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열혈 청취자로서, 광고하는 물건을 열심히 사주는 걸로 응원하는데 이번엔 La Pasticceria(라 빠스티체리아)에서 파는 Panettone(빠네또네, 이탈리아 정통 케이크)를 샀다. 간식도 어지간한 건 다 먹어봐서 질려 있던 차라 호기심에 구매했는데 내 형편에 비싸긴 함; 한 입 먹는 순간 첫 키스의 강렬함과 부드러움이! 크흠...냠냠)

《프루스트 효과》 신간 나온 거 보고 잠잠했던 프루스트 책 탐험이 또 발동했다. 그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직진 좀 하면 안 되겠니! 못 들은 척하고 믿고 보는 질 들뢰즈 프루스트와 기호들》 을 샀고 사는 김에 베르그송주의>도. 내 마음엔 진실의 목소리들 시체로 가득하다....

할란 엘리슨 책을 아주 좋게 보고 SF 분야 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봐야겠다 싶어 어슐러 K. 르 귄 바람의 열두 방향》도 이제야 영접;
동기란 이렇게나 중요한 것. 어떤 분야에 관심 가지고 보려 했는데 넘 재미없고 괴로웠다면 다시 발길을 안 돌리는 경우 왕왕 있잖음?

빠네또네 또 한입. 우물우물)

시집도 꾸준히 사는데 이연주 시전집》과 아티초크 빈티지 시집 폴 발레리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도 기대된다. 발레리 저 문장은 시인들뿐 아니라 오만 사람이 즐겨 인용하는 명문장ㅎ

개정판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보급 특별가라 시집보다 싸서 정말 맘에 듦! 추석 읽기 책으로 낙점~
아인슈타인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는 그가 쓴 논문, 연설, 강연, 편지 등을 모은 책이다. 천재 과학자가 ‘인간의 개체성과 사회성, 공동체성, 개인과 국가, 전쟁과 평화,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 어떤 말을 했나 궁금해서 사 봤다. ‘종교와 과학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궁금했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마티스 사진이 생각난다. 새들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리던 그. 마티스의 색감과 감각은 당시 누구보다 현대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여기서 현대적이란 말은 미래를 이끌어 갈 정도의 힘이 있다는 뜻) 실제 그는 마크 로스코 등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더 일찍 봤어야 했는데 아무튼 이번에 제대로 좀 알아보려고 로런스 고윙 마티스》를 샀다.

김정선 내 문장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나 아니어도 누구나 지레 찔려 보는 책 아닌가? ㅎㅎ

일본 소설이랑 이상하게 연이 잘 닿지 않아 한국에 많은 번역물이 나와 있는데도 많이 못 봤다. 정서적 궁합이 맞는 작가는 하루키 외엔 잘 없더라고. 쿠라하시 유미꼬 성소녀》로 일본 문학에 다시 접근 시도~ 오타쿠스런 표현;

추석 연휴 때 뭘 읽을까 한참 고민하다 1위로 결정한 책은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다. 이런 책을 이제야 보다니 생각하는 책 중 하나다. 나를 기다리는 이런 책이 지구 한 바퀴 돌 정도로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죽기 전에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책이 삶의 동기가 되어준다는 건 슬픈 걸까 행복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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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9-27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케익이 빠네또네인가 봅니다. ^^; 빠네또네가 제 눈길을 사로잡는 바람에 책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ㅋ

AgalmA 2017-09-27 19:58   좋아요 2 | URL
ㅋㅋ 상온에 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빵이라네요. 시중에 파는 프렌차이즈 빵이랑 가장 다른 게 식감 같아요. 거친 느낌 하나없이 샤르르 녹아요. 신기한 체험입니다^^ 여기서야 책은 질리도록 보는 거니 신기하지도 않죠ㅎㅎ;

독서괭 2017-09-27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 배고픕니다... 드립커피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츄르릅)

AgalmA 2017-09-27 20:12   좋아요 0 | URL
딩동댕~ 저 커피 알라딘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 전 사실을 말했을 뿐 약올림이 아닙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9-2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며칠 후 긴 연휴 시작되는데, 좋은 계획 있으세요?^^
전 오늘 책 잔뜩 주문했습니다. ㅎㅎ

