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자주 인용되는 라신의 연극 <페드르>는 NT live 목록에도 올라있다. 20대의 마지막 겨울에 보고 나서 처음이다.
테세우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그동안 억눌렀던 의붓아들 히폴리트에 대한 집착을 고백하는 왕비 페드르. 그동안 널 피한 건 사랑이었노라며 자신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자 제안한다. 하지만 젊은 왕자의 치욕적인 (당연한) 거절과 함께 남편이 돌아온다. 게다가 히폴리트, 그 차가운 왕자는 정적의 딸 아리시를 사랑한다네?! 중전의 상궁 에논의 거짓말에 테세우스는 아들을 추방하고 아들은 바닷괴물에 놀란 말의 질주에 바위에 으스러진 채로 왕궁, 아빠 앞으로 돌아온다. 테세우스는 항상 그렇듯, 뒤늦게 자신의 의심과 행동을 후회하며 포효하고 페드르는 (고전극에서와 다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독을, 그것도 메데이아가 준 찐독을 마셨노라고, 히폴리트는 결백하다고 확인해주며, 메아쿨파를 외치고 쓰러진다.
이 공연 영상에서 페드르는 헬렌 미렌, 테라멘은 존 슈랍넬(영화 노팅힐의 영화사 pr 담당자)이 열연한다. 특히 극의 절정에서 히폴리트의 죽음을 '재연'하는 존 슈랍델 부분은 압권이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 돌아가신 존 슈랍델. ㅜ ㅜ
바이 더 웨이,
엄마-아들의 텐션 혹은 금지된 욕망의 모티브는 '프랑소와 르 샹피'로 반복된다. 엄마는 그 책을 읽어주시며 애정씬은 다 건네뛰셨지. 프루스트의 화자가 원한 건 엄마의 뽀뽀. 무서운 아빠가 금지할 바로 그 뽑보. 일단 꿈나라로 간 다음엔 자기가 알아서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스완 양과 놀테니 현실의 금뽀뽀가 그 입장표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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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live는 작년 봄 유툽에 무료로 영상을 공개했고 지금은 유료앱으로 (12000 정도/한달) 그때 맛들인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며칠 후면 War Horse (에쿠우스)가 공개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기다리는 건 '시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