬던거 같은데...신경질이 나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표현은 너무 귀엽잖아요 ㅋㅋㅋ거친 ㅌ 발음으론 신경질의 섬세한 짜증을 담아낼 수가 없어요.

다락방 2010-03-23 15:0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긴 한데, 음, 저 ㅌ 발음도 아주 격하게 하면 좀 귀여워질 것 같긴 하네요 ㅎㅎ
오, 번역이 정말 잘 된거로군요! ㅎㅎ 저는 저 문장이 정말 아주 마음에 쏙 들었거든요!! 음, 그러고보니,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이 죄다 그런건 아닐까요?

마노아 2010-03-2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어제 너무너무 신경질 나는 일이 있었는데 전 다락방님처럼 이렇게 귀여운 글을 쓰진 못했어요.
하루 지났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막 신경질이 나요. 에잇, 이걸 어떻게 풀죠? 너무 분해요. 씩씩!!

다락방 2010-03-23 15:03   좋아요 0 | URL
아, 이 글이 표독스럽게 쓸라고 한건데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요. 아무래도 에로버전 새벽세시 때문인가..저 어제 정말 신경질났었단 말예요. ㅠㅠ

전호인 2010-03-2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3시! ㅋ
레오와 미오의 사랑이야기의 느낌을 계속 품고 계시네요. ㅎ
새벽3시, 옷입고 자는 사람있음 나와보라고 하세요.
보일러를 연속으로 작동한 줄 모르고 잠들었다가 이불 다 걷어차고 결국 달랑하나 걸쳤던 것까지..
정작 새벽3시부터 인줄은 모르겠네욤. ㅎㅎ

다락방 2010-03-23 15:04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레오'와 '에미'의 사랑이야기입니다. ㅎㅎ

저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세시병을 앓고있다고 합니다. 이놈의 세시병은 아주 수시로 찾아듭니다, 수시로. :)

레와 2010-03-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와요!!!
(놀랄정도로 확! 끌어안는다!!)


토닥쿵토닥쿵토닥쿵!

다락방 2010-03-23 15:04   좋아요 0 | URL
응 안아줘요 안아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10-03-2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여요! 제 패악질과는 차원이 다른 귀여움이잖아요!

다락방 2010-03-23 15:05   좋아요 0 | URL
Jude님...미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그냥 이 한줄로 Jude님이 다 알아주실거라고 생각해요!!)

L.SHIN 2010-03-2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스틴! 한 때 저 노래만 지겹게 들었었는데, 다락님처럼 핸드폰에 다운 받아서.
아, 패션쇼를 저렇게 멋지게 하면...감동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ㅎㅎ

근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신경질이 났나요?

다락방 2010-03-23 15:06   좋아요 0 | URL
전 CD사서도 얼렐레 하고 안들었었는데, 아 이게 글쎄 이럴때 생각이 나네요. 패션쇼 참 멋지죠? 아니, 저스틴은 어떻게 저렇게 수많은 여자들 앞에서 기 안죽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요? 원래 남자들은 여자들 많은데 가면 쑥스러워 한다는데 말입니다. 어휴~ 멋져요!

신경질난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글로 쓰게 될 날이 있을것 같아요. 고마워요, L.SHIN 님!

비로그인 2010-03-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미끈한 기럭지에 신경질 나는데....ㅋㅋ.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야죠, 뭐~~~쩝~

다락방 2010-03-23 15:07   좋아요 0 | URL
확실히 속옷모델들이라 그런지 정말 신경질나는 몸매들이에요 ㅎㅎ 다리는 또 왜 저렇게 신경질나게 긴건지 말입니다!! ㅎㅎ

새초롬너구리 2010-03-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비로그인으로 추천만하고 가요. 여전히 님만의 사랑스러운 말들을 책속에서 뽑아내시는군요~ ^^

다락방 2010-03-23 15:09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님!
잘 지내고 계신거에요?

가끔, 어떻게 지내시는지 소식 남겨주세요! :)

sweetrain 2010-03-2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여러모로, 신경질나는 하루였어요.
제가 노력해서 되는일도 아니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제가 신경을 안 쓸 수 있는 일도 아니라서요. ㅠ.ㅠ

다락방 2010-03-23 17:45   좋아요 0 | URL
저도 여전히 신경질 나있어요. 이젠 우울하기까지 해요. 음, 시간이 지나면 좀 잊혀지겠지, 희미해지겠지, 뭐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휴우-

마그 2010-03-2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핑크의 소왓. 뮤즈의 업라이징, 플러그인 베이비 등을 듣습니다. 제일 큰 볼륨으로~ ^^
근데 빅토리아시크릿은 정말 홍보전략은 최고인것 같습니다.
섹시한 모델. 섹시한 속옷. 그리고 섹시한 남자가수!

다락방 2010-03-23 17:4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럴때 평소에 누노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곤 하는데, 정말이지 아주 갑자기 뜻밖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생각이 났어요. 음, 아마도 잘생겨서일까요?

그러게나말입니다. 섹시한 모델, 섹시한 속옷, 섹시한 남자가수! 보고있으니 훈훈하고 좋기는 한데, 자꾸 보면 우울할 것 같아요. 저렇게 섹시한것들 천지인데 난 왜....하면서 말이죠. 에잇, 신경질나요!

sweetrain 2010-03-2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어제 회사에서 펑펑 울었지 뭡니까.
내일은 아침에 병원갔다가 출근할 거에요.

다락방 2010-04-02 08:26   좋아요 0 | URL
스윗레인님, 앞으로 다니게 될 직장에서는 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기억의집 2010-04-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전 저 저스틴한테는 눈이 안 가고 여자모델한테 눈이 가죠. 와~~ 부러워요. 쭈쭈빵빵한 몸매. 밥은 제대로 먹을까요? 아니아니 빵은 제대로 먹을까요? 저런 속옷 분명 비쌀거야? 그렇겠죠~

다락방 2010-04-02 08:26   좋아요 0 | URL
속옷도 비쌀거고 빵도 제대로 안먹겠죠. 만약 빵을 먹었다면 윗몸일으키기 이천번쯤 하지 않을까요?
저는 저렇게 쭉빵한 여자들 틈에서도 저렇게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져스틴이 너무 이뻐보여요. 히히
 

'크레이그에게' 

이 책은 이 단 한줄의, 단 한명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한다. 두근두근. 역시 마음을 담은 말은 어느 한명만을 향할때 가장 가치있다. 누구에게나 어떤상황에서도 뱉어지는 말들이라면, 그 가치는 쪼개지고 쪼개지고 쪼개진다. 모두의 그 무엇 보다는 나만의 그 무엇이 가장 좋은 이유다.  내게만 향하는 것, 나에게만 말하여 지는 것.  

아, 그런데 이렇게 두근두근 시작했건만, 79쪽까지 읽은 지금, 이 책을 더 읽을지 말지 망설여진다. 79쪽까지 읽으면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이 책에 쓰여진 말들이 대체 뭔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알 수 없는것들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ㅠㅠ  

 

뱀파이어, 늑대인간, 변신인간에게 모두 사랑받는 수키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솔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솔직함. 또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말들은 참아내는 것. 

