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서 기준) 7권 중 2권의 1부, 우리 번역본으로는 3권을 읽고 있다. 두 번역본을 번갈아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다른 책들에 눈을 주느라 진행되는 이야기도 느긋하다. 하지만 더 놓아두었다가는 나도, 프루스트도, 오데트도 다 잊고 말 것 같아서 약간 정리만 해두기로 한다. '스완 부인의 주변'의 1/3쯤 읽었다. 



열댓 살 정도의 화자 (중3 이거나 고1 나이 일테지만  더 어린 아이 느낌을 준다)는 고대하던 라 베르마의 '페드르' 공연을, 연극 공연이라고는 처음 봤고 배역과 배우들을 혼동하면서 온전히 극을 즐기지는 못한다. 자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공연에 실망을 할뻔 하지만 관객들의 환호와 배우들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취한듯 다시 자신의 '평'을 정정하기로 한다.


그의 집에 전직 대사 노르푸아 씨가 저녁 식사에 온다. 귀족 출신에 명망도 높은 그는 부르주아 가족인 화자의 아버지에게 친절하며 '작가'로서의 진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해준다. (어쩌면 외교관직은 귀족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작가와 외교관 둘 다 차지했던 폴 클로델과 로맹 가리 생각이 났다. 


노르푸아 씨와의 저녁 시간 이전에 이미 익숙한 주변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스완씨'는 매우 경박한 인물로 (사랑, 사랑 때문이야!), 엉뚱한 결혼으로 제2의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말장난 좋아하는' 의사 는 진중하고 실력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1권에서 보았던 인물들의 다른 면, 사교계의 평판을 엳듣게 된다. 당시 제3공화국 시대의 정치 분위기도 그려지는데 정치적 이념보다는 문화적 (사회적) 출신이나 성향이 더 사람들을 무리 짓는다고 말한다. 의외로 스완씨 부인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노르푸아씨, 그녀의 미모, 그녀 주위로 몰려든 고관대작 '남자'들 (부부동반 아니라고;;;)에 대해 알듯말듯 말한다. 덥석 화자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스완부인을 존경? 숭배? 한다며 그녀의 딸 질베르뜨와 논다고 이야기하고 스완씨네 댁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데, 너무 앞서간 걸 느낀 그 순간, 마음 속으론 노르푸아 씨에게 감사의 볼뽀뽀 까지 할 뻔했는데, 쎄 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과 빈정대는 눈빛을 감지한다. 노르푸아 씨가 저녁초대에 극찬을 한 대상은 프랑수아즈의 요리였다. 훗, 하고 칭찬에 감복하는 시늉도 하지 않는 꿋꿋한 프랑수아즈.   



자신의 장래 진로 '작가'와 라 베르마의 공연에 부모의 허락을 얻게 해 준 고마운 노르푸아 씨이건만, 그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전달하지 못한 불안감으로 화자는 속이 썩는다. 습작 (1권에서 콩브레의 두 종탑에관한 감동을 적은 글)을 보여주었지만 그는 심드렁할 뿐이고 화자의 최애 작가 베르고트도 얄팍한 작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르고트가 아름다운 문장 밖의 실생활에서 얼마나 좀스럽고 치사한지 이 전직 대사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하지만 의외로 화자가 '실망했다'고 평한 라 베르마에 대해선 칭찬하며 며칠 후 신문에는 라 베르마 공연에 대한 훌륭한 평론이 실린다. 화자는 다시 자신의 인상을 정정한다. 그러곤 자신이 감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했노라 생각한다. 



샹젤리제 공원에서 질베르트를 기다리기를 여러 날, 드디어 그녀를 만나고 다시 술래잡기등 과격한 '몸놀이'를 하는데 (잠깐, 열 다섯이라고요?;;;) 가깝게 그녀를 안고 당기면서 흥분을 느꼈던 화자는 자신의 '순진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놀이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질베르트의 말, "우리 부모님은 널 별로라고 하시던데". 놀란 화자는 장장 열여섯 장에 걸쳐 편지로 자신의 얼마나 순수하게 질베르트 가족을 좋아하는지 알린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부정적이다. 아마도 스완씨는 영악한 소년, 겉다르고 속다른, 어른들에게 잘보이려 과하게 애쓰지만 영악한 아이로 알았을 수도 있다. 




.....


라 베르마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쓰였다고 하는데 Evaristo의 소설에도 언급되는 이름이다. 


