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에는 여전히 충청도 사투리와 어려운 한자가 많이 나오지만 (이북 사투리도!), 18쪽 옹점이의 등장부터 재밌다. 그래서 간혹 사전을 찾아가며 읽고는 있지만, 어느새 [녹수청산]편을 읽고 있다. 
















[일락서산]도 재밌고 - 저자의 얘기라서 그런가 더 애정이 가고요- 짧은 [화무십일]은 소설보다 더 끔찍한 가정사가 그려진다. 그 속에서도 이문구 샘의 유머 같지 않은 유머 덕분에 가끔 웃기도 했지만, 정말 끔찍한 얘기였다. 하아~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처음 영어책을 읽기로 마음먹고 도전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한 문장을 읽어나가려고 하니까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와서 포기하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남편이가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면서 읽어보라고 해 준 다음부터 영어책 읽기가 좀 수월해졌던 기억. 이 <관촌수필>은 그 정도로 막막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어로 쓰여 있으니까. ^^;; 하지만, 역시 모르는 사투리나 한자어는 어려웠는데 어느 정도 사전을 뒤지며 읽어가다 보니 이제는 뜻이 지레 짐작되어 최근에 찾은 단어인 '신칙'이후로는 찾은 단어 없이 계속 줄줄 읽고 있다.(뿌듯!)


아! 그런데 이 책이 왜 교양서로 선택이 되고, 박찬욱 감독이니, 소설가 김훈, 황석영, 미술평론가 유흥준 (다 남자들이지만;;;) 등등의 분들이 왜 어째서 추천서로 꼽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는 깊은 사귐이나 잦은 만남이 없어도 순수한 친근감과 신뢰감으로 자리 잡는 관계가 있다." (내 마음의 무늬, p.221)는 오정희 선생님의 표현처럼 이문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분의 순수하고, 진실된, 그런 인간다움과 문학에 대한 태도가 느껴져서 더 그런 것이 아닐지. 이제 겨우 절반을 향해 가는 독서이지만, 중간에 이렇게 한 마디 하고 싶어서 페이퍼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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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20 1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설마 아프신건 아니죠?
오늘 여긴 부슬부슬 하루종일 비내려요. 온라인수업한다고 교실에 혼자 앉아 창문 열어놓고 있으니 약간 멜랑꼴리.... ㅎㅎ
그냥 안부 인사차 들렀어요. 잘 지내시고 또 멋진 글과 소식으로 돌아오세요. ^^

라로 2021-06-21 15:51   좋아요 3 | URL
딱 한 달 전에 달아주신 댓글이네요!!! 이제야 답글 달게 되어 죄송합니다. 많이 바빴어요. 그리고 지금도 바쁘고요. ^^;;
여긴 지난 주 폭염을 기록했어요. 화씨로 100여도가 넘는 하루가 계속 되었지요,,,몸과 마음이 더 지치더군요. 그래도 마음이 허할 때 알라딘만한 곳이 없네요.^^;; 이렇게 인사 남겨주셔서 넘 감동+감사합니다.

scott 2021-05-20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보구싶어서 들락날락! 오월의 캘리포니아에서 건강하신지 공부와 병원일로 넘 바쁘신건가 ,,,

라로 2021-06-21 15:53   좋아요 3 | URL
저도 스캇님 보고 싶었어요!!! 병원과 학교 일, 가정일까지 정말 정신이 없네요. 그동안 알라딘에서 노느라 좀 소홀히 했더니 벌을 받는 것처럼 할 일이 쌓여서요. ^^;;; 이제는 좀 정신 차려서 지혜롭게 알라딘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성격상 좀 쉽지는 않겠지만요. ^^;;;

mini74 2021-05-20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마음이군요. 라로님 오갱끼데스카!!!!아 비대신 눈이 오면 딱인데 ㅎㅎ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잘 계실거라 믿어요. 그리고 어느 날 멋진 모습으로 뿅 하고 나타나실거짆아요 *^^*