나는 음,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이 반갑게 받아주지 않는다면 꽤 상처받을 정도로 소심하다. 그래서 내가 전화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있다. 거의 식구들 뿐이다. 내 핸드폰요금에서 순수하게 '통화료'가 차지하는 금액은 5천원도 채 안되곤 한다. 언제나 반갑게 받아줄거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쯤 통화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확신을 그다지 잘 받질 못한다. 

이 책속의 수키는 늑대인간 알시드에게 전화했고,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알시드가 무척 바빠보였다. 그래서 자신이 전화를 한 상황이 미안해졌다. 

「당신 바쁘네요. 전화하지 말걸.」
나는 금세 주눅이 들어 말했다.
농담해요? 당신 전화는 하루 종일 내가 겪은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었어요!」(p.139)

아이참, 이렇게 말해준다면, 앞으로는 자주 전화해도 될거라는 확신이 생길텐데. 어쩐지 마구마구 따뜻해지고야 말잖아. 이런 말을 듣는다면, 아, 나 참으로 괜찮은 여자사람이구나, 라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까지 같이 생겨버릴텐데.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발가벗은채로 비가 퍼붓는 강남대로를 뛰었다. 그렇게 뛰다가 걷다가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길거리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고, 그중에 몇몇 남자들은 내게 지저분한 농담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곁으로 다가와서 차마 내게 손을 대지는 못했다. 나는 창피해서 곧 울음을 터뜨릴것만 같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강남에서 집까지 뛰다가 걷다가 했다. 뉴스에서는 발가벗고 뛰는 내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집에 도착한 나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받는다.  

"뉴스에서 봤어. 너 강남에서 발가벗고 뛰는거. 아무도 너인지 알아보지 못할거야. 괜찮아. 비 맞아서 춥지? 얼른 밥하고 국 먹어." 

그런데도 나는 울지 않았다. 

 

그 꿈을 꾸고나서야 나는 내가 힘들때 엄마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와 여동생과 남동생. 언제나 내 편일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이 유일하다. 기쁘고 즐거울때, 칭찬받고 싶을때는 간혹 타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힘들때는 한번도 타인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받게 될 상처와 실망이 두렵다. 나는 꽤 강한 사람이고 모든것들을 이겨내고 극복하고 참아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받거나 실망하게 되는 일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타인에게 힘든걸 고백했을 때는, 그 모든 상황이 끝나버리고 난 후다. 그래서 아주 많이 타인들로부터 욕을 먹었다. 왜 너는 힘든 순간에 함께 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모든걸 혼자 끝내버리고 나서야 이야기를 하는거냐고. 그렇게 욕을 먹었건만, 그점에 대해서는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힘들때 정말, 타인에게 기대해도 되는걸까? 타인을 생각해도 되는걸까? 

여전히 그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만약 내가 비를 맞고 비참하고 우울한 기분에 가득 차 있을 때, 따뜻한 밥과 국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몸을 녹히라며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담요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마른 수건으로 내 머리를 말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힘들 때 그 사람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것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그 관계 안에 더욱 굳건한 믿음이 존재하고 있어야겠지. 그러나 나는 좀처럼 비를 맞고 비참한 기분이 되었을 때, 타인을 찾아갈 수 있다고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자, 다시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A Reading Diary)로 돌아가보자면,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C는 책 스물다섯 권을 어깨에 지고 파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차 한 대가 와서 멈추더니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여자가 가려던 곳은 근처였지만 C의 사정을 듣고는 집 앞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단다. 온 인류의 도서관에서는 그 여자의 너그러움이 책방 주인의 인색함을 상쇄한다.(p.61) 

내가 『율리시스』를 낑낑대며 들고 갈때, 『반 고흐』책을 가지고 가느라 토할뻔 했을때, 그때 아무도 내게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고 묻지 않았었다. 것봐, 역시 타인에게는 그 무엇도 기대해서는 안된다니까. -_- 

그러나 어느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산도 없고(난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것이 아주 싫다. 무척 싫다.), 전화도 할 수 없어서 무작정 맞아야만 했을 때, 그때 비를 맞고 가고 있는데 한 청년이 우산을 씌워주면서 집 까지 바래다준적이 있었다. 내게 왜 비를 맞느냐고 물었고, 나는 우산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렇게 비를 맞을 정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그는 또 물었는데 나는 역시 그저 우산이 없어서라고 답했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아무도 우산을 씌워주지 않더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의 집이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출입문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어쩌면,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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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게 제가 모처럼 주문한 것들중에 <독서일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어떻해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면. 반값이라 주문했는 걸요....

다락방 2010-03-20 22:5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에게는 꽤 재미있는 책이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꽤 재미있다는 친구의 말 때문에 샀던 책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책속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고, 그 단어들로 만들어진 글들이라 그런지 대체 ..
나머지를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은 22:58 이에요.

2010-03-2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0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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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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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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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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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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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1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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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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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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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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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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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1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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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전화해요, 다락님!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항상 반갑게 맞아줄테니까! ^ㅡ^
(정말이에요, 이런 말, 쉽게 꺼내는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업무 외 사적인 통화 하는 걸 별로 잘
못하기에, 내가 먼저 이렇게 말할 때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구요,웃음)
문자는 하루에 수십 통도 주고 받을 수 있는데~ㅎ

다락방 2010-03-21 15:11   좋아요 0 | URL
아, L.SHIN님 고마워요, 무척 고마워요! 말 만으로도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일요일이 조용히 가고 있어요.
:)

치니 2010-03-2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중 하나는, 전화를 거는 것도 그렇지만 받는 것에도 소심증이 도진대요. 문자는 괜찮은데, 전화가 걸려오면 가슴이 덜컹 하면서, 어떤 말부터 해야 할 지 걱정부터 된대요.
문자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

다락방 2010-03-21 21:22   좋아요 0 | URL
아, 저보다 더한사람도 있군요! 저는 받는것에는 그다지 소심증이 도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건 있어요. 좋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면 집중해서 받고 싶은거요. 이왕이면 혼자 있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조용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어떤것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런거요.
제가 전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둬서 바보처럼 소심해지고 그러는가봐요.

문자가 있어서 네, 저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그치만...

제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설레임은 어릴때부터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설레임이에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공일오비 노래 가사처럼.. 한번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떨리는 마음.


이제는 발신자표시가 되서 뭐 그런것도 좀 덜하지만.

LAYLA 2010-03-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인간 뭐죠? 드라마에서는 안나왔던거 같은데 ㅠㅠ 얼른 시즌3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0-03-22 09:06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수키시리즈 3권에서부터 알시드 나와요. 알시드에게는 데비라는 헤어진 그러나 헤어지기 힘든 여자친구가 있고, 알시드도 수키를 좋아해요. 알시드의 누나도 수키를 좋아해요. 시리즈 3권에서는 에릭의 섹시미가 넘쳐 흐르며, 에로틱이 전반적으로 아주 쎄졌어요. ㅎㅎ

LAYLA 2010-03-23 19:01   좋아요 0 | URL
됴탸 됴탸 됴탸 ♡
에릭 분량이 많이 늘어났음 좋겠어요 호호홓호

sweetrain 2010-03-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9년 전에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까지 아버지한테도 엄마 보고싶단 이야기를 안 해 봤는데, 지난 14일에,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응급실에 누워 있으니 저절로, 잊고 지냈던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ㅜ.ㅠ 아버지는 타지에 있고 오빠는 올 상황이 안되니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당시 제가 신종플루일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 전혀 개의치 않고 병원에 와서 저와 이야기하고 옆에 있어주는 친구를 보면서, 제가 세상을 잘못 산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락방 2010-03-22 10: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신종플루일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어주는 친구라니! 정말 멋지네요. 그런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네, sweetrain님은 세상을 잘못산건 아니네요.