Amma is reclining somewhat grandiosely on a lumpy old sofa, propped up by cushions

like a latter-day Sarah Bernhardt or Lillie Langtry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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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의 중요성 만큼이나 '인간'과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편들이 모여있다. 책은 어느 형태로 존재하든, 종이책, 텍스트, 칩, 정보, 총컬러 영상, 구술되는 이야기, 혹은 4d 인터엑티브 체험까지 곧 인간이라는 등식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책이 없다면 인간도 사라질 수 밖에.

인간을 무시하고 책에 담긴 정보/지식만을 챙기려다보면 결국 인간 사냥꾼 혹은 노예상과 다르지 않다고 책-종이-나무 설정부터 구구절절 풀어내는 <금서의 계승자>와 헌책방과 노포에 대한 노스텔지어에 작위적인 연애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켠>은 지리했다. (차라리 그 놈을 죽여버리지)




황정은의 <양의 미래>를 연상시키는 <12월, 길모퉁이 서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덜 이상하고 더 따뜻했고 예측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가혹한 가정 상황, 청소년 '정서' 학대는 고통스럽다. 학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어린이는 <모든 무지개를 넘어서>에도 나온다. 열두 살, 초등 오학년 아이는 2150년의 가혹한 자연환경, 경제환경 속에서 나이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몇몇 도구나 설정은 미래로 그려졌지만 낡은 종이책에 미련을 가진 모습들과 사람들 생활 모습들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고 (덜 망했고) 평범해서 (성에 차질 않았단 말입니다) 어떤 반전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다시 불려오는 <오즈의 마법사>의 황금길. 아이가 혼자 걷는 게 아니길 바란다. 성장소설 분위기만 퐁퐁 뿌리지만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열두 살, 도서관 카드로 뭘 할 수 있을까. 너무 낭만파잖아. 차라리 애한테 급식 카드를 주세요. 부모 재교육을 시키던지. 그 부모와 그 식구들을 그렇게 그냥 놔둔 상태라면 이 아이의 미래는 가시밭길일 게 뻔하다. 




이경희의 <바벨의 도서관>은 문목하의 <유령해마>의 작은 버전 같다. 정보체계가 명령을 수행하기를 그만둔 다음의 세상, 중앙장치나 ai가 '창의력'을 가진 세상에서 '낡아서 생명을 다한' 데이터/기기는 누가 구해주는가. 모든 책과 모든 정보가 모인 도서관이 그 방대한 육각형 무한대의 (11차원으로!!!) 건물이 실재한다면. 그저 보르헤스의 뻥이 아니라 그곳에 알레프도 있다면 어쩔건가. 우선 반갑습니다? 악수는 ... 아, 아니요. 어려운 '과학' 이야기에 액션이 더해져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기초가 탄탄해야 합니다. 과학 기기일수록. 컴퓨터 부팅이 늦다면 일단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켭니다. 


그 기초 이야기, 책의 성질, '쓴다' 그리고 '읽는다'에 집중해본다. 그 사이에 온갖 첨가와 삭제가 있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이야기는 이지연의 <역표절자들>에서 어지럽게 꼬여있는데 모르겠으면서도 알듯 말듯 읽게된다. 그리고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와는 다른 존재, 다른 '책'이었다. 그 책은 거대한 정보, 감히 덩어리를 자유로이 포기하거나 새로 만들 수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경전일 수도 있다. 여기서 조심. 이 모든 가능성, 이 온갖 뻥ability. 기억의 문제라고, 슥 넘어가 뭉게버릴 수도 있지만 책인걸. 찢겨나간 곳과 덮어 접어 둔 곳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조금씩 엇나가는 디테일에서 '나'는 결단을 내린다. 


다시 책=인간(성??) 공식으로 돌아와서 꼼꼼 따져보는 소설이 <두 세계>다. 책의 세계와 현실, 사람의 육신이 사는 세계. 이 두 세계를 연결해서 인터엑티브 게임 같은 독서 경험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인공이 어느 모험서사 '책'의 오류를 만나 두 세계의 본질에 대해, 몇 년 전 자살한 쌍둥이 동생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열망하며 '정신'을 죽인다면 다른 곳으로 건너갈 수 있다니?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낭기열라 낭길리마 같은건가. 두 세계의 교차라는 과격한 설정에 의외로 쉽게 납득되는 나는 소설 속 세계를 잠깐 상상해 본다. 하지만 체험이라도 그곳으로 건너가는 건 겁이 난다. (스테판 킹의 세상도 박완서의 세상도 다 너무 고달프다. 살려준다고해도) 그러니까 '책에 갇히'는 건 누구인가. 등장인물들도 탈출하고 저자는 진즉에 놓아둔 책의 세계는 독자 앞에 와서 슬그머니 문을 열어둔다. 




