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성정치] 부재하면서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는 건
다락방 님의 페이퍼에서 정미경 작가의 인용문 제목을 보고 어제 읽은 책 부분이 바로 떠올랐다.
<0시를 향하여>에는 유명 테니스 선수 네빌이 재혼한 케이가 첫부인에 대해 불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항상 없지만 있는, 그래서 신경 쓰이게 하는 다른 여인의 존재. 그 말을 들은 경찰은 "그는 푸른 수염인가?" 라고 대꾸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하얀 유령처럼, 그 여자가 집안 곳곳에 있다고 느끼곤 했어요. 네빌은 자기가 그 여자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이가 마음 고생을 했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그는 그 여자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어요. 그 여자가 항상 거기 있었으니까요. 마음 한켠에서 늘 자책하고 있었겠지요.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아시죠? 별로 개성도 없고 흥미를 끌지도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서든 자기 존재를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전부인의 부재하지만 너무나 또렷한 존재감은 '레베카'에도 나온다 (고 한다. 읽을거다. 암요, 읽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