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올 때마다, 이전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온 것이 바로 조금 전이라고 느껴져, 막 울려온 시각이 또 다른 시각 옆 하늘에 새겨지면서 그 두 금빛 기호 사이에 끼어든 작고 푸른 궁형 안에육십 분이라는 시간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가끔 때 이르게 찾아온 이 시각은 바로 앞 종소리보다 두 번 더 울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듣지 못한 시각이 한 번 더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깊은 잠과 마찬가지로, 마술적인 독서의 이점은 환각에 사로잡힌 내 귀를 속이고, 고요라는 창공의 표면에서 금빛 종을 지워 버린다는 데 있다.  


콩브레 정원의 마로니에 그늘에서 보낸 화창한 일요일 오후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생각할 때면, 그대들은 내 개인적인 삶의 보잘것없는 사건들을 정성스럽게 비워 버리고 대신에 흐르는 물로 적셔진 고장의 낯선 모험과 열망으로 바꾸어 놓았던 그때의 삶을 여전히 환기하고 또 실제로 그 삶을 담고 있도다. 내가 독서를 계속 해 나가고 한낮의 더위가 가시는 동안, 그대들은 조금씩 그 삶을 에워싸면서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연속적으로변해 가는 그대들의 고요하고도 향기롭고 투명하게 울려 퍼지는 시간의 크리스털 안에 그 삶을 가두어 놓았도다.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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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20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캬 소주를 부르는 문장들입니다!

유부만두 2021-01-20 23:02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소주를 마시면 책을 못 읽어서 안 되어요!
그런데 정말 멋진 글 아닌가요? 책 읽는 시공간에서 지워지는 금빛 종소리...

JK 2021-01-20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러브레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라 차마 사지 못했던 책입니다. ㅠㅠ 아직은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네요.

유부만두 2021-01-20 23:03   좋아요 2 | URL
러브레터 영화에도 이 책이 나왔었군요?! 전 영화에서 도서관 카드 내용과 눈길만 생각나네요. 책은 12권이니까 용기도 12개월 할부로 내보세요? ^^;;;

JK 2021-01-21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러브레터 마지막 장면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나와요. 도서관 카드 뒤에 그려진 그림과 책 제목이 보일 때 ‘아~ 주인공이 회상하던 과거가 잃어버린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뭉클한 감정이 들었더랬지요. 일단은 용기를 접어두고 찜만 해두겠습니다^^;
 
[육식의 성정치]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는 건

다락방 님의 페이퍼에서 정미경 작가의 인용문 제목을 보고 어제 읽은 책 부분이 바로 떠올랐다. 


<0시를 향하여>에는 유명 테니스 선수 네빌이 재혼한 케이가 첫부인에 대해 불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항상 없지만 있는, 그래서 신경 쓰이게 하는 다른 여인의 존재. 그 말을 들은 경찰은 "그는 푸른 수염인가?" 라고 대꾸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하얀 유령처럼, 그 여자가 집안 곳곳에 있다고 느끼곤 했어요. 네빌은 자기가 그 여자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이가 마음 고생을 했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그는 그 여자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어요. 그 여자가 항상 거기 있었으니까요. 마음 한켠에서 늘 자책하고 있었겠지요.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아시죠? 별로 개성도 없고 흥미를 끌지도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서든 자기 존재를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전부인의 부재하지만 너무나 또렷한 존재감은 '레베카'에도 나온다 (고 한다. 읽을거다. 암요, 읽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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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Schatten 2021-01-20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베카가 BBC선정 세상을 바꾼 책 100권 안에 있어서 저도 읽어보려고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20 23:04   좋아요 1 | URL
네. 너무 유명한 책이고 사둔지도 오래라 어쩐지 벌써 읽은 책 같고요 (그런데 아니라는 게 함정이죠).

단발머리 2021-01-20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리즈 중 한 권이 저희집에 있습니다요. 시리즈 전부를 빌려왔는데 3-4권 읽고 5-6권 아웃되더라구요 ㅎㅎㅎ
너무 익숙한 표지라 반가워요!!!!

유부만두 2021-01-20 23: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굉장히 익숙하고 고전미가 두루두루 넘치는 이야기였어요.

다락방 2021-01-21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전부인의 부재하지만 너무나 큰 존재감은 레베카가 압권이죠!! 아직 레베카 읽기 전이시라니, 오오오옹,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근데 저는 <나의 사촌 레이첼>이 더 좋았어요. 뭔가 마지막에 훅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후훗.