어젠 첫 네 편만 읽고 별로, 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다 읽어서 다행이다. 네 명(더하기 알파) 분의 사람을 못 만날 뻔 했다. 읽지 않으면 모르니까 (그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갈등하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독자의 딜레마. 갇힐만 한가. 발을 들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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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16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실린 소설을 보면서 다른 책을 떠올리기도 하셨군요 벌써 쓰인 책이라면 갇혀도 바꿀 수 없겠지만, 아직 쓰이지 않고 쓰이는 책이라면 좀 나을지... 《끝없는 이야기》는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군요


희선

유부만두 2021-03-16 07:01   좋아요 0 | URL
이 소설집은 책과 서점을 주제로 하기에 계속 기존의 책과 미래의 책들을 불러와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그런데 갇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그 작업을 하는 게 바로 이 소설집 같고요) 말해주기도 하고요. 네버 엔딩이죠. 책 밖으로 나와도 다시 책 속에 있는 걸까요. ^^ 뭐, 결국 다 책 아니겠냐, 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단발머리 2021-03-16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라 인첸티드>에만 눈이 가는 독자입니다. 역시 아는 만큼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좀 어려울듯 하지만 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네요^^

유부만두 2021-03-18 20:31   좋아요 0 | URL
꽤 재미있어요. 연상되는 이야기들이 변주되면서 독자도 그 안에 들어가 놀 수, 그리고 갇힐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1, 5번째 수록작들 추천입니다)
 

제목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으면서 "책에 깔리다"로 기억했던 나여. 


책을 주제로 한 sf/판타지 단편집이다. 8편중 4편을 읽었는데 첫 수록작인 김성일의 <붉은 구두를 기다리다>가 제일 (유일하게, 독보적으로) 인상적이다. 


인류문명이 망해버린 먼 미래, 그래도 인류는 꾸역꾸역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고 로봇과 대항하며 모여산다. 그들 문명의 중심은 '구전'되는 이야기/전설/역사다. 책은 물론 문자도 사라진 시대. 이들의 '제사장'은 대대로 한 명씩 선출되어 놀라운 기억력과 구연 실력으로 공동체의 구심점이 된다. 두 젊은이 '푸른소'와 '붉은구두'는 차기 제사장 후로로 부족민의 관심을 받는다. 


... 그런데 이들 부족의 시조가 '도로시'다? 

그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갔던? 

반짝이는 신발의? 

그리고 그들의 사는 곳의 이름이? 

맞다, 

칸사스. 


그렇다면 이들의 적 로봇이 어디에서 왔는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고 또다른 아포칼립스 sf 대서사시 '스타워즈'도 이 세계에 연결되었다는 것을, 또한 과거 문명의 대 작가 세익스피어도 구전되는 설화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톤은 진지하다. 농담이 아니고 이 세계는 좁고 사막 한 가운데서 .... 김초엽과 테드창의 세계를 닮아있는 성실한 얼굴로 이 문명의 탐험가와 수호자를 소개한다. 그리고 피어나는 다음 세대의 희망까지. 그들은 고도 대신 붉은 구두를 기다린다. 


말을 아끼면서 서재 친구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들, 책에 갇히고 또 '깔리는' 심정일 때가 있으면서도 이 책이 사라지고 글이 적힌 종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다 몸서리를 치곤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 그 세상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성별에 따른 경계나 차별이 없고 협력하고 서로 돕지만 책과 글이 없어서 .... 


그런데 이 작품 말고 나머지는 (아직은) 별 재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슬픈 일요일밤. 


---

이 소설에선 붉은 구두에 여러 겹의 의미를 입히고 있는데 도로시 신발까지 붉은 구두로 설정한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도로시의 신발은 은구두였지만 영화에서만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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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5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에 깔리다에서 푸핫 터졌습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3-15 07:23   좋아요 1 | URL
제가 깔려있거든요;;;

얄라알라 2021-03-15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깔리다로 착각하셨다는 데서 터졌어요^^

유부만두 2021-03-15 07:24   좋아요 1 | URL
흠흠... 저 말고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

희선 2021-03-16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로시 구두는 본래 은구두였군요 예전에 본 영화에선가는 빨간색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분홍색구두가 있어서 빨간색일까 하는 생각을 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유부만두 2021-03-16 07:02   좋아요 0 | URL
원작에서 금/은의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영상에선 은구두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빨간 구두로 바꿔서 찍었다고 해요.

psyche 2021-03-16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도로시 구두가 원래 은구두였구나. 영화에서의 기억이 강해서 그런지 빨간색이라고 생각했었네.

