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서 기준) 7권 중 2권의 1부, 우리 번역본으로는 3권을 읽고 있다. 두 번역본을 번갈아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다른 책들에 눈을 주느라 진행되는 이야기도 느긋하다. 하지만 더 놓아두었다가는 나도, 프루스트도, 오데트도 다 잊고 말 것 같아서 약간 정리만 해두기로 한다. '스완 부인의 주변'의 1/3쯤 읽었다. 



열댓 살 정도의 화자 (중3 이거나 고1 나이 일테지만  더 어린 아이 느낌을 준다)는 고대하던 라 베르마의 '페드르' 공연을, 연극 공연이라고는 처음 봤고 배역과 배우들을 혼동하면서 온전히 극을 즐기지는 못한다. 자신의 기대에 못미치는 공연에 실망을 할뻔 하지만 관객들의 환호와 배우들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취한듯 다시 자신의 '평'을 정정하기로 한다.


그의 집에 전직 대사 노르푸아 씨가 저녁 식사에 온다. 귀족 출신에 명망도 높은 그는 부르주아 가족인 화자의 아버지에게 친절하며 '작가'로서의 진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해준다. (어쩌면 외교관직은 귀족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작가와 외교관 둘 다 차지했던 폴 클로델과 로맹 가리 생각이 났다. 


노르푸아 씨와의 저녁 시간 이전에 이미 익숙한 주변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스완씨'는 매우 경박한 인물로 (사랑, 사랑 때문이야!), 엉뚱한 결혼으로 제2의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말장난 좋아하는' 의사 는 진중하고 실력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1권에서 보았던 인물들의 다른 면, 사교계의 평판을 엳듣게 된다. 당시 제3공화국 시대의 정치 분위기도 그려지는데 정치적 이념보다는 문화적 (사회적) 출신이나 성향이 더 사람들을 무리 짓는다고 말한다. 의외로 스완씨 부인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노르푸아씨, 그녀의 미모, 그녀 주위로 몰려든 고관대작 '남자'들 (부부동반 아니라고;;;)에 대해 알듯말듯 말한다. 덥석 화자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스완부인을 존경? 숭배? 한다며 그녀의 딸 질베르뜨와 논다고 이야기하고 스완씨네 댁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데, 너무 앞서간 걸 느낀 그 순간, 마음 속으론 노르푸아 씨에게 감사의 볼뽀뽀 까지 할 뻔했는데, 쎄 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과 빈정대는 눈빛을 감지한다. 노르푸아 씨가 저녁초대에 극찬을 한 대상은 프랑수아즈의 요리였다. 훗, 하고 칭찬에 감복하는 시늉도 하지 않는 꿋꿋한 프랑수아즈.   



자신의 장래 진로 '작가'와 라 베르마의 공연에 부모의 허락을 얻게 해 준 고마운 노르푸아 씨이건만, 그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전달하지 못한 불안감으로 화자는 속이 썩는다. 습작 (1권에서 콩브레의 두 종탑에관한 감동을 적은 글)을 보여주었지만 그는 심드렁할 뿐이고 화자의 최애 작가 베르고트도 얄팍한 작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르고트가 아름다운 문장 밖의 실생활에서 얼마나 좀스럽고 치사한지 이 전직 대사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하지만 의외로 화자가 '실망했다'고 평한 라 베르마에 대해선 칭찬하며 며칠 후 신문에는 라 베르마 공연에 대한 훌륭한 평론이 실린다. 화자는 다시 자신의 인상을 정정한다. 그러곤 자신이 감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했노라 생각한다. 



샹젤리제 공원에서 질베르트를 기다리기를 여러 날, 드디어 그녀를 만나고 다시 술래잡기등 과격한 '몸놀이'를 하는데 (잠깐, 열 다섯이라고요?;;;) 가깝게 그녀를 안고 당기면서 흥분을 느꼈던 화자는 자신의 '순진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놀이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질베르트의 말, "우리 부모님은 널 별로라고 하시던데". 놀란 화자는 장장 열여섯 장에 걸쳐 편지로 자신의 얼마나 순수하게 질베르트 가족을 좋아하는지 알린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부정적이다. 아마도 스완씨는 영악한 소년, 겉다르고 속다른, 어른들에게 잘보이려 과하게 애쓰지만 영악한 아이로 알았을 수도 있다. 




.....


라 베르마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쓰였다고 하는데 Evaristo의 소설에도 언급되는 이름이다. 


Amma is reclining somewhat grandiosely on a lumpy old sofa, propped up by cushions

like a latter-day Sarah Bernhardt or Lillie Langtry (4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