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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flexed도 당했다. 당했다고 하니까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병원에 환자들이 별로 없는데 일을 하기로 한 간호사가 다 나올 경우 하우스(병원을 하우스라고 부른다) 스태핑에서 간호사들에게 연락해서 일하러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계속 일하러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돌아가면서 안 나오게 하는 것인데 나에게도 연락이 와서 안 간 적이 있다. 그날 마침 너무 피곤해서 일 안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안 오라고 해서 많이 쒼 났었다는.ㅋㅋ


어제는 일 끝나고 A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A가 어느 동네에 산다고 말했지만, 그 동네에서 사는 곳이 거의 끝자락인지 30분 정도 걸렸다는. 또 집에 오는 시간 30분 정도 걸리다 보니 집에 오면서 너무 졸려서 잠깐 쉬었다 눈좀 붙이고 갈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고속도로에서 내리기 싫어서 계속 달렸;;; 음주 운전보다 졸음 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한국에 살 때 고속도로에 있던 광고 생각이 났었음.


A는 우리 딸 H양보다 겨우 한 살 하고 몇 개월이 더 많은 나이인데 너무 멋진 아이라서 그 아이가 살아온 또 앞으로 그 아이가 살고 싶어 하는 인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감동했다. 가족은 모두 다른 주에 사는데 18살이 되자마자 혼자 캘리포니아로 와서 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NP가 되는 것이 첫째 목표이고, 지금 다니는 대학원을 내년에 졸업할 예정이니까 그다음에는 DNP와 DR의 듀얼 프로그램이 있는 과정을 다닐 계획이라 학교도 이미 다 알아봤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들어보지 못한 대학이라서 학교의 네임 밸류가 중요하지 않니? 했더니, "의사에게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물어보고 진찰 받는 사람 거의 없잖아."라면서 학교가 뭐가 중요하냐며, 중요한 것은 경력이라고. 음 틀린 말은 아닌데 이 아줌마는 한국 아줌마라 여전히 네임 밸류가 중요해. ^^;;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팍 줄었는데, 그것에 대해 쓴 글이 있다. 갑자기 코로나 환자 3명인가? 4명인가가 하루에 다 죽은 다음부터 코로나 환자가 병원에 안 들어오고 있다. 정말 백신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그렇기를 정말 바란다. 코로나 환자가 없으니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 기억나는 환자는 90세의 옛날 배우였던 할아버지. 내장출혈이 심해서 응급실에 오게 되었는데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왔을 때 내가 할아버지의 중환자실 입원을 맡아서 더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를 응급실 침대에서 중환자실 침대로 옮기는데 밑에 피가 얼마나 많던지...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 사람 아직 본 적 없다. 너무 놀라서 허둥지둥 응급실로 돌아가야 하는 간호사 붙잡고 도와달라며 함께 할아버지를 닦아드리고 깨끗하게 해드린 것을 시작으로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닦아 드려야 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니까 바닥까지 뚝뚝 떨어지던 피. 그리고 그 역겨운 피 냄새. 피가 인간의 몸 안에서만 돌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도 했더랬다. 아무튼 그 할아버지를 3일 동안 돌봐드렸는데, 힘들었지만, 할아버지가 너무 귀여우셔서 재밌게 일했다. 피만 흘리면 괜찮았지만, 할아버지가 넘어지셔서 엉덩이뼈까지 부려져서 오신 분이라 너무 아파하니까 소리를 막 지르셨다. 빨리 이런 자세로 바꿔달라, 저렇게 해달라.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기 전에 가운을 입고 장갑도 여러 장을 끼고 들어가야 하니까 할아버지는 숨이 넘아가는 사람처럼 고함을 질러대고, 나는 나대로 빨리 준비하고 들어가려고 용을 쓰고. 그런데 할아버지는 90세인데도 정신이 온전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인지,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해도 좀 좋아지면 금방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건 말 뿐일 수 밖에 없어서 또 소리를 지르시곤 했는데 나중엔 내가 할아버지를 놀려드렸다. 소리 안 지르겠다면서 또 지른다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결국엔 돌아가셨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바란 것처럼 (제발 내가 돌볼 때 돌아가지 마시길) 내가 일 안 하는 날 돌아가셨다. 의리 있었던 할아버지. 전직이 배우여서 무슨 길드 회원이고 그랬다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고통받지 않으시길...


