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꼬마섬! 보림 창작 그림책
유애로 글.그림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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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을 찾아서>의 저자 유애로님의 신작을 만나게 되었다. 쪽빛의 신비한 색감을 정말 잘 표현한 그림책이여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그림책 또한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이번 그림책에서도 다양한 청색을 만날 수 있었다. 연일 비가 오는 가운데도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 그림책 덕분에 청량음료수 같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가님은 청색을 정말 잘 표현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 많은 꼬마섬이 고향인 바다를 떠나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다. 꼬마섬의 모습이 마치 강아지똥의 그 똥 같아서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멀리서 보면 섬이 아니라 똥 같아 보인다. 크크크!!!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요즘 아이들이 호기심이 참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너무 찌들어 살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 꼬마섬은 호기심이 정말 많아서 꼬마인데도 불구하고, 바다 너머에 있는 육지가 궁금해서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은 뭔가가 궁금하고, 그걸 알고자 노력할 때 발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긴 하지만서도-꼬마 원숭이 조지가 그렇고, 짱구가 그렇지-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는 게 더 발전적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실패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실패 또한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있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해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도 엄마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지 못하는 적이 더 많다. 지나고 나면 미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또 질문을 받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지나치거나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그런 태도야 말로 창의력을 방해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것 같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여유롭게 대할 수 있는 태도가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 같고, 어린이들은 어떤 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는 게 바로 창의적인 사람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꼬마섬이 자신의 호기심대로 모험을 떠나고, 또 다시 자신의 고향인 바다로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호기심과 모험을 통하여 얻어진 용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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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을 짚어 볼까요? - 한의사 일과 사람 10
전진경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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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이 하는 일을 알면 세상이 보여요." 라는 모토로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들이 하는 일을 밀착 취재한 <일과 사람 시리즈> 10권은 바로 한의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2년에 20권까지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서어서 다른 일들을 만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함이 느껴진다.

10권은 한의사가 하는 일에 대해 알려 주고 있다. 한의원을 가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어른이 되고 나서, 즉 알러지성 비염이 생기고나서부터 한의원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 같다. 대충 대학 때부터. 어려서는 없던 비염이 공기 나쁜 서울의 아파트에 살다 보니 어느덧 생겨서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한의원에 다니면 한결 수월하게 봄과 가을을 지내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환절기 때 비염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곤 한다. 이 병은 공기 맑은 곳에 가야 낫는다지. 음~ 나중에 시골 가서 살아야지.

일단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한의원에서 낳지는 않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먼저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거나 하면 의레 병원에 가게 된다. 가장 흔한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한의원을 찾아 가지는 않는 것 같다. 한의원은 나처럼 고질병이 있거나 예방 차원, 보양 차원에서 들르게 되는 듯하다. 간혹 감기에 걸려도 한의원에 가는 경우를 보긴 했지만 아직까지 흔하지는 않아 보인다. 한의원은 주로 여기저기 쑤시는 어르신들이 자주 가시는 것같다. 가끔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가다 보면 한의원에는 어르신들이 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소아과에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것과는 상이하다. 한의원과 병원의 주환자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우리 나라에 서양 의학이 들어온 것이 얼마 되지 않고 그전까지는 한의학에 의지하였기 때문에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은 같지만 그 치료 방법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을 보면 어떻게 다른지 깨닫게 된다.

일단 한의사는 환자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올 때부터 환자를 관찰하기 시작한단다. 환자의 걸음걸이, 말투, 입냄새, 자세 등등. 질문하고 답하는 대화 과정을 통해서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한단다.

그리고 이어서 진맥을 한다. 사극을 보면 진맥만 통해서도 수태한 것도 알아내고, 어디가 아픈 지 척척 맞추는 걸 보면 진짜 신기하다. CT촬영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진맥만으로 병명을 알아내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을 우주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근본 치료 방법이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기침을 한다고 해서 기침을 금방 멎게 하지는 않는단다. 기침이 나게 하는 그 근본 원인을 찾아 내서 그 곳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면, 저절로 기침은 멎는다고 한다. 또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한 것이 가장 먼저란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자연 몸도 건강해진단다.