저는..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때 전화를 하면 누군가 와주긴 할지, 아니,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할지 그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마 좀 더 열심히 살아봐야할 것 같아요.

sweetrain 2010-03-22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까지 인생에 위기가 몇 차례 있었는데(물론 제가 아직 20대라, 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보면 뭐 그런거 갖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 중에, 제가 폐결핵에 걸렸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어떤 사람이 진짜 저를 아끼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저의 친구인지, 판단이 서더라고요. 결핵의 경우, 전염성이 모든 환자에게 다 있는 것은 아니고, 폐결핵 환자, 그 중에서도 몸 밖으로 결핵균을 배출하는 사람만 전염성이 있는건데, 전염성이 있는 사람도 2주만 약을 먹으면 전염성이 없어지거든요.

결핵의 전염성이 문제가 되는건 진단받은 환자들 때문이라기 보다, 결핵 발병 이후 진단을 아직 안받은 사람들 때문인건데, 그런데도, 편견을 가지고 저를 피하면서 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수기물을 마시는 것도 싫어하면서 남 생각좀 하라는 사람이 있었고, 저와 같은 하숙집에서 한 방을 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저를 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다행히 제 주위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상처받은 일들도 적지는 않았어요. 세상에, 결핵에 걸린 상태에서 남들과 같은 정수기 물을 마시는게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일이라니!

다락방님께도, 좋은 분들이, 많을거라고 믿어요.

다락방 2010-03-22 12:33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진짜친구를 판단하게 되는건, 대부분 sweetrain 님처럼 본인이 아프고 힘들때인것 같아요. 그렇지만요, 그게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에요. 저는 진짜 친구가 아니어도, 인간적인 예의로 또 전염병에 대한 겁이 없어서 누구에게도 옆에가는게 두렵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아는 지인의 경우에는 정말 무척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인데도 전염병, 그 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사람의 곁에 그 순간에는 가지 않았구요. 그러니 단순히 그 상황 하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가장 약하고 힘이 없을때 그렇게 판단하기 쉽지만, 그때의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진짜 친구라는, 그 엄청난 지위를 부여할때는 말이죠, 오히려 일상속에서 겪어보는게, 그것들이 쌓여서 판단하는게 더 옳은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친구라면 사실 얘가 나의 진짜친구구나, 라고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서로에게 신뢰가 쌓여서 알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어떤상황에서든 지극히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고 또 행복해하기도 하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고 조금 덜 상처받을 수 있을거에요. 명심해야 할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머물러 준다는거요.

며칠전에도 열이 많아 아프다고 하셨던 그 포스팅을 봤는데요, sweetrain님, 건강하세요. 건강하게 지내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건강하게 친구를 사귀세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면, 건강한 친구들은 주변에 모일거에요. 일전에 마노아님의 페이퍼에도 제가 댓글을 단 적이 있었는데요, 건강한 생각 건강한 육체 건강한 영혼 건강한 삶 그리고, 건강한 섹스. 그래서 건강한 친구들을 곁에 두실 수 있으셨으면 해요.

Forgettable. 2010-03-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참.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긴 해요. 저도 아주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읽는 기분으로 읽긴 했는데 ㅎㅎ
암튼 락방님께 땡투하고 다시 사서 봐야겠네요.

전 어째 알바생 주제에 엄청 하루하루가 새롭고,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어요.
그러나 역시 타인에게 기대는 하지 않고요. 지인에게 기대는 하며 삽니다.

친구가 저보고 주위 사람들한테 소유욕이 강하다고 -_-;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아치님이 페이퍼 안읽고 쓰는 것 같은 동문서답 댓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제가 그 격 ㅋㅋㅋ

다락방 2010-03-22 17:05   좋아요 0 | URL
저는 이게 뽀게터블님이니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시다시피 우리 둘이 취향이 참 다르잖아요. 전 어떤 문장들은 두번씩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이게 뭔가 독서 내공이 상당하다면 꽤 유머있는 책인것 같은데, 저는 망구엘씨의 독서리스트 중에서는 세상에, 읽은 작품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끙 ;;

제게는 친구,연인,지인이 모두 '타인'입니다.


소유욕이 강한거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얘기해봅시다.
하긴 우린 만나서 얘기해봤자 막판 얘기는 다 까먹어서 orz


그런데 당신, 소유욕이 강하다고 해도,
별로 나를 갖고 싶어하진 않잖아요? ㅎㅎ

Forgettable. 2010-03-22 17:35   좋아요 0 | URL
그게 갖고 싶어하는 그런게 아니라 ㅋㅋㅋ
뭐랄까, 친구에게 너 왜 걔랑은 그거 하면서 나랑은 안해?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질투심 섞인 소유욕이랄까요;; 이게 뭔진 저도 잘 모르겠는데

이를테면 락방님이 내게 뭔가 비밀이 있을 때 혼자 심통이 나는거?
막 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읽은 작품은 없지만, 그래도 별 읽는데 지장이 없어서 좋아했는데요,
꾹 참고 읽다보면 911 테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꼭 끝내요. 응? ㅋㅋ

다락방 2010-03-22 17:43   좋아요 0 | URL
이거 왜이러세요, 뽀게터블님. 나 그날 술 마시고 전공 불었잖아요!! 난 비밀 말한거라구욧!! ㅎㅎ(쉿!!)

911테러 나오는 부분은 이미 읽었어요. 그리고 끝까지 읽을게요. 꼭. 오늘 출근길에는 뽀님이 준 단편집 들고 왔어요. 이거 우리나라 동화같아요. 막 선녀와 나무꾼 같은 ㅎㅎ
 

영화『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를 보고 나서 나는  필립 클로델의 소설을 읽기로 마음 먹었고, 판매되고 있는 그의 소설 두 권을 샀다. 『무슈린의 아기』와, 『회색 영혼』.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의 이야기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거라고, 나는 단지 영화를 한 편 본 것 뿐인데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가 그의 영화속에서 그를 좋아하게 된 부분은 그러니까 불신으로 가득찼던 상대를, 불안으로 대했던 상대를, 서서히 믿게 만들었던 그 순간 이었다. "내 자식들을 살인자와 함께 둘 수 없어!" 라고 말했던 남자가, "처형한테 우리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해보지." 라는 말을 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그 순간의 미묘한 불안과 긴장과 떨림과, 그, 안도감. 필립 클로델은 자신의 영화에서 자신의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지, 그렇게 힌트를 주고 있었나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남자가 나온다. 한명은 '차오아인' 이라고 말하고, 한명은 '봉쥬르'라고 말을 하는, 무수히 말을 하지만 한쪽에게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들. 한명은 이름을 부르지만 상대는 왜 저렇게 자꾸만 인사를 하는거야, 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들. 