또 기억나는 환자는 52세의 여자 환자였는데 백인이면서 빨간 머리를 세련되게 커트한 날씬한 몸의 환자였다. (날씬한 환자가 돌보기 훨씬 수월하니까 기억함) 이 환자는 좀 불쌍한 케이스였다. 독한 약을 오래 맞아야 하는 환자들은 일반 IV가 아닌 PICC 라인이나 다른 비슷한 라인을 삽입하는데 그 삽입한 것이 DVT라는 것을 가져왔고, 그래서 치료를 하는 과정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서 왼쪽 팔에 (왼쪽 팔에 PICC라인 삽입) Compartment syndrome이라는 것이 생겨서 그 팔을 다시 수술하고,,,아무튼 내가 간호했을 때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병원의 잘못도 아니고 운이 너무 나쁜 경우니까 더 안타까웠다. 그런데 내가 간호하던 날 그녀의 아버지가 방문을 왔다. 죽어 가는 딸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남아있다. 간호가 힘든 경우는 이렇게 감정이 이입될 때인 것 같다. 그냥 기계처럼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니까 자꾸 그런 것들이 보이고, 안타까워 하고,,,,특히 나처럼 오지라퍼는 더욱. 


다른 많은 환자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때그때 기록을 안 하니까 기억을 더듬어야 하니까 나중에 생각 나는 대로 올리기로 하고, 어제 간호한 두 사람. 한 사람은 73세의 할머니인데 당뇨가 심해서 결국 오른쪽 다리를 무릎 위에서 절단을 했다. 절단 한 날 나는 그 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무서웠다. 신체의 부분이 훼손되어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 사람을 간호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발가락 정도의 절단이라 그렇게 충격적이진 안았는데 무릎부터 없는 사람을 간호하니까 무척 두려웠다. 솔직히 어떻게 간호를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 CHG목욕까지 다 해드렸다. 아침에 인계 받는 간호사에게도 내가 뭘 했는지 얘기해주고 했는데,,, 나 역시 충격이 컸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니, 그 모습을 잊고 싶은 것 같다.


같은 날 돌 본 67세의 할아버지(라고 쓰지만 67세면 정말 젊은 것 아닌가??ㅠㅠ)는 그전에도 몇 번 간호를 한 적이 있는 분인데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다시 널싱 홈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세데이션을 내리려고 하면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계속 중환자실에서 벌써 2달이 다 되어가는. 어느 간호사의 말대로 우리 중환자실 레지던트이신 분. 그런데 혈압이 막 내려가서 혈압 상승제를 맞고 계셨는데 내가 CHG 목욕을 해드리고 난 후로 다시 혈압이 막 올라가는 거다.ㅠㅠ 떨어진 혈압은 빨리 올려주는 약이 있으니까 좋은데 올라간 혈압 내리기 너무 힘들다는. 나는 신경 안정제도 투여하고 결국은 몰핀까지 투여했는데 몰핀을 맞으시고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고 왔다. 


정말 간호는 케바케라고 해야 할지,,, 매번 이제 좀 익숙해졌으니까 오늘은 편한 shift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매번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혼내주려는 것인지 늘 시간에 쫓기고 정신없다. 67세의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여러 번 돌봤기 때문에 무슨 약을 줘야 하는지 다 아는데도 늘 환자들의 상태가 변하니까. 다양한 일을 하면서 익사이팅 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간호는 너무해. 베이스 라인이라는 것이 없으니. 그래도 여전히 매력 있는 간호. 


요즘 나는 A처럼 NP가 되어 조그만 사무실을 내서 환자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데,,,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다. 어쩌면 프님 말씀처럼 지금까지 앞만 보고 너무 달려와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력과 경력을 쌓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쨌든 내 클리닉을 내는 작은 소망은 계속 갖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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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5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라로님!
저는 항상 의사나 간호사분들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힘든 일인데 이렇게 열심히 하시고 자기 일에서 보람을 찾으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정말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것 같네요. 힘든일을 하면서 꿈도 가지고 계속 공부하시는 데 저는 오늘도 언제 퇴직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는..... ㅠ.ㅠ
바람돌이 반성 모드입니다. ㅠ.ㅠ

라로 2021-04-15 02:51   좋아요 1 | URL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미국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가족들이 간호(?)를 하니까 한국 간호사는 대부분 약만 주더라구요. ^^;; 여기 간호사는 전천후에요. 저는 그게 좋은네요.ㅎㅎㅎㅎ
제 시어머니도 샘이었는데 65세에 퇴직하셨어요,,,근데 후회하시더라구요. 활동성 있는 개인은 그런 것 같아요. 넘 반성모드 하지 마셈,,, 그러기에 바람돌이님 넘 멋지시거든요!!!😍😘

psyche 2021-04-15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로님 이야기 읽기만 해도 존경심이 마구마구 차오르네요. 매번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그걸 내가 제대로 해결해야하고...아 저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깜깜해져요

라로 2021-04-16 17:16   좋아요 1 | URL
그런데 문제는 제가 잘 해결 못한다는데 있어요,,, 저는 아무래도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는지,,,넘 고민입니다.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4-15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라로님에 지도 손 번쩍!!! ^^ 67세면 젊은 나이죠. 우리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아요. 오라버니라 불러드립시다.^8^ 라로님 꿈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여전히 꿈을 가진 것이 넘 부러워요. 근데 미쿡은 간호사가 개업을 할 수 있어요?

