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펀 홈 : 가족 희비극 (2019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선정작)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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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1년 Jennifer Weiner 라는 미국 작가가 『Good in Bed』라는 첫 자전적 소설을 냈는데 그때 그녀가 그녀의 엄마와 한 대화를 이렇게 회고한다.

제니퍼 엄마: 너의 책 제목이 뭐라고?

제니퍼: 『Good in Bed』에요.

제니퍼 엄마: 뭐? 『Good and Bad』?

제니퍼: 아니, 엄마 『Good in Bed』라고요.

제니퍼 엄마: 세상에! 제니, 너 (섹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은 거야? 

라고 했을 때만해도 엄마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영감 받은 소설을 쓸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제니퍼 와이너가 말하길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고 이혼한 후 10년 후에 그녀의 엄마는 다른 여자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의 자녀들에게 다른 여자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와 그녀의 형제, 자매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느낌은 아주 강한 야구 볼에 맞은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상상이 안 간다.

그녀의 엄마가 엄마의 수영코치와 사랑에 빠졌고 함께 산다고 했을 때 엄마의 나이가 54살이었다고 한다.

그 후에 그녀는 그녀 엄마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기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는데 제목은 『Mrs. Everything』이다.

이 책에는 레즈비언들이 섹스하는 장면이 소설의 초반부터 그려진다고 하는데, 

제니퍼 와이너는 그녀의 엄마가 절대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랐고,

이 책을 혹시 읽게 된다면 그녀와의 관계도 끝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각오를 하고서 썼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 책을 읽은 그녀의 레즈비언 엄마가 이렇게 말했단다.

"내 딸의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 같아!"라고.


나는 『펀 홈: 가족 희비극』을 읽을 때 바로 제니퍼 와이너의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이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커밍 아웃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자신의 부모가 게이나 레즈비언 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어떨까? 

또는 자신의 자녀가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든.

이 책의 주인공과 아버지, 또는 다른 가족에게 그들의 아버지가 사실은 게이이고

딸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한 개인으로서의 호모섹슈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한 가족에서 아버지는 게이이고 딸은 레즈비언이다.


내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한국에서 온 여학생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녀는 무척 조용한 성격이면서 수줍음이 많았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의 일이니 지금처럼 LGBTQ 사람들의 커밍아웃도 상대적으로 낯선 시대였다.

그녀는 어느 날 나에게 거의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너 호모섹슈얼이 뭔지 알아?"

나는 사실 잘 몰랐지만, 대강 아는 척을 했다.

그녀는 다시 거의 귓속말로,

"내가 들은 말인데 호모섹슈얼인 사람들의 귀 안의 생김새가 정상인 하고 다르데."

나는 너무 놀랐었다. 너무 놀라서 "설마"라든지 또는 "사실이야?" 이런 말도 못 했다. 너무 순진했던 시절 이야기다.

나는 그 말을 누구에게 언급한 적은 없지만, 늘 머릿속 어느 작은 서랍에 넣어 두었나 보다.


학교에서 "호모섹슈얼 사람들 간호"에 대해서 배울 때 

나는 교수님께 오랫동안 넣어 둔 서랍을 꺼내서 질문을 했다.

"교수님, 호모섹슈얼인 사람들의 귀의 구조가 헤테로섹슈얼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증명이 된 사실인가요?"

내가 그 질문을 했을 때 학생들이 다 웃었고 교수님도 웃었다.

교수님은 즉시 웃음을 거두시더니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귀의 구조에 대한 연구 발표는 없지만 뇌의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가 많이 있다고. 

하지만 그 뇌의 구조도 살아 있을 때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부검을 통해서 연구가 되었고 

부검된 사람들도 AIDS와 같은 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부검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고.

뇌의 구조가 다르다는 연구 이외에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유전적인 면은 뇌에 대한 연구에 비해 특별히 증명이 된 것은 없단다.

환경적인 면에서 호모섹슈얼을 증명하려고 한 연구도 있지만, 역시 달리 증명된 것은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간호사로서 호모섹슈얼 사람들을 혐오나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 한 후 같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여전히 호모섹슈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예전 직장 동료였던 D가 생각난다. 거의 모든 면에서 게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사람이어서 

직장에서 아무도 그가 게이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단 한 명, E라는 한국 사람 여직원이 눈치를 채서 나에게 얘기를 해줬다.

"언니, D가 아무래도 게이 같아요."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라고 물으니

"너무 예민하고, 웃을 때 안 어울리게 손을 가리고 웃고, 옷도 다른 남자들보다 신경을 쓰잖아요."

그랬는데, 어느 날 D가 나에게만 알려준다면서 자기가 게이라고 고백했다.