AgalmA 2017-09-28 19:59   좋아요 1 | URL
전 월욜까지 주말없이 밤낮없이 풀가동입니다. 연휴 낙은 책밖에 없는 듯. 명절 연휴동안 제맘대로 뭘 한 건 별로 없었죠. 오가는 긴 시간동안 책에 강제적으로 집중할 시간을 갖게 되는 거 외엔 그닥...
고대하던 책여행 맘껏 하시게 되어서 축하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9-28 22:1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여느 추석과 달리 좀 긴 연휴입니다. ^^
무엇을 하든 계신 곳에서 즐건 한가위 보네세요. ^^

겨울호랑이 2017-09-27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연휴가 긴만큼 이웃분들의 리뷰가 기대되네요. 저는 눈팅만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ㅋ 명절 때 책 읽기가 평소만큼 쉽지 않네요. ㅋㅋ

AgalmA 2017-09-28 20:00   좋아요 2 | URL
가족이 많이 모이시나 봅니다. 겨울호랑이님 능력이면 틈틈이 책읽는 거 놓치지 않으실 거 같은데ㅎ

겨울호랑이 2017-09-28 21:26   좋아요 1 | URL
^^: 연휴에는 제 시간이 잘 나지 않네요.ㅋ 그냥 마음 편히 가족과 함께 놀아야겠습니다.

서니데이 2017-09-27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이 커서 어쩐지 좋은데요.
베이커리 이름이랑, 빵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아마 못 외울 거 같아요.
맛있는 빵의 맛이 궁금하지만, 사르르 라는 말에서 어쩐지 달 것 같은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맛있는 빵, 재미있는 책, a님, 좋은 시간 보내세요.^^


AgalmA 2017-09-28 20:03   좋아요 2 | URL
빵이라기보다 케익이죠. 그래서 큰 거임~
수제로 만드는 과정 때문에 식감이 이런 거지 설탕 맛의 사르르 느낌은 아닌 듯. 오렌지 필이나 건포도 그런 게 들어가서 단맛이 더 자연스럽죠. 홍차, 와인, 커피, 우유 두루 어울리는 맛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요/
 

웨인 C. 부스 <소설의 수사학>보다 훨씬 쉽고 실용적이다. 완결된 단편(한국 기준 200자 원고지 70장 ~ 80장) 10편 이상 써 본 중급자라도 자신의 안 풀리는 머릿속과 문제점과 관련해 점검해 볼 내용이 많다.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같은 소설을 쓰자면 어쩐지 <소설의 수사학> 정도는 너끈히 읽어치워야 될 거 같지만 그건 의학 공부하면 모두가 산부인과 수술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고 달라야 한다. 일정한 수입이 있음 원하는 바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돈 버느라 허송 세월 하느라 꿈을 놓친 수많은 사람들이 생생히 걸어 다니고 있지 않은가. 몸에 상황 전광판이 없어 사방에 안 알려줘서 다행일 지경이지.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같은 아포리즘 책은 인용할 게 많아 에세이스트나 비평가, 리뷰어들에게나 유용하지 적어도 소설 창작자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아편 같은 주문으로 플라시보 효과만 보고 실제 치료할 부분은 내버려 두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난 잘 할 수 있어!‘, ‘당신도 할 수 있다‘ 긍정과 A4 용지를 가득 채우는 실행은 분명 다른 문제다. 긍정의 에너지가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딱 그렇지도 않다. KOREA 《SKEPTIC》 창간호 보면 캐럴 태브리스는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수명이 길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연구결과와 낙관주의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문학은 오히려 오기와 부정의 에너지가 더 컸지 않나? 우리는 비극에서 더 많은 걸 배워왔다. 그것도 옛말인가. 운동하는 소설가들을 봐라! 운동도 습득과 연습의 행동력이라구! 머릿속에 천일야화 뺨치는 게 있어도 지상에 한 페이지도 없음 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로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 연습 사항들을 따라가다가 소설보다 도를 깨우치러 옆길로 샐지 모르지만(내가 종종...) 그렇다면 애초에 그 사람은 소설을 쓰려던 사람은 아녔다고 봐야지.
‘밖에 나가서 대상이 새롭게 보일 때까지 관찰하고 기록해 보라‘든지 ‘눈을 뜨고 있는 시점과 감고 있는 시점을 각각 써보라‘ 등등 이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시를 터득해가는 과정과 마찬가지다ㅎ 그래서 시가 중요한 것. 시는 대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을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분야다. 소설이 추적이라면 시는 투시에 가깝다고 할까. 시인이라는 뛰어난 선생들이 적은 시집 값에 많은 걸 가르쳐 준다. 생활은 궁핍한 자들이 구세군 역할을 하다니 아이러니지 아이러니야. 시를 안 읽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공통적인 걸 느낀다. 그것은 뭐랄까. 이걸 소설로 쓰자구~ <시먼 자들의 도시> 비슷하게. 이렇게 고리타분한 생각 연계로는 11번 째 소설도 실패 보장합니다.