라로 2021-04-16 17:18   좋아요 1 | URL
아저씨라고 불러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오라버니는 좀 소름;;; 제가 아무래도 오라버니 없는 장녀이고, 뭐 등등의 이유로 남자들 호칭 좀 닭살돋아요.^^;;;
아~! 간호사는 개업을 하거나 하지 않는데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더라구요) 그거 말고 NP라고 전문간호사는 의사처럼 처방도 하고 진료도 하고 그래서 개인 클릭을 차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제게는 너무 먼 꿈 같아요,,, 아무래도 간호에 제가 소질이 없는 듯,,ㅠㅠ

scott 2021-04-15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들려주시는 이런 경험들 작가들이 달려가서 라로님에게 무릎꿇고 드라마로 만들어 줬으면[ 라로의 아나토미 ]로!!

라로 2021-04-16 17:1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스캇님은 누구에게나 사랑 받으실 분!!!! 참 좋은 분이에요,,,스캇님!!^^
 

지난주 맡게 된 환자는 겨우 38살인데 4년 전인 34살에 중풍이 와서 뇌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로 거의 식물인간처럼 되어서 집도 아니고 병원도 아닌 SNF (Skilled Nursing Facility)에서 지내는데 그렇게 누워지내는 와중에 또 중풍이 와서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인지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다가 이번에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우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한 지 이틀 만에 내가 돌보게 되었다.


하긴 38살에 뇌출혈이 와서 수술을 한 사람에 대한 글도 최근에 올렸었는데. 바로 1일 1 클래식의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

출처: The Times (https://blog.aladin.co.kr/thebookshelf/12486493 에 올렸던 사진 재활용)


그녀는 수술이 잘 되었는지, 점차 회복(말을 잘 못하게 되어 다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하지만)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렇듯 불행한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으니, 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이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스트레스 덜 받는 방법 등등 건강을 잘 챙기면 좋겠다. 이왕 죽지 않고 살 거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니까.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지만, 그래도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느낀 점은 그런 사람들은 확실히 병원과 좀 멀리 산다는 점이다. 중환자실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젊어서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많이 안타깝다.


아무튼, 내 전에 돌본 간호사(헬렌이라고 했던 간호사인데 기억하시는지? 나이 60이 훨씬 넘어 퇴직을 앞둔 간호사임)에 의하면 그녀는 입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양엄마는 그녀가 15살이 되었을 때 입양을 했다고 한다.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예쁜 얼굴의 그녀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neuro assessment로 그런 상태의 환자는 눈동자 검사가 아주 중요한데 눈동자를 검사해보니까 아직 뇌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백설처럼 하얀 피부 위(양 어깨와 배)에 아주 멋진 문신이 있었다. 더구나 컬러로 문신을 해서 그녀가 이런 상태라는 점이 더 안타까웠다. 이런 상태가 아니라면 지금도 발랄하고 젊게 생활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어제 Stroke 수업을 들으러 가서 놀라운 사실을 배웠다. 강사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큰 캠퍼스에 있는 병원의 Stroke전문 간호사였는데 그 병원은 Stroke 인증을 받은 병원이라 근방에서 중풍의 위험이 있는 환자는 다 그리로 간다. 어쨌든 그 강사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32살의 중풍 환자도 있었는데, 12살에 중풍이 온 환자도 있었다고. 34살에 중풍을 맞은 내 환자도 너무 불쌍했는데 12살에 중풍이라니!!!


중풍, 그러니까 Stroke을 일으킬 수 있는 병이 많지만, 그중에 3가지 가장 흔하게 중풍과 연결고리가 있는 질병은 hyperlipidemia (일명 고지혈증), 고혈압, 그리고 당뇨병이다. 이 질병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의사와 상담을 해서 잘 관리하기를 바란다. 특히 고혈압은 미국에서 "“the silent killer”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유는 고혈압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정말 무섭다는 얘기다. 고혈압은 의사와 상담을 잘 해서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니 꼭 그렇게 하시길. 당뇨병은 이미 당뇨병이 심한 사람들은 인슐린을 맞거나 다른 약을 통해 관리를 잘 해줘야 하지만, 초기인 사람들은 식사 습관과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당뇨병은 정말 괴로운 병이다. 또한 다른 합병증을 유독 많이 일으키는 병인 것 같다. 그리고 심장 박동의 리듬 중에서 atrial fibrillation (한국어로는 심방세동)이라는 리듬은 그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그 리듬이 발견되면 30초부터 중풍의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하니까 심장의 리듬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그녀를 킴(이라고 하련다)은 눈도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었지만 시원한 눈매가 너무 이쁘고, 뽀얀 살결에 성격도 좋아 보이는 여자사람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더구나 내가 돌보기 전엔 체온까지 높아져서 패혈증의 위험까지 동반되었는데 내가 열심히 이마에 찬수건을 바꿔줘서(한국 엄마 방식,,ㅋㅋ) 결국 체온을 떨어드렸다. 다른 간호사들은 전투적으로 얼음주머니를 겨드랑이에 끼워주는데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아직 못하겠더라. 얼음주머니를 끼워주면 얼음이 녹을 때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 편리함이 있지만, 내가 추위를 잘 못 참아서 그런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마도 나에겐 last resort가 될 것 같다는.