나는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너는 결혼도 했었고, 자녀도 둘이나 되잖아."라고 했더니

"그래, 나는 용기가 없어서 내 정체성을 오랫동안 숨기고 결혼을 했고 자녀도 낳았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내 정체성을 숨기고 살고 싶지 않았어."

그러면서 "내 정체성을 숨기고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거잖아. 그래서 아내에게 고백을 하고 이혼을 했지."

나는 아이들이 네가 게이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봤다.

"아이들은 나를 게이로 받아들이지 않아. 아이들은 나를 '아빠'로 받아들여."


이 책은 나나 제니퍼 와이너처럼 헤테로섹슈얼인 사람들은 호모섹슈얼인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니퍼의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그저 호모 섹슈얼은 이럴 것이라고 상상을 한다.

더구나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그 상상은 사실보다 더 자극적이고 현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이 책은 호모섹슈얼인 딸이 호모섹슈얼인 아버지에 대해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동지애를 느끼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내가 모르는 내용이 분명한 데도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아마도 작가가 그것을 비유의 형태로 잘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녀는 그리스 신화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의 비유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읽는 아버지, 또는 오스카 와일드의 책 아니면

이런 비유,

어찌 보면 개츠비의 손때조차 묻지 않은 새 책과 아버지의 닳고 닳은 헌책이 의미하는 바는 같다. 책 주인이 실제보다 허구를 더 좋아했다는 것이다. 

pg.91


현실의 자신을 인정하기 무서운 아버지는 어쩌면 더 허구에 빠져서 책을 읽고 또 읽고 했을 수도 있다.

이 책만큼 레즈비언 딸과 게이 아버지의 완벽한 것 같으면서 위태로운 현실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그녀는 아버지의 끝(죽음)이 자신의 시작(레즈비언으로의 커밍아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용기가 없어서 계속 자신이 호모인 것을 죽을 때까지 숨겼지만, 딸은 자신이 다른 것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빠른 커밍아웃을 한다.

그런데 그 시기가 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딸은 커밍아웃하고...허구보다 절묘하다.

더 정확히 쓰자면 아버지가 버텨 온 거짓의 끝이 내 진실의 시작이라고 해야겠다.

pg. 123


아버지와 딸은 서로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걸 아빠도 알고, 딸도 알고,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아는 것.


이 책을 통해서 레즈비언이든 게이든 둘 다 아닌 사람이든,

부모, 자식의 관계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성적 취향(?)이 어떤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

레즈비언이 아닌 내가, 만약 내가 레즈비언이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내 예전 직장 동료 D가 말했듯, 아이들은 자신을 게이 아빠가 아닌 그냥 아빠로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처럼.

그녀의 아버지도 자신의 현실과 싸우면서 때로는 현실에서 도피하기도 했지만 언제까지나 그녀에게는 게이 아버지가 아닌 그냥 아버지였다. 결국 아버지인 것이다. 

촐처: 나의 알라딘 모바일 앱 스크린 샷


이 책은 무수한 비유와 상징으로 범벅이 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비유와 상징이 적절하고도 정확하게 사용이 되었고,

이 책에 언급이 된 수많은 다른 책들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유부만두 님의 표현처럼 :우아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똑똑하고 훌륭한 책이다. 중간에 야한 부분이 조금 나온다. 그러니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알아서 하시길.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표현은 이 책을 표현하기에 너무 부족하고 그런 표현밖에 생각이 안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니 일독을 권한다.

뭐 상상력씩이나 끌어모을 필요가 있겠는가? 어쩌면 꾸밈은 처음에 위장이었더라도 철저하게 진짜를 모방하다 보면 결국...진짜가 되어 버리는 지도 모른다.- P66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뭉개는 것은 아버지의 주특기이기도 했으니까.- P71

희생은 어머니가 직감으로 이해한 하나의 원칙이었다.- P89

아버지의 죽음은 새로이 닥쳐온 참사가 아니었다. 기나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벌어진 ‘오랜 참사‘였다. - P89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 혹은 맞닿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설정일지라도 소설 속 인물에게 손을 뻗을 순 없지 않은가.-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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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4-17 23:17   좋아요 0 | URL
저 good in bed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저 이야기는 몰랐어요.
그건 그렇고 라로님 리뷰 좋아요! 읽고나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 라로님 리뷰를 읽고 정리되는 느낌!