유부만두 2021-01-21 11:22   좋아요 0 | URL
레베카를 읽고 레이첼도 만날거에요. 이렇게 제 앞엔 만나야할 책들이 줄을 서 있어요. 하지만 제 걸음은 너무나 느린 것 ..
마지막 훅 던진다니! 훅! 이거 너무나 강렬한 뽐뿌잖아요.

아... 책 사고 싶다... 목요일이니까요. 응?
 

유퀴즈에서 정세랑 작가가 추천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었다.


여러 겹으로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끌러가면서, 그 안에 든 복잡한 문양의 퍼즐을 푸는 기분이었다. 문제 풀이 보다 장식과 설정에 자주 눈을 빼앗겼다. 


소설 초반에 세 겹 이상의 준비 단계가 있다. 


살인 사건의 시작은 시체 발견이 아니라 그 범죄의 설계와 주변 인물들이 한 자리, 범행 현장으로 모여드는 것 부터 시작이다, 라는 '새로운 범죄/추리 소설의 정의'를 준다. 인생이 꼬여서 벼랑에서 몸을 던졌지만 목숨을 건진 한 남자가 있고, 주위 상황에 치여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고백해버리는 심약한 소녀도 나온다. 그리고 차분하게 범죄를 설계해서 시나리오를 써 검토하고 외운 다음 태워버리는 범인이 나온다. 물론,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엎치락 뒤치락 사랑하고 배신하고 속땅해하고, 범인이 얘, 쟤, 걔로 화살표를 바꾸다가, 갑툭튀, 아니 아까 아까 설정들의 그 상황이 재연되면서 '나쁜넘'이 밝혀진다. 신체 특징을 가지고 이런 저런 유사과학 썰들이 나오고 '심리학'이 어쩌고 하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살인 사건이 지독한 건, 피해자가 미운 게 아니었다니?! 얼마나 증오가 크면, 얼마나 자기애가 크면 사람 목숨을, 그것도 '철퇴'를 써가며 앗을 수 있을까. 


자 이렇게 끝나도 되잖아요?! 그런데 그토록 정성스레 포장하고 차곡차곡 겹쳐서 쌓아 놓고는 (섬세하기 보다는 그냥 습관 같긴 했지만) 마지막에?!!! 으으잉? 스럽게 커플 만들기라니요? 아이고 촌시려요. 


---


덧: 그런데 말입니다, 

    그 '금사빠' 여성이 마지막에 그를 만나서 아마도 함께 타국으로 떠난다면 그 후에도 사건이 날 것 같은데요? 허... 이거 애거서 크리스티 님께서 만드신 또 한겹의 이야기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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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1-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옛날에 0시간으로 라는 제목이었던듯??

유부만두 2021-01-23 23:08   좋아요 0 | URL
아, 언닌 안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없을 거 같더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자주 인용되는 라신의 연극 <페드르>는 NT live 목록에도 올라있다. 20대의 마지막 겨울에 보고 나서 처음이다. 



테세우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그동안 억눌렀던 의붓아들 히폴리트에 대한 집착을 고백하는 왕비 페드르. 그동안 널 피한 건 사랑이었노라며 자신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자 제안한다. 하지만 젊은 왕자의 치욕적인 (당연한) 거절과 함께 남편이 돌아온다. 게다가 히폴리트, 그 차가운 왕자는 정적의 딸 아리시를 사랑한다네?! 중전의 상궁 에논의 거짓말에 테세우스는 아들을 추방하고 아들은 바닷괴물에 놀란 말의 질주에 바위에 으스러진 채로 왕궁, 아빠 앞으로 돌아온다. 테세우스는 항상 그렇듯, 뒤늦게 자신의 의심과 행동을 후회하며 포효하고 페드르는 (고전극에서와 다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독을, 그것도 메데이아가 준 찐독을 마셨노라고, 히폴리트는 결백하다고 확인해주며, 메아쿨파를 외치고 쓰러진다. 


이 공연 영상에서 페드르는 헬렌 미렌, 테라멘은 존 슈랍넬(영화 노팅힐의 영화사 pr 담당자)이 열연한다. 특히 극의 절정에서 히폴리트의 죽음을 '재연'하는 존 슈랍델 부분은 압권이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 돌아가신 존 슈랍델. ㅜ ㅜ 


바이 더 웨이, 


엄마-아들의 텐션 혹은 금지된 욕망의 모티브는 '프랑소와 르 샹피'로 반복된다. 엄마는 그 책을 읽어주시며 애정씬은 다 건네뛰셨지. 프루스트의 화자가 원한 건 엄마의 뽀뽀. 무서운 아빠가 금지할 바로 그 뽑보. 일단 꿈나라로 간 다음엔 자기가 알아서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스완 양과 놀테니 현실의 금뽀뽀가 그 입장표로 필요하다. 