중풍 수업은 겨우 2시간이었지만, 그 간호사 덕분에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문제는 내가 일 끝나고 다른 병원까지 가야 했고, 거기서 또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서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막 졸기 시작했지만,,중간중간 깨어서 들었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너무 많았던 훌륭한 수업이었다. 어쨌든 중풍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올린다. 


내일부터 3일 연속으로 다시 일을 가게 되는데 어떤 환자를 돌보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킴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양엄마가 오래 병원에 있으면 SNF의 자리를 잃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상태가 좋아져서 다시 SNF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아직도 우리 병원에 있을까? 내일 가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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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3-26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책 표지부터 보고 아니 스콧님이 이렇게 이르게 올리셨나? 했는데, 라로님 반전이었네요!!ㅎㅎ
좋은 정보 감사해요~ 조심 또 조심!!
일 잘 다녀오시구요!!🙆

라로 2021-03-27 0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죠!! 스캇님 열두시 땡 하면 올리시는 것 같아요, 대단하시죠!!
저는 저 작가가 마침 뇌출혈(도 일종의 중풍)으로 수술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인용한거에용.
건강은 젊어서 지켜야 한다고 느꼈어요. 붕붕툐툐님 늘 건강 잘 유지하시기에요!!^^

psyche 2021-03-29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클레먼시 버턴-힐이 그런 일이 있었군요! 38살 뇌출혈도 놀라운데 12살에 오는 일도 있다니 어머나 ㅜㅜ

라로 2021-03-30 06:55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어요. 12살이라니!! 우리 막내 보다도 더 어린 애들이 중풍이라니!! 수명은 길어지는데 삶의 질은 더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다시 중환자실에 이상한 환자들이 꼬이기 시작한다고 다른 간호사가 그랬는데 정말 어제 내가 초반에 맡았던 환자 같은 환자 앞으로 또 안 만나고 싶다.ㅠㅠ


며칠 쉬었다 일하는 거라서 발걸음도 상쾌하게 일하러 갔다. 두 환자를 맡게 되어 있었다. 첫 번째 간호사에게 인계를 받고, 두 번째 간호사에게도 인계를 받은 후 첫 번째 환자의 방에 들어가서 화이트보드를 업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이 환자가 침대 옆에 일어나서 주춤거리고 있는 거다.


옆으로 다가가서 "왜 그러냐?"라고 하니까,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는 거다. 대변을 봐야 한다고. 그래서 코삽입관을 하고 있는 환자라서 그냥 침대 옆의 commode를 사용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막무가내로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심하게 우겨서 ECG 모니터, 혈압 재는 거, 산소포화도 재는 거, 그리고 코삽입관까지 다 빼주고 아이비 폴을 잡아주려고 하니까 문밖으로 나가려고 나를 밀치는 거다. 너무 놀라서 나는 "HELP", "HELP"라고 크게 두 번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같이 일하던 남자 간호사 (조나단이라고 하자)와 남자 RT (아담이라고 할까?), 그리고 다른 여자 간호사 (크리스틴이라고 하자)가 그새 문 앞에 와 있었다.


여러 명이 환자를 둘러싸고 있으니까 이 환자가 벽에 기대어 서있게 되었다. 나를 밀치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아이비가 어떻게 되었는지 환자의 손에 있던 아이비에 피가 역류한 것이 보였다. 내가 "도와줘"라고 외쳤을 때 이미 코드 그레이가 울렸는지 ER의 EMT와 경비원까지 도착했다.


환자는 60세의 남자인데 NSTEMI로 우리 옆 동네에 있는 아주 큰 병원인 M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하루도 안 되어 그 병원을 떠나서 우리 병원에 입원한지 겨우 6시간 만의 일이었다. 환자는 마약 (것도 너무나 다양한 마약!!!)과 대마초 흡연자이고 알콜 중독자이라 그런지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계속 자기는 다른 병원에 갈 거라면서 자기 가족을 부르라고 난리였다. 


나는 환자의 연락처를 찾았는데 단 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나와있었다. 그 전화번호에 전화를 했더니 잘못 걸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자는 막무가내로 병원을 나가겠다고 하고, 연락처는 틀린 번호고 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ICU 비서가 메인 로비에 환자의 친구가 와서 방문을 희망한다고 해서 EMT가 가서 그 친구를 데려왔다. 