이 장면은 평소에 알아 두면 좋을 듯 하여 찍어 봤다.
"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이 쌓이면 폐가 약해져"
" 마음이 너무 풀어져 있으면 심장이 약해져"
" 자꾸 놀라거나 화가 쌓이면 간이 약해져"
사람마다 저마다 튼튼하고 약한 곳이 있다고 들었다. 난 위가 약한 편인데
"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하면 위와 비장이 약해져" 라는 걸 봐서
생각을 조금 적게 해야겠다.생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내가 조금 예민하긴 하지.

아이들은 한의원이 많이 낯설 것 같다. 딸은 한의원에 자주 가지만 아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아들과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 한 번도 한의원에 가 보지 못한 경우-을 위해서 한의원 도면이 이렇게 자세히 나와 있다. 한의원 가자고 하면 침 맞을까 봐 무서워서 지레 겁부터 먹는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침대가 많아서 조금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한의원 가면 뜨끈뜨끈해서 진짜 좋다. 몸이 노곤해지면서 잠이 슬슬 온다. 가끔 옆에서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 몸에는 360개가 넘는 경혈이 있다고 한다. 해당되는 경혈에 꾸준히 침을 맞으면 병이 호전된다고 한다. 잠 버릇이 좀 고약해서 언젠가 목이 돌아가지 않아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서 몇 차례 침을 맞았는데-그것도 삔 거라고 한다.- 그 때 이런 경혈에 침을 놔 주시는 거였다. 순간적으로 전기가 찌리릿 오는 그 느낌. 목이 안 돌아가는 고통~ 윽! 잠을 곱게 자야 되는데.....아직까지 부황은 해 보지 않았다. 그건 좀 무섭다. 뜸은 떠 봤다. 예전에 담임 안 하고, 교과교사 할 때 교과실 샘 중에서 뜸 애찬론자가 한 분 계셨다. 그 분 따라서 하루에 한 번 씩 뜸을 떴던 적이 있었다. 데일까 봐 겁이 나서 다 타기도 전에 얼른 내려놓곤 했지만. 쑥 향기가 그윽했더랬지. 그 분이 수지침도 잘하셔서 귀동냥을 많이 했었다. 그 때 들은 이야기로 가끔 딸이 체했다고 하면 경혈 부분을 눌러 주면 차도가 있다. 자신이 자주 아프는 경혈 부분을 알아 두면 요긴하게 쓴다.

침도 침이지만 먹는 한약도 중요한데 한약의 재료는 바로 늘상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란 점이다. 여기서 굳이 허준의 동의보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작물로 약을 해야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손발이 찬 나같은 사람은 대추를 먹어야 좋다. 위가 약한 사람은 건율(밤)이 좋단다. 이왕이면 내 몸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 먹으면 좋겠지.

동료 교사 한 분 중에 사상의학을 더 세분히 나눠서 8체질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에 다니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의 간증(?)을 듣고 방학 전에 독서회 샘들 모두 체질검사 하려고 가 보려고 했는데 못 가 봤다. 이번에 꼭 가 봐야지. 사람마다 혈액형이 다르듯이 체질이 다르고, 그 체질에 맞는 음식이 다르다는 이치가 맞는 듯하다. 나와 아이들 모두 꽃게를 좋아하는데 남편은 게만 먹었다하면 탈이 난다. 남편 때문에 꽃게탕을 못해 먹는다. 그걸 봐도 체질이 다 다른 것 같다. 허면 우리 가족 모두 체질이 다르다면 그럼 음식을 네 가지로 종류로 해야 한단 말인가! 음~ 그거 좀 힘들겠구만.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두 주먹 불끈 쥐고~~

2학기 교과서에 <병원놀이>가 나오는데 여러 가지 병원의 종류가 나온다. 그거 공부할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한의원 가 본 아이들이 의외로 적어서 공부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이 책 한 번 같이 읽어 주면 딱이겠다.
다음에 나올 책들도 정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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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1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시리즈를 다 갖췄네요.
나는 6,7,9,10은 아직 없는데...^^

