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은 싱글 여성이나 과부인 여성을 마녀로 몰아 살해하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아 간 것을 말한다. 싱글 여성이며 돈을 벌고 있는 나는 이에 분개해 어제 페이퍼를 썼었다. 그런데, 싱글이 아닌 여성은, 그렇다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았을까?
마리아 미즈는 인도의 사례를 가져온다. 인도의 지참금 살인.
몇차례 나는 [페미사이드] 책에서 인도의 지참금은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에게 건네는 돈으로 신부는 그 돈을 만져볼 수조차 없다는 걸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단지 여성이 아버지에게서 신랑으로 건네지면서 돈을 만지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돈이 부족하다고 살해 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 아주 많은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아내 혹은 며느리를 살해한다. 결혼하지 않은 인도 여성에겐 갈 곳이 없는데, 결혼하고 나면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다니. 도대체 뭘 어쩌라는걸까.
델리: 압하 Abha는 다울라트 램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교사를 하고 있고, 5개월 된 딸의 엄마이다. 그녀의 부모 말에 따르면, 그녀가 뉴델리, 푸사에 있는 IARI에서 과학연구청장(1급)을 하고있는 고아르Shankar Goar 박사와 결혼한 뒤, 고문을 당하면서 지참금을 더 가져오라는 요구를 듣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요구 때문에 그녀가 살해당하기 4개월 전 그녀의 부모가 냉장고를 주었다고 한다. 1979년 7월 7일, 남편이 그녀를 때려 이마를 다치게 해서 4바늘을 꿰맸다. 그녀의 남편은 서독에 가고 싶어 했다. 그는 지참금을 더 벌기 위해, 재혼을 원했던 것 같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0월 1일, 압하는 부모에게 가서 두세라Dussehra 축일을 보냈다. 밤에 집에 왔을 때, 그녀의오빠와 여동생도 그녀 남편이 화가 나 보인다는 것을 눈치 챘다. 다음 날, 모르는 사람이 와서 그녀의 부모에게 압하가 몹시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들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간호사는 압하가 독극물로 사망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다(Manushi, Dec. 1979~Jan. 1980) -p.314
아그라 Agra: 타즈간지 경찰은 샤르마Rajni Sharma 부인에게 잔혹행위를한 이 부인의 시가 식구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부인의 아그라 Agra: 타즈간지 경찰은 샤르마Rajni Sharma 부인에게 잔혹행위를한 이 부인의 시가 식구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부인의 가슴을 도려냈는데, 이는 이 도시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지참금 사건 중 하나이다.
경찰에 따르면 샤르마 부인은 타즈간지 지역의 샹카르Hari Shankar에게몇 달 전에 시집을 왔다.
남편과 시댁가족은 샤르마 부인에게 스쿠터를 살 돈 1만루피를 가져오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그녀가 거부하자 남편은 그녀의 양쪽 가슴을 물어뜯었다. 시댁 식구가 그의 이런 고문 행위를 응원했다고 한다(Indian Express, 10December 1980에서). - P315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은 밖에서 임금 노동을 해도 집에 돌아와 가사 노동을 해야 했다. 밖에서 임금 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그러나 자신이 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족에서는 얼른 치워버리려고 하고 그렇게 결혼을 하면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박당하고 폭력에 노출되고 살해당했다. 이런 인도에서 태아 감별을 할 수 있게 되자 여아를 낙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나 살아보고 결혼했더니 지옥이 펼쳐졌다면, 내가 앞으로 낳게 될 딸이 그 삶을 그리고 그 미래를 감당하게 둘 수 있을까. 그건 나와 딸에게 너무 힘든 일이 아닐까. 인도에서는 그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여아 낙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살아서 고통스럽게 살게 두느니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게 낫지 않나, 하는 내 안의 여성혐오를 마리아 미즈를 통해 자각한다.
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암울한 여성혐오적인 표현은 여성 스스로가 체화시켜 이를 다른 여성에게 적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쿠마르가 위에서 한 조언 같은 암울한 표현은(여아낙태가 여아 신생아에 대한 살해보다 훨씬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옹호함) 다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관계는 언급도 되지 않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노력을 옹호한 것도 없다. 여성 스스로 절명하게 하는 것만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는 우리에게 빈민을 섬멸함으로서 빈곤을 퇴치하는 것을 제안한 인구통제기구의 논리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는 그보다 더 끔찍하다. 여성이 여성 살해를 최종 해결책으로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p.324
페미사이드와 여성혐오에 지쳐 나 조차도 여성혐오를 하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나를 반성하게 하고 있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났다.
태아일 때도 죽이고 아이일 때도 죽이고 싱글이어도 죽이고 결혼을 해도 죽이고.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어떤 이유로든 살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런 식으로 세상이 지금까지 굴러왔다는 것이.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 아주 많은 남자들은 자신도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 자신도 과거를 살고 있지 않으면서 여자들을 향해 '옛날보다 지금 여자들 살기 얼마나 좋아' 라고 얘기한다. 너도 지금을 살잖아. 자기들도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 '너네 인도나 이란에서 태어난 것보다 평화롭게 살고 있지' 라고 말을 한다. 너가 다른 나라 남자들보다 뭘 더 잘해줫는데? 그래서 이곳에서 우리는 평안한가? 안전한가? 치안이 좋은 나라로 손에 꼽는 대한민국이라는데, 정말 그런가? 매일 불법촬영 기사가 나는 이곳에서 우리는 평화로운가? 여성 한 명의 실수는 여자 전체의 패배가 되어 손가락질당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 여성경찰 무용론을 우리가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는가. 그러나 최근에만 해도 서울대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서 '그거 못잡아요'하고 돌려보낸 경찰들의 성별은? 이런 남자 경찰들은 그래도 여자 경찰들보다 무해한가? 피해자로 하여금 직접 수사하고 잠입하고 추적하고 가해자를 잡게 하는 이 나라에서 경찰이, 정치인이, 법조인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강남 한복판에 커다란 클럽을 차려놓고 거기에 돈만 많이 주면 여자들을 약 먹여서 강간하라고 떠밀어주는 인기 가수들이 사는 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정말로 우리 대한민국 여성들은 다행인가?
여성이, 여러 종류의 남성에게 강간을 당하지만, 1978년 이후로는 특히 경찰에게, 법과 질서의 수호자인 경찰에게 당하는 경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강간 사건의 대부분은 경찰서 내부에서 일어났으며, 희생자는 대부분 집단 강간을 당했다. -p.325
세상에서 여성경찰무용론을 주장하는 모든 남성들의 머리를 변기통에 다 처박아버리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그냥 인간 자체로 무용하다.
하아- 이 책 읽기 너무 힘드네. 그래도 계속 읽어보자.
잘 사는 중산층 가정은 50만루피 이상의 현금과 그 외 추가로 냉장고, 스쿠터, 텔레비전, 금, 라디오, 시계, 자동차, 여행상품 등을 요구했다. 보통의 중산층 가정은 5천 루피에서 3만 루피 정도의 지참금을 요구하고 받았다(Krishnakumari & Greetha, 1983). 신부 가정은 딸을 ‘결혼시켜 치우기‘에 열심이었다. 가부장적 인도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있을 곳도, 사회적 지위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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