그 친구는 병실로 오면서 대강 상황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지 오자마자 환자에게 다시 침대로 가라고 얘기를 했는데 환자는 그 친구에게 A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라면서 막 화를 내고 발길질을 하려고 했다. 그 친구는 화가 나서 나가면서 A의 연락처를 나에게 줬다. 그래서 나는 A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우리 병원 주차장에 와있다고 했다. 그녀가 와서 환자가 좀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환자가 그녀에게 자꾸 다른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하니까 그녀가 말하길,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야? 오늘도 M병원에서 여기로 오면 여기서 얌전히 있겠다고 하지 않았냐? M병원에 가기 전에도 P병원에서 M병원에 데려다준다면 얌전하게 있겠다고 했는데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 병원에 다시 데려다 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너를 믿을 수 없어. 그냥 이 병원에 있도록 해. 안 데려다줄 거야."라고 말하니까 환자가 화가 너무 심하게 났는지 울려고 했다. A라는 사람은 환자의 아들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연락하라고 하면서 떠났다. 


임무 교대 시간이라 다들 너무 바쁜 시간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이 환자 주변에 서서 환자를 달래고 어르고, 그래도 환자는 나가겠다며 자기의 옷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비도 뽑아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가져다주고 아이비 라인을 빼줬다. 봉지에서 바지를 꺼냈는데 츄리닝 바지가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줌을 싼 것 같았다. 그래도 그 바지를 입고 나머지 옷을 갈아입고 A** 서류라는 것을 가져오라면서 자기가 사인하고 나가겠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신이 없는 사람은 맞는데 A** 서류는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래도 여러 병원에서 이런 식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환자는 그 서류에 서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누구도 그 환자가 정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으니까. 혹시 아들이 오면 사인을 하고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서류를 준비해 놨다. (여전히 경비원과 EMT가 환자 옆에 지키고 서 있었다.


A**서류를 준비해 주던 비서가 비서 생활 꽤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그러니 이제 겨우 간호사 생활 3개월 한 나에게 왜 이런 환자가 걸린 건지.ㅠㅠ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고 환자는 더 흥분해 있는 상태라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환자가 이러이러했고, 병원을 나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의사는 그 환자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다 심장 상태가 안전하기 않기 때문에 내보낼 수 없다며 환자에게 주사할 약과 다른 약을 처방하고 restraints를 오더 했다.


약들을 준비해 놓고 환자에게 주사하려고 다가가는데 환자가 갑자기 가방을 들고 내빼려고 했다. 주위에 있던 남자간호사와 경비원들이 환자와 몸싸움 비슷하게 붙잡고 억지로 침대에 눕혀서 restraints를 채우고, 나는 준비한 약을 차지 널스에게 전달해서 차지 널스가 주사를 놨다. 그랬더니 갑자기 얌전해졌다. 진작 의사에게 전화 할 것을. 


아무튼, 그 환자에게 진정제도 줬다. 그랬더니 힘을 써서도 피곤하겠고, 약 기운도 도는지 잠이 들었다. 


차지 널스는 이 환자를 조나단에게 맡으라고 하고 나는 조나단의 환자를 돌보게 되었다. 조나단은 일대일로 그 환자를 맡게 되었다. 거의 2시간을 다른 환자들 돌보지 못하고 그 환자에게 매달려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긴장하고 했더니 정말 처음으로 간호사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너무 무서워서 계속 속으로 제발 이 모든 일이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고 지나가긴 했다.


다른 간호사들이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계속 "괜찮아?"라고 물어봐 주었다. 괜찮지는 않았지만, 다른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늦어져서 할 일이 너무 밀리니 다시 정신이 없이 바빠져서 그 환자에 대한 일은 잊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 같은 날은 쉽게 잠이 안 올테니까 정말 재밌는 책을 읽어야지. 뭘 읽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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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3-18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글 읽어내려가며 제가 다 심장이 두근두근. 라로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라로 2021-03-18 18:38   좋아요 0 | URL
고마와요, 블랑카님. 여기 미*놈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마약이 문제,,ㅠㅠ

얄라알라북사랑 2021-03-18 0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된 말이 막 나오려고 하네요.....책 읽는 걸로도 실은 맘이 잘 안 가라앉으실 거 같아요. 너무나 애쓰시는데....흑흑.
따뜻하고 달콤한 차 마시시며,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라로 2021-03-18 18:39   좋아요 0 | URL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인간들은 정말 인간 **. 저도 알라딘, 더구나 제 서재인데도 함부로 말하기가 꺼려집니다. ^^;;

scott 2021-03-18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라로님에 고단함 괴로움이 느껴집니다. 이런날은 퇴근후 포도주 한잔 마시며 반식욕으로 날려 버려야 해요 언제나 라로님 홧팅 !!