수퍼남매맘 2012-08-17 15:13   좋아요 0 | URL
예, 이 시리즈 무지 좋아해서 다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딸 아이 시상식 갔을 때 9권과 10권 사가지고 왔지요. 빨리 20권까지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는 농부란다 - 농부 일과 사람 9
이윤엽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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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 책 중에서도 더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일과 사람 시리즈>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늘, 빗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읽은 9권은 바로 농부의 이야기이다. 매일 꼬박꼬박 먹는 밥, 그 밥을 가꾸는 농부의 이야기. 옛날에는 농사가 천하의 기본이라고 하였건만 이제는 농사가 아니라 돈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농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도시여서도 그렇겠지만 농촌에서도 농부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귀농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의 모습이 참 예쁘다 하면서 감상에 젖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농부님들이 이 큰 비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고, 고생이 심하실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일과 사람 시리즈>는 바로 이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아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하고, 이 사회는 이런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일에 귀천이 없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님은 목판화로 작업을 하셨단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 달리 힘이 느껴진다. 마치 새싹이 자신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듯이 말이다. 이제까지 책 중에서 그림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농사란 정직한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심을 수는 없지. 작가는 그림 중간중간에 웃긴 장면을 심어 났다. 개를 심는다고 해서 개가 나오는 건 아니지~항상 일을 하실 때 선글라스를 끼고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 또한 코믹하다. 매 그림에 선글라스와 꽃 무늬 몸빼 바지를 입고 나오시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며칠 전까지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 농부님들 걱정이 태산이었을 터인데 이제는 폭우가 쏟아져 또 시름이 크실 것 같다. 사계절 내내 준비하고, 가꾸고, 거두는 일을 때 맞춰 해야 하는 농사일. 물론 다른 일들도 다 때가 있겠지만 농사는 더 그런 것 같다.

가끔 교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지 않고 잊어버리면 다음 날 여지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는 시들어 가고 있다. 농부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 세 장면은 농부가 가꾸는 땅의 모습을 각기 다른 계절로 보여 주고 있다. 자세히 보면 때를 알려 주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고라니가 보이고, 뻐꾸기가 보고, 겨울잠 자는 반달곰과 뱀이 보인다. 이 책에는 이런 재미도 솔솔하다.

수채화처럼 밝고 경쾌한 그림도 좋지만 가끔은 이 그림책처럼 묵직하면서도 선이 거칠고 강렬한 그림도 좋다. 목판화의 매력을 한껏 잘 드러낸 장면이라고 생각하여 찍어 봤다. 김을 매고, 곁순을 따며, 나쁜 벌레를 제때에 잡아 줘야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란단다. 논과 밭에 씨를 심었다고 알아서 잘 자라준다면 농부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지난 번 며칠 휴가 갔다오니 제일 걱정 되는 게 화분이더라. 그 동안 말라 죽었을까 봐. 농부는 잠시도 쉴 때가 없다. 항상 안테나를 논과 밭에서 자라는 식물에다 맞춰 놔야 한다. 목판화의 거칠면서도, 힘차고, 그러면서도 왠지 따뜻한 느낌이 참 좋다.

부록에는 이렇게 농부가 일 년 동안 하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그림과 내용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 농기구의 이름에서부터 농사 짓는 순서까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안성에 내려가 직접 2년 동안 자신이 살 집을 지으면서, 농부들과 친해지고, 그들로부터 농사 짓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농부들에게 배운 노하우로 자신의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며 지내신다는 작가는 주변의 이웃 농부들로부터 농사의 일련 과정을 귀동냥, 눈동냥 하셨단다. 마지막 작가말에 당신을 도와주신 세 분의 농부님들의 이름을 거론하시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아마 선글라스 끼신 할머니도 그 분들 중의 한 분이실 것 같다.당신들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이렇게 멋진 그림책으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걸 아시면 얼마나 기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가 많이 온다. 이 비로 인해 농부님들의 땀과 정성이 가득 담긴 작물과 땅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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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은 판화 그림인[요.
궁금 궁금~~~~~ ^^

수퍼남매맘 2012-08-16 19:25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일과 사람 시리즈>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랍니다. 전 이런 거친 느낌도 좋더라고요.
 
