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어. 나는 그저 착각했을 뿐이고, 도시는 나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거였어. 너무 신경질이 나서 더 이상 쓸수가 없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에서 줄리엣이 쓰는 편지중에 한 구절이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경질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보다 더 포악하게 더 표독스럽게 더 까칠하게 더 히스테릭하게 신경질이났다.
1. 신경질이 났다. 내가 뭘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뭘 어찌해서도 안되기 때문에 신경질이 났다. 도무지 신경질이 멈추어지질 않았다. 가슴은 터질것 같고 머리는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 신경질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다가,
2.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냥, 신나는 노래. 그래서 부랴부랴『sexy back』을 핸드폰에 다운받았고, 이것만으로도 안될것 같아서 케샤의 『 tiktok』(아, 이노래 제목 스펠링 뭐야, 아 생각도 안나, 신경질나서 찾아 쓰지도 못하겠어!)도 담아 넣었다.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재생시켰다. 그 순간,
3. 귀를 뚫는 소리들. 아, 조금 더 들으면 나아질 것 같다. 조금 더 듣자.
4. 퇴근하는 지하철 안. 책을 읽을까, 이 둘의 노래를 좀 더 들을까, 아 뭐 이런걸로 고민해야돼? 신경질나.
5. 음악을 듣기로 결정하고 반복해 들었다. 단지 이 두 노래들만. 그래 신나, 나는 신나고 있어. 그래, 이런 음악을 들어야 하는거야. 음악을 들으면서 쇼핑을 하자!
6. 백화점에 들렀다. 엄마가 아이크림을 다 썼다고 했지, 엄마의 화장품을 샀다. 나를 위한것도 좀 샀다.
7. 식품코너에 들러 찐빵도 샀다. 난 찐빵을 안먹는다. 아빠 주자.
8. 그래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다시 음악을 들었다. 어떡하지? 도대체 어떡하지? 이렇게 신경질 나면, 대체 뭘 어떡해야 하는거지? 아, 신경질 부리고 싶어. 마구 신경질 부리고 싶다. 하아-
9.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역에 내렸다. 비가 내린다. 접혀진 우산이 손에 들려있었다. 안 썼다. 손이 시려웠다. 장갑도 가방에 있었지만 안꼈다. 나는 지금 정말이지 너무 신경질이 나서 가슴이 터질것 같고 머리는 폭발할것 같으니까, 비 좀 맞고, 손도 좀 시렵자. 그러면, 좀 정신이 들지 않을까?
10. 집에 오니 지난주에 주문한 책과 화장품이 도착해있다. 칼로 뜯다가 손을 베었다. 아, 제기랄. 아프다. 정말 아프다. 아 신경질 나!
11.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보고 싶었다. 양복을 입고 춤추는 그가 보고 싶었다.
12. 아, 훈훈하구나. 저스틴아, 이 누나가 언젠가는 너를 주인공으로 한 삼류에로로맨스소설을 써주마. 제목은 『새벽 세시, 무슨 옷 입고 자나요?』쯤으로 해주고. 아니면, 『새벽 세시, 옷을 입긴 입었나요?』 로 하든가.
13. 아 정말. 신경질 잔뜩 나서 글 쓰다가, 12번 쓰면서 스스로 뿜어버렸다. 아, 뭐가 이렇게 저렴해. 난 왜 이렇게 저렴하니. orz
14. 나는 신경질이 잔뜩나서 더이상 뭘 어찌할 수 없지만, 당신은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