라로 2021-03-18 18:40   좋아요 1 | URL
정말 고단한 하루였어요.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아이들하고 채팅해는데 거기서 아들이 한 얘기에 맘이 다 사르르르,,^^;; 다음엔 포도주에 반신욕!!! 입력했습니다. ^^

얄라알라북사랑 2021-03-18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자동 맞춤법 생성기처럼 완벽하신 scott님, 아침에 귀여우신 실수하셔서 덕분에 웃네요. 반식욕. 식욕이 팍팍 돌아요. 캐슈넛 왕창 먹고 장 활성화, 억제해야하는데 식욕이^^

라로 2021-03-18 20:24   좋아요 1 | URL
스캇님이 어떤 실수를 하셨을까용?? ㅎㅎㅎㅎㅎ 아! 댓글 읽고보니 남편이 타이 식당에서 제가 좋아하는 비프 샐러드 사와서 것도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히힛

얄라알라북사랑 2021-03-18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신욕을 반식욕으로요^^ 라로님^^

라로 2021-03-18 20:23   좋아요 1 | URL
말씀처럼 귀여운 오타네요. ^^; 저도 그런 실수 많이 해요. 급하게 댓글을 달 때요.ㅋㅋ

scott 2021-03-20 00:37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북플에서 한자 입력이 안되서
반食욕을 쓰지 못해서
순 한글로 적었어요.
북사랑님
라로님 모두 굿 🌰

psyche 2021-03-20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병원에 별별 환자가 다 있군요. 세상에. 그래도 잘 해내셨네요. 이렇게 경험을 쌓아가는 거겠죠.

라로 2021-03-21 01:33   좋아요 0 | URL
정말 그 환자 다시 맡았어요, 어제. 끝까지 일을 만드네요. 지쳐서 그 환자에 대한 애기는 다음에,,, 아니 어떻게 된 일이 쉬워지지가 않네요. 경험을 계속 쌓으면 좋아질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ㅠㅠ
 

Heather는 트래블러였어요. 본명은 H로 시작하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으니 그냥 헤더라고 할께요. 얼마 전에 제가 올린 병원 사진에도 있는데,,,무척 뚱뚱한 사람이에요. 검정 스크럽스를 입었고,,물어보진 않았지만, 검정 스크럽스를 입는 이유는 자기가 너무 뚱뚱하니까,,,검정 스크럽스만 입는 것이 아닐까요? 


헤더는 돈을 버는 목표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 여전히 트래블러를 해요. 트래블러는 정규 직원보다 2배 이상의 돈을 받거든요. 아이가 둘이라고 했는데, 이혼을 해서 그럴까요? 돈을 무조건 많이 주는 곳에서 일을 하려고 하죠. 지난 주 우리 병원과 계약이 끝났을 때. 헤더가 outstanding하게 일을 잘 하니까 병원에서 스카웃 하고 싶어 했는데 월급이 적다고 (우리 병원 월급 많이 주는 편인데;;;) 계속 트래블러로 있겠다고 했어요.


아무튼, 다 떠나서 헤더는 제가 아는 간호사 중에 가장 COOL한 간호사에요. 코드 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그 환자 옆에 가 있어요. 그리고는 뭐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요. CPR을 하든 기록을 하든 IV Push를 하든,,, 정말 뭐든. 외모로 사람 판단 잘 하는 저는 처음 헤더를 봤을 때,,굉장히 뚱뚱한 간호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아주 많이.


헤더가 우리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던 날, 센서스가 줄어서 정규 직원이 별로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헤더가 저의 프리셉터가 되었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4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환자를 직접 씻기고 (물론 우리도 CHG bath라는 것을 매일 해주지만, 말만 Bath인 완전 형식적인 것임) 머리도 감기고,,,와우~~~~ 계속 누워 있으니까 등을 마사지 해줘야 한다면서 씻겨주면서 마사지까지 해주는 간호사 처음 봤어요. 그것도 얼마나 했으면 능수능란.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 코드블루일 때만이 아니었던 거에요. 지금도 코드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헤더의 모습이 떠올라요.


저에게 "너의 동양적인 사고를 다른 간호사에게 보이면 다들 너를 무시할 거야,,그러니까 슴겨."라고 해주던 해더.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는데 도음을 받은 책 들이라며 문자로 4권의 중환자 간호 책을 보내 준 헤더. 그러고보면 저는 참 복이 많아요. 시기적절하게 헤더와 같은 프리셉터도 만나고,, 더구나 트래블러라 평상시라면 제 프리셉터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을,,,정말 미래는 예측 불허!!^^;;;


어제는 저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간호를 한 날이었어요. 와~~~. 이렇게 힘들고 정신없었던 날은 처음인 듯. 아무튼,,, 그 일들을 말할 기운이 지금 없으니까, 또 다음을 기약하고,,,,오늘은 멋진 간호사 헤더만 기억하고 싶어요. 어느 병원으로 갔을까요, 헤더는??? 문자를 보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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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3-11 06: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료를 만나는 건 정말 복인데 복받으신 라로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라로 2021-03-11 21:0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멋진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일하는 게 더 좋아요. 그런데 이제 헤더는 없으니까,,, 많이 생각 나네요.^^;;

