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라딘에 그냥 눈팅을 하러 왔는데도 이렇게 증거를 남기게 된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린다고나 할까?? 😅
암튼, 학생 따위라서 클리니컬에 왔어도 윗분들이 회의를 하면 쭈그려 구석에서 조용히 있어야 하는 신세. 이제 봄 학기 7주째라 그런가? 겨우 숨을 돌린다. 7주 동안 너무 바빴다. 학교는 학기가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좀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개뿔. 갈수록 더 지쳐가는 심신. 오죽하면 A-fib이 왔을까!!! 그런데 그건 내 잘못이 좀 더 큰 것 같다. 커피를 너무 마셨다. 눈을 부릅뜨고 숙제를 해야 하니까 커피를 닥치는 대로 마셨더니 내 심장이 견뎌내질 못한 것. 그래도 이만하기 너무 다행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다시 새 삶을 사는 심정으로 커피 먼저 끊었다. 커피가 그냥 조용히 끊는다고 끊어지는 게 아니다. 며칠 동안 withdrawal symptoms로 엄청 고생했다. 덕분에 공부도 못하고 숙제만 겨우 해서 냈다. 그래도 몸이 확 가고 보니까 성적 그거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내가 살고 봐야지. 4.0이 뭐라고 거기에 죽자 살자 매달렸으니… 다른 환자들을 살피는 provider가 되겠다고 죽어라 공부하다니. 갑자기 코미디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덕분에 책을 다시 손에 잡지는 못하고 귀로 듣게 되었다. 학교와 클리니컬이 다 머니까 9시간이니 12시간 길이의 책도 며칠이면 뚝딱 다 듣는다. 문제는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이다 보니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들은 책을 또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옛날 같으면 두 번 듣는 그런 짓 잘 안 했는데 나도 많이 늙었나 다시 듣는 책이 좋아지니.
노라 에프런의 책은 늘 나를 웃게 한다. 그냥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장대소. 웃을 일이 없는데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죽어서도 나를 웃게 해 주시니. 오늘도 그녀의 책을 다시 들으며 왔다. 아무래도 한국어로 그녀의 문장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공부가 쉽지 않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보다 15년은 젊은 친구도 맨날 운다고 한다.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 어젯밤도 그 친구 달래느라 애먹었다. 나 다음으로 나이 많은 친구라 그 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나와 함께 졸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지가 늘 저기니까.
앗 회의가 끝나간다. 이탄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