라로 2021-06-21 15:55   좋아요 3 | URL
저 겨우 한 달정도 서재 비웠는데 엄청 오래 비운 듯한 느낌적 느낌!!!^^;; 이렇게 찾아주셔서 넘 감동이에요,,, 미니님도 오갱끼데스카??? 짧은 시간에도 사람 사이는 이렇게 깊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미니님이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5-2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1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6-2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컴백이신건가요 *^^* 정말 정말 반가워요 *^^*

새파랑 2021-06-2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한달이군요. 시간이 정말 빠른거 같아요 ㅜㅜ
 

오정희 선생님의 <내 마음의 무늬>를 다 읽고 어쩐지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그분이 대신 멋지게 해주시는 것 같은 느낌. 아~~~ 또 필사하고 싶은 책이 늘었구나!! 르 귄 여사가 오정희 선생님처럼 솔직하지만 거침이 없는 반면 오정희 선생님은 솔직한 것이 계속 필터에 필터를 거쳐 더 깊숙이 더 순수하게 바라보게 해주시는 것 같다. 겸손이라고 말하기에 내 표현 능력의 한계가 한심스럽지만....


이 좋은 책이 왜 품절일까? 왜 중고에서는 저렇게 헐값에 판매가 되고 있는지 울분이 생겼다. 여기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쓰시기 위해서 살을 깎는, 피를 철철 흘리는 나날을 보내셨을 텐데, 이렇게 취급 되어서는 안 되는 책인데,,, 중고로 나와 있는 모든 책을 내가 다 거두어들이고 싶은 심정만 불끈거린다.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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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4-23 0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합니다!

라로 2021-04-24 04:18   좋아요 0 | URL
프님 이런 책 잘 안 읽으시는 것 같던데,,, 마음에 드시길!^^

blanca 2021-04-23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저 오정희 작가 진짜 좋아하는데 산문집은 미처 몰랐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라로 2021-04-24 04:1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도 오정희 작가 좋아하시는 군요!! 저는 이 책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오래 잡고 있었나봐요. ^^ 좋아하실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4-23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쓰는 작가죠.

라로 2021-04-24 05:14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푹 쉬셨나요?? ^^ 정말 너무 잘 쓰시네요!!

파이버 2021-04-24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수필집 너무 좋아해서 연달아 두 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라로 2021-04-25 22:51   좋아요 1 | URL
연달아 두 번이나 읽고 싶은 책이죠!! 저는 다음에 필사를 해볼까 해요.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얼마나 잘 쓰시는지,,,반했어요. ^^
 

하늘의 뜻을 알 나이도 되었으니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 소비를 자제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요. 늘 반성하면서도 결과는 사 모으고 있는 자신을 발견. 특히 필기구.


그중 만년필과 잉크!!

더불어 만년필이 사각사각 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종이!!


오늘 일하러 가는 날인데 또 대기하라는 전화를 받아서 이따 9시 15분에 병원에 전화해보고 오라고 하면 11시까지 가고, 아니면 걍 놀아도 되는 날. 사무실에 앉아서 서랍을 열어보니 잉크가 꽤 많다. 더구나 새로 도착한 미니 잉크 세트까지!! 집에도 몽블랑 잉크랑 몇 개 더 있는데 사무실에 가져다 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쁜 잉크들을 꺼내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어떤 잉크들을 갖고 있는지 늘어놔 봤다.


오늘쪽 맨 아래 아이들은 미니 잉크들. 15ml짜리들. syo-ro 색도 도착했다.

그래서 약속대로 글을 써봤다. 



그리고 노란색과 검정색의 세일러 만년필도 도착했다. 넘 이쁨.

그러고 보니 나는 노란색과 검정색 콤비 좋아한다는 글도 예전에 올렸는데 찾아봐야겠다.


이건 먼저 산 아이보리와 검정 콤비인데 우리 사무실 앞에 주차되어 있는 아이보리와 검정 콤비의 차 발견! 둘 다 같은 색인데 조명 때문에 다른 색으로 보인다. 만년필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차는 태양광 아래서.


