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회복실에서 일하고 몰에 들러 사 온 샐러드를 사무실에서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후, 알라딘에 들어왔다. 역시 알라딘은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곳인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떠났지만, 남은 친구들이 몇 없어도 여전히 찾게 되는 곳이다.
오늘은 수술이 두 건 있었다. 첫 번째는 왼쪽 유방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을 도왔고, 두 번째는 왼쪽 코 재건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도왔다. 숙제는 어제 다 끝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으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숙제도 없고, 내일 일도 하러 안 가고, 저녁도 먹어서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어왔다.
오늘 두 환자 다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나를 안아주었다. 학교에 다니느라 거의 1년 동안 일을 안 해서 걱정이 좀 됐는데,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반응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나는 역시 착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
내가 네이버에서 알게 된 간호사들이 몇 있는데, 그중 두 사람이 최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명은 U Penn이라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분은 내가 예전에도 그분이 쓴 책을 소개하면서 여러 번 언급했었다. 올해 그 책이 출간된 지 5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 이름은 "유 현민"이고 영어 이름은 데이비드다. 진짜 엄청 훌륭하시고 능력 있으시고 똑똑하신 분이라 그런지 박사 학위도 3년이 안 되어 따셨다!! 너무 놀랍다!!
나도 박사 학위를 받고 싶은 꿈(?)이 있어서 어제 이분의 블로그에 가서 질문을 엄청 했는데, 워낙 바쁘신 분이다 보니 답변은 별로 기대하지 않지만, 이분이 어떻게 박사 학위를 단시간에 받으셨는지 너무 궁금하다. 2년 반이면 나도 도전하고 싶은데, 일반적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4~5년 걸리고 더 늦으면 6~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U Penn이라는 아이비리그 학교에서, 더더구나 일까지 하시면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다른 분은 Duke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 받으셨는데 젊은 여자분이다. 어제 그분에게도 댓글을 달면서 내 진로를 물어봤는데, 좀 전에 들어가 봤더니 답글을 달아주셨다! 박사 학위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런데 간호학은 사실 박사 과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래 박사 과정인 PhD와 임상 박사 과정인 DNP다.) 그냥 DNP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늙어서.ㅠㅠ 진짜 슬프다. 왜 공부를 이렇게 늦게 시작한 것이냐. 사람마다 다 때가 다르니까 나의 때는 지금이긴 하겠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내 입장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냐고 하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 (나는 젊어서 허송세월을 너어무 많이 보냈지 ㅎㅎㅎ)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나도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을 통해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와 도전이 때로는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비록 늦은 시작일지라도 꾸준히 노력하여 꿈을 이루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단지 이상일 뿐이고 (^^;;) 정작 나는 늘 헤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는 건 지금 뿐이니까.
Life-transforming ideas have always come to me through books. - bell hooks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bell hooks의 말처럼 책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다. 의욕이 조금 꺾이긴 했지만, 굽히지 않고 나도 앞으로 더욱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해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계속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