이 책 읽는 순간부터 마구 소설이 쓰고 싶어진다. 바라던 바다!
나는 어쩌자고 이러고 있는지 이건 뭐하자는 글인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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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6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글, 그림, 사진 : AgalmA ˝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도 멋질 것 같습니다^^: 여태껏 그리신 1일 1그림을 바탕으로 plot을 구성하면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 될 것 같네요.구성이 많이 어렵겠지만요...

AgalmA 2017-09-26 13:47   좋아요 2 | URL
잔뜩 펼쳐 놓기만 하고 이러다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로만 끝날 거 같아 참-_-.....
불같이 끓어오르다 필라멘트가 끊긴 듯 팍 식는 습성을 고쳐야 해요. 그러면서 다 놓지도 못 하죠. 웃긴 중생입니다. 그래서 남 비웃을 수 없어요)))))

단발머리 2017-09-26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작가로~~> 저도 읽고 있는데 Agalma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나의 예상은 틀린 것으로...

소설쓰기 혹은 글쓰기 책 읽다보면 항상 그 얘기가 나오는 듯 해요. 도를 아십니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런 책도 기억나고 하네요.
좋은 정보,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_~~~^^

AgalmA 2017-09-26 13:59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에 <파리 리뷰> 내용도 더러 보이더군요. 에세이풍 작가의 말은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의욕만 고무시키고 끝날 공산이 커요. 실천적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짜야 오래 갈 수 있지요. 이 과정을 몇 차례 겪어보고 나서야 내가 뭐가 필요한 거구나 깨닫게 되죠. 깨닫고 실행단계로 들어가면 다행이고 헤매다 밥 벌어 먹고 살아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람! 하면 고급독자 주택지로 이동하게 되죠. 한때 나도 문청이었는데... 교복을 쓰다듬으며.
<뼛속까지...>는 글쓰기 완전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인 듯.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자기 적합성 판단하는 단계랄까요. 그래서 ‘도닦기‘ 상태가 되죠. <뼛속까지...> 문장들이 너무 오글거려요;;; 정말 유명 강사의 자기계발 강연 같음ㅎ))))

fledgling 2017-09-26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의 가벼운 구어체 스타일 리뷰도 넘 재밌네용~~

AgalmA 2017-09-26 14:02   좋아요 0 | URL
독백인 건지 방백인 건지 코미디였지요; fledgling님 재밌게라도 해드렸으니 이 글은 그나마 쓸모가 있었네요ㅎ;;

희선 2017-09-2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는 게 도를 깨우치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무언가 알고 싶은 게 있어서 깊이 파고드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걸 소설로 쓰는 거죠 그걸 알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중에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쓴 소설이 늘어나면... 자신이 그걸 생각하고 쓰지 않았지만, 뭔가 하나의 줄기 같은 게 있을지도... 책을 읽고 쓰는 것도 비슷한 걸 쓰기도 합니다 그건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요

뭔가 마구 쓰고 싶게 하는 책이 있는 듯해요 글쓰기 책은 더하지 않나 싶습니다 단편소설쓰기도 다르지 않겠네요 하지만 마음만 앞선다는...


희선

AgalmA 2017-09-27 20:36   좋아요 1 | URL
습작 초창기 땐 자기 일상, 과거, 생각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옵니다. 어찌 쓸 지 잘 모르는 때니까요. 자기성찰을 자동적으로 하게 되죠. 이 단계를 넘어서야 습작이 아닌 진짜 소설적인 게 됩니다.

