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일은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하는듯 해 매우 조심스럽다. 일례로 내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런 불륜소설 왜 좋아해?' 라고 되묻기도 하고, 거기에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너 불륜에 대한 로망이 있냐' 부터 '너 불륜 좋아하더라' 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거기에 대고 내가 '아니, 그게 불륜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라는 말을 시작할라치면, '그거 불륜 얘기잖아?' 가 되돌아오고, 불륜 얘기 이기는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을 받아버리는 것이다.


그런 참에 내가 이 영화 《5 to 7》을 좋아한다고 하면 거기에 쐐기를 박는거겠구나 싶었다. 이 영화에서도 여자는 서른 네살의 아이가 둘인 유부녀이고 남자는 스물다섯의 싱글이니까. 한줄로 요약해보라고 하면 '유부녀와 싱글남자가 만나 사랑하는 얘기' 일텐데, 그러면 어김없이 나는 불륜 좋아하는 여자가 되어버려... 후아- 심호흡 한 번 하자. 그렇게 생각하려면 뭐, 그러라지. 내가 뭐 별 수 있나.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등장한다. 아니, 내 몇 년간의 페이퍼를 읽고 쓴건가 싶을만큼 진짜 모든게 다 등장해. 처음부터 좋은데 끝에 가서는 대환장.. 뭐야, 나 하나를 내포관객으로 삼고 만든 영화야? 묻고 싶을만큼 너무너무 좋다. 이쯤에서 노파심에 말하자면, 그러나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할거라고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시 말하지만,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나왔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잖나. 이를테면 뉴욕,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의 벤치, 구겐하임 미술관... 크- 이만큼만해도 나는 이미 너무 좋았다니까?




남자 '브라이언'은 작가다. 작가라고 말하지만 사실 글을 써서 여기저기 투고를 해도 거절의 답장만 받을 뿐이다. 글을 쓰고 투고를 하고 거절의 답장을 읽고. 그러면서 가끔 산책을 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전부다. 아직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나올지 어떨지 모른다. 그러니 그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성과라고 해야 별 거 없다. 아니 아예 전무한 실정. 그런 그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호텔 앞에서 여자 '아리엘'을 만나게 된다.


브라이언은 아리엘에게 첫 눈에 반해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리엘에게 다가간다. 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그들은 잠깐 말을 섞었고, 아리엘은 브라이언에게 매일 금요일 이시간에 여기에 있다고 얘기해줘서 그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그 다음만남에서 브라이언은 이토록 그가 반한 여자가 아이가 둘이며 남편도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리엘은 자기가 평일 5시부터 7시(혼외 정사의 시간!)에 만날 수 있음을 얘기하지만, 브라이언은 그녀가 유부녀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의 만남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주가 가고, 이주가 가고, 삼주가 간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이 상황 때문에 자신을 아무리 막으려고 해봤자 안되었다. 결국 브라이언은 아리엘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아리엘은 프랑스 여자고 프랑스에서 살았다. 브라이언과는 달리 그녀는 남편이 있으면서 이런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감을 갖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이면 그 뿐이라면서, 자신의 남편 역시 애인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아주 많이 슬펐다. 많이, 아주 많이. 왜냐하면 아리엘이 자신의 남편에게도 애인이 있다는 걸 밝힌 것은, 그러니 자신이 하는 일도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니라는 것을 뜻하려 한거겠지만, 그러나 나는 브라이언이 되었으므로, 슬퍼지는 거다. 복수, 라는 생각 때문에. 브라이언은 아리엘에게 묻지 않았지만, 나는 브라이언이 되어서 아리엘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 남편도 다른 여자를 만나니까 당신도 홧김에 나를 만나는 건가요?"



나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내가 상대에게 반한 것과는 상관없이, 상대 역시 나를 온전히 나로 보아주어야 한다고 내가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정당성이며 정의 혹은 윤리 혹은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을 선택하고 당신이 나를 선택해서 우리의 관계가 맺어지고 시작할 때는, 우리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온전한 당신 그 자체' 여야만 하는 것이지, 거기에 '복수' 라든가 '심심풀이'라든가 '쾌락'이라든가 '연민' 이라든가 하는 다른 것들이 끼어들지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나여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바람피워 복수할거였는데 상대가 나인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까.



물론 나라고 해서 매번 그렇게 온전히 상대만을 원하는 연애를 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 연애에 더 많이 몸을 던졌던 것 같다. 어떤 이는 때로 나를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여기는 듯했고, 어떤 이는 내가 그렇게 여겨 만나기도 했다. 상대가 내게 다른 의도로 접근한 적도 있고 나 역시 상대를 다른 의도로 받아들인 적도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브라이언과 아리엘처럼, 상대가 '애인이 다른 남자가 있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나는 이미 상대에게 푹 빠진 상황이었으므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 애인이 바람을 피우기 때문에 당신도 피워야해서 나를 만나는거야?"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 그것은 매우 중요했다. 나는 당시에 뭐하나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라고 인생에 있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칠때였지만, 그렇다해도, 내가 아무리 자존감이 바닥을쳐도, 어떤 복수의 수단 같은 것으로 이용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너무 반해버려서 그가 하자는대로 하고 싶었고 그가 이끄는대로 가고 싶었다.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뭘 어째야할까 싶었고, 너무 좋아서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나를 복수의 수단으로 만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는 기꺼이 돌아섰을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런 상황에 나를 놓아둘 수 없어, 하고. 그렇게나 반한 상대로부터 돌아섰다는 것에 대해서 몇날을 후회하고 통곡하며 울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수단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상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만약 내가 상대를 딱히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가 나를 만나는 의도가 무엇이었든 크게 상관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딱히 온전히 상대를 보고 만나는 게 아니었다면. 그렇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러나 내가 상대에게 세컨드가 되어도 괜찮은 것은, 내가 상대를 세컨드로 볼 때여야만 한다. 나에게 상대가 우선순위인데 나는 상대에게 세컨드가 된다?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비참해질지언정, 그를 포기할지언정, 나는 그에게 물어야 했던 거다. 혹여 나는 너에게 어떤 수단인거냐고.



그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의 만남이 더 이어진거고. 그러나, 그건 말할 수 있다. 그가 만약 자신의 애인과 서로에게 충실한 관계였다면, 그와 내가 만나는 일 자체가 이뤄졌을까?




브라이언은 아리엘에게 나처럼 묻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그 나름의 두려움을 가진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는 그래도 상관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어쨌든 다시 여기에 와 그녀 앞에 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를 감당하고 나온 것일테니까.



그들은 그렇게 대화를 하고 섹스를 하고 연애를 한다. 산책을 하고 같이 술을 마신다. 아리엘은 공개적인 곳에서 키스할 순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남편이 알게 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자신은 이미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내인데, 비공식적으로 그 역할을 저버리는 걸 들켜서는 안되는, 여기는 미국이니까.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아주 잘나가는 외교관이다. 사회적 지위도 있고 교양도 있다. 그는 브라이언을 만나서도 아주 다정하고 예의바르게 잘 대해준다. 마치 자신의 식구인것처럼 또다른 일원으로 여겨준다. 브라이언에게는 그간 알지 못했던 세계가 하나 더 열린 셈이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부모에게도 아리엘을 소개시키지만, 브라이언의 아버지는 이 관계가 영 못마땅하다. 왜 아니겠는가. 게다가 브라이언에게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려고 한다. 그가 투고한 원고가 뽑혔고 이에 잡지에도 실리며 상금도 받게 된것. 시상식에 그는 가장 사랑하는, 너무 사랑하는 아리엘을 초대하고 싶지만 아리엘은 다섯시부터 일곱시까지만 시간을 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거다. 내가 나 스스로를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순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축하를 받고 싶은 순간, 그 순간에 함께할 수 없다는 것.




브라이언에게는 이제 작가의 길이 열린 듯하다. 아리엘은 그에게 새로운 미래가 열렸음을 축하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브라이언에게는 욕심이 생긴다. 작가라는 새로운 미래와 더불어, 아리엘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옆에 서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 사랑이 깊어지면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니 브라이언은 이들 사이의 룰을 깨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나의 아내가 되어달라고, 그리고 나는 네 아이들의 좋은 부모가 되어주겠다고. 그렇게 그들 사이의 룰을 어긴다.



이건 브라이언이 던진 승부수였다. 브라이언 역시, 자신이 누군가의 세컨드가 될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첫번째로부터 자신이 세컨드로 취급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상대에게 기대하는 건 내가 상대를 대우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대우하길 바라는 게 아닌가.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러니 브라이언은 승부수를 던져야했다. 지금의 이 자리로는 난 만족하지 못해, 네 옆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



아리엘 역시 그의 청혼 앞에 이제 기로에 놓였다. 지금은 동시에 남편이있는 가정과 애인이라는 두 가지를 가져가고 있었지만, 이 반지앞에 예스 혹은 노 를 말함으로써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자, 나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냐 혹은 애인이냐. 이 선택은 그녀에게 매우매우 어려웠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실 사랑을 믿지 않으며 살아온 아리엘이었고, 남편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생활은 만족스러웠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 그녀도, 갑자기 그녀의 인생 이때쯤에 첫 눈에 반하고 사랑하게 될 남자가, 그러니까 한 번도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남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니 남편에게 룰을 어기고 나는 이제 애인을 선택할게, 라고 말하고도 싶다. 그러나 같이 산 세월이 있는 만큼 그녀는 남편에 대해서도 지켜야할 게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깊은 고민을 하고 다음날 그에게 반지를 돌려준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다시는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말한다.