라로 2020-04-18 01:37   좋아요 0 | URL
프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도 오늘은 막내가 켜논 알람 소리가 들려서 일찍 일어났어요.ㅠㅠ
good in bed 재밌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이에요. 첫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라구요. 읽고 싶은 책이 자꾸 늘어나네요. 한숨.
어쩄든 프님이 칭찬해주시니 이거 쓰고 삭제할까? 생각했는데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
그건 그렇고 소식좀 알려줘요. 가족들과 지내는 이야기 너무 궁금합니다요. 전화로 귀찮게 할까? 그런 생각도 한다구요. ㅎㅎㅎ

psyche 2020-04-18 02:16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하는 일은 하루종일 뒹굴면서 책 읽거나, 드라마 보는 거라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도 하나도 안 답답하고 소화도 잘 되는 것이 쿼런틴에 최적화된 체질이 아닌가 해요 ㅎㅎㅎ

라로 2020-04-18 05:1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다른 식구들은요?
저희집은 다들 뭔가를 만들고 뭐 그러는 것 같아요.
어디 못가게 하는 거 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죠?ㅎㅎ

유부만두 2020-04-18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무겁고 힘든 주제를 이렇듯 우아하고 솔직하게 풀어내다니! 중간중간 대담한 그림에 흡!하고 놀라면서 봤지만 정말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라로 2020-04-18 10:52   좋아요 1 | URL
저도 굉장히 즐거운 독서를 했어요.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더군요.
이 책 보고 저도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어제부터 이것저것 해보고 있어요!^^;;
우아하고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표현 참 좋네요. 그런 똑똑하고 훌륭한 책이지요!

라로 2020-04-18 11:07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 님의 표현이 좋아서 제 글에 ˝우아하고 솔직하게˝이 부분 인용했어요. 그리고 야한 부분도 언급했고요. (인용해도) 괜찮죠가 아니라 괜찮은가요??^^;;

유부만두 2020-04-21 17:02   좋아요 0 | URL
괜찮고말고요. ^^ 제가 뭐라고;;;;;
(아이고 황송하네요)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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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준 - 모모

(<사랑 없이는>에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p.120~122)


이 리뷰의 제목은 235페이지 작가의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김살로메 작가의 [라요하네의 우산]을 받아서 읽으며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는 그분의 솜씨에 당혹한 느낌마저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소설집을 읽으며 가끔은 자상한 언니같고, 때로는 허물없는 친구같고, 때에 따라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엄마 같지만 그분은 나와는 다른 실력의 뿌리가 깊은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살로메 작가의 창작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하며 다음엔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매일 직장인 일하듯 일천 글자 쓰기 한 것을 모아 산문집을 출간하셨다. 소설에서는 그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 산문은 내가 아는 익숙한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살로메 작가의 산문은 때로 시 같기도 하고 때로 소설 같기도 하고, 전문칼럼 같기도 해서 읽을수록 어렵고 작가의 깊이에 감동하게 되었다.


처음 나를 사로잡았던 문장은 단연 작가의 말 첫 두 문장이었다.

거의 매일 일천 글자 쓰기를 했다. 직장인 일하듯 썼다. 

과장은커녕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저 두 문장을 읽으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멍했다. 더구나 육백여 편에 이르렀을 때 자기 복제의 동어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이 두려워 일천 글자 쓰기를 중단했다는 것을 읽고 진중하고 거짓 없는 그녀가 떠올라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이 산문에는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문체가 간결하지만 그녀의 내면 풍경은 공감을 끌어낸다. 생각깊고, 누구에게든 최선을 다하며, 삶에 성실한 김 살로메 작가의 내면. 그런 척 하지 않은 진실한 내면.


리뷰를 쓰려고 다시 들춰보니 첫 번째 장의 제목과 같은 에세이 <봄비 또는 안개>에는 너무 좋아서 별표를 해놨다. 이 산문은 산문을 가장한 시처럼 읽혔다. 시처럼 읽혔다는 것은 한 폭의 그림이나 사진처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느끼게 하는 것. 바로 롤랑 바르트가 정의(?)한 푼크툼의 느낌인 것이다. 5부 5번째 산문 <사진에 대한 단상>에서 

[카메라 루시다]는 사진 읽기에 대한 그(롤랑 바르트)의 독창적인 시선이 담긴 책이다. 그 중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한 잔상이 떠나질 않는다. 누군가의 사진 한 컷은 객관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경험의 산물이다. 특정 사진에 대해 떠오르는 공통된 심상, 작가의 의도 등을 스투디움이라 한다면 구경꾼 개별자의 폐부를 찔러대는 정서적 감흥을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객관적이고 평면적이며, 대중적이고 이해되는 것이라면 후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입체적이며, 개별적이고 은밀해도 좋은 것이리라.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선 푼크툼은 심연의 창고에서 꺼내는 숨은그림찾기와 같다. 옛날 사진 한 장을 꺼냈을 때, 오롯한 나만의 내면 풍경이 떠오르는 상태가 푼크툼이라 할 수 있다. 