시 쓰는 사람들이 시집 가장 많이 볼 걸요? 글 쓰고 싶은 사람들이 글쓰기 책 많이 보듯. 일종의 장작이죠.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두 책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두 분 번역에서 우열을 가리긴 어렵습니다. 주석이 큰 차이겠는데요. 윤영애 교수 주석은 학술 문헌을 많이 참고하는 스타일이고, 황현산 선생 주해는 하나하나가 짧고 아름다운 평론처럼 읽힙니다.
윤영애 교수 주석이 조금 더 꼼꼼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만큼 지나친 개입처럼 느껴져 독자가 그 의견에 쏠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거 같습니다. 황현산 선생의 글은 객관적이려 하면서 자신의 평을 겸손하게 얹는 스타일인데 이 역시 안 보는 것이 아쉬울 거 같습니다.
민음사 판은 주석을 시 바로 다음에 붙여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면, 문학동네 판은 주석을 맨 뒤에 붙여 시 전체를 음미한 뒤 참고하게끔 안배해 놨군요. 그러나 주석의 존재를 안 이상 앞뒤를 오가게 될 수밖에 없으니 읽는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두번 째 읽을 때는 가볍게 패스? 과연? ㅎㅎ
문학동네 판의 장점이라면 포켓 판형에 가깝고 민음사 판의 절반도 안 되는 부피라 들고 다니기 좋다는 점! 행간 간격에 신경 쓴 게 보이지만 글자가 작다는 게 흠인데 휴대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 눈 침침한 분들에겐 죄송한 일. 들고 다니며 몽상의 시인 보들레르가 찬양한 구름 아래 야외에서 보기 좋다면 이쯤이야!
결국 두 책을 다 보는 게 좋을 거라는ㅎ 그럴 만한 책이니까요.


*
˝결국에는, 이 환상적이고 빛나는 형태를 한 구름, 이 혼돈스러운 어둠, 이 녹색과 분홍색의 끝도 없는 것들이, 서로 걸쳐 포개어진 모습, 입을 떡 벌린 큰 가마들, 구겨지거나, 말리거나, 찢어진 검정 혹은 보라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이 창공, 상복을 입은 혹은 용해된 금속을 늘어뜨리는 이 지평선, 이 모든 깊이, 이 모든 장려함은, 취하게 하는 음료처럼 아니면 아편의 웅변처럼 나의 뇌수를 취하게 만들었다. 몹시 기묘한 일이지만, 이 액체적인 혹은 대기적인 마술 앞에서는, 인간의 부재를 원망할 기분이 단 한 번도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ㅡ 보들레르가 <1859년 살롱전>에서 부댕의 그림에 나타나는 구름에 대해 쓴 글, <파리의 우울> 황현산 선생의 주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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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9-25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읽는다면 일단 ‘짧고 아름다운 평론‘에 방점을 둘 것 같습니다.
아직 황현산의 글을 안 읽어봐서...
판형도 마음에 들고.
민음사는 원래부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아니면
별로 손이 안 가더군요.

그나저나 아갈마님 단편소설 쓰기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AgalmA 2017-09-25 15:49   좋아요 1 | URL
황현산 선생 문장은 자는 모르겠고 타는 인정한다고 보는데요. 제가 감히 드릴 말씀인가 싶지만 문장을 읽으면 참 정갈하면서 깊이가 있어요.
민음사 세계문학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디자인 물갈이가 되어야 할 겁니다. 책도 구식으로 보이는데다가 문체들도 대체로 구식^^;; 거참;

게을러서 문제이긴 한데 시도 소설도 쓰고 있습니다^^ 일기 많이 쓰고 문학 많이 읽으면 자연스러운 수순인 거 같아요. 써보고 싶어지죠.

munsun09 2017-09-25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학동네 걸 가지고 있는데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사실 주석이 뒤에 있으면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어떨때는 그냥 읽지않고 지나치게 되더라구요. 그 점도 책 고를 때 고려해 봐야 할 점이 됐네요^^

AgalmA 2017-09-25 16:39   좋아요 1 | URL
어떤 책이든 주석이 걸리적거리긴 하죠^^; 저도 안 읽고 넘길 때 종종 있어요.
이 시집의 주해를 뒤로 옮긴 게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 전체를 흐름따라 읽어가는 맛이 있으니까요. 한 번 읽고 끝날 책도 아니니까요 :)