방금 9시 15분이 되어 이 글을 작성하다 말고 병원에 전화했더니 와도 되고 안 와도 된다고 해서 안 가겠다고 했다. 월급은 줄겠지만, 만년필로 신나게 필사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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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1 14: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히용~ 일 안 가고 신나게 필사, 쉐킷쉐킷💃

라로 2021-04-21 15:10   좋아요 3 | URL
필사필사~~~!!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4-21 15: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
남편이 만년필 수집이 취미라^^
저도 얻어 쓰기도 하고...
잉크도 관심이 많아요
반갑네요
최근에 제이슨 로건의 <잉크만들기>라는 책 읽고 있는중이예요
자연에서 색을 찾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라로 2021-04-21 22:13   좋아요 4 | URL
오오 제이슨 로건의 <잉크만들기>라는 책 검색 합니다!!^^
남편분이 만년필 수집!! 저는 수집에는 낄 수 없고, 걍 제가 좋아하는
작은 만년필들 아마 10자루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버렸어요. 지금은 후회하는 중;;)
제가 가지고 있는 노랑이랑 아이보리랑 거기에 오렌지 색이 있는데
그것이 이 디자인의 시리즈에요. 언젠가 오렌지도,,,이러고 있습니다요.ㅋㅋ
그리고 저는 잉크를 많이 산 건 잉크병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잉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잉크 색을 만들어 쓰는 거 좋아해서 저렇게 갖고 있어요.
오늘도 참지 못하고 하얀색 잉크 샀어요,,연분홍하고 연두 만들어 쓰고 싶어서요. ㅠㅠ
아무래도 병이죠.흑

미미 2021-04-21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사야지 사야지 하는 중인데 일단은 빨간색으로 사보고 싶어요. 근데 노랑이도 깜찍하네요ㅋㅋㅋㅋ

라로 2021-04-21 22:15   좋아요 3 | URL
저도 언젠가 빨간색 겟하고 싶어요. 일단은 오렌지 먼저,,,재네들이 같은 시리즈로 3가지가 나와있거든요.
아이보리, 노랑이, 그리고 오렌지. 오렌지도 간지나요.
그다음엔 미미님처럼 빨간색을,,,아니야,,,이러면 안 되는데,,ㅠㅠ

새파랑 2021-04-21 17: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전 멋진 글씨네요. 글씨 예쁜사람 완전 부럽다는 ㅎㅎ 글꼴로 출시하셔도 될듯~!!

라로 2021-04-21 22:15   좋아요 3 | URL
저는 글씨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감솨합니다!!! 새파랑님은 정말 칭찬을 기분좋게 잘 하신다니까요!!!^^

mini74 2021-04-21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씨도 예쁘고 만년필도 예쁘고 *^^* 잉크 쏟아서 엄마한테 등짝 맞던 생각도 나네요 ㅎㅎ

라로 2021-04-21 22:17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ㅎㅎ미니님은 늘 재밌는 이야기 거리가 있어요!!ㅋㅋ
저는 잉크말고 먹! 붓글씨 쓰다가 먹을 이쁜 원피스에 쏟아서(아마 초딩 3?) 엄청 울던 생각이 나요.ㅋㅋㅋ

mini74 2021-04-21 22:33   좋아요 2 | URL
저는 제 뒤에 앉은 애가 먹을 쏟았는데 하필 의자에 걸어놓은 제 가방으로 ㅠㅠㅠ 얼룩가방 들고다니며 우울해했지요 ㅎㅎ

라로 2021-04-21 22:53   좋아요 1 | URL
미니님이 쏟은 것도 아니네요!! 억울하셨겠다.ㅋㅋㅋ

애쉬 2021-04-21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년필로 쓰면 저렇게 예쁜 글씨가 나오는 건가요?? 제가 써도요???