바람돌이 2021-03-11 0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좋은 분이라서 헤더씨도 조언을 하고 싶으셨을걸요. 조언도 아무한테나 해주는게 아닌거 우리 다 알잖아요. 좋은 선배를 만나셔서 다행이예요

라로 2021-03-11 21:09   좋아요 1 | URL
제가 나이는 이만큼 많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깨지는 거 보니까 안 됐다 싶었던 것 같아요. ^^;;; 더구나 자기가 곧 떠나니까 맘 먹고 한 것 같아요. 고맙죠, 뭐. 아까 문자 보냈더니 아직 다른 병원 결정을 못해서 당분간 저희 병원에 오게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3-11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헤더 같은 간호사이기에 헤더가 곁에 왔을 거예요. 라로님 글 읽으면 막 열심히 살고 싶고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겠다 싶고 그래요. 선한 영향력. good influencer!!^^

라로 2021-03-11 21:12   좋아요 1 | URL
그건 전혀 아니에요,,,^^;; 늘 좋게 생각해주시는 책님!!^^ 모든 관계는 인연과 우연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책님의 글을 읽으면서 책을 제대로 읽고,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혼자 살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혼자서 잘 살믄 무슨 재민겨~~~!!˝ㅎㅎㅎㅎ

붕붕툐툐 2021-03-11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아요. 그러고보면 좋은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뭔지도 알겠구요~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참 힘드네요~ 라로님은 충분히 해내실 거예요!!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좋은 사람에게 있는 거 같은 공통점 붕붕툐툐님이 언제 글로 서주세요~~~!!^^ 매일 명상 하시는 님은 이미 좋은 분이라고 생가합니다. 단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1-03-11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엄청 솔직하심, 외모보다 진솔한 행동! 진정한 프로!! 트래블러 헤터 라로님의 롤모델 ^ㅎ^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제가 넘 솔직해서 탈이긴 해요,,,하지만, 저 생겨먹은 거 어쩌지 못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헤더는 저의 롤모델이 맞지만 헤더처럼 절대 못해요. 내 몸 망가짐요.ㅋㅋㅋ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가는 시점에 맡게 된 환자는 48세의 여성 환자와 55세의 남성 환자였다. 그 환자들을 지난주 내내 돌봤다. 내 오리엔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버려서 홀로서기하는 간호의 첫날에도 그 사람들을 간호하게 되어 그런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환자들이 되었다.


나는 내가 늙고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환자들의 기록을 살필 때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은 환자의 키와 몸무게이다. 환자를 만나기 전에 환자들에 대한 기록으로 먼저 만나니까 혼자 속으로 환자들을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몸무게와 키를 보면 어떤 환자일지 내가 어떻게 간호를 해야 하는지 개략적인 플랜이 서기 때문이다.


우선 48세의 환자는 로라라고 하자. 로라의 몸무게와 키를 보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키는 겨우 5피트인 여자가 몸무게는 100킬로가 넘다니. 속으로 가로 세로가 비슷한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그런데 나이도 겨우 48세. 올 1월에 코로나에 걸려서 우리 병원의 자매 병원에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관절개술을 받았고 PEG 튜브를 장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맡게 된 날 오전에 입원을 해서 우리 중환자실에서는 새로운 환자여서 별다른 기록이 없었다. 더구나 기관절개술을 받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데다 글을 쓸 힘이 없어서 그녀의 병상 기록은 무척 제한되어 있었다. 더구나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기록에 없었고, 널싱홈에서 왔다는 기록뿐이었다. (환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기록에서 무척 중요하다. 집에서 온 환자인지 아니면 널싱홈인지 같은.) 그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다시 우리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심장박동이 너무 높고 열이 있어서 다시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단 내 머릿속에서는 환자에 대한 상상이 이루어지고 오늘 하루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그녀를 인계하던 낮에 일하는 간호사의 소개는 아주 간단했다. Restlessness, agitation, 그리고 anxiety. 다 비슷한 말이었지만, 조금씩 다르게 취급한다. 어쨌든 그녀의 그런 증상을 다룰 수 있는 약이 별로 없었다. 쉴 새 없이 다리를 떨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G-tube와 Trach을 손으로 잡아당기려고 하는 그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의사에게 전화해서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고 결국 의사는 귀찮다는 듯이 애티밴이라는 약과 몰핀을 처방해 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약들이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 입으로 모양을 만들어 냈지만,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의미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선택적인 yes와 no를 해줬다. 하지만 로라는 말을 잘 들어주는 환자였다. 뭔가가 그녀를 괴롭히니까 그런 증상이 나오는 것일 텐데 튜브를 뽑으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을 목격하고 내가 큰소리로, "안돼, 로라!!"라고 했더니 아이처럼 나를 올려다보고는 가만히 손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녀가 더 안쓰러웠다. 어떤 연유가 있어서 로라는 집으로 안 가고 널싱홈으로 갔을까? 