그런 그들이 공원 벤치에서 우정을 나눈다. 아,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공원 벤치에 축복을 내리고 싶다. 공원 벤치는 그야말로 완벽한 장소이다. 공원 벤치에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공원 벤치는, 오, 특급호텔의 물침대보다 더 애틋하고 은밀하다. 모름지기 깊은 관계를 가지려면 공원 벤치에는 한번쯤 가줘야 하는게 아닐까. 그 공원의 그 벤치, 라고 부를 만한 사이가 된다면 그들이 특별하지 않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을거야. 

무슈린도 그리고 바르크씨도 그 공원에 가서 상대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린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에겐 서로의 우정이 가서 닿는다. 그러다가 바로크씨는 무슈린으로부터 담배 두갑을 선물받는다.  

바르크 씨는 양손에 담뱃갑을 거머쥐었다. 담배 두 갑에 금세 가슴이 뻐근할 정도의 감동이 밀려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도 아니고 더군다나 박하 향이 너무 거슬려 절대로 태우지 않던 담배인데도 말이다. 그런 게 중요할 리 없었다. 바르크 씨는 담배와 노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당장에라도 노인을 꽉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뭐라고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p.53)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도 아니고 절대로 태우지 않던 담배인데도 바로크씨에게 이 담배는 더할나위없이 소중하다. 가슴이 뻐근할 정도의 감동을 주는 그런 담배. 

노인이 선물해준 담배여서 그런지 바르크씨는 이제껏 피워본 담배 중에 가장 맛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훨씬 낫군, 훨씬 나아. 박하 향까지도 향기롭게만 느껴졌다. 바르크 씨는 몸이 가뿐해짐을 느꼈다. 박하 향 덕에 가슴이 후련해져 숨도 더 시원스레 쉴 수 있는것 같았다.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 (p.54) 

바로크씨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벤치에서 만난 무슈린을 까페로 데리고간다. 자신이 담배를 선물로 주었던 감정, 그리고 상대가 받고 기뻐하는 감정, 이 모든 것들이 무슈린을 행복하게 한다. 

무슈 린도 같은 생각이었다. 까페엔 사람이 없다시피 해 둘만 있는 느낌이었고 게다가 아기는 침대에 누운 것처럼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p.54)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도 이 소설은 좋다. 말도 통하지 않는 두 노인의 우정이 따뜻해서. 그러나 이 소설은 노인의 우정을 말하기 위한 소설이 전부가 아.니.었.다. 하- 나는 반전에 매력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살인자들의 섬』도,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도 내겐 심드렁하다. 그러나, 이 책의 반전, 이건, 이 얇은책을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느끼기엔 버거운 감정이다. 그래서 도무지 곧바로 그의 소설을 또 집어들 자신이 없다. 반전이 충격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작은 반전, 그 있을법한 반전이 그냥 지나치기엔 서늘하고 아파서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떤이들에겐 이게 뭐 어쨌다는거야 할 수도 있겠지만, 치니님, 치니님은 이 책을 읽으셔도 좋겠어요.  

 

 

 

 

어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친구가 이 책의 백페이지쯤을 읽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길래,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이 책을 꺼냈다. 백페이지쯤엔 무슨 이야기가 나오지? 에미와 레오가 무슨 얘기를 하는거지, 그 쯤에선? 

나는 침대 위에 엎드려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 책의 백 페이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 118페이지를 보고 빵 터져버렸다. 혼자서 지저분한 방안, 침대위에 엎드려서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118페이지의 에미는 레오에게 만나자고 떼를 쓰고 있다. 하하하하. 아 웃겨. 

 

 

2분뒤 

Re: 

나의 메일 파트너가 나를 만나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가 없어요. 구제불능 레오, 어쩌면 제가 가슴 큰 금발 여자일 수도 있잖아요!!! 

 

30초 뒤 

Aw: 

그렇다고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20초 뒤 

Re: 

뚫어지게 보시구랴. 

 

35초 뒤 

Aw: 

제가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당신 마음에 들까요?

새벽 세시를 몹시도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 그 친구들은 에미가 정말 좋다고 열광을 했었는데, 나는 그랬다. 나는, "나는 레오가 훨씬 더 좋아요!" 라고. 아, 난 레오가 정말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버까페 만남이 있은 뒤 레오는 에미에게 '당신이 세 에미 후보 가운데 하나임을 고백하면 제가 누구였는지 힌트를 드리지요'라고 제안하고 에미는 힌트를 먼저 달라고 한다. 그러자 레오는 이렇게 답한다. 

형제 있어요? 

하하하하. 이 문장이 그가 주는 힌트. 아 완전 사랑해 정말. 이런식의 힌트를 주는 남자라니!  

 

그나저나 이 페이퍼 쓰려고 집에서부터 『무슈린의 아기』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가방에 넣어가지고 무겁게 들고왔다. 도무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뇌는 없고 힘은 센 여자사람이로구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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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에게도 무슈 린의 아기같은 존재가 있어요
    from 음... 2010-03-22 17:21 
    눈이 온다. 3월22일인데 눈이라니, 라고 중얼대다가도, 눈에게 그건 부당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눈이라면, 까짓 거 내리고 싶은데 3월이고 4월이고 무슨 상관이냐, 난 내가 내려가고 싶을 때 내려갈란다, 어차피 너희들도 자연을 따르지 않고 너희 멋대로 겨울에도 여름처럼 여름에도 겨울처럼 지내지 않느냐, 그런 심뽀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것이다. 정상 vs. 비정상이라는 것도 아마.  눈이 3
  2. 내게는 하나의 작은 우주
    from 마지막 키스 2010-04-25 21:31 
    을지로 전주집 삼겹살집에서는 파절이 위에 계란 노른자를 띄워준다. 계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톡- 터뜨려서 파절이와 함께 섞고, 그 파절이와 함께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면 한없이 고소하다. 익힌 콩나물과 양념한 부추무침도 함께 내어주는데, 그것들까지 삼겹살과 한데 구워, 상추에 고기며 마늘, 파절이, 콩나물과 부추를 넣고 쌈을 싸면 한 입 가득이다. 때때로 너무 커서 숨이 넘어갈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맛이 일품이라, 나는, 도무지 그 삼겹살집을 끊을래야
  3. 당신이 내 눈앞에 서있는 건, 나의 기도 때문이야.
    from 마지막 키스 2011-05-26 16:09 
    중국인 시 씨는 이혼한 딸을 만나러 미국에 온다. 그러나 딸과의 이야기는 시 씨가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버지와 딸은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원하지만 딸은 원하지 않는다.아버지가 생각하는 딸의 혼자의 삶은 결코 충만하지 못하다. 딸이 새로운 삶을 살기를, 그러니까 다른 남자를 만나 다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딸은 결코 아버지의 뜻대로 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여자에게, 특히
 
 
무스탕 2010-03-1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솔직히 말해봐요. 세벽 세 시.. 몇 번이나 읽었어요?

다락방 2010-03-18 09:28   좋아요 0 | URL
저 하나 더 사서 사무실에 둘까봐요. 번번이 들고다닐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아니, 무스탕님! 레오가 나오는데 어떻게 한번만 읽고 말겠습니까? 전 레오를 사랑해요, 사랑한다구요!!

다락방 2010-03-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말하는 것 좀 봐요. 제가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당신 마음에 들까요?

아 들지 이놈아. 니가 뭘해도 마음에 들지. 어쩌면 말도 그렇게 이쁘게 하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와 2010-03-18 11: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레오, 이 여자 사람 좀 말려줘요!!!