브라이언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시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항상 그녀가 서있는 그 호텔 앞을 지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몇 블럭 돌아갔다. 그리고 글을 쓴다. 그는 책을 내는 작가가 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자신이 돌려받은 반지를 호텔의 벨보이를 통해 아리엘에게 다시 전달한 터다. 이 반지는 그녀에게 잘 도착했을까?


시간은 흘렀고 그 사이사이 그는 아리엘을 그리워한다. 길을 걷다가 닮은 사람을 보면 가슴이 뛴다. 그러나 닮은 사람이었지, 아리엘은 아니었다.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자,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나는 그들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그들이 하는 사랑이 다른 사랑보다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 모두의 사랑이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기에 나라고 뭐 특별한 사랑을 했을까? 사랑은, 바깥에서 보면 다 그저 그런 똑같은 사랑일 뿐이다. 똑같은 연애일 뿐이다. 그러나 그 비극은 면면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이유로 다르듯이, 그 평범한 사랑도 당사자에게는 매우 크고, 특별하고, 소중해진다. 브라이언에게는 아리엘이, 아리엘에게는 브라이언이 그랬다. 그들은 헤어졌고, 다시 만나지 않았고,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지만, 그러나 그것이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너무나 큰 사랑이었고 추억이었고 힘이었다.



시간이 흘러 브라이언의 책은 서점에 베스트셀러로 진열된다. 그는 어엿한 작가의 삶을 산다. 시간이 흘러 서점 앞을 지나다가 진열된 브라이언의 책을, 아리엘은 본다. 자신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연인이 내어놓은 책. 그리고 그 제목에 담긴 그들의 오래전 대화. 그녀가 그 서점 앞에서 그 책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브라이언은 결혼을 해 아이도 낳았다. 그는 날씨 좋은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다. 오, 구겐하임! 나 알아, 나 알아, 나 거기 알아!!

그리고 구겐하임 앞에서 갑자기,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아리엘의 가족과 맞닥뜨린다. 오래전에 보았던 아리엘의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다. 당연하다. 그들 가족은 서로 마주서서 각자 인사와 안부를 건넨다. 그 사이, 아리엘은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잠시 벗는다. 아리엘의 손에는 브라이언이 오래전에 돌려준 반지가 껴있다. 브라이언은 그 반지를 본다. 그 반지를 브라이언이 봤다는 것을 안 아리엘은 다시 장갑을 낀다. 그리고 그 가족은 헤어진다. 각자의 가족과 함께.




그 후에 이어지는 브라이언의 독백.




"당신이 나의 어떤 책을 좋아하든

그건 모두

한 독자를 위해

쓰여진 것이다."




나는 내려야할 지하철역에서 내렸고, 이 마지막 장면을 보기 위해 역앞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울었다.


왜 어떤 사랑은 때가 아닌 때에 내리는지, 좋은 비는 때롤 알고 내린다며, 그렇다면 좋은 비가 아닌 건가. 왜 그 때에 그들은 만난걸까. 그 때 거기에서 그런 식으로. 왜 그들에게는 그런 만남이어야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가슴에 품은 채로 산다는 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각자가 놓인 환경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그러나 마음 속 성소에 품은 한 사람. 브라이언은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어쩌면 이게 최선이었겠구나. 이게 나았겠구나.

이래야만 했을까? 묻고 이래야만 했겠구나 나 혼자 대답한다.

반지를 받고 어떤 걸 포기하고 둘이 함께하는 삶이 더 아름다울 거라는 보장은 어디있담.

어쩌면 삶은 이런식으로 한 사람에게 계속 살라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게 나을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이게 최선이겠어.

비극이고 슬프고 애틋하다는 것은 이 이야기의 단면일 뿐인거야.

삶에 있어서 어떤 것들은 놓기가 그렇게나 아쉬워도 놓고 돌아서야 하는건가.



영화 속에서 수시로 보여주는 센트럴 파크 벤치에는 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날



길고양이 같은 표정의 오후를 핀셋으로 담벼락에 꽂아두고 나는 당신의 입술을 당겨왔다. 당신은, 나는 피 흘리는 짐승이었다. 늑대 발톱을 물어뜯으며 한 세기 전의 동굴 속을 달렸다. 티베트 여우의 눈빛 속은 따뜻하고 경이로웠지만 이별은 언제나 눈썹 위에서부터 고이기 시작하지. 당신의 손가락 끝이 조금씩 지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란 걸 알았다. 담벼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당신의 입술은 분필 가루처럼 공중으로 흩어져 펑펑 꽃이 되거나 퍼렇게 멍들었다. 당신이 떠나던 날 천지에 매화 잎은 다 지고 대숲에 짓던 바람의 집처럼 사소한 일에도 새들은 떠났으며 떠난 자리마다 물 밑이 환했다.



출처: https://ssabine.tistory.com/tag/거짓말처럼맨드라미가 [ssabine의 마당]

그날



길고양이 같은 표정의 오후를 핀셋으로 담벼락에 꽂아두고 나는 당신의 입술을 당겨왔다. 당신은, 나는 피 흘리는 짐승이었다. 늑대 발톱을 물어뜯으며 한 세기 전의 동굴 속을 달렸다. 티베트 여우의 눈빛 속은 따뜻하고 경이로웠지만 이별은 언제나 눈썹 위에서부터 고이기 시작하지. 당신의 손가락 끝이 조금씩 지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란 걸 알았다. 담벼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당신의 입술은 분필 가루처럼 공중으로 흩어져 펑펑 꽃이 되거나 퍼렇게 멍들었다. 당신이 떠나던 날 천지에 매화 잎은 다 지고 대숲에 짓던 바람의 집처럼 사소한 일에도 새들은 떠났으며 떠난 자리마다 물 밑이 환했다.




당신이 떠나던 날 천지에 매화 잎은 다 지고 대숲에 짓던 바람의 집처럼 사소한 일에도 새들은 떠났으며 떠난 자리마다 물 밑이 환했다.

출처: https://ssabine.tistory.com/tag/거짓말처럼맨드라미가 [ssabine의 마당]

떠난 자리마다 물 밑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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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커피를 좋아한다. 나처럼 단순히 커피와 책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커피가 주는 고유의 맛과 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원두를 사서는 자신이 직접 갈아서 핸드 드립으로 내려 먹으며 커피의 맛을 음미한다. 따로 공부한 적 없는데도 자신의 혀로 맛을 다 구분하고 저 나름의 취향도 생긴 터라 너무 신기해, 나는 여동생에게 하루는 와인을 맛보라 시켰다. 여동생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서도 이건 이렇다 저렇다 바로 평가를 내리더라. 나는 콩코드가 싫고 까베르네 쇼비뇽과 말벡, 끼안띠, 쉬라즈 정도는 무리없이 다 괜찮다는 정도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 와인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여동생이 신기했다.



지난 공휴일. 여동생네 가족과 남동생네 가족, 엄마와 그리고 딸린 가족 이라곤 없는 내가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던 도중 여동생은 그런 얘길 했다. 유독 지친 날이면 밤에 식구들 다 잘 때 부엌에 혼자 나와 커피를 천천히 내려마시는데, 그러면 그렇게나 위로가 된다는 거다. 그 때의 치유되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자신은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잠이 안오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언니는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어떻게 해?"



모든 식구들의 눈과 귀가 나를 향했다. 나는 말했다.



"나는 힘들고 지칠 때 아주 잘 쓰여진 글을 읽으면 위로가 되는 기분이야."



여동생은 이 말을 듣자마자 말했다.



"뻥치지마. 초코크로아상 먹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면서 왜 묻는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그거 너무 달던데, 너무 초콜렛 터지잖아' 했고, 나는 '쵸코 크로아상 먹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땐 책 읽고 때에 따라 다른거야' 했다. 아..다같이 뿜어버렸던 한낮이여....... 킁킁.





그러나 좋은 글을 읽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진짜다, 사실이다. 아마 책을 읽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분이 뭔지 너무 잘 알지 않을까. 내가 출근길에 책읽기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오늘 아침에도 바로 그런 기분을 느꼈거든. 첫장을 펼쳐 넘기면서부터 온 몸에 짜릿한 기분이 돌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고, 그렇게 출근길에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이미 너무 좋아서, 책 속의 글자들과 문장들이 내 온몸 곳곳을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저기 손끝에도 저기 발끝에도 그리고 내 넓은 허벅지에도 내 큰 엉덩이에도 책 속의 글자들과 그 글자들이 품고 있는 내용들이 헤엄쳐 다니는것만 같아. 그것들이 나의 에너지가 되는 기분! 도대체 이런 책읽기를 어떻게 포기하나!



오늘 아침 내게 그런 기분을 잔뜩 안겨준 책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빅 브러더》였다.

















라이오넬 슈라이버 라면 이미 《케빈에 대하여》로 몇 년전에 만난바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왔을 때 냉큼 사뒀었는데 또 이만큼의 시간이 지나버렸지.. 무슨일인지 나는 이 책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보면 책과 내가 만날 때가 정말 있는 거라니까? 그리고 오늘 지하철에 딱 자리잡고 앉아 작가 소개를 읽는다. 아아, 너무나 나의 로망이 거기에 있네.




현재 런던과 뉴욕 브루클린을 오가며 살고 있다. -작가소개 中



런던과 뉴욕 브루클린을 오가며 살고 있다니.. 아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케빈에 대하여가 대박 터져서 그렇게 살고있나? 원래 가진 돈이 좀 있나? 수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중이라는데, 그것들의 원고료는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살 수 있게끔 해주는걸까? 대체 얼마만큼의 원고료가 있어야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살 수 있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내가 쓴 책의 표지를 열고 책날개의 작가소개를 읽었을 때, 거기에 그런 문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살고 있다.