라로 2021-04-21 22:24   좋아요 4 | URL
아이고 무슨 이런 과분한 말씀을!! 만년필로 글을 쓰면 느낌이 달라서 누구나 더 잘 쓸 것이라고 이 소녀, 아닌 아줌마,,아니다 거의 할머니 외칩미다~~~!!^^;;

읽자나 2021-04-22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눈에 띄네요~~만년필도 이쁘고 스사삭 써보고 싶네요

라로 2021-04-22 23:53   좋아요 1 | URL
진짜 만년필로 쓰면 느껴지는 그 스사삭, 사각사각,,,그 느낌 넘 좋지 않아요???ㅎㅎㅎ
 

해든이가 꼼지락거리며 만화를 그렸는데 이제 사춘기가 되면서 그림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아까 저녁 먹으면서 아빠에게 "손 그리는 거 알려주세요."라고 한다. 남편이 해든이에게 그럼 줄이 쳐 있지 않은 노트를 가져오라고 하니까 해든이가 찾다가 옛날에 내가 쓰다만 (보통으로 일기장 시작하면 오래 못 가는 일인이었음.ㅠㅠ) 몰스킨 일기장을 가져왔;;;


다른 공책을 찾아봐도 줄 친 노트는 많은데 줄 안 친 노트는 별로 없어서 결국 내가 쓴 일기 부분을 다 찢었;;;


남편이 그 위에 해든이가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을 그리고 써 준다. 이렇게.

뒷장도 있는데 안 찍었음.


가만히 보고 있던 내가, "왜 손 설명만 해줘?" 하니까 

다른 부분도 그리고 싶으면 물어보겠지. 물어보면 그때 해주면 돼. 안 물어보면 그만이고.


나라면 아이가 하나 물어보면 신나서 10개가 넘게 해줄 텐데,,,라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래서 아이들을 자주 질리게 하는 엄마였던 것 같다. 지레 겁먹고 포기하게 하는 엄마. 하지만 남편은 또 너무 얄짤없는 아빠 같으다. 하나 물어보면 두 개는 해주면 안 되나?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보니 내 방식보다 남편의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었다는. 밥을 먹일 때도 마찬가지. 나는 배가 터지도록 먹이는데 남편은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만큼만 먹이고 안 먹으면 그만. 나는 안 먹으면 한 수저만 더 먹으라며 막 떠먹이는. 한 수저마저 먹여야 엄마로서 내 책임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 아이들을 그렇게 처묵처묵하게 했던 것 같다.


지난번 해든이와 우리 부부가 카탈리나 섬에 놀러 갔을 때다. 집으로 돌아오는 배를 타러 갈 때 짐이 많으니까 남편은 짐과 함께 우리를 선착장 앞에 내려주고 차를 다시 집에 주차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러면서 해든이에게 큰 트렁크를 책임지고 가지고 줄을 서라고 당부했다. 내가 들어도 되는데 어려도 남자라고 시키는 것인지.. 암튼, 그런데 이 트렁크가 예쁜 트렁크이긴 하지만 겉이 딱딱한 재질로 되어 있고 바퀴가 동서남북으로만 가지 부드럽게 회전이 안 되는 트렁크였다. 해든이가 트렁크를 끌고 가는데 그 위에 있는 더플백이 자꾸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안쓰러웠던 나는 해든이에게 엄마가 들 테니까 내가 드는 짐과 바꿔 들자고 했더니, 얼굴이 시뻘게 지면서 아니라고 하면서 더 빨리 가려고 용을 쓰는데 더플백은 자꾸 떨어지려고 하고,,나는 계속 엄마 달라고 하고,, 해든이가 사람들이 많으니까 막 참으면서 아니라고 하면서 더 빨리 가려고 하고. 결국 해든이가 떨어지는 더플백을 계속 올리면서 줄에 먼저 닿았다. 나는 해든이 옆으로 가서, "엄마 달라니까 왜 그랬어?" 그러니 이 녀석 도리어 나한테 화를 내면서, "내가 끝까지 할 건데 엄마 왜 자꾸 달라고 해?"라며 씩씩거린다. 해든이 씩씩거리는 거 첨 봄. 워낙 다정다정한 아이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나대로 막 서운해서 남편이 차를 주차하고 왔을 때 일렀다. 그랬더니 남편 왈, "그럴 땐 혼자 figure out 하게 놔두는 거야. 재도 이제는 사춘기야. 애기가 아니라고."


