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로 땡스투 적립금 딱 한 번 들어왔고 TTB 광고수익도 없는 것 같지만 습관처럼 내 서재 책장에 있는 책을 바꿔줄 때가 된 것도 같고 새해가 밝았으니 책장 청소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새로나온 책을 흝어보다가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목차를 읽다가
홍차 아우라-감성
홍차 아우라_ 주디 덴치는 팔고, 제인 오스틴은 산다
디킨스의 런던_ 현실이 냉혹할수록 홍차의 열기는 더 뜨겁다
술보다 홍차_ 술독에 빠진 영국과 서민의 식탁을 물들이다
여행 중에도 티타임_ 기차에서도 밀림에서도 ‘애프터눈티’를 즐기다
비와 안개_ 차갑고 눅눅한 날씨로부터 벗어날 안식처를 찾다
여행중에도 티타임이라는 글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내가 크루즈를 여행할 때 생각이 떠올랐다.
첫날은 방 배정받고 크루즈쉽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둘쨋날은 카탈리나라는 섬에 정박을 해서 아침부터 섬에 나가있다가 저녁식사 할 때가 되어 들어왔고. 셋쨋날 역시 멕시코 엔시나다라는 곳에 도착을 해서 아침 일찍부터 그곳의 와이러니와 시내관광을 하느라 나가있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들어왔었지만 넷쨋날은 배가 바다위에서 두둥실 거리던 날이었다. 이날 때문에 크루즈에 대한 느낌이 반감이 되어 "이런 크루즈라면 난 다시는 오고싶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하루 종일 배 안에서 이리저리 다니다가 방에서 책도 읽고 하다가 3시에 티타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육지를 방문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크루즈에는 아침부터 즐기고 볼거리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티타임. 영국인도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느니 티를 마시며 책을 읽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당시 읽고 있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를 달랑 들고서 티타임이 있는 식당으로 갔더니 의외로 사람들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줄까지 서 있었다는. 나도 줄을 서서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혼자이다보니 두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한줄로 나란히 세 테이블이 있는 것 중에서 가운뎃 것에 배정이 되었다. 그래도 책 읽는데는 지장이 없으니 뭐 어떠랴 싶은 생각으로 앉아서 티를 고르고(서빙하시는 분이 멋진 나무 박스에 여러 종류의 티를 담아서 뚜껑을 열고 보여주니까 좀 분위기가 다르다는) 앉아서 주위를 살펴보니 내 왼편은 인도 사람같아 보이는 커플이고 오른편은 백인 할아버지 두분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 간격이 무지 좁아서 거의 옆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히 백인 할아버지들과 눈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이 할아버지들 이때다 싶었는지 얼마나 말을 시키는지 가져간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다.
아니 제목을 보여주긴 했다.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셔서 책 읽는 거라고 하면서 티타임도 책 읽으려고 왔다고 이제 그만 말좀 시키시죠 하고 눈치를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자기도 작가라고 하는 거다. 그러면서 명함을 꺼내더니(명함이 자신의 책표지)이고 뒤편에 ISBN번호랑 전화번호같은 게 있는 거였다.
명함의 앞면.
이 할아버지신데 이 사진은 몇 년 전 사진. 지금은 더 늙어보이심.
작가라구요?라면서 호기심이 생겨서 그전에는 억지로 대화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하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자서전을 낼 생각을 하셨다며 지금도 모험을 찾아다니신다고. 하지만 늙으니 예전같지 않다신다. 자기 책을 사서 읽어보라고 하셨지만 읽고 싶은 책도 쌓여 있는데 그 할아버지의 책을 사서 읽은 마음은 없다. 그냥 주면서 읽으라는 것도 아니고~~~ㅎㅎㅎㅎ.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기 때문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하시는데 정말 특이하게 사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일년에 6번 이상의 크루즈를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하신단다.
저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다른 할아버지가 친구인줄 알았더니 동생이라는데 그 할아버지도 나에게 명함을 주시며 우리는 가까이 사니까(그 할아버지는 헌팅턴 비치) 언제든 연락하면 맛있는 거 사주시겠다고;;;;;
아무튼 저 두 할아버지들을 잊고 있었는데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이라는 책의 목차를 보고 다시 기억이 났다. 맛있는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헌팅턴 비치에 사신다는 할아버지께 연락을 드려봐???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