유부만두 2021-03-16 07: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요. 원 소설은 축약본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서 영화가 기준이 되어버렸어요.
 
Girl, Woman, Other: A Novel (Booker Prize Winner) (Hardcover)
Bernardine Evaristo / Grove Press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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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에서 스타일, 인물이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역시 값진 조언 따르길 잘했다. 위아더 월드로 끝나서 좀 아쉽지만 할 말 다 하는 인물들과 많은 사건들로 정신없이 빠져서 읽었다. 커다란 연극 공연(!)을 참관한 기분. 토니 모리슨과 정세랑(?!)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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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14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 집중이 안 되어 힘들어서 두 번이나 손에서 놨었는데, 누군가 좋다고 정말 좋다고 해줘서 다시 읽게 됐는데요. 우리 참 잘했다요.ㅋㅋ

유부만두 2021-03-14 23:28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 참 잘했죠? 겁먹었던 거에 비해서 ‘착하고 순한‘ 결말이었고요, 미국의 인종갈등과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역동적인 등장인물들의 파란만장 인생사 문화사에 휩쓸리면서 읽었어요.

바람돌이 2021-03-14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글로 읽어보겠습니다. 설마 영어로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한글로 못읽지는 않겠죠라고 미리 저에게 용기를.... ㅠ.ㅠ

유부만두 2021-03-14 23:30   좋아요 0 | URL
전 번역본 나오기 전에 사놓고 늦게나마 읽는거였고요;;;; 낯선 형식과 많은 등장인물들에 적응만 하시면 (챕터 2까지 꾹 참고 읽으시면) 복받으십니다. 용기! 내십시요!

단발머리 2021-03-1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영어책 사놓고 한글책 준비해두었어요. 아직 시작 못 했는데 얼른 서둘러야겠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3-14 23:30   좋아요 0 | URL
네네, 첫 문지방이 높고 험난하지만 (단발님껜 껌일지도) 곧 그 열정적인 이야기에 빠지실겁니다. 고고!

psyche 2021-03-16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차례가 되었다가 딴 짓하느라 못 읽고 반납되었는데... 다시 홀드해 놓아야겠다.
전에 동생집 에 한글책 주문해서 배달시켜 두었는데 도서관 책 기다렸다 안 일고 반납하고 이거 몇 번하다보면 결국 한국 가서 한글책 가져와 읽게 될 듯. ㅎㅎ

유부만두 2021-03-16 07: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음 번에 대출하셔서 바로 완독해 버리실지도 몰라요.

유부만두 2021-03-16 07:15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여러 얼굴의 페미니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중에 ‘엄마-아이‘ 관계를 비중있게 다뤄요. 그 관계가 비극인 경우가 많지만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고 버리고(?!) 하는 그 모든 게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생각했어요. 혈연, 가족, 인연이 모여서 역사와 문화를 만들겠죠.

그나저나 언니 미나리 봤어요? 전 울거 같아서 (난 지금 한국에 살지만, 윤여정 배우가 우리 외할머니 많이 닮았거든요) 못 보겠어요. 스티븐 연이랑 윤여정 상탔으면 좋겠어요.

2021-03-16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일강의 죽음>이 언급된 코니 윌리스 단편집을 읽고나서 검색을 했더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했다. (그게 2020년이었고)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소설을 나는 분명 읽었는데 정작 읽으면서는 푸아로의 느끼한 대사 말고는 모두 새로웠다. 넘치는 낭만, 차곡 차곡 쌓이는 디테일, 첫눈에 어쩐지 의심스러운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이었구나 했는데 역시 사랑과 돈, 그리고 열정에 불타는 젊음이 화근이었다. 그토록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원하는 속성이란 어쩔 수가 없다. 날 줘바요, 난 착하게 살 수 있는데.


이어서 읽은 <ABC 살인사건>은 이미 여러 식으로 변주된 낡은 옛 고적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섬세하게 짜여졌지만 어쩐지 피해자들 보다는 가해자를 향한 동정심을 강요하는 듯하다. (가해자의 목소리를 사이사이에 삽입하는 방식은 얼마전 읽은 '코믹'호러 소설에서도 보였는데 영 찜찜하다) 역시 첫 인상이 쎄한 그 사람이 범인, 진짜 '설계자'였고 그의 그 계산들이 (아, 이렇게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그 마음을 어쩔거냐) 하나씩 놓치고 흘리는 조각들을 우리의 푸아로 탐정은 읽어간다. 여기서도 랜덤 혹은 겨냥된 피해자들의 사연들이 공허하다. 상류층 작가의 손으로 그려진 비상류층은 별 가치가 없다. 안됐지만 딱 그만큼이 그들의 목숨값이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결말의 '해설' 장면을 위해서 아끼는 작가와 푸아로에게 감탄했다.