다락방 2010-03-18 11:35   좋아요 0 | URL
나 레오땜에 죽겠다능 ㅋㅋㅋㅋㅋ

네꼬 2010-03-19 15:4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 나 죽네, 다락님 왤케 웃겨요? 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0-03-19 17:05   좋아요 0 | URL
네꼬님이 더 자주 온다면, 난 더 자주 웃겨드릴수도 있는데!!

비로그인 2010-03-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전 저 사람의 저 말에 반했어요.


아차 그리고 다락방님도 독일어 입문 어때요? 제가 계속 말했잖아요. 언어는 이성에게 배우면 빨리 는다고. 레오에게 배우면 일취월장 한다에 내 오백 원 걸어요.

다락방 2010-03-18 10:12   좋아요 0 | URL
에미는 꽤 유머감각이 있는데, 그 유머가 까칠할때가 종종 있어요. 레오를 만나고 싶고 레오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을 갖고 싶은 마음에 그런 까칠한 유머를 구사하죠. 그게 다 보여요. 그리고 저는 그런 에미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말입니다. 어떻게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런 에미가 레오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점들인 것 같아요. 그 섬세한 다정함. 에미가 농담을 하든 깐죽거리든 늘 다정하게 대해주잖아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에요, 그는.


네, Jude님.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부터 저 역시 독일어를 시작할것인가를 내내 생각했었어요. 레오의 저 모든 말들을 독일어로 느끼고 싶어서요. 흐음, 레오에게 배워볼까요, 정말? 아 두근두근해요.


레와 2010-03-18 11:10   좋아요 0 | URL
Jude님, 오백원은 너무 싸요!

난 천원!!! ㅋ

다락방 2010-03-18 11:35   좋아요 0 | URL
아 이 여자사람들. 돈이 그렇게들 없나요? 오백원이나 천원밖에 못걸겠나요? 회덮밥 사먹을만큼 좀 걸어주면 안되나요? -_-

비로그인 2010-03-18 12:56   좋아요 0 | URL
그럼 전 소인배인지라 천오백 원 겁니다 흐흣

다락방 2010-03-18 13:05   좋아요 0 | URL
아! 어떻게 해야 만원까지 올라갈까요! ㅎㅎ

무스탕 2010-03-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이 말이요, 30초 뒤에 나왔기 망정이지 2분쯤 뒤에 나온 말이라면 레오가 좌절했다고 생각했을거에요.
30초라는 시간차가 있었기에 느낌이 달라졌어요.
레오의 생각이 아직도 진행중이고 에미에게 슬쩍 떠넘기는 분위기도 조성됐지요.

레오는 정녕 선수였을까요? 크크크크크

다락방 2010-03-18 10:14   좋아요 0 | URL
에미는 끊임없이 레오를 자극하고, 레오는 그 자극에 그대로 당하는 법이 없죠. 언제나 다정함으로 그 위기를 모면해요. 하하하하

전 저때의 에미의 까칠함도 좋아요. 뚫어지게 보시구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미의 저때의 저 심술이 아, 저는 오백프로 감정이입되요, 정말. 보고싶어 죽겠는데 대체 왜 만나주지 않는거야. 나 금발에 가슴 큰 여자일지도 모르잖아 이 빵꾸똥꾸야!! 하아-

레오가 진짜 선수라 할지라도, 저는 그런 선수라면 그냥 넘어갈랍니다. ㅎㅎ

치니 2010-03-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이거였군요. ^--^
사람이 그러하듯, 책도 그냥 보기만 해도 1초만에 '저건 분명 내 마음에 들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어요.
그게 <무슈린의 아기>였어요. 그런데도! 전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어요! (도서관에서 몇번이나 들었다 놨다만 했을 뿐) 아마 이렇게 다락방님의 지름질을 받으려고 기다렸던 모양입니다. 오케이 이번에는 정말로, 읽을래요. 다만, 반전에 대한 언급 때문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지려고 하네요. 으.

그리고 말이죠, 이런 페이퍼를 쓰려고 집에서 책을 두 권이나 들고 오는 다락방님, 어디 레오 같은 남자가 나타나서 마구마구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드는 아침입니다. 헤.

다락방 2010-03-18 11:37   좋아요 0 | URL
일전에 제 페이퍼에서 치니님이 이 책을 알고계시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자마자 오, 치니님이 읽으시면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답니다. 얇은책이라 금세 읽힐거에요. 그리고 치니님은 이 책이 얘기하는 바를 가장 잘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러니까 말이죠, 대체 왜 집에서부터 책을 들고 오면서 이런 페이퍼나 쓰고 앉았을까요. 일은 안하나요? 머릿속엔 온통 페이퍼 생각 뿐인가요? 레오 같은 남자가 나타나면 제가 돈을 좀 줘야할까요? 돈을 줄테니 나를 조금만 사랑해주겠니, 하면서 말이지요.

L.SHIN 2010-03-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 책을 안 읽어봐서...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고 퇴장하는 외계인 지나가요...-_-

다락방 2010-03-18 11:39   좋아요 0 | URL
아, 가슴이 쓰라리군요! 그렇지만요, L.SHIN님. 저는 L.SHIN님이 설사 이 책을 읽으셨다고 해도 저처럼 느끼시진 않을것 같아요. 이 책은 음, L.SHIN님의 취향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져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제가 무척 사랑하는 주인공들이에요. 레오와 에미.
그 둘은 살아있어요, 이 책속에서. :)

L.SHIN 2010-03-18 15:13   좋아요 0 | URL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 이해 못하고 지나가는 건 너무 억울해서, 책을 담으려고 다시 왔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락님이 쓰신 글에 이렇게까지 씁쓸하게 뒤돌아 간 적은 처음이라구요!

참, 전 위트한 독일 소설과 의외로 잘 맞는답니다. 모르셨어요? 후후후

다락방 2010-03-18 15:23   좋아요 0 | URL
위트하기만 한게 아니라, 말랑말랑 몰캉몰캉 두근두근 그러다가 서운하기도 하고 아흑, 몰라요.
이 안에 다 있어요, 다. 죄다 있어요. :)

L.SHIN 2010-03-18 19:32   좋아요 0 | URL
종합과자선물세트군요.(읭?)

레와 2010-03-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같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내 청춘(?)을 다 바치겠소!!!

다락방 2010-03-18 11:4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의 처어어어어어엉추우우우우우우운이라구요? 오, 레와님과 저에게 청춘이 남아 있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레오같은 남자라면, 아니 저는 레오같은 남자는 싫어요, 그냥 레오라면, 바로 그라면, 저는 청춘에 제 돈까지 얹어서(읭? 무슨돈?) 다 바치겠어요. 부디, 그가 다른 여자를 바라보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다른 여자를 바라보면, 전 또 어쩌지 못하고 그런 그를 계속 좋아할테니 말이죠. 아, 가슴 시리다. ㅠㅠ

레와 2010-03-18 13:45   좋아요 0 | URL
아.. 비극적이군..ㅡ.ㅜ

다락방 2010-03-18 13:50   좋아요 0 | URL
응. 내잘못이야. 비극적으로 만든 내 잘못이에요 ㅠㅠ

비로그인 2010-03-18 16: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얹어서 바칠거란 돈은 회덮밥 사먹을 돈 만 원임. 다 알고 있어요 호홋

다락방 2010-03-18 16:23   좋아요 0 | URL
Jude님. 저를 너무 많이 알고 계시네요. 음...저 이제 신비주의로 돌려야겠어요. 여기에 절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ㅎㅎ

마노아 2010-03-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뚫어지게 보시구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쩜 좋아요, 저는 다락방님을 뚫어져라 보고 싶어요.(>_<)

다락방 2010-03-18 13:13   좋아요 0 | URL
저도 거기 읽다가 완전 대박 빵 터졌던 거에요. 뚫어지게 보시구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조만간 봐요. 그리고 나를 뚫어지게 보시구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3-18 14:33   좋아요 0 | URL
오늘 점심 때 급식으로 삼겹살 나왔어요. 하지만 다락방님과 먹었던 삼겹살만큼 맛난 삼겹살은 다시 없을 거예요. 조만간 뭉쳐요. 봄날이 정말 봄날일 때요~ 다락방님을 으스라져라 안고 뚫어져라 보겠어요!!

