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에서 그렇게나 벼르고 벼르던 <리처> 를 보고 있다. 이걸 보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엇던걸까.
아무튼 시즌1은 책 <Killin Floor> 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
책 [추적자]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번참에 다시 읽어볼까 했는데 이 책은 아직 개정판이 나오질 않았나보다. 개정판 나오기를 기다려야지.
자, 일단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만약 이 드라마를 먼저 봤다면 나는 잭 리처에게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 같고 책을 읽었을 것 같지도 않다.
드라마에서 캐릭터는 책의 설정과 비슷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뻥이 세다고 느껴지는게 아닌가.
책에서는 뻥이 세다고 생각해도(이를테면 시계를 보지 않고 시간을 정확히 안다든가 하는) 응, 잭 리처라면 그럴 수 있지, 싶은데
드라마에서는 뭐야 저게, 하는 식의 설정이 너무 많이 나오는거다. 그게 그렇게 다 추측이 된다고? 하고.
아니, 그리고 내가 며칠전에 말이야, 퇴근후 본죽에서 홍게죽 먹으면서 이 드라마 보는데 말야,
그거 러브씬 나올 분위기도 아니었는데,
잭 리처 샤워하는데 갑자기 여자 경찰 왜 홀딱 벗고 들어오지요?
죽 먹다가 화들짝 놀라서 화면 껐잖아..
기대보다 재미 없지만 어쨌든 보기는 보고 있는데, 흥미로운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이를테면 잭 리처가 이 마을에 와서 자기 형이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마을의 여자 경찰 로스코랑 친해지고 그녀에게 애정을 품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하자 로스코가 엄청 분노하면서 '네가 지켜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나를 지킬 수 있다!' 고 하는거다. 그 뒤로도 리처가 그녀를 걱정할 때면 그녀의 상사인 핀리 는 '로스코는 강한 사람이야' 라고 한다. 실제로도 로스코는 제 앞에 놓인 위기를 자신이 힘껏 처리해내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돕기도 한다.
또 있다.
중간에 잭 리처가 자신의 옛 동료인 '니글리'에게 뭔가 부탁하고 만나는 장소가 스트립클럽인데, 니글리는 클럽 안에서 싫다는 스트립 걸을 강제로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분노한 니글리는 참지 않긔!! 가서 디지게 패면서 '여자가 싫다고 하면 그건 싫다는 뜻이야!' 하는 거다. 나는 강제 추행을 하는 남자가 디지게 두드려맞는 장면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다면서 당하고 우는 피해자를 보여주는게 아니라 디지게 맞는 가해자를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마음에 드는 장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는 없는데,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은 잭 리처의 먹는 장면들이다.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잭 리처는 무척 잘 먹는, 양 많은 대식가란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딱히 맛있게 많이 먹는 모습은 나오질 않고 먹는게 어째 다 샌드위치 쪼가리, 육포.. 이런 거란 말야? 흐음. 실망스러워. 그래도 최근 본 장면에서 샌드위치 먹는 거 보고 나도 맛잇는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고, 그런데 딱히 맛잇는 샌드위치를 먹으러 어디로 가야하나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어제 퇴근길에는 그냥 버거킹을 갔단 말야? 왜냐하면 순대국밥 먹고 싶었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순대국밥 먹고 다시 찻집으로 가야해서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버거킹으로 간거지. 게다가 샌드위치 대신 햄버거를 와구와구 먹으면 되고. 버거킹 앱을 보니 와퍼셋트에 치즈스틱 주는 쿠폰이 있어가지고 거기에 치즈 두 장 더 추가해서 시켜 먹는데, 아오, 왜이렇게 맛이 없냐 ㅠㅠ 오늘따라 왜케 맛없지 ㅠㅠ 내가 먹고 싶은건 햄버거가 아니라 샌드위치라 그랬나. 그냥 순대국밥 먹을걸 그랬나. 흑흑. 너무 맛없었네요. 이게 다 잭 리처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시즌 끝날때까지 잭 리처 제대로 된 것, 맛있는 것좀 먹어라. 보는 내가 부러울 정도로 맛잇는 것 좀 많이 먹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