햇살 가득한 담벼락을 따라 번지던 웃음소리, 모래톱에서 내려다보던 사금파리 박힌 발등, 한 컷의 사진에서 우리는 따뜻한 듯 아린 푼크툼의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 p.234~235

저 사진은 작가가 보내준 이 책과 함께 받았다. 저 사진을 보낸 마음이 느껴져 이 사진을 보는데 코끝이 찡했다. 이 옛날 사진 한 장으로 오롯한 나만의 감정이 살아나듯 저 속에 있는 다른 이들도 그들만의 내면 풍경이 떠오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듯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 실린 80편의 산문은 각각 독자에게 홀연한 깨달음처럼 묘연하지만 번뜩이는 아우라, 모멘텀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푼크툼의 세계이다.


에세이집을 여럿 읽었지만 마지막에 전문가(?)의 해설을 넣은 건 참신한데 요청을 받은 문학평론가이면서 한동대학교 김윤규 교수의 해설에는 김 살로메 작가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내가 하고 싶은 말로 대신하고 싶다.


김살로메의 짧은 산문집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을 읽었다. 며칠이 걸렸다. 큰일 났다. (이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ㅎㅎㅎ) 그이는 나에게 이 글의 평론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면 좋을까. 그이는 알려진 소설가인데 산문집을 낸다. 그이는 자신의 무엇을 고백하려는 것일까. 산문이니까, 대놓고 고백하겠다고 했으니까, 그이는 자기 허리춤의 날선 단도를 살짝 보여주려는가. 혹시 검광을 못 보고 옷깃만 스치면 어쩌나. 낭패다. - P.273

멋지다. 그이는 이런 상태를 '이성보다 감성'이라고 했다. 수필은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 산책하는 오솔길이라고 했는데, 여인의 표정은 좀 새초롬해도 좋겠다. 그이의 산책길에 잔잔한 감성이 깔려 있으면 더욱 좋겠다. 더욱이 김살로메는 독자에게 같이 산책하자고 손을 잡아끈다. 우리도 공감하는 감성을 장착해야 될 모양이다. -p.274~275

이 단상들에는 지은이의 소망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막 소리 내어 욕구하지는 못하지만 그이는 분명히 남다른 감각과 체험을 가진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그이의 정서는 프랑스 어디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고원을 걷고 있다. 지은이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자기 내면에서 오는 고백은 세계와의 충돌을 인식하지만 조화로운 공존을 시도한다. 이 단상집은 그런 소망을 보여주는 쨍한 유리창이다. 

요청에 의해 그랬겠지만, 이제 김살로메의 글이 허리띠를 풀었으면 좋겠다. 이번 단상집으로는 그이가 저장한 모든 생각과 이야기를 다 풀어놓지 못했다. 풀어 놓으면 그이는 아마 자신의 소망과 성취를 관조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강한 소망에 관조가 더해지면 그이가 하려던 이야기가 거의 다 나올 것이다. 분량과 간격부터 일단 자유로와져야겠다. 그게 김살로메다.- p.285

 

열정적인 끈기의 힘에 대해 연구한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렇게 적는다.

연습은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특정 영역에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킨 다음에는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기술을 연습하고 숙달시켜야한다. (중략) 그릿은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관심이 무엇이든, 이미 얼마나 탁월한 수준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그릿의 전형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로맹 롤랑은 이렇게 말했다. 

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성실히 끈기 있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김살로메 작가는 그래서 그릿의 전형이며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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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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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7-04 19:10   좋아요 1 | URL
오 멋진 리뷰 쓰셨네요~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글이셔라^^
사진ㅎ 제 배가 은근 나와 보이는.
내일 잘 다녀 올게요.
언니의 빈자리 많이 느낄거예요.

라로 2018-07-06 12:54   좋아요 0 | URL
오~~~자기야말로 이런 칭찬을 해주니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아~~.^^
저 사진 자기는 정말 안 나왔어.ㅎㅎㅎㅎㅎ
우리가 찍은 단체 사진중 세실이 안 나온 사진이 없는데 저 사진이 유일한 듯?
카톡 사진 보니까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나도 보기 좋았어!!^^
2년후에 제주도에서 보자구!!

프레이야 2018-07-04 22:36   좋아요 1 | URL
책만큼이나 멋진 리뷰 읽다가 울컥해지는 건 뭐유. 저 사진까지 진짜 ㅠ 송정이었죠 5월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맞나 잘 모르겠지만 저기서 우리 용궁사까지 갔죠. 몇년도였죠? 사진 보니 보낸 분 마음도 라로 마음도 읽히고. 시간이 꽤 흘렀어요 그죠

라로 2018-07-06 12:57   좋아요 0 | URL
그랬어요~~~.!! 세실님에 이어 프야님의 이런 칭찬이라니~~~!!ㅠㅠ
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받고 저도 울컥했어요~~~~~!!!
소중했던 오공주와 보냈던 시간이....언제 또 그런 시간을 갖을 수 있겠죠!!^^
송정,,,,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사진을 찍은 우리는 기억이 났는데
어딘지는 도무지 기억이 안 났어요,,그래서 몇년도인지도 깜깜해요.
사진을 보내신 팜언니는 아시지 않을까요???
그래요,,,우리들의 좋았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리라 믿어요.^^