다락방 2010-03-18 14:50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우리 그럼 서로를 으스러지게 안고 뚫어지게 보고, 뭐 그래야겠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삼겹살 만세!!

습관 2010-03-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홍보(?) 덕분에 얼마전에 읽었어요.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ㅎㅎ

근데, 저 이거 빌려 읽었거든요. 조만간에 하나 소장해야 할까 봐요.

좋은 책들 많이 많이 홍보해 주세요..한번 말고, 두번, 세번, 네번...

다락방 2010-03-18 14:49   좋아요 0 | URL
아니, 습관님. 이 좋은 책을 이제야 보셨단 말입니까!! 제가 이 책을 홍보한게 벌써 햇수로 3년짼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습관님께도 좋은책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어요. 네, 소장하세요. 문득문득 어디를 펼쳐도 거기에 살아있는 레오와 에미가 있으니까요! :)

세실 2010-03-1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락방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레오는 대체 어떤 매력이~~~
당장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어제 질렀는데 오늘 또....ㅎㅎ

다락방 2010-03-18 17:29   좋아요 0 | URL
그 여자는 나를 휘저어놓고, 들뜨게 한다. 종종 그 여자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꼭 그 마음만큼 그 여자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어진다.

라는 말을 할 줄 아는 남자에요, 레오는.

아이참, 세실님. 읽으시면 이 봄이 힘드실텐데요. 두근두근해서. ㅎㅎ

세실 2010-03-18 18:04   좋아요 0 | URL
와우..기대됩니다.
큰일났네요..봄바람 나면 다락방님이 책임지세욧^*^

다락방 2010-03-19 08:31   좋아요 0 | URL
세실님, 로맨틱 코메디 장르를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그렇다면 이 책도 취향에 맞으실 거에요. 물론 이 책이 코메디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봄바람, 아 봄바람은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어요. 정신 바짝 차리셔야 됩니다. 안그러면 저처럼 자꾸 근무시간에 멍때려요. ㅠㅠ

pjy 2010-03-1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땜에 결국 지르네요~ 누구같은 남자보단 딱! 그 남자가 필요하죠^^

다락방 2010-03-19 08:33   좋아요 0 | URL
그쵸. 누구같은 남자보단 딱 그남자. 맞습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후훗

yamoo 2010-03-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침대에서 짐멜의 <돈의 철학>을 보고 있었어요~ 근데, 역시 침대에서는 말랑말랑한 소설을 읽어야 재맛이에요..ㅎㅎ

다락방 2010-03-20 12:34   좋아요 0 | URL
아니면 지독하게 야한 소설이거나 말이죠. 막 므흣므흣해지게.
:)

2010-03-19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0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리샤 2010-03-2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님은 왜 문자보낼 때 이불을 뒤집어쓰실까요ㅎㅎ 막 그 장면 상상하면 웃음나와요. 귀여우신 우리 다락빵님.

다락방 2010-03-20 1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불은 왜 뒤집어 쓰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sweetrain 2010-03-2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랑말랑한 책을 읽고 싶어요. 아주아주 말랑말랑한 책이요. ㅡ.ㅜ

다락방 2010-03-20 21:26   좋아요 0 | URL
sweetrain님, 결말을 읽기 전까지 [새벽 세시,바람이 부나요?]는 아주 말랑말랑해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다정한 벗 J는 가끔 내게 메신저로 쪽지를 보낸다. 오늘은 어때요? 하고. 그러니까 하루의 시작에 '잘 보내라'도 아니고 '잘 지내라'도 아니고 '오늘은 어때요?' 라고. 난 참 이 말이 좋다. 오늘 하루 잘 보내요, 라고 하는건 음, 뭔가 접대성같기도 하고 딱히 할 말이 없는듯도 한데 아침부터 오늘은 어때요, 하고 내 기분을 물어주면 무언가 몽글몽글 다정함이 샘솟는다.  

알라딘 말고는 다른 블로그는 잘 가지 않는데, 그나마 몇 안되는 즐겨찾기, 그중에 자꾸자꾸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아지기만 하는 C님의 블로그에는 블로그 메인에 이렇게 써있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난 그 말이 좋아서 자꾸자꾸 거기를 가는걸까. 그래서 자꾸자꾸 그분이 좋아지는걸까? 아, 좀 부끄럽네. 게다가 오늘은 C님이 나때문에 아침부터 스타트가 좋다고 했다. 히죽히죽 ^__^ 여튼, 거기를 갈때마다, 그리고 다정한 벗으로부터 오늘은 어떠냐는 쪽지를 받을때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데뷔곡 『day by day』가 떠오른다. 오늘은 쫌 미친 조증이 또 찾아와서 그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말았다. 이때만 해도, 이 아이들, 소년이었는데. 이때는 참 좋았는데. 

오늘 하루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어제는 너무 늦어서 전화 할 수 없었죠
괜스레 수화길 들었다 또 놨다
그렇게 밤을 지새웠어요 조금 우습죠

당신 하루 생활이 난 궁금했어요
잠잘 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가끔은 잠에서 깨보면 TV만 외로이 홀로
켜져 있는지 별거 아닌데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
그런데 난 이 말을 하기가
Oh baby~ 힘이 든 건지
아님, 용기가 없어서 자꾸만 피하는지

사랑해요 아니 모자라지요 내 안에
사랑 보여 줄 수 있는 날 기다려요
아주 천천히 많이 꺼내 들고서
앞에 서 있을 그날

손을 뻗어 당신께 난 갔어요
꿈인 줄 알았지만 멈출 수는 없었지요.
내 몸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요
난 당신께 솔직히 내 맘을 털어놔요.