---

NT live는 작년 봄 유툽에 무료로 영상을 공개했고 지금은 유료앱으로 (12000 정도/한달) 그때 맛들인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며칠 후면 War Horse (에쿠우스)가 공개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기다리는 건 '시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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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19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드라는 예전에 앤서니 퍼킨스가 아들 역할을 맡았던 1962년 영화 <페드라>로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어요. 흑백 영화라 뭔가 더 낭만적인 기억이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19 09:40   좋아요 4 | URL
그쵸?!!!! 영화에선 애정 관계가 달라지고 새엄마도 엄청 매력적이죠!

잠자냥 2021-01-19 09:54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제가 아들이라도 새엄마 사랑했을 거 같은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19 09:57   좋아요 1 | URL
네 ㅋㅋ 하지만 이번 nt live의 페드르는 ;;;; 젊은 히폴리트가 많이 놀랐어요. 무섭기도 했겠고요.

잠자냥 2021-01-19 10: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올려주신 영상 돌려보고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1-19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작년 6월에 런던 출장에서 워호스.프랑켄슈타인 봤는데
워호스는 무대 연출이 압도적이였어요
코로나로 공연이 중단되니 로얄 오페라 내셔널 시어터는 이렇게 영상으로 팬들 사로잡고 돈도 버는데 미쿡은 굶어죽는다는 소리만,,,
매카보이 시라노 nt유료 회원인 1人
기대하고 있음 +.+

유부만두 2021-01-20 10:54   좋아요 1 | URL
직접 보셨군요! 부럽습니다.
전 영상으로만 접해서 (실은 자막 없으면 대사를 못알아 들어요;;;) 현장 관람 분위기는 상상만 하고 있어요. 언젠간 기회가 되려나요?

시라노는 얼마전 국립극장 상연도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기도 했지만 제가 표를 못구했어요. 정말 정말 궁금해요. 랩배틀 장면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 구애장면들을 만들었을까 알고 싶어요.

수이 2021-01-2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유부만두 2021-01-20 14:51   좋아요 0 | URL
책은 이미 갖고 계실듯!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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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72-73)




소설가가 쓴 책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보다 더 선명하고 더 오래 기억되는 꿈으로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서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가장 격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이처럼 삶에서 우리 마음은 변한다. 이것이 가장 커다란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통을 단지 독서나 상상력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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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 올려주신 부분 저는 김창석 번역본으로 찾아 읽어봤어요.
[ 이 일이 있은지 오랜 세월이 흘러 갔다. 아버지가 손에 든 촛불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 그계단의 벽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 나의 몸안에서도 언제 까지나 계속되리라 믿고 있던 허다한 것이 허물어지고 새로운것이 지어져 그것이 그당시에 예상할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을 낳았고 그와 동시에 옛것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녀석하고 함께 가구려.‘ 하고 아버지가 엄마에게 말하지 않게 된지도 오래다. 그러한 시간이 또다시 내게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귀를 기울이면 매우 똑똑하게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기를 쓰고 참다가 엄마와 단둘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터져 나온 그 흐느낌이 실제로 그러한 흐느낌은 결코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의 귀에 다시 들리는 것은 삶이 나를 둘러 싸고 더욱 깊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마치 낮동안에는 거리에 소음에 모조리 덮여 이제는 못 울리게 되었는가 싶었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 속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듯이]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1955년 플레이아드 문고본과 프루스트 2013년 100주년 기념판과 원문 번역에 차이가 있는듯

유부만두 2021-01-17 21:55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궁금했던 김창석 번역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민음사 번역은 확실히 깔끔 매끈하네요. 그만큼 그 아련함, 지워지고 다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져요. 스콧님, 함께 하실래요?

scott 2021-01-18 09:57   좋아요 1 | URL
만두님 페이퍼에 댓글로 도배될까봐 첫번에 올려주신 발췌본만 올렸어요 소심한 1人 ㅋㅋ
만두님 덕분에 주말에 잃찾사 1권 여러번(김창석 번역본-영어 몽크리프 번역본-불어본) 읽었네요.

만두님이 오케이 하셨으니
후편도 올려볼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