북프리쿠키 2017-09-25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햐 ~ 아갈마님 대단하세요.
이렇게 직접 읽으시고 비교해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AgalmA 2017-09-26 03:40   좋아요 1 | URL
두 책을 다 가지고 있음 저 정도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정도죠^^; 북프리쿠키님 덕에 두 시집을 일찍 비교하게 된 거니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 지도요^^
다 읽기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더 꼼꼼한 비교는 어려웠던 점 이해바랍니다.

cyrus 2017-09-26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현산 교수의 주석은 시구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모두 설명해줍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AgalmA 2017-09-26 03:40   좋아요 0 | URL
황현산 선생님이 좀 더 열린 해석이라 더 좋긴 하더라는^^

페크pek0501 2017-09-27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의 <파리의 우울>을 구입했었는데 글씨가 작아 애독하게 될 것 같지 않아요.
눈이 피로할 것 같아서...
다른 출판사로 다시 사야 하나, 생각했어요.ㅋ

AgalmA 2017-09-27 20:06   좋아요 0 | URL
글씨 크기에 대한 문제가 제 예상보다 상당히 크군요ㅎ; 민음사판은 딱딱한 주석 보고 하느라 좀 쉬이 피로해지는 감이 있어요^^;
 

9월 알라딘 굿즈 ‘자기만의 방‘ 스테인리스 컵 입수 기념. 혹시 아십니까. 스테인리스 컵으로 맥주를 마시면 유리잔보다 더 시원하고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은 탁월한 선택~
그러고 보니 10월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읽어야겠군. 아, 나의 무한한 즉흥성이여. 내 독서 전개는 대개 이렇다;;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들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표면상으로는, 특정한 종교적 믿음과 과학 지식의 특정한 측면이 지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과 충돌하는가? 성서에 대한 믿음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에서 진화했다는 믿음과 양립할 수 없는가? 기적에 대한 믿음은 물리학이 밝혀낸 엄밀하게 법칙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충돌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유의지와 신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양자역학의 이론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입증될 수 있는가? 이 장의 제목ㅡ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ㅡ이기도 한 질문의 한 가지 대답은 이러한 지적 양립 가능성의 문제들이다.˝
ㅡ토머스 딕슨 《과학과 종교》, 1.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중


 

토마스 딕슨의 실증적인(?) 접근과 발화 방식이 맘에 든다. 이 편도 저 편도 아니요 하면서 애매모호하면서도 편파적인 책이 많아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좀 더 사나울(?) ‘ ‘악마의 사도‘, ‘다윈의 로트와일러‘라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이 일련의 행보는 한국의 한 장관 후보자가 지구 나이 6천 년이란 창조과학에 빠져 있는 걸 목격한 충격 때문일 수도 있다.


간밤에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을 다 읽었다. 역자도 그런 경험을 말했지만, 한병철 저자 책의 장점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책의 형식이다. 이 책도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다. 한병철 저자를 서양 철학에 경도되어 그걸 한국에 퍼트리는 책팔이쯤으로 보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계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앎에 대한 우리의 방편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평가의 저자인지라 선불교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더 궁금했다. 저자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에서 플라톤, 하이데거, 에크하르트, 니체, 라이프니츠, 헤겔, 부버 등을 거론하며 서양 인식의 틀과 한계를 선불교의 핵심 개념들(무, 공, 무아, 무주, 입적, 자비)과 비교해 잘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동양인이고 서양 철학을 공부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에겐 어렵거나 가볍거나 할 테지만 최소한 내겐 울림이 큰 책이다. 선불교 책은 내게 언제나 그랬다. 머릿속을 헹궈준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살고, 전체적으로 죽습니다. 판단 작용에도 들어 있는 구분에서 걱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삶'을 '죽음'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삶의 너머를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죽음과 삶의 관계]은 겨울과 봄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겨울이 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봄이 여름이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신 태도는 독특한 시간 경험과 상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에 전체적으로 머무릅니다. 이렇게 충만하면서 태연한 현재는 이전과 이후로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현재는 자기 너머를 보지 않고, 오히려 자기 속에서 머무릅니다[쉽니다]. 이렇게 태연한 시간은 걱정의 시간을 뒤로합니다. 더 나아가 멈춰 선 현재는 다른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솟아오른 특수한 시점인 '순간'과 다릅니다. 그런 현재는 익숙한[일상적] 시간입니다. 거기에는 강조가 전혀 없습니다.