어쨌든 아무 기록이 없는 환자라 그녀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좀 힘들었던 케이스였다. 이미 오래된 환자 같으면 그 환자를 어떻게 돌봤다는 다른 간호사들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비슷하게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나 다음에 일하게 된 간호사, 그녀를 멜리사라고 하자. 백인 간호사인 멜리사는 작지만 영민해 보이고 심성이 고운, 몇 번 그녀에게 인계하면서 차분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잘 하는 간호사라는 좋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라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잊지 않고, 약이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사가 회진을 돌면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라"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그날 (연속으로 이틀째 일하던 날) 가서 멜리사에게 인계를 받는데 멜리사가 내가 부탁한 대로 의사에게 다른 약도 처방을 받아놨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의사가 "혹시 이 환자가 drug seeker는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더라는 말을 전해줬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널싱홈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마약중독자들이거나 원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녀가 그렇든 아니든 처방된 약을 열심히 줬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밤새도록 나와 그녀는 지쳐갔다. 로라만 돌보는 게 아니라서 나는 더 지쳤다. 왜냐하면 로라와 함께 돌보던 환자는 헥터(라고 하자)인데 로라보다 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대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 환자는 deep sedation이 된 환자라 로라처럼 불안 증세 등을 보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으니까 예정된 대로 해주면 되었다. 


헥터의 문제는 1월부터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목숨을 간간이 연명하고 있는 처지인데 가족이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찾아오고, 목사인지 신부님인지 모를 차림의 동생이 기도하러 오고,,등등 로라와는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쌓여있어서 그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해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는 점. 더구나 묵주를 헥터의 손에 감겨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묵주는 신성한 물건이니까 간호사들이 아무도 그 묵주를 그의 손에서 빼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씻겨주면서 뺏다가 묵주가 감겨진 부분의 피부에 DTI (deep tissue injury)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는 점. 그래서 묵주를 침대맡에 놓아두었는데 그 다음날 가니까 또 그의 손에 감겨있더라는. 아무튼 그건 아주 작은 일이고 헥터의 진짜 문제는 그가 살아남을까? 그가 살아남는다면 얼마나?였다. 나는 그를 세 번 돌봤는데 돌볼 때마다, "제발 내가 당신을 돌보는 날 혈압이 뚝 떨어지고 맥박이 뚝뚝 떨어지고 그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였다. 


이렇게 두 환자들이 내 오리엔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내 독립과 함께 한 환자들이었다. 오늘 다시 일하러 가는데 나는 오늘도 그들을 돌보게 될까? 아마 로라는 아닐 거다. 어제 이미 다시 널싱홈으로 돌아가기로 조치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헥터는? 헥터는 너무 무거워서 두렵지만, 그래도 삼일을 돌본 사람이니 걱정은 안 된다. 다만 로라를 대신할 다른 환자를 돌볼 텐데,,,방금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간호사에게는 힘든 환자를 안 주는 관례(?)가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은 환자를 맡을 것 같긴 한데,,,그런데 그런 환자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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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3-09 0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환자실의 환자라면 어렵지 않은 환자도 다른 곳에서는 정말 힘든 환자겠죠. 그래도 그 중에 좀 쉬운(?) 환자를 맡게 되시길.오늘도 화이팅!!

라로 2021-03-09 18:15   좋아요 0 | URL
오늘 어려운 환자들 두명을 맡았어요. 그런데 경력 많은 사람들이 한명씩 맡기도 한 거에요. 너무 이상했는데 결국은 간호사가 너무 많다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가도 된다고 해서 제가 신청해서 방금 집에 왔어요. 밀린 숙제도 하고 그럴려고요. 어차피 내일, 아니 오늘 다시 일하러 가니까 좀 쉬려고요. 하루 건너서 일하는 건 힘드네요. 앞으로 아예 3일 내리 일하는 스케쥴을 잡아야겠어요. 암튼, 집에 왔습니다. (프님에게 괜히 조잘조잘 하게 되네요.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말대로 오늘은 라로님이 좀 편하기를요. 누구나 하는 간호사 일이겟지만 라로님 나이에 누구나 뛰어들진 않는 직종이겠죠. 하여 저는 태평양 건너서 소리칩니다. 라로님~~~~~힘내서요~~~~~^^

라로 2021-03-09 18: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누구나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저는 정말 머리가 나쁜지,,이 어려운 직업에 이제 뛰어들어서,,,평생 고생을 하려고 태어났나봐요.ㅋㅋㅋ
책님의 힘내라는 소리에 다시 추스려봅니다!! 고맙습니다!!^^

scott 2021-03-09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 ▁ ❀▂ 🌸▃❀ ▄ ▅❀ ▆🌸 홧팅 !!

라로 2021-03-09 18:17   좋아요 0 | URL
오!!! 오늘은 매화!!!! 감사합니다!!!! 스캇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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