2018-07-0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7-06 14:25   좋아요 1 | URL
오! 멋진 책에, 멋진 리뷰에, 멋진 오공주 님들이라니...
이 리뷰와 댓글.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요.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라로 2018-07-11 13:27   좋아요 1 | URL
제가 남편과 여행을 하고 어제 돌아와서 이제야 답글을 달아요~~,
그런데 이렇게 과분한 댓글이라뇨~~.^^;
이런 댓글을 달아주시는 페크님도 아름답습니다!!^^

2018-07-07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8-07-07 09:36   좋아요 1 | URL
아웅, 사진 흐리기 전법
넘 감성적이에요
센스쟁이, 라로님~~

라로 2018-07-11 13:29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사진을 받고 많이 감동했어요.
언니가 저 사진을 보내시며 함께 보내시고 싶었던 메시지는 뭘까? 생각하면서요.ㅎㅎㅎㅎ
 
[eBook]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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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에 대한 좋을 평을 알라딘에서 많이 읽었지만, 책을 읽을 형편이 되지 않았는데 LAYLA 님의 리뷰를 읽고 꼭 읽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기회가 되어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고 나 자신에게 "너도 괜찮아!"라고 되뇌이며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나를 이 책으로 끌어들인 LAYLA 님의 리뷰 내용은 이렇다. 

서사보다 주인공들의 정서와 상처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서사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우리 흔한 인간들의 상처와 말 못하는 마음들을 자신만의 나직한 단어들로 조용히 조용히 레이스처럼 뜨는 것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 감정의 거미줄을 햇살에 비추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지난 4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엄마가 돌아가신 것이 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더 오래 사실 수 있는데 좀 더 빨리 돌아가신 것은 내 잘못이라는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의사의 선고를 들은 그 순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하나둘씩 기억이 나 더 괴로운 나의 미친 짓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닌 罵倒.


누구에게도 말할 수없는 나만의 감옥에서 나는 매일 앞만 보며 지쳐갔다. 과거와의 절교를 선언한 사람처럼 과거는 돌아보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만 붙들고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그런 내가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과거를 하나둘씩 꺼내보고 있었다.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작품들에서 희미해진 가족의 모습을, 친구들의 모습을,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단편들이 거의 회상이라는 형식으로 펼쳐지기 때문이 아닐까? 다 지나간 일을 담담히 이야기해주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을 하고, 아니 공감을 넘어 그 사람들의 신발을 내가 신은 것처럼 하나가 된 나.


소유가 쇼코를 집에 처음 데려온 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우리를 바라보며 웃던 엄마와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쇼코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저 멀리서 온 손님이라는 이유로 활짝 웃으며 반겨주던 그 모습이. 애정 표현에 서툴고 서로에게 웃어주는 일조차 어색해하던 가족이었기에 쇼코를 반갑게 맞이하던 할아버지와 엄마의 얼굴은 낮설고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다. p.9(eBook page)

내 남편 될 사람을 처음 집에 데리고 갔을 때, 우리 가족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우리 가족뿐 아니라 외국인을 처음 자신의 집에서 맞이하게 되는 거의 모든 한국 부모들의 반응이 쇼코의 엄마와 할아버지처럼 그렇지 않았을까? 그 외국인이 하루를 묵던 한 달을 지내던.


이렇듯 내가 더욱 최은영 작가의 소설들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한국인이 등장하거나 한국인의 외국에서의 생활이 배경을 이루기 때문인 것도 이유가 있다. 지금은 그런 시절이 다 지나갔지만, 나 역시 <씬짜오, 씬짜오>에서 처음 투이네 집을 방문했을 때 투이네 식구가 반갑게 맞아주던 일, 화자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처럼 나도 내 친구 미찌오와 마사애가 우리 부부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라고 남편이 좋아하는 일본 냉면을 해가지고 와서 파티를 했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흉내 내려고 해도 흉내 낼 수 없는 순수한 기쁨의 순간들.

독일에서의 일은 이제 뿌연 유리창으로 보는 바깥 풍경처럼 희미하다. 그런데도 처음 투이네 집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투이네 식구 모두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던 일. 그 환대에 기뻐하던 엄마의 모습. 어떤 조건도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따뜻한 기분과 우리 두 식구가 같은 공간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던 공기를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진다. p. 87

<씬짜오, 씬짜오>의 화자는 열세 살의 자신을 기억한다.

