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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72-73)
소설가가 쓴 책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보다 더 선명하고 더 오래 기억되는 꿈으로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서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가장 격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이처럼 삶에서 우리 마음은 변한다. 이것이 가장 커다란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통을 단지 독서나 상상력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