양심 팬티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2
마이클 에스코피어 글, 크리스 디 지아코모 그림, 김지연 옮김 / 꿈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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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덥다. 벌써 폭염으로 인해 148명이나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잠시 장 보러 마트에 다녀오는데 강렬한 햇빛에 데일 것 같았다.
앞으로 2시-4시 사이에는 장 보러 가지 말아야지.

이럴 때는 집에서 시원한 수박 한 입 물고서 그림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유쾌하면서도 그 안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아이들은 " 팬티" 라는 제목만 들어도 "푸하하" 하며 웃는다.
아이들에게 방귀와 팬티는 영원한 웃음거리인가 보다.

아침밥을 배부르게 먹은 카멜레온 레옹은 응가가 급하다.
한적한 나무 뒤에서 볼 일을 마치긴 했는데 그만 휴지가 다 떨어진 게다.
이럴 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레옹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휴지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을 발견한다.

바로 누군가 나뭇 가지에 걸어 놓은 팬티다.
까끌까끌한 나뭇잎보다는 팬티가 똥꼬에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레옹은
팬티로 뒷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팬티를 휙 던져 버린다.

응가도 했겠다 시원해진 기분으로 룰루랄라 걸어가는 레옹에게
"잠깐, 지금 뭐하는 거지?" 라고 말을 걸어 온다.
레옹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은 바로 "양심"이다.

양심은 레옹에게 스스로 잘못한 일을 끄집어 내게 한다.
바로 조금 전 누군가의 팬티를 가져다 똥꼬를 닦고 아무 데나 버린 것 말이다.
양심은
" 누군가가 잃어버렸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누가 훔쳐서 그곳에 숨겨 놓았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빨아서 말리기 위해 팬티를 널어 놓았는지도 모르잖아" 라고 말한다.
그제서야 레옹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다.
어디 양심을 잊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게 레옹 뿐이겠는가!

가끔 아이들과 바른 생활 공부를 하다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질서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은 다 일러 바친다. 선생님에게. 심지어 어젯밤 부부 싸움한 것까지도 말이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 얘들아, 부모님이 바른생활을 공부하신 지 오래되셔서 잊어버리셨나 봐요. 그러니까
부모님이 규칙과 질서를 어기려고 하면 너희들이 나서서 안 돼요 라고 크게 외치세요" 라고
가르쳐 준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데나 침 뱉기,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기, 무단횡단 하기,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하기, 욕하기 등등.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심을 버리곤 하는 부모님들. 부끄럽지 아니한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저학년 때는 천사같이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규칙을 어기곤 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왜 우리가 공부를 하는지 의아해질 때가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양심을 지키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도덕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텐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던 아기 때가 더 천사 같으니 말이다.



하여튼 레옹은 양심이 시키는 대로 똥꼬 닦은 팬티를 찾아 원래대로 깨끗이 빨아 널었다.

양심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 없이 지켜야 할 일들을 지킬 수 있는 내부적인 힘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당연히 가림판을 올린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림판을 올리도록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어떤 선배님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몇 년 전 선배님과 수다를 떠는 중에
그 선배님은 자신의 반에서 가림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듣게 되었다.
난 그 때 가림판 사용을 당연지사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아니 가림판 사용에 대해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 보지 않았다는 것에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선배 왈
" 가림판을 사용하지 않고도 컨링을 하지 않는 양심 바른 아이들로 키우는 게 교육 아닌가!"
그 말에 완전 동감. 그 이후 나도 가림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책상을 띄어 놓는다.
울 반 아이들은 아마 2학년 올라가서 받아쓰기 할 때 가림판 올리라고 하면 어안이 벙벙할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에 지금도 대부분의 교실에서 시험을 치를 때 가림판을 올린다. 그런데 가림판으로 지켜질 양심이라면 그게 진정한 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가림판을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시험 감독이 없어도, 가림판이 없어도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컨링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교육하고 싶다.