딱 한 권만 더 읽기로 했다. 어차피 유럽 상류층 이야기가 느끼하지만 책장에 덮어둔 다른 책도 프루스트인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이번 살인 사건은 친숙한 홈즈-왓슨 구조로 전개되는데 누구의 눈으로 사건을 걸러서 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여러 겹의 인물 관계, 과거, 어긋나는 시간 프레임, 속다르고 겉다른 인간들과 '첨단 테크놀로지' 까지. 매우 화려한 전개와 더 화려한 푸아로의 자부심이 펼쳐진다. 더해서 역시나 놓칠 수 없는 사랑 이야기 까지. <나일강의 죽음>처럼 이 살인사건에서도 범인을 움직이는 오만과 욕망은 결국 비극적인 파국으로 (시스템을 믿지 않으시는 므슈 푸아로) 매듭지어진다. 짜라라란. 이 셋 중 단 한 권만 추천한다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입니다. 


마음이 벌렁벌렁해서 (일주일간 몇 명을 죽인거야?!) 작고 귀여운 동화책을 읽었는데 그래도 제목에는 힘을 조금 줘 봤다. 하지만 고양이가 진짜로 죽인 건 아니고, 그러니까 뭐 킬러 본성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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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6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한창 읽다가 이제는 시들해졌네요. ㅎㅎ

유부만두 2021-03-06 23:59   좋아요 2 | URL
그 바통을 제가 받았습니다! ^^

하나 2021-03-06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 줘바요, 난 착하게 살 수 있는데 222

유부만두 2021-03-07 00:00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줘봐요, 쫌?;;;

라로 2021-03-0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면서 조마조마 했어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실지,,,저도 아주 좋아하거든요. 작년에 다시 읽었는데 그 생각도 나고요,,,언젠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을 다 읽는 한 해를 목표로 갖고 있기는 한데,,,읽을 책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니 원~~.

유부만두 2021-03-07 17:33   좋아요 0 | URL
라로님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좋아하시는군요! ^^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고전극을 읽는 기분도 들고요, 색다른 책 읽기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어릴적엔 그저 범인 찾기와 트릭에 집중했다면 이젠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비밀에 더 관심이 가네요.

읽을 책들, 관심 작가들은 밀물처럼 밀려들어 저를 집어삼켜요. 그런데 전 계속 목이 마르다니, 이게 무슨일이래요?!?!?!

psyche 2021-03-08 0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거서 크리스티 보니 옛날 생각나네. 중고등학교 시절에 엄청 읽었었는데... ㅎㅎ 사실 나는 그때 애거서 크리스티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모가 좋아하셔서 이모댁에 가면 책이 많았거든. 덕분에 그때 나온 크리스티 책은 거의 다 읽었던 거 같은데 그중 기억에 남는,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유부만두 2021-03-08 08:34   좋아요 0 | URL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다른 것들과 분위기가 다르고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요. 저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어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예전 보다 요즘 다시 읽을 때 더 좋아요. 예전엔 홈즈가 더 좋았어요. 그런데 홈즈보단 푸아로 시리즈가 더 어른들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psyche 2021-03-08 08:39   좋아요 1 | URL
완전 동감! 나도 그런 생각했어. 어릴 때는 홈즈가 더 좋았거든. 이모가 특히 미스 마플 좋아하셨는데 그때는 진짜 이해가 안 되었거든. 어른이 되니 알 거 같더라고. 미스 마플 좋아

유부만두 2021-03-08 08:54   좋아요 0 | URL
앗, 미스 마플을 잊고 있었어요! 챙기러 뛰어갑니다! ㅎㅎㅎ

라로 2021-03-08 19:57   좋아요 1 | URL
저는 푸아로보다 미스 마플!!!

우리 다 비슷한 시기에 자라나서 그럴까요? 저도 홈즈를 처음 만났는데 나중에 미스 마플을 더 애정하게 되었지요!!ㅎㅎ

유부만두 2021-03-09 07:5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세대별로, 또 성장기의 나이별로 좋아하는 탐정 소설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아이들은 초등 때 홈즈를 별로 안 좋아해서 내심 섭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