현재 서울과 하노이, 뉴욕을 오가며 살고 있다.

현재 서울과 하노이, 치앙마이, 리스본을 오가며 살고 있다.

현재 서울과 퍼스를 오가며 살고 있고 휴가때면 하노이와 쿠알라룸푸르에 머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졸라 부럽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하면 여기에도 거기에도 살 수 있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내가 도대체 뭘 어째야 그런 삶이 가능해지는걸까. 이 회사에서 쪼꼬미 월급 받아서는 되지가 않는데, 게다가 직장인으로 휴가가 일년에 일주일인 나로서는 불가한 삶인데, 어떻게 살면 이 도시와 저 도시를 오고가며 살 수 있는걸까. 어떻게하면... 어떻게하면...... 하아-



그래서 언젠가 이런 전화를 받고 싶다.



"너 보려고 서울 왔는데 너 왜 여기 없어. 어디있는거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하는 거다.



"누가 그렇게 말없이 오래. 미리 연락하고 와야지. 나 지금 뉴욕에 있단 말이야."


그러면 상대는 이렇게 말하는거다.


"오케이. 그럼 지금 뉴욕으로 갈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낭만적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살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문자메세지도 좋겠다.



"8월에 너 보러갈건데 어디로 가면 돼? 뉴욕?"


나는 이렇게 답하는거지.


"아니, 8월엔 치앙마이에 있을 거야. 거기로 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건 또 어떤가.



"추석에 서울 가면 너 있나?"


나는 이러는거지.



"아니, 나 2년간 리스본에 있을거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신차리자. 나는 책 읽는 거 너무 좋다는 얘기 하고 있었다. 돌아와...



이 책을 열면 제일 처음, 이런 인용구를 만나게된다.







수많은 광고가 다이어트 프로그램, 다이어트 약을 팔고 있다. 나 역시 그중에서 몇 개는 사서 먹어보기도 했다. 소위 먹을 거 다 먹으면서도 지방을 분해해주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는 것들이었다. 이미 몸매 좋은 연예인들을 모델로 고용해서는 마치 그 약을 먹고 살이 빠진 것처럼 선전들을 해대는데, 그 광고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결제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마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의 여자들이 가진 게 아닐까. 자명한 진실은 덜 먹고 더 움직여야 몸의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다는 거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운동하기는 귀찮고 덜 먹는 것도 힘겨우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들여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센터에 들어가고, 한약을 지어먹고, 보조제를 먹는 게 아닌가. 그러나 나 역시 지방분해해준다는 뭔가 먹었었는데(청사과 성분이었나 녹차 성분이었나...)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고, 그토록이나 여기저기에 다이어트 관련 상품들이 널려있지만 비만인들은 여전히 비만하고 비만하다.




이 책의 화자 '판도라'는 누군가 돌봐주어야한 상황이 된 오빠를 자신의 집에 데려오기로 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이를 못마땅해한다. 남편은 집에서 가구를 만들며 생활비에 아주 조금을 보탤 뿐이고, 게다가 이 집은 아내의 돈으로 산거지만, 그녀는 '이 집에 내꺼잖아, 내 맘대로 할거야'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아이가 둘인 남자와 결혼을 한 터라, 그녀의 아이가 아닌 그의 아이들을 둘이나 받아들였다. 그런데 자신의 오빠를 데려온다는 것에 대해 남편이 화를 내는 거다. 아 너무 딥빡이 와서.. 이여자야, 걍 집 팔아서 남편하고 헤어져..하는 말이 얼마나 나오던지... 그러나 그녀는 남편과 처음 사귀던 7년전 남편과 정말 좋았음을 얘기한다. 침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아- 침묵을 나눈다는 것은 그렇다면 궁극적인 수단이 아닌 것인가. 어째서 이들은 서로 빡치는 사람들이 되어있나. 게다가 남편은 음식 조절을 한다. 즉 맛없는 것들을 먹으면서 몸매 관리하는 남자가 되어버렸어. 연애할 때 맛있는 거 같이 먹던 사람인데... 하아-


아직 얼마 안읽었지만, 그녀가 오빠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것도 몹시 못마땅하다. 그녀의 경제력은 그녀만의 것이었는데, 누가 도와준 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의 유머감각으로 여기까지 온것인데, 아아, 그런데 남편도 오빠도 그녀의 돈에 기대고 있으니... 오 딥빡이여 ㅠㅠ



물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보다 항상 돈을 더 많이 번다.

내가 아무리 나와 벌이가 비슷한 남자를 만나 동거를 한다고 해도 나와 그가 버는 액수가 같을 수는 없다. 내가 그보다 이백만원을 더 벌 수도 있고 그가 나보다 천만원을 더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가족일 때 그다지 문제될 건 없다. 설사 남자가 나보다 벌이가 완전히 덜한다 하더라도, 그가 나와 가족을 이루어서 다정함을 나누고 산다면, 누군가가 더 벌어서 그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나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아가듯이 말이다.

그러나 어른과 어른이 만났을 때는 좀 달라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이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고 이만큼의 돈을 벌어오는만큼 우리가 여러가지 부분에서 서로 쇼부를 좀 쳐야되지 않겠는가. 내가 이 가정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무언가를 양보하고 있다면, 상대 역시 무언가를 양보하면서 우리가 조율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무릇 어른이란 자기몫의 밥벌이를 해야하는 거니까.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금 현재 모르겠다. 그러나 책의 뒷장을 보니 남편은 '나와 네 오빠중에 선택하라'고 말하는가 보다.



잘 쓰여진 글이라 몇 장 안읽으면서도 빠져들었다. 앗 어디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내려야 할 역을 두 정거장 앞두고 있었다. 으윽, 벌써 여기에 도착했다니, 이런 꿀같은 시간을 이제 그만둬야 하다니 ㅠㅠ 이렇게 책의 글자들이 내 온 몸에 스며들고 있는데 이제 그만 읽어야 한다니. 흑흑 ㅠㅠ




나는 2년 전 내 이색적인 사업의 수익금으로 이 집을 샀으므로 내겐 허락 없이 손님방에 내 오빠를 들일 '권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인 지위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저속하고 비민주적인 일인것처럼 느껴졌다. 이 집엔 포이어바흐가 세 명이고 할프다나르손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p.30)



이 집은 판도라가 산 것이다. '내가 산 집에 내 오빠를 들일거야'라는 말을, 자신의 돈으로 산 집에 자신의 오빠를 들일 권리를 그녀는 당연히 누려도 된다. 그러나 여기는 단순히 그들이 거주하는 '집' 이기 보다는 그들 가족이 함께 살고있는 '가정'이다. 그러니 가족에게 의견을 물어야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가 됐든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해, 괜찮겠어? 라고. 그걸 차치하고라도 '내 집이니까 내 맘대로 할거야' 라는 재정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어쩐지 안되는 것 같은 거, 그게 바로 그녀가 가진 윤리적 감각 아닐까. 아마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 내가 놓여있다면, 그러니까 내가 산 집에 내 식구 누구 하나를 손님방에 들이는거라면, 나 역시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재정적 지위를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어쩐지 안되는 일 같잖아.



아, 얼른 이 책을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너무 읽고 싶어서 현기증 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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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0-1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기운내세요. 지금은 이런 작가소개를 덧붙일 수는 있잖아요?
˝현재 초코크로아상과 좋은 글 사이를 오가며 기분을 달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14 14:29   좋아요 0 | URL
기분을 달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저는 만족하며 살아야하는 거겠죠?
이 소박하고 또 소박한 삶....... 스몰 해피 라이프............

syo 2019-10-1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기운내세요2222.
지금은 초코크로아상을 먹고 좋은 글을 읽을 뿐이지만, 어쨌든 초코크로아상을 읽고 좋은 글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운 삶이잖아요......

다락방 2019-10-14 14:30   좋아요 0 | URL
그...그....그런거겠죠?

제가 뭐 딱히 기운나지 않을 건 없긴 하지만 어쨌든 기운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10-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 <케빈에 대하여> 작가의 작품이라굽쇼? 헉, 기대되네요. 사실 전 영화만 봤는데 너무 충격 받아서... 며칠 잔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이 대단한 작품을 직접 쓴 작가는 누군가 싶어 수소문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글이라니 궁금해지네요. 아, 언젠가는 스페인과 리스본과 파리에 가보고 싶어요. 다락방님은 다 다녀오신 거잖아요. 저는 그런 다락방님이 부러워요...

다락방 2019-10-15 08:22   좋아요 0 | URL
저는 케빈에 대하여는 책만 읽고 영화를 안봤어요. 책을 읽었더니 영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ㅠㅠ
얼른 빅 브러더 다 읽고 싶습니다. 갑자기 아주 비만해져버린 오빠를 보게된 동생 가족의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상을 못하겠어요.

리스본은 가봤지만 스페인과 파리는 안가봤어요, 블랑카님.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

레와 2019-10-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주 5일 회사로 출퇴근을 하며 한결같이 글을 읽고 쓰고 있다. 그녀에게 글을 읽고 쓰는건 숨쉬는 것과 같다.˝


오늘은 락방친구 글 읽고 힘내야쥐! ^0^ 퇴근하쟈~~~~~~~~~~~~~!! ㅎㅎ

다락방 2019-10-15 08:22   좋아요 0 | URL
진짜 소박하지 나는 ㅋㅋ 출퇴근하며 책읽고 글쓰는게 삶의 전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힘내자 레와님아. 어제는 울었지만 힘내자. 열심히 살아서 다른 여자들에게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

공쟝쟝 2019-10-1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칼로리 치킨버거를 먹어용! 그래서 지금 먹구 있어요! 누가 맛있다고 햇던 ㅋㅋㅋ 핫치즈징거버거용~~❤️

다락방 2019-10-16 08:11   좋아요 1 | URL
핫치즈징거버거 너무 맛있지요? ㅋㅋ 소스도 자극적이고 닭도 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게 드셨습니까, 미투의 정치학과 함께?!

