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알라딘 굿즈 ‘자기만의 방‘ 스테인리스 컵 입수 기념. 혹시 아십니까. 스테인리스 컵으로 맥주를 마시면 유리잔보다 더 시원하고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은 탁월한 선택~
그러고 보니 10월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읽어야겠군. 아, 나의 무한한 즉흥성이여. 내 독서 전개는 대개 이렇다;;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들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표면상으로는, 특정한 종교적 믿음과 과학 지식의 특정한 측면이 지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과 충돌하는가? 성서에 대한 믿음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에서 진화했다는 믿음과 양립할 수 없는가? 기적에 대한 믿음은 물리학이 밝혀낸 엄밀하게 법칙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충돌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유의지와 신의 행동에 대한 믿음이 양자역학의 이론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입증될 수 있는가? 이 장의 제목ㅡ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ㅡ이기도 한 질문의 한 가지 대답은 이러한 지적 양립 가능성의 문제들이다.˝
ㅡ토머스 딕슨 《과학과 종교》, 1.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중
토마스 딕슨의 실증적인(?) 접근과 발화 방식이 맘에 든다. 이 편도 저 편도 아니요 하면서 애매모호하면서도 편파적인 책이 많아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좀 더 사나울(?) ‘ ‘악마의 사도‘, ‘다윈의 로트와일러‘라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이 일련의 행보는 한국의 한 장관 후보자가 지구 나이 6천 년이란 창조과학에 빠져 있는 걸 목격한 충격 때문일 수도 있다.
간밤에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을 다 읽었다. 역자도 그런 경험을 말했지만, 한병철 저자 책의 장점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책의 형식이다. 이 책도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다. 한병철 저자를 서양 철학에 경도되어 그걸 한국에 퍼트리는 책팔이쯤으로 보는 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계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앎에 대한 우리의 방편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평가의 저자인지라 선불교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더 궁금했다. 저자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에서 플라톤, 하이데거, 에크하르트, 니체, 라이프니츠, 헤겔, 부버 등을 거론하며 서양 인식의 틀과 한계를 선불교의 핵심 개념들(무, 공, 무아, 무주, 입적, 자비)과 비교해 잘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동양인이고 서양 철학을 공부했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에겐 어렵거나 가볍거나 할 테지만 최소한 내겐 울림이 큰 책이다. 선불교 책은 내게 언제나 그랬다. 머릿속을 헹궈준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살고, 전체적으로 죽습니다. 판단 작용에도 들어 있는 구분에서 걱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삶'을 '죽음'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삶의 너머를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죽음과 삶의 관계]은 겨울과 봄의 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겨울이 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봄이 여름이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신 태도는 독특한 시간 경험과 상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에 전체적으로 머무릅니다. 이렇게 충만하면서 태연한 현재는 이전과 이후로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현재는 자기 너머를 보지 않고, 오히려 자기 속에서 머무릅니다[쉽니다]. 이렇게 태연한 시간은 걱정의 시간을 뒤로합니다. 더 나아가 멈춰 선 현재는 다른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솟아오른 특수한 시점인 '순간'과 다릅니다. 그런 현재는 익숙한[일상적] 시간입니다. 거기에는 강조가 전혀 없습니다.
ㅡ 한병철 《선불교의 철학》, 죽음 중
《콜럼바인》 읽을 생각하니 맘은 무겁지만 반갑고, 파스칼 키냐르 《부테스》를 제쳐두고 왜《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를 지금 샀는가 음미하며 읽어나갈 시간이 기다린다. 도서관에서 이 무거운 걸 안 빌려와서 일단 좋고ㅎ 날이 서늘해서 아무래도 바닷속에 뛰어드는 부테스가 꺼려졌는갑다; 독서쟁이들도 계절 많이 타는 거 아는 사람은 알지ㅎ 책의 톤도 표지도 어두컴컴해지고 있다ㅎㅎ
《파리의 우울》도 보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쬐그만 게 내용이 엄청 꽉꽉 차 있어서 머리 배탈 날까 봐 먹을 순서를 분주히 짜고 있다. 내 독서 산책은 늘 이렇게 우연적이고 우스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