나는 예쁘지도 않았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하나없는 열세 살짜리 여자애였다. 중략. 존재감이 없는 아이들이 보통 그렇듯 어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컸다. p. 99

내 13살의 모습을 작가가 보고 글을 쓴 것 같은. 그 부분 뿐이 아니다. 나는 최은영 작가의 글을 읽으며 가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p.118

<쇼코의 미소>에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간들의 상처와 말 못 하는 마음들이 담담하게 서술된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누구를 미워하지도 않고, 그냥 받아들이며 이어지기 때문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타인의 고통 앞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고통에는 미움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녀의 인물들은 상처받지 않은 인물이 없고, 한 번의 상처로 끝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있기 때문에.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고 나서도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던 이모의 모습을.

엄마는 이모를 사랑했다.  p.125

그렇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소설처럼 모두가 세월호에 연루되거나, 베트남 전쟁에서 가족을 잃거나, 5.18 민주화 운동에 죽임을 당한 가족이 있거나,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죽을병에 걸린 가족과 사는 것은 아니더라도.

엄마가 이모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사실은 이모를 아프게 했지만 그만큼이나 엄마 역시 오래도록 아프게 했다. 지금도 엄마는 엄마가 어떻게 순애 이모를 저버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이 상상할수조차 없는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엄마는 생각한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이십대 초반에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므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p.145-146

작가의 말에 최은영 작가는 이렇게 쓴다.

십대와 이심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것에 대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 데려가서 그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기를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중략.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p.371-372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조차 내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 같다. 아니 그녀가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는 대상이 나라는 아이인 것 같았다. 내가 간호사가 되기로 한 계기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하나는 내 자신이 되고 싶었고,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서이다. 아래의 비디오는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만든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를 보면서 소리를 내지 않지만 조용히 개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어떤 의견이나 주장도 없는 것이 최은영 작가의 소설과 닮았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자신만의 고통이 있고, 스토리가 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이 소설을 다 읽었다고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 세상에는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 부끄러움, 분노, 좌절, 미움,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가진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그래서 눈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면 상처 입고, 어리숙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당신이 다정히 웃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최은영 작가. 흘릴 필요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작가의 글로 더 앞당겨 오면 좋겠다. 왜냐하면, 소설이란 결국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니까. 이런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나 또한, 당신 또한 점점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나 당신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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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1-31 05:56   좋아요 0 | URL
저 원래 책 휘리릭 읽어버리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단편 한개씩 천천히 아껴가면서 읽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랐던 느낌을 라로님이 잘 표현해주셔서 기분이 뭉클해요.

라로 2018-01-31 10:02   좋아요 0 | URL
저도요. 사실 저는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인데도 이 소설은 소설같지 않고 실화 같더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분이 뭉클해요.
 
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고마워 영화』는 영화 이야기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본 영화 위주로 읽다가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봤던 영화의 감상을 확인하기 위해 읽던, 읽지 않은 영화를 찾아서 읽던, 아니면 처음부터 읽던, 그것도 아니면 제목이 마음에 드는 영화부터 읽던 읽는 내내 이 책은 친절하면서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 준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의 저자 목수정이 추천했다는 <어웨이 위 고 Away We Go>는 가장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배혜경 작가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서른세 살에 둘째를 낳았다는 것으로 그녀의 글은 시작이 된다. 여자라는 동지감에서 시작이 되었는지 나는 이 글에 푹 빠져버렸다. 52페이지에 그녀는 이렇게 쓴다.

그 일은(아마도 육아?) 적지 않은 것을 보류하고 양보해야 됨을 전제했다. 당시 아이와 관련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을 먼저 했다기 보다 나의 분신이자 변종이 괘씸한 짓을 하며 내게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못하고 감당해야함을 의미했다. 누구에게  그 일의 어려움을 내세우고 공치사할 것인가.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투정이라도 부릴 데가 어디 있나. 인내심을 강요하고 약한 비위도 단련시키고 단잠을 빼앗고 나의 날개를 꺾어 앉히는 그 맑은 눈망울에서 때론 생존을 위한 순수한 악의를 보고,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반복되는 단순작업들이 점점 내 머릿속을 텅 비워나갈 때쯤이면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에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치고 올라왔다. 영화 속 베로나처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내가 마련하고 최상의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p. 52

나도 그랬다. 나는 첫아이를 낳고 몇 시간 후 아기에게 처음으로 젖을 물리는데 아이가 너무 힘차게 빨아서 두려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 역시 베로나처럼 아이에게 최상의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마도 아이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이 책의 곳곳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그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왔고, 또 앞으로 갈 것이다. 그 길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사실 죽음에 대해서 그녀는 많은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러는 것이 마땅하다고. 