카스피 2019-10-1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달아도 초코 크로와상 넘 맛이 있지요.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먹고 싶어도 누구 사주지 않으면 먹질 못해요ㅜ.ㅜ

다락방 2019-10-16 08:11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사먹습니다. 오늘은 스콘을 사먹었습니다.
 

몇달전 퇴근길이었다. 양재역으로 가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려는데, 양재역 앞 KFC 에는 핫치즈징거버거를 하나 먹으면 징거버거를 그냥 준다는 프로모션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핫치즈징거버거는 뭐람? 나는 들어가 주문을 했고, 핫치즈징거버거는 내가 먹고 징거버거는 포장해와 아빠를 드렸다. 그런데 핫치즈징거버거가, 와, 너무 맛있는거다. 두툼한 튀긴닭살에 자극적인 소스라니.. 대박.. 너무 맛있네. 나는 아무리 고기를 좋아해도 햄버거는 딱히 좋아하질 않는데, 그건 패티 특유의 순수하지 못한 고기 때문이다. 난 고기는 고기 그 자체로 좋은데, 그걸 가지고 갈아다가 뭐 섞어서 다시 쪼물락 거려서 만들고 이러는 거 너무 질색팔색이고, 게다가 그런 고기 자체도 싫은데 그걸 심지어 빵에다 끼워.. 그렇게 아무 맛도 없는 빵...으, 역시 내 타입 아니여.. 했는데, 얼라리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핫치즈징거버거에 꽂혀버리다니... 나여.....


나여...


그렇게 며칠 후에 또다시 가서 사먹었는데, 그리고난 며칠후에는 1+1 행사가 끝나있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얼라리여~ 이번에는 프로모션으로 핫치즈징거버거를 구매하면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셋트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거다. 나는 그렇게 씐나가지고 먹었단 말이야? 그렇게 가끔 가서 아 졸라 맛있어~ 이러면서 먹다가, 그 날도 어김없이 헤헷 핫치즈징거버거 먹어야지, 하고 갔더니 프로모션 메뉴에 핫치즈징거버거가 없었다. 거기에는 대신 트리플 어쩌고.. 하는 버거가 있었어. 나는 갈등했다. 흐음. 핫치즈징거버거 맛있고 그거 먹으러 왔는데,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주는 이벤트가 이제 트리플 버거라면.. 흐음.. 트리플 버거도 맛있겠지, 뭐, 치킨 들어가니까 뭐, 이러면서 내 인생에 처음, 그 트리플 어쩌고 버거를 주문해 먹는다. 읏. 맛없어. 햄버거에 대한 정이 다시 떨어지려고 한다. 아아, 핫치즈징거버거를 원했다면, 사람은,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어야한다. 그것과 비슷한 다른 무엇을 시도했다가는 망하는 것이여. 결코 원하는 바로 그것이 주었던 그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 나는 그 맛없는 버거를 다 먹고 나와서는 '다음부터는 이렇게 아류에 손 내밀지 않고, 내가 바로 원하는 그것에 돌진하겠다' 마음먹는다. 그렇게 또 가끔 가서 으응 졸라 맛있어 이러면서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었는데,



며칠전에도 핫치즈징거버거가 먹고싶었다. 흐음... 먹자, 먹으러 가자. 그렇게 퇴근 길에 KFC 에 들렀는데, 아니.. 이번에 프로모션은 또 무슨 블랙 어쩌고 버거다.. 블랙 어쩌고 버거를 먹으면 감자튀김과 콜라를 줘.. 흐음.. 이미 지난번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나는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괜히 눈돌리지마, 원하던 바로 그것을 먹어!! 그렇지만.. 이 블랙어쩌고 버거는 트리플과는 또 다른 거잖아. 어쩌면.. 맛있을 수도 있어.. 나는 그렇게, 아아 어리석은 인간이여, 다시 눈을 돌렸고, 그렇게 블랙 버거를 먹으면서.. 아아, 스스로에게 빡이 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하아... 감자튀김과 콜라 따위 없어도 그냥 핫치즈징거버거가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을... 저리 치워라 블랙버거여, 콜라여, 감자 튀김이여.. 그리고 KFC 감자 튀김 맛대가리 없어.. 히잉...



블랙버거 따위를 먹어보았자 나의 욕망은 충족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섰지만, 나는 이걸 반드시 채워야만 했다. 여러분, 욕망이란 무엇인가. 반드시 채워야만 하는 그 무엇.. 아니던가(네?)! 그렇게 나는 어제, 다시 KFC 로 향한다. 그리고 다른 것에 눈돌리지 않고(사실 치킨 이벤트에 끌려서 살짝 갈등하긴 했다) 핫치즈징거버거를 주문했다. 그리고 먹는데 으응 맛있어, 역시 이거야, 이것이 궁극의 버거다! 궁극의 버거가 있다면 괜히 다른 데 눈돌리면 안돼, 그것이 바로 궁극이란 것이다!! 속으로 울부짖으며 맛있게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었는데!!



그런데 어제는 내가 개피곤한 날이었다. 전날 부터 아 몹시 피로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니 입술에 헤르페스가 올라와버렸어. 하아, 이거 또 올라왔네 ㅠㅠ 나는 울면서 비타민비, 비타민씨,비타민디... 를 몽땅 내 입안에 털어부었다. 흑흑. 더 올라오지마. 그리고 가지고 있던 헤르페스용 연고를 발랐다. 흑흑.. 올라오지마. 그리고 어제는 진짜 간신히 회사를 버텨냈다고 할만큼 피로가 오지게 쏟아져버려 ㅠㅠ 그러니까 맛있는 핫치즈징거버거가 필요했어 ㅠㅠ 그렇게 가서 핫치즈징거버거 먹었는데, 너무 피로핫 탓인지, 히잉, 먹은 것 같지도 않은 거다.. 더 먹고 푹 자야 한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나는 핫치즈징거버거를 다 먹고 다시 키오스크 앞으로 가 텐더 두 조각도 주문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 피로여...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집에 가 씻고 일찍부터 잠을 청했다. 피로가 몸에 너무 쌓여있던 터라, 언젠가 친구가 선물해준 눈이 따뜻해지는 수면안대까지 착용하고 잤다. 새벽에 두어차례 깨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한결 나아 있었다. 헤르페스는 더 커지지 않았지만 아직 거기에.. 차라리 크게 두고 터뜨리는 게 좋았을까.. 헤르페스야, 너는 나를 어쩔 셈이니? 내 입술 이렇게 에일리언처럼 둘셈이야? 얼른 사라져, 얼른...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구나, 궁극의 것으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제 핫치즈징거버거 먹으면서, '핫치즈징거버거 먹고 싶으면 핫치즈징거버거를 먹어야해' 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일전에 여동생과 베트남쌀국수 집에 갔다가 매콤한 볶음 쌀국수를 시켜서는 '흐음, 해물볶음우동을 먹고 싶었는데, 이건 그 맛이 아니네...' 그러자 여동생은 말했었다. '언니, 해물볶음우동을 먹고 싶었으면 해물볶음우동을 먹어야 그 맛이 나지.'


아아, 너무 당연한 게 아닌가! 해물볶음우동 같은 다른 무엇은 다른 거다. 해물볶음우동이 아니다. 핫치즈징거버거의 맛은 핫치즈징거버거만이 줄 수 있다. 블랙어쩌고도 트리플 어쩌고도 안돼. 가을방학도 이 사실을 알고 노래한 바 있지 않은가.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은 없다. 너만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없다. 나만 있다.

두 유 노 왓 아 민? 유 가릿?




이것이 바로 나의 핫치즈징거버거 철학이다....나의 인생관이여...

궁극의 것을 찾았다면 괜히 다른 데 눈돌리지 말지어다, 그래봤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돈 낭비... 궁극의 것을 찾았다면 그것만을 바라보아야 하고 그것만을 잡고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당신의 궁극임을 잊지마.



















크- 크레마는 잊고 다니다가도 가끔 세상 고마울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가방이 무거워서 책 대신 크레마를 가져왔는데, 자, 이 안에는 뭐가 있나 뒤져보다가 얼라리여~ 오만년전에 사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네. 크레마안에도 역시 안읽고 쌓아둔 책이 많지만(여러분 모두 그렇지 않나요?), 그러다보니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 그 안에 많다. 물론 어느 날에는 이렇게 책이 많아도 읽을 책은 없네? 이러면서 또 주문해 쌓아두게 되기도 하지만... 뭐, 그것은 책 읽는 사람들의 인생패턴.. 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사피엔스를 읽기 시작했다. 재미없고 지루하겠지, 좀 보다가 별로면 다른 거 읽어야지,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오, 재미있다!


아직 이 책의 10프로 정도를 읽어서 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오 짜릿할만큼 재미있네? 몇 장 읽고 말겠지 싶었다가 십프로나 읽었어.. 우앙.


우리가 보통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는데, 그게 다 이렇게나 근거 있는 말이었구나. 머리가 커지면서 근육은 퇴화해버렸어.. 머리가 좋아진 것은 많은 면에서 매우 유리하지만, 그러나 저 문장, '침팬지는 인간을 헝겊 인형처럼 찢어버릴 완력' 에서 우앗, 너무 무서운 거다. 근육운동을 인간이여, 열심히 할지어다.