ㅡ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 죽음 중


 

《콜럼바인》 읽을 생각하니 맘은 무겁지만 반갑고,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를 제쳐두고 왜《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를 지금 샀는가 음미하며 읽어나갈 시간이 기다린다. 도서관에서 이 무거운 걸 안 빌려와서 일단 좋고ㅎ 날이 서늘해서 아무래도 바닷속에 뛰어드는 부테스가 꺼려졌는갑다; 독서쟁이들도 계절 많이 타는 거 아는 사람은 알지ㅎ 책의 톤도 표지도 어두컴컴해지고 있다ㅎㅎ
《파리의 우울》도 보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쬐그만 게 내용이 엄청 꽉꽉 차 있어서 머리 배탈 날까 봐 먹을 순서를 분주히 짜고 있다. 내 독서 산책은 늘 이렇게 우연적이고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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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1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있으면 A님은 굿즈를 보관할 케이스를 필요로 하실 것입니다.
아마도.
A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AgalmA 2017-09-21 23:02   좋아요 1 | URL
어떤 분은 아예 장식장을 따로 마련해 두셨던데 저는 직접 쓰는 걸 더 선호해서ㅎ; 스텐컵 스크레치 날까봐 가장 티 안나는 ‘자기만의 방‘ 샀는데 생각보다 예뻐서 앨리스 스텐컵도....하면서 또 탐을 내고 있어요ㅎ;;;

레삭매냐 2017-09-21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오늘 저도 콜럼바인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빈갑네요.

AgalmA 2017-09-22 03:04   좋아요 1 | URL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나오는 첫 장부터 몰입도가! 눈물날 뻔 했어요; 하루키가 쓴 <언더 그라운드>에서 바란 게 바로 이건데!

북다이제스터 2017-09-21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이 기다린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 같습니다. ^^
특정 행복이 영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저도 요즘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습니다. ㅎㅎ

AgalmA 2017-09-21 23:49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이 많이 기다리고 있음 복이 터진 걸까요-ㅅ-;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 마무리하고 싶은 책이 산더미인데 이러고 있네요ㅜㅜ 읽고 싶은 책이 많아 감사해야겠죠.네네... 흑흑.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의미있으니까;_;

단발머리 2017-09-21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햐~~~ 세상에 부러울게 없는 완벽한 구성이네요~

AgalmA 2017-09-21 23:48   좋아요 0 | URL
언제나 새 책 만나면 그런 기분이죠^^ 며칠 지나면 어서 날 읽어라! 애증과 불효령의 소리없는 아우성ㅎ;;;

겨울호랑이 2017-09-22 0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느 때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계획을 세우셨네요^^: 케인즈의 말처럼 ‘장기에는 모두 죽는다‘고 하니 단기 계획을 세우고 시대 흐름에따라 책을 읽는 AgalmA님의 독서법이 멋지네요. AgalmA님은 케인즈 학파? ㅋㅋ

AgalmA 2017-09-22 06:44   좋아요 1 | URL
^^ 10월 계획으로 보려고 한 책들인데 벌써 읽어나가고 있네요. <콜럼바인>은 너무 궁금했는데, 한참을 읽어도 아직 3분의2가 남았고ㅎ;; 비슷한 두께와 방대한 정보들로 괴롭히던 <신의 입자>에 비하면 그나마 낫지만 이 사건도 워낙 복잡하다보니 리뷰 쓰기 만만찮아 보입니다; 여러가지로 세월호와 참 겹치는 게 많네요.

겨울호랑이님은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해석을 해주시네요ㅎㄱㅎ 저 두서없는 나열을 보고 ‘시대의 흐름‘까지 붙여주시고ㅎ;
케인즈 반파라도 됐으면 주식 반부자는 됐겠죠ㅋㅎ)) 케인즈 멋져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이론> 펼쳤다가 조용히 닫았어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2 06:57   좋아요 1 | URL
^^: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이론」도 좋지만, 아마도 케인즈는 그의 예술철학이 경제철학보다 높이 평가받기를 원했을 것 같아요.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보다 「도덕감정론」을 아낀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도 예술감성이 풍부한 AgalmA님은 케인즈학파, 저는 합리적기대학파? ㅋ

AgalmA 2017-09-22 07:05   좋아요 1 | URL
<도덕감정론> 여기저기 하도 인용이 많이 되어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오, 케인즈에 대해선 거기까진 몰랐는데 참고할께요^^!
합리적기대학파는 뭐에요ㅋㅋ 잘못보고 합리적기상학파로 봤네ㅋ;;;

