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다란 순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7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헬린 옥슨버리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구판절판
울 학교는 1학기와 2학기로 나뉘어 2학년, 1학년이 교복특 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전문 연극 강사로부터 연극 수업을 한학기 내내 받았다. 이번 2학기는 1학년 차례라서 2학기 내내 일주일에 한 시간씩 다목적실(강당)에서 연극 수업을 하였다. 마지막은 <커다란 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거였다. 아이들을 4조로 나뉘어 한 조당 7명씩 각각의 역할이 주어졌다. 매번 연극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였다. 마지막, 무대에 오를 때는 대사를 외우고 동작도 표현했는데 정말 그동안 많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 아이들이 했던 연극이 바로 러시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였다. 이걸 톨스토이가 다시 쓰고, 헬렌 옥슨버리가 그림을 그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이들이 했던 연극을 떠올리면서 읽으니 새삼 더 감동이 남다르다.
농부 할아버지는 순무 씨를 뿌리며 달콤하고 단단하게 자라라고 소원을 빈다. 그게 모든 농부의 마음이 아닐까! 자신이 뿌린 씨가 좋은 열매를 맺는 거 .
순무는 그렇지만 너무 크게 자라버려 할아버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뽑을 수가 없었다.
"순무"와 "무"의 차이점이 궁금해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니 순무는 우리가 보통 아는 무와는 색깔도 연보라색이 나고, 작고 더 동글동글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순무가 이렇게 크게 자랐으니 보통 일이 아닌 거지.
할아버지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할머니를 부르러 왔다.
이 이야기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부르러 가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부르러 온 사람은 작게, 대상은 아주 크게 그리고 있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말도 안되게 쥐를 고양이보다 더 크게 그리고 있는데 아마 이건 그만큼 그들의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리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 영차 영차 " 해보지만 순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에 할머니는 손녀를 부르러 온다. 이 장면 역시 손녀를 과장되게 크게 그리고 있다.
고양이는 쥐를 부르러 온다.
그리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개, 고양이, 쥐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힘을 합하여 순무와 한판 승부를 하게 된다.
아이들은 연극을 하면서 이렇게 반복되는 것을 참 즐거워하였다.
특히 모두 모여서 " 영차 영차 영차!!!" 하는 부분에서는 1학년 아이들답게 얼마나 깔깔대던지....
과연 누가 이겼을까? 할아버지는 커다란 순무를 땅에서 뽑아 냈을까?
나처럼 순무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옥슨버리의 그리을 참고하시길....
1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우리 나라 옛이야기인 커다란 무가 나온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커다란 무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걸 원님에게 갖다 바친 상으로 송아지를 얻어 오는 이야기이다. 그 소문을 들은 욕심 많은 농부가 똑같이 하지만 오히려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이야기가 교과서에 나오는데 그 이야기도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순무, 무라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러시아와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읽어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법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했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과 연극으로 해 보면 평생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