얼마전에 근육인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근육을 너무 좋아해서 '당신 인스타 보면서 너무 좋아, 근육 짱짱이야' 했더니, 내 앞에 앉아 맛있게 양꼬치 먹던 근육인은 자신은 더 많이 운동 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너무 관종처럼 보일까봐 올리지 못한다며, '영상 찍어서 앞으로 계속 보내줄까?'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러진 마."

"그건 아니야?"

"응, 그건 아니야.. SNS 올리면 내가 열심히 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겁나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근육 만만세. 침팬지가 나를 찢어버리려고 하면 맞서 싸울 수 있도록 근육을 키우자 만세!!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부분은 언어에 관한 거였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고유한 언어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나열하는 언어가 아닌, 상상할 수 있는 언어의 힘. 그것이 사피엔스를 이만큼이나 오게 만들 수 있었던 거라고.






와, 나는 너무 좋은 거다. 언어 진짜 짱이야! 유발 하라리는 상상력,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가 하는 말은 눈앞의 독수리를 가리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독수리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음에 대해 얘기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것은 상상력이고, 이것은 수없이 많이 뒷담화를 하게 하지만 그러나 뒷담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올 수 있었다는 것.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속에서





인간 진짜 너무 좋아...

동료들에게 "저기 사자가 있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 사자를 피해 도망갈 수 있다. 그러니 죽음 전에 피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죽음과 매우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사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자에 대해 얘기한다면 우리가 그 위험에서 피해갈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그러니 생존하고 발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 책 속의 예문인 "오늘 아침 강이 굽어지는 곳 부근에서 한 무리의 들소를 쫓는 사자 한 마리를 보았어"는 어쩐지 위험을 피하기 위한 문장이라기 보다는 시를 짓는 문장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쨌든 강이 굽어지는 거기에 사자 있었다는 거잖아? 아, 시도 이 때 탄생한건가..

아무튼 재미있게 읽고 있다. 며칠전에 책 다섯 권 사진 올려서 으악 읽고 싶은데 몸이 하나다..이랬건만, 막상 지금 읽는 책은 그 때 그 책들 중에 포함된 것도 아니여.... 독서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갖기는 갖는 것인가, 의미여...




아무튼지간에 오늘 저녁에는 족발 먹으러 갈거다. 족발을 먹으며 수다 떠는 삶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년전 획득한 능력이라잖아. 의미가 있지. 아무렴, 있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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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0-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를 정독 1회, 대충 1회, 가끔씩 펼쳐보는 1인이자, 이야기꾼 유발 하라리의 왕팬으로서,
진짜 이 페이퍼는 유발 하라리틱합니다.

<핫치즈징거버거와 사피엔스의 도발 : 유발 하라리, 다락방 서재에서 울고 가다>

다락방 2019-10-11 09:13   좋아요 0 | URL
베스트셀러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제목은 딱딱해가지고 내용은 엄청 재미있잖아요? 전자책으로 가볍게 보고 있지만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밑줄 치면서 읽게될 것 같아서 말예요. 걍 종이책 사버릴까.. 재미있는 책 너무 많아서 진짜 행복하고 고민되고 네, 그렇습니다. 회사를 관둬야 이 많은 책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을텐데 말이지요. 흑흑 ㅜㅜ

핫치즈징거버거의 철학이 페이퍼에 잘 묻어났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11 09:16   좋아요 0 | URL
으흠.... 참고로 책을 잘 안 사는 저도 이 책은 구입했다는 걸 알려드리며,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나도 전자책 살까? 고민중이라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재미있죠? 기술이 아주 100입니다. 물론 다락방님 핫치즈징거버거를 이길 수는 없지만요.

다락방님 철학이 너무 잘 묻어나서 동네 KFC 어디 있나 찾아보려구요.
저희 동네는 두 군데나 폐업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9-10-11 09:20   좋아요 0 | URL
아니 금요일 아침에 왜이리 멋진 여성 친구들이 ....! 나도 책 .. 사러 가야겠네요.

다락방 2019-10-11 09:22   좋아요 1 | URL
일단 종이책은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읽는 건 전자책으로 다 읽은 다음에, 나중에 두권 다 펼쳐서는 전자책의 밑줄을 종이책에 옮겨야겠어요. 크흐- 그건 또 그 나름의 공부가 되겠네요. 씐나.. 재밌어요!!

마침 제가 원하던 중고도 등록됐다고 하니, 저도 책 사러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19-10-11 09:22   좋아요 1 | URL
앗, 유부만두님~~
좋은 아침입니다.
책 이야기 하기에 딱 좋은 아침이네요^^

북다이제스터 2019-10-1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정말 글솜씨가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사피엔스> 리뷰 중 최고인 것 같습니다. ^^

다락방 2019-10-11 23:02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좋아한다 ㅋㅋ)

카스피 2019-10-1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 저도 양재역 KFC를 많이 봤어요.하지만 저는 버거킹파라 양재역 KFC보다는 양재역 버거킹에만 간 것 같아요.그래선지 KFC프로모션은 아예 몰랐는데 다락방님 글을 보니 가끔은 KFC도 둘러봐야 될것 같아요^^

다락방 2019-10-14 07:54   좋아요 0 | URL
저는 버거킹의 할라피뇨 와퍼를 좋아했었는데 그게 일시적 와퍼였더라고요. 그래서 안가는데 며칠전에 갔더니 쥬니어 와퍼로는 할라피뇨 와퍼가 있는걸 보았어요. 오랜만에 먹어보았는데 제 기억만큼 맛있질 않아요..
KFC 는 맥주도 팔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 가서 치킨과 맥주를 시켜 혼자 홀짝이노라면 크- 하루의 피로가 좀 사라집니다.

psyche 2019-10-1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으로 사놓고 읽어야히 읽어야지만 하던 ‘사피엔스‘를 꼭 읽어야겠네요. 거기에 ‘핫치즈징거버거‘가 너무너무 먹고싶은데요. 미쿡 kfc에도 그런 메뉴가 있으려나...

다락방 2019-10-14 07:55   좋아요 0 | URL
오오 미국 KFC 에도 있다면 좋겠어요! 프시케님 한 번 맛보시게 말입니다. 후훗.
사피엔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너무 좋아요. 물론 지금 또 다른 책들 들춰보느로 멈춰 있지만, 읽어 보시면 생각보다 재미있어 읽을맛 나실겁니다, 프시케님. 으하하하.

공쟝쟝 2019-10-1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 중간에 한번 흐름 끊겨서 다시 못잡고 있어요! 저 핫치즈징거버거 좋아해요 ㅠㅠ (사실 치킨 패티 들어간 매콤버거눈 다❤️❤️) 새벽한시인데 먹고 싶다... 뀨!!!!!

다락방 2019-10-14 07:56   좋아요 1 | URL
오오 공쟝쟝님도 사피엔스 시도 하셨군요! 이게 맥 끊기면 다른 어떤 책도 다시 잡기 힘든데 저도 지금 다른 책 들춰보느라 사피엔스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이책 사버리고 싶기도 한데 하아- 종이책 너무 많고 ㅠㅠ
핫치즈징거버거 너무 맛있어요 공쟝쟝님 ㅠㅠ

공쟝쟝 2019-10-14 08: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ㅋㅋ 사피엔스 읽다가 너무재밌어서 하라리 최곤데?? 호모데우스랑 21세기 어쩌고는 바로 (뮤거워서) ebook으로 사놓고...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네요.. ㅋㅋㅋ 징거버거 아침에두 먹고 싶네요~ 락방님 월요일 빠샷!
 

현실같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는 편이라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관한 영화라면 잘 보지 않는다. 책도 마찬가지. 특히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거나 같은 시간대에 반복해 갇히는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읽으면서도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책이나 영화를 통틀어 그런 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닌데, 그간 내가 시간 반복 혹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된 건, 우리가 그 시간대를 '다시' 살아도, 시간을 '거슬러' 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어 그 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어도 지금의 나, 즉 미래의 내가 그다지 크게 다르게 살게 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리타(에밀리 블런트)' 와 '케이지(탐 크루즈)'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시간에 살고 있다. 싸우는 건 딱 질색이고 종이에 베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케이지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싶진 않았는데, 싸우기 싫다고 징징대는 케이지를 밉게 본 높은 사람이 최전방에 그를 보내버리고 만다. 하는수없이 싸움 1도 못하는 케이지는 갑옷을 조작할줄도 모르면서 전쟁 한복판에 놓이게 되는데, 당연히 전쟁 한복판에 놓여 외계인을 맞닥뜨리자마자 죽게된다. 그리고 다시, 그는 최전방에 배치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자기가 죽을 때마다 다시 최전방에 배치되는 이 때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고, 그는 같은 상황에서 죽지않게끔 그 상황을 피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동료의 죽음으로부터 아예 벗어나지는 못하고 조금씩 뒤로, 뒤로 그 시간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그는 갑옷에 익숙해지고 외계 괴물과 싸우는 훈련도 열심히 해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전쟁 영웅 리타를 알게 된다. 리타로부터 특훈을 받고 또 리타 역시 자신과 같은 현상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외계 괴물을 물리치고자 노력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과거에서 역시 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전보다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길게 왔지만 어쨌든 다시 돌아가는 일의 반복. 그리고 어느 순간. 케이지는 리타에게 말한다.