겨울호랑이 2017-09-22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제가 알기론 케인즈, 버지니아 울프, 버트런트 러셀, 비트겐슈타인, 바이런 등이 그란체스터 그룹을 통해 예술, 철학과 관련한 교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케인즈는 자신이 예술가라 생각했다는 ㅋ. ‘합리적기대학파‘는 케인즈 사상을 계승한 ‘신케인즈 학파‘와는 상대되는 시카고 학파를 계승한 학파에요. 모든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하에 모든 정책의 무력성을 강조하는 학파입니다. ‘단기‘보다는 ‘장기‘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저는 합리적 기대(?)학파라고 써봤네요. 물론 그들은 저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요.ㅋ 꺼져! 겨울호랑이.ㅋ

AgalmA 2017-09-22 07:24   좋아요 1 | URL
아, 그들이 교류한 건 알았는데 케인즈가 예술가까지 노린 건 몰랐네요ㅎㅎ!
오, ‘합리적기대학파‘에 그런 뜻이~ 겨울호랑이님한테 아침 5분 특강듣는 기분! 좋아요!

겨울호랑이 2017-09-22 07:27   좋아요 1 | URL
^^: 특강이라고 하긴 그렇고, 저도 AgalmA님과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 좋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ㅋ AgalmA님 행복한 아침을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함께 여세요!^^:

다락방 2017-09-22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컵은 많으니까 괜찮아! 하고 넘겼었는데... 이렇게 보니까....엄청 예쁘네요? 음.....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죠. 음.... (해당도서 알아보러 가겠습니다.)

AgalmA 2017-09-22 09:49   좋아요 0 | URL
싼티 안 나고 적당히 무게감도 있으면서 안 깨지는 게 맘에 들어요. 오자마자 발로 차서 엄므낙@0@했는데 멀쩡해서 넘 좋아용ㅎ
저는 또 지를 거 같아 내적 분열상태요- _)))))) 황금색 앨리스 토끼냐 블랙파워 셜록이냐 하며;;;; 아아....

독서괭 2017-09-22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덕에 몰랐던 스텐리스머그 굿즈를 알게 되어 지르고야 말았습니다...OTL

AgalmA 2017-09-22 20:1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ㅜㅜ;;
 

 내가 모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딜런 클레볼드의 어머니예요하며 나를 소개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딜런은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을 죽였을 수도 있잖아요.”(콜럼바인》, p529)

 

1999420일에 일어난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중 하나인 딜런 클레볼드 어머니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책을 썼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2003년 작 케빈에 대하여와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떠오른다. 틸다 스윈튼이 아들 케빈이 죽인 아이 부모의 분풀이에 아무 저항하지 않고 받아내던 게 충격적이기도 했다.

세기말 징후 같은 이 섬뜩한 사건 이후 우리는 이 실타래를 몹시 풀고 싶어했다.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2, 다큐, 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구스 반 산트 엘리펀트(Elephant, 2003, 극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감독상 수상)도 있었다. 아직도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한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듯이 최근 2016년에도 피해자였던 여학생 레이첼 조이 스콧을 주인공으로 한 브라이언 보프 아임 낫 어쉐임(I'm Not Ashamed, 2016, 극 영화)이 개봉했다.

 

 

 

1995320일 일어난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 피해자를 하루키가 인터뷰해서 쓴 언더 그라운드》생각이 스쳐간. 그는 1996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일 년여 동안 인터뷰와 취재 작업을 했고, 신문이나 잡지 지상에 이름이 밝혀진 700여 명의 피해자 리스트를 작성한 후 신원이 파악된 140여 명에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건 사건의 심각성보다 하루키 팬이었던 게 컸다. 그가 다룰 정도면 분명 남다른 게 있을 거라 싶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전해오는 저마다의 슬픔은 아련히 남아 있다. 옴진리교 사건 이후는 정부의 신속한 조치와 여러 인물의 적극적인 대응, 하루키 같은 작가가 뛰어들어 심도 깊은 기록을 남길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데이브 컬런 콜럼바인은 취재부터 집필까지 10년이 걸려 2009년에 이 책을 냈고, 한국엔 사건 이후 18년 만에 도착했다. 미국엔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여전하다. 문제아들이 일으키는 단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구조적인 걸 바꿀 의지가 없다. 그러는 사이 문제의 경향은 사회 전반에 더 넓게 퍼져 나갔다.