누가 나에게 준 선물인지도 모르는 나를 보면 누구도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것 같은데,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man>에서 그녀는 영화를 본 후 바로 이 Searching for Sugarman 음반을 주문하고 몇 사람에게 선물도 했다고 나오는데, 나는 그녀에게 시디를 받은 그 몇 사람 중 한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이 영화를 찾아 본 계기는 그녀의 글을 읽고 찾아봤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선물 받은 시디에 대한 내 기억에 자신감이 없는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Sandrevan Lullaby - Rodriguez


이 곡은 엔딩장면에 흐르는 노래이며 이 앨범의 열 번째 곡이다. 그녀가 귀엽게 표현한 대로 "강남스타일이 아닌 로드리게즈 스타일이다." (p. 296) 이 글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났는데, 오랫동안 말라 있던 내 감성이『고마워 영화』를 읽으면서 막 분출하는 것 같다, 이렇게 선물로 받은 슈가맨의 시디도 생각나는 것을 보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읽다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글이 나온다.

오래 전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신 어른이 생각난다. 갑자기 쓰러져 무지개다리를 건너셨지만 평소 늘 하던 말씀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저 세상 가길 원하셨단다. 글도 이름도 사진 같은 것들도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무영한 것들임을 간파하셨겠지. 바람을 보여주는 깃발처럼, 그분을 보여주는 내 기억의 깃발은 한두 개 영상으로 가슴에 꽂혀 있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도 전, 결혼이라는 외롭고 무서웠던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고 있던 내게 따뜻하게 차려주신 한 번의 밥상과 몸을 찢고 아이를 낳은 내게 내밀어주신 마음 같은 것으로. 타인에 대한 그런 기억 한자락이면 삶이 견딜 만한 것이 될까. 섣부른 희망은 아닐까. p. 161-162

타인에 대한 그런 기억 한자락이면 삶이 견딜 만한 것이다. 누가 나에게 슈가맨 시디를 줬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팍 기억이 나기도 하고, 슈가맨의 음악을 들으면서 선물을 한 사람뿐 아니라 좋은 것을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남아있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니까. 인생은 결국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니까. 그러니 선물을 받은 나보다 선물을 준 사람이 기억을 잘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유효기간 없는 감동과 고마움에 대한 것은 순전히 받은 사람의 몫이다.


나는 나름 작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커다란 빙산이었다! 그녀는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한 것인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책을 쓰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의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쓰려면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한 것인가요?" 라고 그런 사람에게 묻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영화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원작 이야기는 기본이고, 영화와 관련된다고 생각하는 책, 음악, 사진이야기 등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사진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영화<클로져 Closer>에서 안나가 들이대는 라이카 M6를 한눈에 알아본다. 나도 그 영화를 감명 깊게 봤지만, 그런 것은 눈 밖이었는데 정말 그녀가 얼마나 섬세하게 영화를 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면서 그녀의 글에 대한 신뢰감이 저절로 생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안나가 찍은 가장 멋진 클로즈업 초상사진은 댄의 연인 앨리스의 슬픈 얼굴이다. 처음 만난 낯선 여자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 안나는 그녀의 심리에 댄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가 있다. 그녀가 들이대는 라이카 M6 삼각대 위에 세운 사진기 하셀브라드보다 피사체를 향한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해주자면 그보다는 심리적 거리의 근접함을 상징하기 위한 도구로 놓칠 수 없다. p.99


안나가 영화에서 사용한 카메라가 블랙 M6인지 실버 M6인지는 책에서 확인이 되지 않지만, 심리적인 도구로 놓칠 수 없다는 카메라는 나는 그저 카메라인가보다 했는데 배혜경 작가는 이렇게 그 종류까지 꿰고 있다. 아무리 그 카메라가 집에 있다고 해도.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이 책에서 여러 사진작가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고 사진에 대한 자기 생각을 필력 하기도 한다. 사진과 영화는 어쩌면 한 지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이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한 편의 글로 어찌 이 책의 리뷰를 마칠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녀의『고마워 영화』에 실린 글을 종종 내 글에 인용할 것 같다. 


한가지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사람들은 인디 영화나 예술영화보다(같은 종류인가?) 인기가 많은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들의 취향에 맞춰서, 특별히 아이들의, 나 역시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이다. 그녀가 애니메이션을 봤는지 모르지만, 다음 책에는 애니메이션도 한 두편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식상한 말이되겠지만 그녀의 건투를 빈다. 내년에는 52편의 영화가 실린『고마워 영화-II』그 다음 해에는 53편의 영화가 실린 『고마워 영화-III』이렇게 매년 출판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완전 내 욕심이고, 隔年으로라도 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더 배혜경 작가가 우리나라 영화에세이 작가로 우뚝 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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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7-12-27 00:49   좋아요 0 | URL
라로 님 진심어린 리뷰를 따라가다가 눈시울이 붉어져요. 지난날들이 헛된 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된 것 같아요. 참 많은 일들이 가로수길을 걷는 듯 스쳐가요. 우리의 힘들었거나 즐거웠거나 아쉬웠던 그 모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라로 님이 준 물질 이상의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저 CD는 내가 보낸 게 맞아요.ㅎㅎ 서로들 부담없이 주고 받았던 도서나 음반 같은 것들이 오래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어요. 공감해줘서 응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삶에도 무한응원 보냅니다.