'결코 여기를 벗어난 적이 없어'


그는 리타를 살리고 싶었는데, 이쯤에서 리타가 어김없이 죽는다. 리타에게 헬리콥터 대신 자가용을 타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리타는 헬리콥터가 있는데 왜 자가용을 타야 하냐며 또다시 헬리콥터에 올라 시동을 걸고 또다시 죽는다.


자, 과거가 반복되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언가 바꿔보고자 해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애정하는 마음을 가진 상대의 죽음을 반복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애초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 이유 자체가 그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아니,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많은 이유들이 바로 거기 있었다. 이 죽음에서 피해야 한다, 이 죽음이 닥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혹은 이 고통이 닥치지 않도록 손을 써야 한다, 쓸 수 있다, 다른 걸 택하자.


'애쉬톤 커쳐' 주연의 [나비 효과]가 그랬고, 최근에 읽은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 이 그랬다. 고통과 아픔 혹은 죽음을 피하고자 다시 과거의 어느 때로 날아가지만, 내가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알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봤자 그 미래는 크게 변하지 않을 뿐더러 같은 고통을 어김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아니면 다른 고통에 속수무책 노출되어 버린다.

어쩌면 운명이란 정해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 모든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간 타임루프 관련 작품을 보면서 딱히 어떤 감흥을 느끼지는 않았었는데, 어제 [엣지 오브 투머로우]를 보면서는 다시 그 시간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대부분의 선택 앞에서 나는 다르지 않은 걸 선택하겠지만, 어떤 선택 앞에서라면 다른 걸 선택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계속 그 후의 일들을 그려본다. 그 때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했다면, 그 때 그런 선택을 하지 말고 저런 선택을 했다면, 그 다음은 어땠을까...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선택한 것에 대해 수도 없이 돌려봤다. 그 순간을 참고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의 옆에 없으면서 괴로운 게 더 클까, 그의 옆에 있으면서 괴로운 게 더 클까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나는 차라리 그의 옆에 없기를 택했고 그래서 결국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시간들은 고통이 수시로 찾아들었고 어쩌면 내가 잘못 선택했는지도 모른다고 수도 없이 자신을 원망하게 했던 거다. 만약 그 때 내가 그의 옆에 있는 괴로움을 택했다면, 그랬다면 지금과 달라졌을까?


아니.

나는 그와의 이별을 좀 더 늦출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 옆에 있다는 기쁨으로 하루를 혹은 몇 개월을 혹은 일 년을 더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차피 결과는 지금과 같아질 터였다. 나는 그걸 그렇게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그 때도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라 있었으니까.




야광토끼도 말했잖아. 만약에 그녀보다 내가 먼저 널 만났더라도 넌 그녈 택했을 거라고.. 그것이 운명..이란 것인거야..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케이지가 자신의 죽음을 혹은 동료들의 죽음을 조금씩 뒤로 늦출 수는 있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여기서는 더 빠져나가지 못해'라고 한것처럼, 나는 내 이별을 최대한 뒤로 늦출 수는 있었을지언정, 이별 자체가 없는 일이 되도록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 시간은 혹여 돌린다면, 내가 혼자 돌리는 거니까. 내가 '다른' 선택을 한다해도 상대가 다른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 상대는 자신의 성격대로, 성향대로 살았을 것이고, 그는 내가 늘 불만이었던 그 지점에 대해서 아마도 계속해서 가져갔겠지. 그러면 나는 끊임없이 아팠을 거고, 그 아픔에 어느날 폭발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시간으로 오면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가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가 다른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내가 시간을 천 번 만 번 돌려봤자 어차피 지금이다. 그리고 그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다만 그의 마음은 그정도, 그만큼 이었던 거구나 생각할 뿐이다. 더 먼 미래까지 가려는 나와 더 먼 미래까지는 내다보지 않았던 사람이 만나면 결국은 딱 그정도에서 끝나는 거였구나, 내가 시간을 만번쯤 돌려도 어차피 결과는 같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 숱한 타임루프속의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번번이 괴로워해야 했을 것이다. 이 고통, 지난번에도 겪었는데 또, 또, 또, 또....




엣지 오브 투머로우 에서 케이지가 그리고 돌이킬 수 있는 에서 윤서리가 마주하는 건 반복되는 상실과 고통이다. 거기에서 피하려고 해도 자꾸만 그 고통을 당해야 한다. 그 영혼이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최선은 우리가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지 않고, 지금 현재만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일테다. 그것이 최선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테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건 아마 그 때문일거다.





"그 지방 설화에 따르면 숲속 어딘가 깊숙한 곳에 석탄처럼 까만 사과가 열리는 나무 한 그루가 숨겨져 있대요. 그런데 그 나무를 찾아서 열매를 먹으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작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 소소한 민담을 끄집어낸 것에 흡족해하며 몽라셰를 넉넉히 들이마셨다.

"그럼 당신은?" 여배우가 물었다.

"뭐 말입니까?"

"당신은 숲속에 숨겨진 사과를 찾으면 그걸 먹을 거예요?"

백작은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는 확실히 매력적인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집과 여동생과 학창 시절의 기억들을 포기할수 있겠어요." 백작이 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 기억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안나 우르바노바가 냅킨을 접시에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치면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서 백작에게 다가가 백작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키스했다. (p.196)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나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그 때, 바로 그 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기억들에 좋지 않은 것들을 훨씬 더 많이 끼워넣게 됐을지도 모른다. 종국엔 서로를 미워했을지도..(이건 잘 모르겠다)


만약 까만 사과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역시나, 나는 먹지 않기를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타임루프가 소재인 영화를 봤느냐,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외계괴물과 싸우는 영화를 봤느냐,

내가 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도대체 내가 왜!! 봤느냐.

왜 봤을까요?

왜 봤을까?



그것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했다. 누군가 트위터에 '에밀리 블런트'의 플랭크 사진을 올려둔 것. 근데 졸라 멋진 거다. 아 쉬바.. 나는 근육이라면 대환장해서 온 몸이 저릿저릿해지는 사람인데, 에밀리 블런트 저 근육.. 무엇?

나는 그 알지도 못하는 트위터리안의 트윗에 들어가 대체 저 짤이 어디서 나온 짤인가 훑기 시작했고, 그렇게 '탐 크루즈'랑 같이 나오는 영화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네이버에 에밀리 블런트와 탐 크루즈의 이름을 동시에 넣어 검색을 했고, 네, 그렇게 찾아낸 영화가 바로 [엣지 오브 투머로우] 였던 것이다!! 보다보니 재미있어 끝까지 보긴 했지만, 사실 나는 보면서도 '에밀리 블런트 플랭크 씬 대체 언제 나와, 그것만 보고 끄자' 한 것이야. 나는 외계 괴물 상상해서 전쟁하고 이러는 거 진짜 재미 1도 없다니까? 흥미, 관심 완전 노노. 그러나 근육, 근육 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근육에 대환장하냐면, 헤어진 남자가 나랑 헤어진 뒤로 웨이트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헤어짐을 후회할 정도이다. 만날 때는 그다지 그에게 섹시함이나 성적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웨이트 열심히 한다는 말에 갑자기 온 몸의 흥분 세포가 발작을 일으켜버려... 아아, 나 만날 때 웨이트 한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했으면, 그러면 내가 그만 보자는 말대신 눈에서 하트 발사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런다한들 아마 조금 뒤로 늦춰졌겠지, 그 관계 역시..


이렇게 근육은 나를 대환장 만드는 것인데 에밀리 블런트의 근육을 내가 보아버렸쓰.. 그래서 존재조차 몰랐던 영화, 아니 제목도 엣지 오브 투머로우 라니.. 내타입 넘나 아닌 것.. 여튼 그렇게 보게된 것인데.. 아아, 아니 이게 짤에서는 그저 플랭크였지만, 영화에서 보니 요가 하잖아요. 에밀리 블런트, 리타, 짜투랑가 하는거잖아요. 에밀리여..


잠깐 짧은 영상 보고 가실게요. 플랭크에서 업독으로 이어집니다. 아아, 다운독까지 연결되는 걸 보여주지.. 목마르잖아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언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고 쓰지만 프로필 보니 언니 아니네요.. -0-


얼마전에 인스타에서 운동하는 지인을 보았다. 등근육 멋짐 뿜뿜해버려.. 근육이라면 전완근이 으뜸이고 견갑골.. .저 디지거든요.. 그런데 등근육 그렇게 움직이는 거 누구 보라고 올린거야? 나 기절하라고 올린거야? 나는 홀린듯이 댓글을 달았다.


나 당신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얼른 만날 약속을 잡았다.


우리 만나요..


나란 녀자... 근육인이라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관계를 시작합니다. 아, 근육이란 무엇인가. 진짜 상상만해도 짜릿해지는 것...너무 좋아 진짜 흥분 세포가 파티를 한다..



어제 빈야사 시간. 반복되는 업독과 다운독으로 주저앉아 버리고 싶고 무너지고 싶었지만,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하며 버텼다. 업독, 한 번 더 하자, 좀 더 견뎌봐,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에밀리 블런트 만큼만 하자.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혹시 아니, 나도 에밀리 블런트같은 근육인 될지... 내 온 몸을 끌어안고 사랑의 키스를 날려버리는 날이 올지도 몰라.. 플랭크, 업독, 다운독... 이예~



근육은 진짜 상상만으로 저릿저릿해지는 그런 게 있다니까?


에밀리 블런트 운동하는 영상 보고 싶어서 인스타에 에밀르 블런트 넣고 검색했는데 그런 건 안나왔다. 힝- 근육 보고 싶은데..

근육..

근육이란 무엇인가..

아 근육..

