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을 하니 좋은 점은 나처럼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끔 손쉽게 끄적 거릴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단점은 로딩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이 로딩시간 때문에 북플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오늘도 두번이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알라딘 제발 로딩시간을 해결해 주시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세상 쪼갤 시간도 없구만(뭐 그렇다는 얘기;;;)!!!!
오늘 딸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가 딸아이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다. 딸아이는 그 아이가 아기때 자신의 정체성을 나에게 드러낸 대로 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왕성한 생명력이라는 글을 책에서 많이 접해 봤지만 제대로 느낀 적이 없었는데 난 딸아이에게 처음 젖을 물렸을 때 그 말이 어떤 뜻인지 확실히 뇌에 새겨질 정도였다. 그 느낌이 너무 강해서 솔직히 무서운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지만.
딸아이는 무척 독립적인 아이이다. 킨더가든을 다니게 되었을 때 첫번째 학부모 면담에서 아이가 늘 혼자 노는 것 같아서 선생님에게 교우관계가 어떤지 여쭤봤는데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아이는 그때 그 선생님의 관찰대로 교우관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노는 건 맞는데 그건 아이와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놀아주기를 소망하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고;;) 자기 세계가 확실해서 자기와 놀아줄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을 안 한다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놀 때는 늘 다른 아이들을 관찰하며 지도하는 입장이라고. 관찰을 잘 한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지도하는 입장이라는 말은 모르겠지만. 친구도 먼저 놀자고 안 하는 것도 맞고. 지금도 아이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늘 아이에게 온다.
어제 한국마트에 딸을 꼬셔서 함께 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딸은 대화중에 ˝엄마는 나를 너무 몰라.˝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다. 가만보면 나와 딸의 관계에서 늘 딸이 옳은 것 같구나~~~. ㅠㅠ
몇 군데 대학에 신청을 했는데 거의 모든 학교가 2월도 아니고 3월에 발표를 한다고 딸아이가 몇 번을 얘기해 줬지만 조급한 마음에 여러번 물어보다가 어제는 답답한 마음이 격해서 ˝너 혹시 엄마가 실망할까봐 말 안 해주는 거 아니니?˝라고 했다가 한방 먹었다.ㅠㅠ암튼 싫든 좋든 3월이 되어야 대학을 어디 갈 지 알게 된다니 잊어버리고 있기로 했다.
암튼 그건 그렇지만 딸아이가 대학을 가면 자기 돈으로 스쿠터를 사서 타고 다닐거라고 해서 기겁을 했다. 두발 달린 건 자전거 말고는 안 좋아하는지라(내가) 고민이다. 딸아이는 하겠다고 하면 하는 아이라서 더 고민이다. 더구나 대학을 가면 우리에게 도움을 받지 않을거라고 선언한다. 도움을 받겠다고 하든 안 하든 스쿠터를 사시기 전에 차를 사줘야 하나???ㅠㅠ
오늘 오케스트라에 학부모 모임이 있어서 같이 갔지만 보통으로 일주일에 한번 있는 연습을 할 때마다 딸아이 혼자서 운전을 하고 간다. 운전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된 아이라 당연히 동네길을 따라 가는 줄 알았더니 혼자서 고속도로로 다닌다고 말하는 거다!!! 깜짝 놀랐다!!!!@@ 나도 처음 운전 할 때 고속도로 운전 하기 위해 낮에 남편의 뒤를 따라 가며 배웠는데 이 아이는 겁도 없이, 혼자서 더구나 밤에 고속도로 운전 하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나같은 엄마(엄청 겁쟁이)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고(아마도 유전자 변형이 일어났던지 아니면 큰시누이 유전자를 받은 것 같다) 더구나 그러고도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고. 나같으면 처음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온 날 흥분하고 자랑스럽다며 두고두고 떠들었을텐데. 용감하고 과묵한 딸이라니~~~. 엄마로서는 좀 서운하다.
벌써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계획을 세우는 딸을 바라보는 마음이 이렇듯 복잡할 줄이야. 결혼을 할 때는 의논을 하기나 하려나??ㅠㅠ
사실 오늘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으며 그녀의 아버지인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독서계획]을 읽고 그의 책에 수록된 책을 찾아 읽으려는 욕심으로 영문판도 샀는데 그 책은 어느새 딸아이의 수중으로 들어가서 그 아이의 독서계획에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났다. 아이는 벌써 거기에 올려진 책 대부분을 읽었다. 내가 알기로 15권을 더 읽으면 그 리스트를 완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딸이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인종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