Day by day 나보다 더 소중한
I still long for your love, day by day

 

 

 

 

day by day라고 하면 또 애즈원 의 노래도 그냥 넘길수가 없다.  

i never knew i could fall in love again
cause my heart was weak and worn
but you promised me, that you would love me
and that we'd be one forever
nothing compares to the love that you and i share
just be careful with my heart and i'll love you always

조심스레 다가오는 널 처음으로 알게됐던 날
기쁨대신 한숨에 며칠 밤을 새웠었지
아주 오래 걸릴지 몰라 누군가 받아들이긴
아직 부족한 날 알아주겠니

너무 소중했던 사랑이 떠나버린후로
사랑할 수 없다고 난 믿어왔는데
나의 상처까지도 안아주는 널 위해 매일

<조금씩 보여줄게 내일 조금더 친해질 꺼야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너를 사랑하긴 모자라
나의 마음 모두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도록 준비
하는 날 기다려 주겠니>

다시 너를 잃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앞서
선뜻 너에게 다가설 수 없고
떠난 그의 생각 때문에 아직 눈물 많아
니 앞에서 운적도 난 많았었는데
그런 나의 눈물도 닦아주는 널 위해 매일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 많이 힘들던 날들에
지친 내맘 열어준 사랑 너 하나였다는걸
너의 커다란 사랑만큼 아니 그보다

잘해줄꺼야 지금 니모습 그대로만
그냥 편안히 날 지켜봐 고이 아껴둔 내 사랑이
네게 전해지는 날
그때 말할께 널 사랑한다고 준비하는 날
기다려주겠니

 

 

  

그리고 일요일 오후, 쉬면서 내내 들었던 캐서린 맥피의 『My Destiny』. 아메리칸 아이돌 Final 무대에서 그녀가 불렀던 노래. 지금의 캐서린 맥피는 화보를 찍을 수 있을정도로 날씬해졌고, 세련되어졌고, 헐리우드에 집을 살 정도로 부자가 됐지만, 난 이때의 캐서린 맥피가 가장 사랑스럽다. 드레스가 너무 꽉 조여서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의 캐서린 맥피. 가끔은 드레스 위로 살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기도 하는 통통한 캐서린 맥피.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를때 나는 그녀가 참말로 좋았다. 정말 예뻤다, 정말. 

 

 

 

 

이건 가사를 못찾겠네, 젠장. -_- 

이라고 썼더니 누군가 가사를 찾아 적어주셨다. 고맙습니다. :) 

My Destiny

I have always dreamed of this
I'll admit that there was something I missed
Wonderin' if it is for real
Every mistake, every wrong turn
Every time I lost my way
Led me to this, moment of bliss, tonight

[CHORUS:]
With you, finally I can break free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You were always by my side
That you believed in me was enough reason why
I didn't stop, didn't give up
Even if I sometimes lost hope
I did my best, and I am blessed
In life

[CHORUS:]
With you, finally I can break free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to be

Can I get any higher
Tell me, does it get any stronger?
I owe it to you, that I made it through
I never could've done it, without you

[CHORUS:]
With you, I can break free, yeah
With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CHORUS:]
Oh, cause of you, I saw a changing in my destiny
Dream come true, it's so funny now that I see
How different life turned out to be
I've realized that it's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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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0-03-1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군요.. ^^

다락방 2010-03-15 22:08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그들중 으뜸이구요! :)

치니 2010-03-1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군요 2 ^-^ (야호 ~ 신난다, 전 조증이 아니고 진짜루 신나요 ~ 헤헤, 마침 퇴근시간 4분 남은 참에 이 글을 보다니 ~ !)

다락방 2010-03-15 22:11   좋아요 0 | URL
퇴근후 지금까지는 잘 보내고 있어요, 치니님? :)

L.SHIN 2010-03-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솔직히 앨범의 노래들보다는 가창력이나 매력이 덜 한 듯...
그러나 그녀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사람들이 저렇게 환호할 수 있었던 건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저 표정,
정말이지 얼굴에 다 드러나는 저 기분좋음을 도대체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요?
마치, 노래는 그녀 자신을 위한 것 같아요.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니까 행복하고 그래서 생기는
자신감으로 인해 편하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눈이 부셔요. 너무 예뻐요.

다락방 2010-03-15 22:12   좋아요 0 | URL
중간에 보이는 여인은 캐서린 맥피의 엄마에요. 엄마의 눈에도 딸의 모습이 아주 좋아 보이는 것 같죠? 저도 이 노래 부를때의 캐서린 맥피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정말 예뻐요. 그리고 캐서린 맥피의 이 예쁜 모습을 알아봐주어서 고마워요, L.SHIN 님!
좋은 밤 보내요!

하늘바람 2010-03-15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C님은 누구일까요? 오늘 하루 생각해보고 뒤돌아보니 나름 괜찮았네요

다락방 2010-03-15 22:13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말고 다른 블로그를 얘기한거였어요, 하늘바람님.
오늘 하루 괜찮았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괜찮은 하루였어요. 하늘바람님의 내일도 괜찮은 하루이길 바랄게요.
:)

순오기 2010-03-1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은 어때요?' 나도 잘 기억했다가 써먹어야지!^^
아줌마는 처음 듣는 노래지만 좋군요.
오늘은 거실 창가 쪽 가구와 책장을 좀 옮기고 모처럼 봄맞이를 했어요.
남아돌아가는 식탁을 창가로 배치하고 종일 CD걸어 음악들으면서 일하니까 좋았어요.
흘러간 팝송과 장기하 노래, 박강수 앨범을 종일 들었어요.
아~ 이젠 정말 봄이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0-03-15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영화를 보고 막 신나서 돌아오는데 말이죠, 순오기님. 날씨가 갑자기 몹시 추웠어요. 배도 고팠고 날도 추웠고 손도 시려웠어요. 아직 가방에서 빼지 않은 장갑을 껴야 할 정도였답니다. 내일도 꽃샘추위라 춥대요. 그래고 봄이 오니까 좋아요. 계절이 바뀔땐 언제나 저마다의 설레임을 가지고 오는 것 같아요.

잘 지내세요, 순오기님!!

2010-03-1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0-03-1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전에 언급했던 것 같기도 한데, [멘털리스트] 라는 드라마가 있거든요.
오늘 신문 기사 보니까 한국에서도 케이블에서 한다네요. 티브이엔 월,화 8시 라고 나와 있군요.
우울한 날에는 이 남자가 눈웃음 살살 흘리는 것 보면 풀어지실 듯!


다락방 2010-03-16 09:1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TurnLeft님. 완전 좋아요. 저는 오늘 하루 괜찮고, 오늘 하루 어떠냐는 글을 썼는데, 아니, 이 남자의 눈웃음을 보라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텔레비젼을 잘 안보기 때문에 이걸 본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혹여 텔레비젼 앞에 안게 된다면, 이 남자의 눈웃음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할게요.

아, 그런데 저는 어쩌다가 친절한 알라디너에게 이렇게 남자를 소개받게 되어버렸을까요? 하하하하

비로그인 2010-03-16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



아 마음을 막 콕콕 찌르는 가사로군요. 그땐 왜 몰랐을까요.

다락방 2010-03-16 09:35   좋아요 0 | URL
당신 하루 생활이 난 궁금했어요
잠잘 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가끔은 잠에서 깨보면 TV만 외로이 홀로
켜져 있는지 별거 아닌데


별거 아닌데 궁금해지는거, 좋아지는 거겠죠. 아 말랑말랑 달콤해요. 잘 보내고 있어요? 하고싶은 말이 아주 많아요, Jude님! :)

yamoo 2010-03-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들으시는 곡들이 제가 아주 엔날에 듣던 노래와 비슷합니다..전 대학교때부터 줄창 메탈을 듣다가 3년전부터 고딕메탈만 듣고 있습니다.
나는 궁금했어요 당신이 좋아지는 거겠죠...맞아요..궁금하면 좋아지는거...가사가 참 좋네요^^

다락방 2010-03-20 12:37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대학교때 이 노래 듣고 가사가 참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잠잘땐 나처럼 베갤 끌어안고 자는지~

별거 아닌데 궁금해지는거, 그게 좋아지는거겠죠.
:)
 

 

 

 

 

 

 

 

 



 

"수집한 것중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 뭐예요?"
"61년산 슈발 블랑이요."
"와우. 그걸 어떻게 마시지 않고 두고만 있을 수 있죠?"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어서요."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인거예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보잘것 없다고 느꼈던 마일스는 와인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마일스는 와인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마야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좋아하는 와인 '61년산 슈발 블랑'을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다는 마일스. 그런 그에게 마야는 당신이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라고 얘기한다. 