이제부터 요가할 때마다 에밀리 블런트를 생각하겠다. 에밀리 블런트처럼 업독하기!! 꺅 >.<

언젠가 나도 이 공간에 업독하는 영상을 올릴 수 있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요가에 힘 빠샥 주는거야.

흐음.. 사실 이번 등록기간 끝나면 관둘까...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게 11월인데.. 흐음... 나는 요가를 관둘것인가 계속해서 에밀리 블런트처럼 될것인가......

에밀리 블런트는 무슨, 난 걍 다락방인걸.. 인생 다시 돌려봤자 난 다락방....





인터넷에서 주문한 원피스의 소매가 개똥같다는 걸 입어보고서야 알았는데, 걍 불편해도 입자, 이렇게 하등 쓸데없는 소매를 왜 만들었을까... 했다. 소매가 손으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고 리본도 달려있는 것. 이렇게 생김.




그런데 오늘 아침에 입고 나오려는데 왼쪽의 소매 리본이 풀려 있는 거다. 나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혼자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궁극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든 누군가한테 의지하거나 부탁하거나 혹은 민폐가 되고 싶진 않다. 내 스스로 내 앞에 닥친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싶어.


그러나 이 리본 묶기가 안됐다. 혼자서 할 수가 없어. 출근길 버스 안에서 오른 손으로 아무리 아무리 왼쪽 소매의 리본을 묶으려고해도 되지를 않는거다. 아니, 혼자라는 게 이럴 때 막혀버리네. 바로 그 때. 외로움이 뼈를 강타했다. 하아- 후우- 혼자라는 건 왼쪽 소매의 리본을 오른손이 묶을 수 없는, 바로 그런 것인가. 이것이 바로 뼛속까지 외로운 그런 기분인건가...


씨부럴..



이 무능력함..이 무용함.. 하아- 이 무기력함.....



회사에 출근해서 동료 직원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이거 리본좀 묶어줘요... 하아. 너무 싫은 기분이야.... 내가 한낱 리본 달린 소매 때문에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다니..


가위로 리본 잘라버릴까...

집에 가면 저기에 리본 고정시켜서 꾸매버릴까...

뭐든 생각하면 답이 나오겠지..





좋은 것을 얘기할 때 반짝이는 눈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뜨거운 눈이 좋다. 총명한 눈이 좋고,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눈이 좋다. 여름이 갔고 돌이켜보면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좋았다.

이 노래처럼, 해가 저물도록 나는 여기에 있다.










멀어져 가는 오후를 바라보다
스쳐 지나가 버린 그때 생각이나
기억 모퉁이에 적혀 있던 네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젠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우린 다른 꿈을 찾고 있던 거야
아주 어린 날 놀던 숨바꼭질처럼
해가 저물도록 혼자 남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이미 멈춰버린 화면 속에서
내게 여름처럼 웃고 있는 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이렇게 힘들었을까
손에 꼭 쥐었던 너와의 Goodbye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나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Goodbye

함께 했던 모든 날이 좋았어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 Goodbye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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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10-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밀리 블런트 저 장면 좋아합니다. 근데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어요ㅠㅠ 복근 힘이ㅠㅠㅠㅠ 전 극장에서 봤는데 재밌게 봤어요. ㅎㅎ 전 모든 것이 끝난 뒤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다행히 바뀐 상황만으로도 보상이 되는 삶이라... 혼자 여러 번 살아서 이젠 거의 특수부대원급이 되어버리고 말이죠.

전 소매가 길거나 불편하면 살짝 집어서 옷핀으로 고정시켜버려요. 아주 쿨하게 그러면 다들 디자인인 줄 알더라구요. 전 귀찮아서 그랬는데 ㅎㅎ 한 손으로 리본 묶는 사람은 특수부대원일 거에요. 그런 능력자라니.. ^^

다락방 2019-10-08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요가 2년 했는데도 아직 푸쉬업도 못하는걸요 ㅠㅠ
예전에 비하면 복근에 힘 많이 생긴것 같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요. 에밀리 블런트의 저 장면을 따라하려면 저는 요가 5년은 더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뭔가 목표로 하는 게 있다는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에밀리 블런트 생각하면서 요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며칠이나 이런 마음가짐이 유효할진 모르지만요. ㅎㅎ

혼자 여러번 살아서 이젠 거의 특수부대원급이 되어버린 건 좋지만, 그렇지만..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반복되는 자기 훈련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돌아갈 때마다 매번 리타를 잃어야 했고 ㅠㅠ 어휴..
인간이 지금 이렇게 한 번의 유한한 삶을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옷핀으로 고정할까 하다가 접었는데 접어서 입다보면 다시 내리고 싶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내리면 다시 또 올리고 싶고.. 아 뭘 어쩌라는건지. 진짜 가위로 오려버려야겠어요. ㅜㅜ 잘라버릴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yo 2019-10-0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읽기 시작할 때 글이랑 끝낼 때 글이 진정 같은 글이란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번쩍번쩍 홍길동체, 다락방님 짱조아요😀

다락방 2019-10-08 11:15   좋아요 0 | URL
응? 왜? 뭐! 왜!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08 11:18   좋아요 0 | URL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순한 양처럼 다락방님 지팡이가 가리키는대로 이쪽 저쪽 우르르르 몰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 양털 다 깎여 있고 막 그런 상황?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51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syo의 목자시니 syo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soy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며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
비록 털은 다 깍일지언정... =3=3=3=3=3=3=3=3=3=3=3=3=3=3=3=3=3=3=3

단발머리 2019-10-08 12:25   좋아요 0 | URL
아~~~~~~멘! 🤗

다락방 2019-10-08 13:09   좋아요 0 | URL
믿습니까!

단발머리 2019-10-08 13:11   좋아요 0 | URL
거기요~~ 양털 다 깍이고 양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 잘 안 되는 어린양님!
믿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참 댓글이 산으로 가버리지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뭐 본문도 늘 산으로 갔으니.... 하하하하ㅏㅎ하ㅏㅎ하ㅏ핳하하하

syo 2019-10-08 13:16   좋아요 0 | URL
털을 깎여보니까 저는 바로.... 🐒🐒🐒🐒

다락방 2019-10-08 13:23   좋아요 0 | URL
설마 저거 다람쥐에요???????????????????????????????????????

단발머리 2019-10-08 13:37   좋아요 0 | URL
번외편 : 원숭이의 굴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08 13:32   좋아요 0 | URL
다람쥐🐿 원숭이🐒
다람쥐🐹 원숭이🐵

......젠장, 다람쥐가 더 귀엽잖아.....

다락방 2019-10-08 13:35   좋아요 0 | URL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씨로 보는데 다람쥔줄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님 댓글보고 스맛폰으로 봤더니 원숭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님은
양이였다가
원숭이였다가
다람쥐였다가...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08 13:37   좋아요 0 | URL
번외편 2: 다락방님의 사과와 원숭이의 고민

오늘의 관전 포인트, 이 ‘미안해요‘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syo 2019-10-08 13:41   좋아요 0 | URL
🐵 : 바나나를 순순히 내놓으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락방 2019-10-08 13:51   좋아요 0 | URL
syo야, 명심하여라.

다락방은 syo의 목자시니 syo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soy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며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

단발머리 2019-10-08 13:52   좋아요 0 | URL
그 풀밭 나도 자주 가는 곳이라 완전 잘 아는데, 풀도 좋고 물도 깨끗하나......
바나나 없음! 확실함!!!

다락방 2019-10-08 13:5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야, 단발머리야. 지금 단발머리는 시험에 든 것 같구나...마음의 악을 쫓아내야 한다.....

단발머리 2019-10-08 13:54   좋아요 0 | URL
양단간에 syo는 결심을 해야 한다.

다락방 목자님 vs 풀밭 선경험자 단발머리

syo 2019-10-08 13:54   좋아요 0 | URL
와.... syo의 목자시고 syo에게 부족함이 없는데 왜 정작 풀밭에 눕게 하시는 애는 soy에요??
원숭이 -> 다람쥐로 모자라 이제 syo -> soy....

syo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빡친다. 나 절 간다. 절 오빠 된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다락방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으이크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가 아니라 콩이 되어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08 13:56   좋아요 0 | URL
고치면 반칙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3:57   좋아요 0 | URL
쇼님은 절 오빠 단발머리님은 교회 누나 다락방은 목자....

잠자냥 2019-10-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근육과 리본 ㅋㅋㅋㅋㅋ 저 리본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8 17:41   좋아요 0 | URL
리본이 저를 딥빡치게 합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잠자냥 2019-10-08 18:01   좋아요 0 | URL
다락방 탈리본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대해 제대로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그림책으로 보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제대로된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아는 거라고는,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가 평생 잠만 자는데 왕자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키스를 받으면 그 저주에서 풀려난다..는거.


공주가 왜 저주에 걸렸는지, 왕자는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 이야기를 떠올릴 틈도 없었으니까. 딱히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가 백설공주를 비롯해서 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까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어떻게 한 번 본 사람이, 처음 본 사람이 상대에게 '진정한 사랑'을 품을 수 있을까. 이게 말이 되나? 처음 본 사람에게 반할 수는 있지만, 반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말레피센트'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봤다. 졸리가 나온다고 해서 봤다. 동화 같은 이야기, 마녀 이야기, 판타지 스러운 분위기일것 같아 관심도 없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있더라. 오호라, 한 번 볼까, 하고 찜해두고 있었는데, 아아아아 일요일밤은 왜때문에 잠이 안오는걸까. 하긴 오후에 커피를 마셨지, 잠이 안오는 게 당연하다, 나는 말레피센트를 재생시켰다. 조금만 보다가 졸리면 자야지, 했는데 우후후훗 새벽 두시가 다 되도록 이 영화 다 보고 잤다. 나여...