라로 2017-12-27 14:13   좋아요 1 | URL
그죠!! 우리들의 추억이 곳곳에 남아 있더군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결코 잃고 싶지 않다고 결심(?) 하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사실 되돌아보니 제가 프야님께 받은 게 너무 많은 거에요!!! 정말 늘 고마와요!!! 속이 깊어서 말은 안하고 답답했던 시간도 있었을텐데 많이 인내해 줘서 미안하고 고마운,,,,사랑해요~~~이미 멋진 에세이스트이지만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늘 응원할께요!!!! 우리 멋지게 젊게 아름답게 늙어갑시다!!!❤️
 
기싱의 고백 -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조지 기싱 지음, 이상옥 옮김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기싱의 고백]을 읽다보면 내가 하고 싶거나 생각하는 바를 얘기하고 있어서 계속 밑줄을 긋게 된다. 바로 이런 부분도 그 중 하나.

˝ 체험이라는 이름의 매질을 당하지 않고도 분별력을 갖추게 된 사람들을 나는 얼마나 부러워하는가(저는 정말 그렇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있는 듯하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삶의 여러 가능성 속에서 이해득실만 냉혹하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요,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안전하게 다져진 길을 걸으면서 한번쯤 대담하게 그 길을 벗어나 볼 만큼의 상상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한 노력형의 바보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말하는 사람은 명석하고 도량이 넓은 사람들로서 늘 상식을 따르는 듯하고, 삶의 단계를 꾸준히 거쳐 나가면서 늘 올바르고 분별 있게 행동하고, 변덕 부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나아가면서도 남의 존경을 받고,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보다 오히려 남을 도우며 살고, 또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늘 착하고 신중하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나는 참으로 부러워한다. ˝ p. 237

기싱이 부러워 하는 사람이 너무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사람 진짜 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은

˝나 같은 경우는 돈 없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이런저런 어리석은 짓들을 모조리 저질러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 237

나 같은 경우는 돈을 떠나서(기싱은 촉망받던 장래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난 후부터 매우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한심하고, 바보같고, 더구나 아이큐도 낮고 해서, 이런저런 어리석은 짓을 모조리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리석은 짓을 많이 저질렀다. (고백타임)

이 책이 기싱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보니,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이 많이 나온다. 더구나 이 책에서 주인공은 50대.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53세로 나왔다. 그래서 그런가? 괜한 공감대도 느껴진다. 물론 기싱은 이 책에서 50대를 곧 죽을 노인네처럼 서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젊은 시절을 뒤돌아보며 그 시절에 대한 회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좀 더 많고, 적고의 차이겠지.


사실 휴가에 가져오기는 좀 무거운 책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책이 너무 재밌다.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영국인에 대한 자랑이나 뭐 그런 거 나올때만 잘 참고 넘기면 이만한 책 찾기도 쉽지 않은 듯. 어느새 가을편을 읽게 되었다. 괜히 나도 기싱따라 쓸쓸해진다.

*바다위에 조각나는 은빛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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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8-09 21:37   좋아요 0 | URL
『기싱의 고백』은 다른 책 속에서 가끔 제목만 봤던 책인데, 이렇게 작가의 사정과 책 속 내용까지 자세히 접해 보는 건 첨이네요. 라로 님께서 재미있게 읽고 계시니 저도 기회가 닿으면 꼭 읽어 보고 싶네요.^^

라로 2017-08-10 14:15   좋아요 0 | URL
기싱의 고백은 이상옥 선생이 기싱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다고 제목을 바꾼거에요. 이제는 절판이네요. 참 좋은 책인데 판매량이 적어서 그렇게 되었겠지요? 오렌 님이 읽고 자세한 리뷰를 올려주시면 이 불우했던 기싱의 영혼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원제목은 [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입니다. 변역가도 이 책이 ˝ 원숙한 영혼만이 거둘 수 있는 내밀한 정신적 여정에 대한 기록들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기록들은 미려하고 우아하며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어-우리말로 번역될 때 얼마나 충실히 옮겨질 수 있을까 두렵기만 하다-로 씌어 있기 때문에 내용상의 감동과는 별도로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몇몇 약점들은 쉽게 묻혀버리지 않을까 싶다.˝
저는 아직 고전 영어를 읽을 수준이 안되어 원서로 읽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일단 번역서로. ㅎㅎㅎㅎ 죽기 전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