팬티를 깨끗이 빨아 넣어 놓고 기분 좋게 가는 카멜레온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이는 반면
팬티의 주인은 크게 클로즈업 되었다.
하지만 이 그림 뒤에 바로 어마어마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장면이 나를 빵 터지게 했다.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하시길.....

푸하하 웃다 보면 더위도 한 풀 꺾일 것이다.

아울러 여름 휴가 계획들 다 있을 텐데
양심을 지키면 더 즐거운 여름 휴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만 즐거운 휴가가 아니라 남도, 자연도 즐거운 휴가가 되길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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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귀신 비룡소 전래동화 21
이상희 글, 이승원 그림 / 비룡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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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30도를 웃도는 더위 때문에 밤잠을 설쳐 피곤하던 터에 등골이 오싹해지면서도 무지 이쁜 그림책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이면 수많은 공포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오싹해지는 공포영화로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리라고 광고를 해대지만 무서운 것을 잘 못 보는 나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이렇게 예쁘면서도 약간의 공포감이 드는 그림책이라면 무조건 좋다.

옛날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가씨가 있었단다. 아가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아 깨알같이 적어서 이야기 주머니에 고스란히 넣곤 하였단다. 하지만 정작 누가 들은 이야기 좀 해 달라고 하면 이야기 보따리를 풀지 않았단다.

반면 몸종 아이는 이야기를 듣는 즉시 솥뚜껑에게도, 항아리에게도, 두꺼비에게도 다 해 줬단다.

세월이 흘러 아가씨가 열 세 살이 되자 혼례를 치르게 되었단다.

(작가님은 이 장면에 일부러 복주머니처럼 생긴 금낭화를 그려 넣으셨다고 한다. )

마냥 기뻐야 할 혼례날, 무시무시한 일이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이야기 보따리 속에 꽁꽁 묶여 있던 이야기 귀신들이 더 이상 숨이 막혀 참을 수 없다면서 아가씨를 죽일 음모를 꾸미기에 이른 것이란다.

과연 이야기 귀신들의 음모는 무엇일까?

이야기 귀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은 몸종은
아가씨가 딸기를 따먹으려 하자 냅다 뭉개 버리고,
아가씨가 모란 꽃 향기를 맡으려 하자 모란꽃을 짓밟아 버린다.
이도 저도 몸종 때문에 실패하자
이야기 귀신들이 신방에 구렁이로 나타나 아가씨를 죽이려 드는데....
몸종은 이 마지막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무시무시한 이야기 귀신에다, 길다란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구렁이를 보니 등골이 쏴아 해지지 않는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지 않고, 차곡차곡 이야기 주머니에 쌓아두기만 하는 아가씨 때문에 이야기 귀신들이 잔뜩 화가 나서 아가씨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는 설정은 모름지기 " 이야기는 한 곳에 쌓이는 게 아니라 흘러가야 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제가 명확한 이야기에다 보기만 해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아름다운 한국화 그림은 보는 내내 더위를 잊게 만든다. 이야기 귀신들이 음모를 꾸미는 장면에 나오는 갖가지 청색들은 보면서 귀신들의 모습이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덕분에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조상들이 이 아가씨처럼 이야기를 쌓아만 놓고 남에게 풀지 않았다면 이렇게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어찌 전해 들었겠는가? 조상들은 여기에 나온 몽종처럼 재밌고 슬프고 웃긴 이야기를 들은 즉시 누구에게든 이야기를 전해 줬기에 구수한 누룽기 같은 옛이야기들이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들도 내가 아는 재밌고, 무섭고, 슬픈 이야기들을 혼자만 알지 말고,누구에게든지 전해 주길 바란다. 안 그러면 이야기 귀신들이 또 작당을 하고 여러분을 괴롭힐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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