세월호는 얼마나 걸릴까. 과연 낱낱이 드러나게 될까. 우리는 1980년 5월 21일 광주에서 누가 최초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37년째 씨름 중이다. 내년이면 38년째가 될 테고, 내후년이면 39년째가 될 테고...

콜럼바인책을 본 순간부터 나는 어딘가 붙잡힌 기분이다.

 

 

콜럼바인리뷰대회는 내가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며 미처 하지 못한 많은 생각할 기회가 될 거 같다.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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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9-17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왠지 케빈에 대하여와 겹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영화는 뭔가 모를 약간의 섬찟함과 자녀를 키우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 뭐 그런 걸 느끼게 해 줬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내 아이 사랑으로 키운다는 건 얼마나 교과서적이고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은 가족도 섬찟할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 전 거의 안 믿습니다.
분명 부모도 영이 있어서 어떤 자식은 잘 통하는데
어떤 자식은 정말 안 맞아 고생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AgalmA 2017-09-17 20:22   좋아요 1 | URL
아이를 원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아이가 나랑 코드가 안 맞는다면 평생 고통스럽겠죠. 케빈의 엄마는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케빈은 관심을 받으려고 더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단 말이죠. 그 관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일그러지기만 하던 게 참 맘 아팠죠.
<케빈에 대하여>가 가족간 관계, 사람 사이의 이해 불가능 그런 걸 제시했다면 <콜롬바인>은 사회 구조망으로 더 넓혀서 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간과하는 것들이 총체적으로 모여 결국은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광경을.

나와같다면 2017-09-1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콜럼바인》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의 뒤틀림도 경험하고, 많을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예요..

책장을 넘기는 것이 고통스러웠는데..
같이 읽고 있는 AgalmA님이 있어서 외롭지 않습니다..

AgalmA 2017-09-18 10:44   좋아요 1 | URL
먼저 읽고 계신 거 봤지요. 괴로우실 거라 싶었어요.
평생 자기 생각을 돌아보고 돌아봐도 끝이 없지요...

겨울호랑이 2017-09-18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 ‘총기 소유의 합법화‘문제는 그들의 역사적인 문제와 연계시키는 논리가 강하기에 총기를 금지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토록 많은 문제가 총기 소지에서 발생하는데 그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지켜야할 아메리카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영어로

AgalmA 2017-09-18 20:57   좋아요 1 | URL
개척시대부터 역사가 깊죠. 무기 파는 시장도 워낙 탄탄하니 한국에서 친일파 솎아내기 어려운 것처럼 그렇지 않겠나요.
겨울호랑이님이 영어로 물어보신다니 제가 참 안심이 됩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17-09-18 21:10   좋아요 1 | URL
^^: 우리에겐 구글이 있잖아요? ㅋ

AgalmA 2017-09-18 21:15   좋아요 0 | URL
기술 좀 빨리 개발돼서 머리에 칩 붙이고 언어 소통 만사 오케이 좀 되고 싶네요ㅎ 저 같은 사람 땜에 인공지능 시장을 더 활발하게 만드는 지도ㅋ 결국 나 죽기 전에 그건 안될 거 같은데ㅎ;;
오늘도 그리스어 사전 열심히 찾다가 잘 안 되어서 또 한 번 좌절감ㅜ

레삭매냐 2017-09-22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콜럼바인 저자가 책에서는 집필에 9년이 걸렸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광고에는 십년으로 바뀌었네요. 아무래도 9년보다는 10년의 무게가 더 느껴져서 일까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대단한 기록이네요. 우리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누군가 이런 기록 을 남겨줬으면...

AgalmA 2017-09-22 09:44   좋아요 0 | URL
9년 몇 개월 해서 사사오입한 거 아닐까요ㅎ; 저도 어제 펼치기 시작해서 손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일을 해야 하는데 나참;
저도 읽으면서 세월호를 이렇게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싶었어요. 이 파편들을 정교하게 짜야 돼요. 토막들로 소설로 쓸 게 아니라. 이 책 다 읽으면 그간 섣불리 보지 못하겠던 세월호 관련 탐사책들을 읽어 볼 생각입니다. 그러고 싶어서 이 책을 더 보고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