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마존 프라임에서 <리처> 시즌1 을 다 봤다. 7회부터 본격 재미있어졌다. 8회가 마지막 회였지만. 7회에서 잭 리처가 군복입고 얼굴에 색깔 칠하고 숲에서 대기하다가 적들을 죽여버릴 땐 오! 좋았어!! 막 이렇게 되었단 말이지. 그런데 키쓰신은 넘나 어색해서 오그라들었네. 책 내용 기억 하나도 안나서 개정판 나오면 다시 읽자 하던 참에, 시즌2도 시작하려는데, 시즌 2는 <bad luck and trouble>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아닌가. 이건 뭐였지? 하고 검색해보려고 리차일드 넣었다가, 아니, 이게 뭐지요??
몰랐는데 신간이 나왔네요, 잭 리처? 하아. 그렇다면 나는 참을 수 없지! 아니 ㅋㅋㅋ 언제 나왔니 증맬루 ㅋㅋㅋㅋㅋ 내가 너를 사주마. 읽어주마. 요즘 읽는 책들이 다 진지하거나 재미없거나 해서 미치겠는거지요. 이럴 때 잭 리처 살짝 한 권 넣어줘야지. 이번주에 아직 책 한 권도 안샀는데, 산다, 내가, 너를. 아 흥분돼.
마거릿 애트우드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도 이메일로 접했다. 하아- 왜 책은 사도사도 늘 부족한가. 왜 늘 사야할 책이 또 생기는가. 마거릿 애트우드 뿐만이 아니다.
필립 로스의 신간도 나왔어! 하아-
필립 로스의 신간은 대통령 얘기라는데, 아니 필립 로스가 대통령 얘기 어떻게 했을지 넘나 궁금하지 않은가. 아아,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그렇게 열심히 책을 사도 왜 늘 사야할 책이 또 생긴단 말인가. 왜, 왜..
작년과 재작년,
나는 매일 보아야 하는 사람을 미워해서 너무나 괴로웠다.
미워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이해하면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당시에 mz 관련 책들도 사서 읽었었다.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의 성질이 mz의 것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괴롭지 않으려면 미워하지 않아야 하고 미워하지 않으려면 좀 더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관련 책들을 읽어도 미움은 여전했고 그런데 매일 얼굴을 봐야했고 그것이 너무 괴로웠다.
나는 누가 나를 미워하는 거 별 신경 안쓰고 나는 대체적으로 무심한 편이라 타인을 딱히 미워하지도 않는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안티가 많을 거라는 것도 남동생 덕에 늘 새기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과 내가 매일 보는 사이도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이 돈 케어 괜찮은데, 직장에서 매일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얘기가 달랐다. 미운데 매일 보려니 진짜 너무 괴로웠다. 미움이 찾아오는 건 내게 쉽게 있는 일이 아니라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작년에 그 직원이 회사를 그만둬서 더이상 볼 일이 없어지게 되었고, 그 후로 나의 괴로움은 당연히 사라졌다. 다만 다른 곳에서 즐겁게 살고 있기를 바랄뿐. 그러나,
내가 그 당시에 그 사람을 미워했던 것, 그 시간에 내가 괴로웠던 것에 대해서는 자주 떠올린다. 그런 일이 있었지, 나는 괴로웠었지, 미움을 멈추는 일은 노력으로 되지 않았지, 하고.
지금은 마주치는 사람들 누구도 미워하지 않아 마음이 평안하다. 지금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은 성범죄자 새끼들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미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그들의 불행을 바라지 않지만, 그러나 성범죄자 새끼들에 대해서라면 그들의 불행을 바란다. 지옥끝까지 쫓아가서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 요가를 하는데, 요가 쌤은 요가를 하면 긍정적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마치고나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태양경배자세를 하며 너무나 행복했다.
이게 뭐라고 팔을 쭉 뻗는일이, 몸을 숙이는 일이 이렇게나 좋을까. 너무 좋아서 울고 싶었는데, 그러고보면 이 기분은 그런데, 이 선생님일 때 주로 느껴지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큰 효과가 생기는걸까.
어제 한시간 동안 요가하며 수시로 행복해서 울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이것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 인지하는 것, 느끼는 것.
정희진쌤 오디오 매거진 이번에 한장면의 영화에서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다루는데, 선생님은 이 영화를 말씀하시면서 당신이 축구, 야구, 권투를 하지는 못해도 너무나 좋아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이 그렇게나 좋더라. 그러니까 내가 뭘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나는 그런걸 듣는게 너무 좋다. 나 이거 좋아, 난 이게 좋더라, 하는 말들을 들으면 그 사람이 그렇게나 예뻐보인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느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선생님이 결국은 권투를 직접 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았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너무 감동이야, 너무 행복해! 했던 순간들을. 그리고 그거랑은 미묘하게 다른데, 내 미래가 기대됐던 순간들을.
재작년 파리의 센강 앞에 섰을 때도 그랬다. 와, 내 인생의 이 시점에 내가 계획한 적 없지만 센강에 와있다니, 내 인생 너무나 흥미진진하잖아?
올해초 말레이시아에서 대만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이번에 대만에서 그녀를 재회하게 되었을 때도, 와, 내 인생 너무 개꿀잼이네. 다른 나라에서 외국어로 친구를 사귀다니, 도대체 앞으로는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하고, 여행 내내 흥분한 채로 돌아다녔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동안 꿈꿔왔던 것과 미처 거기까진 생각지 못했던 것들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계획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내 미래는 또 나에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어떤 장소에 가있게 할까.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그래서 두렵기도 한데,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가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짜릿하다. 그 미래를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싶다. 힘차게 걸어가고 싶다.
나는 지금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내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