마일스에게 곧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실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가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시는 그 특별한 순간은, 그가 가장 작고 초라하고 볼품없게 느껴진, 가장 쓸쓸했던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61년산 슈발 블랑을 허락함으로써, 그 바닥으로 떨어진 비참한 순간을 순식간에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해서 마일스의 상황이 변한것도 아니고, 마일스가 갑자기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낀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함으로써, 자신에게 그정도의 사치를 허락함으로써, 조금쯤 더 살아갈 힘을 얻었을 뿐이겠지. 조금쯤 더 힘을 얻고 살아가게 될 순간이 다만 몇시간이든 혹은 몇년이든 괜.찮.다. 좌절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또다시 마일스를 휘청거리게 하면, 그때는 또다시 61년산 슈발 블랑을 잔에 따라 마시면 되니까. 

나에겐 아직 61년산 슈발 블랑이 없다. 내가 아주 약해지고 아주 작아지고 아주 쓸쓸해질때를 대비해서 61년산 슈발 블랑을 만들어 두어야 겠는데, 대체 내게는 무엇이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는것이 가능할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되는것은, 그것은 가능할까?

내가 좋아하는 한 친구는 이 영화속에서 마일스가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시는 순간을 '내가 본 모든 영화 중 가장 멋진 부분' 이라고 말했었다. 내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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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이 암스테르담에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1-11-28 09:26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차를 마시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쇼핑을 하는 시간들이 내게는 무척 좋고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 시간들이 내게는 자유롭고 행복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보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매장에 가서 내가 사고 싶은 걸 산다는 것은 쾌감까지 선사한다. 백화점의 푸드코트에서 혼자 앉아 먹는 순대볶음은 일종의 위로다. 이런 내가 아직도 하지 못한 것이 혼자서 스테이크 먹기 이다. 영화 『사이드 웨이』에서 마일스
  2. 옷장 속 와인
    from 마지막 키스 2015-06-11 09:51 
    어제 퇴근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사무실을 나서면서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쫙 빠지더라. 역시 회사를 다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뭐 꼭 회사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운이 쫙 빠져버린 나는, 퇴근후 역삼역까지 걷겠다는 호기로움을 뒤로한 채, 양재역에서 그냥 지하철을 타버렸다. 아 기운없어. 걷기 싫어. 지하철 타자. 지하철을 타서는 이번호 시사인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았고, 아, 와인을 마셔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마트에 들
 
 
2010-03-1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10-03-1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크닉 사진 너무 근사해요!

전 이 영화 너무 좋아해요.
대략 10번은 봤을 거예요.
마야 역의 배우도 너무 멋지고 마일스의 동그란 대머리도 넘 귀엽고
무엇보다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대박 좋아해요.ㅋㅋ

유머, 낭만, 쓸쓸함, 아이러니, 허무, 희망이 동시에 다 들어 있어요, 이 영화엔.

다락방 2010-03-14 13:3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 무척 좋았어요. 페이퍼에 쓴 것처럼 그 와인을 마시던 순간이 자지러지게 좋아서 뒤로 넘어갈 뻔 했어요.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그 장면을 예찬하기도 했답니다.
무엇보다 마일스를 비롯한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그냥 내가 사는 것 처럼 뭐하나 이뤄놓은 것도 없고 스스로를 볼품없다 여기고 쓸쓸해하고 그런 모습들이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저렇게 피크닉을 하다니! 아, 정말 근사하죠?

저도 좋아해요, 이 영화.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농장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영화보는 내내.

2010-03-14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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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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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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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1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라... 왠지 멋져요.
다락님의 글이 멋져서 모니터에 얼굴 가까이 대고 보고 있었습니다.(웃음)
나도 뭔가 찾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0-03-14 13:38   좋아요 0 | URL
모니터에 얼굴 가까이 대면 눈 나빠져요, L.SHIN 님.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도록 해요.
뭔가를 찾지 않아도, 언젠간 그 뭔가가 나를 찾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해요.

그래도 나의 61년산 슈발 블랑이 생긴다는건 참 근사한 일이에요. 그쵸?
:)

L.SHIN 2010-03-14 21:21   좋아요 0 | URL
'언젠가 그 뭔가가 나를 찾지 않을까' 라니!
아, 정말이지...하루에 두 번 감동은 심장에 무리인데 말이죠. ㅜ_ㅡ

다락방 2010-03-15 09:04   좋아요 0 | URL
좋은 아침이에요, L.SHIN님.

비가 와요. 멜랑꼴리 해질까요, 말까요? :)

L.SHIN 2010-03-15 11:52   좋아요 0 | URL
좋은 점심, 다락님. (오전에 알라딘 접속이 안 되서..-_-;)

나는 이미 멜랑꼴리 해졌어요.

다락방 2010-03-15 11:59   좋아요 0 | URL
나는 몰랑몰랑해요 ㅎㅎ

2010-03-14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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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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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걸 마시는 순간이 특별한 순간이라니,멋져라~~~

다락방 2010-03-14 18:22   좋아요 0 | URL
그쵸, 순오기님? 정말 멋진 영화랍니다!!

마노아 2010-03-1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느끼는 순간은 매번 61년산 슈발 블랑이에요!!!

다락방 2010-03-15 08:5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그렇다면 나를 좀 안아주세요!!

Kitty 2010-03-15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발을 보고 뭔가 다른 걸 상상한 저는 61년산 슈발 블랑을 마실 자격이 없는거죠? ㅠㅠ

다락방 2010-03-15 08:56   좋아요 0 | URL
다른 슈발은 무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야 슈발 블랑을 알게 되서요. 물론 와인샵에서 본다고 한들 다시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자격이 있고 없고는 자신이 결정하는거에요. Kitty님이 원하면 마시면 되는거구요. 슈발 블랑을 선택하는건 Kitty님의 몫이죠. :)

2010-03-15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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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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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14: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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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15 14:3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레와 2010-03-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나에게 61년산 슈발 블랑!!



이 디비디 틀어놓고, 와인 마시고 싶은 오후예요.

다락방 2010-03-15 14:09   좋아요 0 | URL
나는 레와님의 61년산 슈발 블랑 ♡

비연 2010-03-1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넘 좋았어요! 나오는 와인마다 다 먹어주고 싶었어요..ㅋㅋ ...아..와인 먹고 싶어지는 밤이네요..냠.

다락방 2010-03-16 09:3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요. 정말이지 좋은 사람과 이렇게 와인여행을 가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가다가 와인마시고 멈춰서 허름한 모텔에 들어가 요란하게 잠도 자고. 그렇게 말이지요. 와인 마시고 싶어지는 아침이에요.
:)

2010-03-17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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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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