'말레피센트'는 요정이었다. 다정하고 밝고 활기찬 요정. 어릴 적부터 마법의 숲에서 다른 마법의 존재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다가 그 숲에 몰래 들어온 인간 소년 스테판을 만나게 된다. 숲의 물건을 훔쳤다가 숲의 요정들에게 들킨 것. 말레피센트는 훔친 물건을 돌려달라 한 뒤에 인간 소년과 가까워진다. 열여섯살이 되었을 때 인간 소년은 말레피센트에게 입맞춤을 하며 진정한 사랑을 맹세하는데, 그러나 인간 스테판의 마음속에는 탐욕이 가득해, 점점 말레피센트를 잊어가고 어떻게든 왕이 있는 성에 들어가기를 꿈꾸며 권력을 갖고 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던 차, 마법의 숲을 공격했던 인간 세상의 왕이 말레피센트와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왕은 '가서 말레피센트를 죽이고 오는 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내 딸을 주겠다'고 한다. 이에 스테판은 오만년만에 말레피센트를 찾아가 '위험을 알려주려고 왔어'라며 다정하게 접근한 뒤 (아마도)술을 주고 그녀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하아- 오랜만에 찾아온 인간 스테판을 말레피센트는 다정하게 대해줬건만, 그러나 스테판은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잘라서 훔친다. 제버릇 개 못준다더니...

잠에서 깨어 날개를 잃은 걸 알게된 말레피센트는 울부짖는다. 그녀는 애정을 품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다. 날개를 잃어서 고통스럽고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고통스럽다. 자신의 종인 까마귀를 시켜 알아보니, 스테판은 왕이 되고 싶어 이 일을 꾸민거였다. 하아- 왕이 되려고 내 날개를 잘라갔구나...


스테판은 정말 왕이 되었고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말레피센트는 스테판을 찾아가 아이가 예쁘고 우아하게 자라겠지만, 16살이 되기 전에 물레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들것이고, 진정한 사랑이 담긴 키스만이 그 잠에서 그녀를 깨울 수 있다고 저주를 내린다. 영원히, 영원히...



스테판은 이에 아기를 숲에 숨기는데, 그러나 말레피센트는 아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쭉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네가 싫어'라고 말하지만, 아기가 말레피센트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다. 아기를 돌보던 요정 세 명은 아기를 본 적이 없어 너무 서툴고 아기를 굶게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말레피센트는 나타나 아기를 돕는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말레피센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말레피센트와 우정을 나눈다. 말레피센트의 남아있던 마음 한 조각은 이 아기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점점 더 움직이고 결국 이 저주를 풀고자 하지만, 애초에 '영원히'라는 단서를 달았던 터라 이 저주를 풀 수가 없다. 이것이 너무 괴로워... 그렇게 아기 오로라는 열여섯살이 되는데, 열여섯살을 하루 앞둔 날 이웃 나라 왕자를 숲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은 서로의 외모에 반하게 돼...



저주는 힘이 세서 공주는 성에 가 16년만에 아버지를 만나지만 결국 물레 바늘이 찔려 잠이 든다. 말레피센트도 오로라 공주를 지키던 요정들도 이웃나라 왕자를 헐레벌떡 공주가 잠든 침대 앞으로 데려간다. 그녀에게 키스해, 키스해!! 키스하란 말이야!! 왕자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우리는 한 번 밖에 안만났는데요' 라고 말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지점 아닌가.

그래 한 번 밖에 안봤다. 게다가 그녀는 잠들어 있다. 그런데 키스라니, 말이 되는가. 잠들어 있는데 키스하면 어떡해!! 상대의 동의 없이 키스하면 어떡하냐고. 그리고 한 번 봤는데 무슨 진정한 사랑이야, 그게 말이 돼?

애초에 진정한 사랑 따위는 없기 때문에 그 저주에서 깨어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던 말레피센트지만, 그러나 혹시나 하며 몰래 지켜본다. 어쩌면 저 저주를 풀어줄지도 몰라..하면서. 요정들 셋은 키스하란 말이야!! 왕자에게 외치고, 왕자는 그렇게 공주에게 키스한다. 그러나 공주는 깨어나지 않는다. 왜? 처음 본 사이에 무슨 진정한 사랑이 끼어들 수가 있냐.



이 영화를 보다보면 왕자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어떤 왕자가 나타나도 키스로 그녀를 깨울 수는 없을 것이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니, 말이 안되잖아. 한 번 보고, 처음 보고 무슨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 애시당초 말레피센트는 남자의 진정한 사랑 따위를 믿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공주는 저주에서 깨어날 수 없느냐? 아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이 키스가 누구의 키스여야 하는지 다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스포일러를 팡팡팡팡 파바바바바바바바방 터뜨릴까말까, 그 키스는 누구의 키스일까요?




영화는 좋다. 안젤리나 졸리 너무 좋고 안젤리나 졸리가 실제로 저렇게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날개 너무 거대해서 좀 무섭기도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마지막에 스테판 왕과 싸운다. 스테판 왕은 .. 하아- 답이 없어. 말레피센트는 자신을 죽이려던 스테판 왕을 그래도 용서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아, 인간 남자여.. 왜그리 어리석은가, 왜 한 치 앞을 보지못해, 왜 네 생각만 하는가. 네 명을 네가 재촉하는구나, 스테판이여, 인간 남자여, 남자 왕이여....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생각이 났다. 제인 에어에서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결혼을 방해하던 '미친' 버사부인, 그 버사부인의 입장에서 쓰여졌던 소설. 그녀는 왜 미쳤는가, 그녀는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결혼을 방해하는 '악인'인가, 그녀가 왜 미쳤는지, 왜 거기에 갇혀있는지, 진 리스는 모든 이야기에는 다른 면이 있다면서 버사 부인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낸 것이다.

















말레피센트 역시 마찬가지. 공주는 왜 저주에 걸렸는가. 물론 말레피센트가 저주를 걸 대상은 냉정히 따지자면 오로라 공주가 아니라 스테판 왕이 되었어야 했다. 말레피센트를 고통에 놓이게 한 건 오로라가 한 게 아니라 스테판이 한 거니까. 어쨌든 말레피센트는 인간 남자로부터 고통을 당했다. 배신을 당했다. 인간 남자를 괴롭히기 위해 인간 남자의 딸에게 저주를 걸었는데, 스테판이 딸에게 걸린 저주로 인해 남은 평생을 괴롭게 살았으니 복수에 성공했다 보여지지만, 사실 스테판이 괴로운 건 딸이 저주에 걸렸다는 것보다, 언제 말레피센트가 자신에게 찾아와 괴롭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말레피센트를 괴롭혔으니까. 누구보다 자신이 괴롭힌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말레피센트로 인한 두려움에 떠는 거다. 자기가 나쁜 짓을 안했으면 그토록 두려워할 일도 없는데.



말레피센트는 그러니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다른 이야기' 이다. 다른 버젼. 모든 이야기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라고 진 리스가 그랬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83쪽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내용인 것도 좋았고, 그렇게 공주가 저주에 걸린 게 사실은 공주의 아빠 때문이라고 얘기해줘서 좋았다. 무엇보다, 한 번 봤는데 무슨 잠자는 여자에게 키스를 해, 그건 안될 말이고 왕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 남자의 진정한 사랑 따위..... 그 따위 것 없다고 말하는 것도 좋았고. 그렇다고 해서 '진정한 사랑' 자체가 없느냐?


아니요.


그런 이성애가 아닌 다른 사랑, 다른 방식으로의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그게 엄마나 아빠일 필요도 없는 거라고 말레피센트는 말해준다. 아무튼 짱좋네, 졸리. 날아다니고 힘도 세고 인간 남자의 진정한 사랑따위 없어!! 이러고. 졸리가 짱이다 진짜.


말레피센트2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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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10-0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에 말레피센트2 광고 많이 하더라구요. 다음에 1 부터 한번 봐야겠네요. ^^

다락방 2019-10-07 14:29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까 10월 중순에 개봉하더라고요. 개봉하면 2편은 극장 가서 봐야겠어요. 어휴 졸리 진짜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10-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1도 안 궁금했었는데 이 글 보니까 좀 보고 싶어지네요. 왕자가 키스 망설인다는 설정도 재미나고 무엇보다 그 스포일러가 몹시 궁금하네요. 으으. 봐야 하나! ㅎㅎ

다락방 2019-10-07 14:30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1도 안궁금했는데 어쩌다 뭣 때문에 보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졸리 나와도 안궁금한 영화였거든요.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볼까? 이렇게 된것인지..
그런데 재미있었어요. 조금만 보려다가 내처 다 보았네요.
그치만.. 밤늦게 봤더니 자기 전에 초큼.. 무서웠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9-10-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투브에서 12분 영상으로 봤는데 결말이 완전! @@ 맘에 들더라구요.
저도 안젤리나 졸리 좋아요. 그녀 말고 다른 사람 누가 가능했을까 싶어요. 그걸 알고 캐스팅했겠지요.

다락방 2019-10-07 16:04   좋아요 0 | URL
결말도 마음에 들고 그간 알던 동화보다 완전 현실적이죠! 뭐랄까, 소녀에게 왕자는 필요없다는 걸 바로 증명하는 것 같았어요. 후훗.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존재 형태도 너무 좋았고요.
저도 졸리여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다 보고나서 졸리 말고 누가 가능했을까,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졸리가 영화 속에서 가끔 살짝 웃을 때, 진짜 너무 좋아요. 온몸이 짜릿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