어쨌든, 해든이 교육(?)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내가 뭘 알겠냐마는, 이제는 더 이상 아기아기는 아니라는 사실은 알겠다. 그 아기아기가 아닌 소년이 그림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어 해서 아빠에게 물어보고, 엄마가 좋아하는 오케스트라를 그만두지 않으려고 8학년에는 가장 먼저 시작하는 (7시 10분인가? 수업 시작) 조각 수업도 하기로 했단다. 오케스트라 안 하면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이 엄마 때문에 오케스트라도 하고 조각 수업도 듣고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듣고 좀 감동했다. 아이가 6시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된다는 얘기지만,,,,이 엄마도 오케스트라 포기 못해. 미안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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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19 2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해든이 사려깊고 엄마 생각할 줄도 알고, 상남자기도 하네요 ! 엄지척 !! 저희애도 오케스트라 계속하길 바랐는데 ㅠㅠ 자기에겐 메탈과 재즈? 의 피가 흐른다면서 베이스기타에 온 몸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ㅎㅎ

라로 2021-04-20 01:22   좋아요 1 | URL
미니님 아드님은 어떤 악기 사용했나요?? 저는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만큼은 절대 양보 안 해서 아드님과 똑같은 말을 했던 저희 엔군은 스스로 기타와 드럼을 배웠다는요. ^^;;; 엔군은 첼로를 했는데 오케스트라 졸업하고 손도 안 대고 있네요.ㅠㅠ

mini74 2021-04-20 08:59   좋아요 1 | URL
저희 애는 바이올린.성인꺼로 바꾸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스기타로 ㅠㅠ 바이올린이 아까워서 제거 배워볼까 잠시 생각도 했지요 ㅎㅎ

라로 2021-04-21 15:32   좋아요 2 | URL
바이올린이 사실 힘든 악기잖아요,,, 베이스키타가 맞는 사람이라면 바이올린 하기 힘들었겠어요,,너무 예민한 악기라. 저희 엔군의 첼로는 님처럼 저도 제가 그 악기로 배우다가 미국와서는 다시 손 놓고 있어요. 다시 해보고 싶은데,, 너무 하는 게 많;;;; 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 같이 아이들의 악기로 다시 해 볼까용??ㅋㅋ

붕붕툐툐 2021-04-19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 분이 뭐하시는 분이기에 저런 강의를 해주실 수 있는 거죠? 넘나 멋지심다~~

라로 2021-04-20 01:23   좋아요 1 | URL
강의도 아니고 멋진 정돈 아닌데 우리 툐툐님 좋게 봐주시는 착한 눈을 갖고 계셔서 그러신 줄 아뢰오~~~!!😍😘

psyche 2021-04-20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남편분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아이들이 하도록 두는 편인데.... 이게 늦둥이한테는 잘 안 되더라고요. 사실 덩치는 곰만한 녀석인데 엄마 눈에는 자꾸 아기같아 보여서 ㅎㅎㅎ 라로님 마음이 완전 이해되용.
근데 해든이는 정말 착하네요. 오케스트라도 듣고 조각도 들으려도 7:10 수업을!!!! 저는 제가 일어나기 귀찮아서라도 하지 말라고 할 거 같은데.

라로 2021-04-20 06:08   좋아요 2 | URL
그래서 아이들이 다 하나같이 다 그렇게 잘 자랐군요!!!! 막둥이 엠군도 얼마나 잘 자랐어요!!!! 왜 그런 말씀을!!! 저 부럽다고 샘난다고 할겁니다. ㅎㅎㅎ 그런데 어디로 결정?????
오케스트라에 대한 제 생각을 아니까, 아빠랑 의논해서 그렇게 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게 해든이만 남편 닮아서 안 깨워도 일찍 일어나는 애에요, 저희집 애들 중에. 큰 아이들은 저를 닮아 늦잠꾸러기들. 그리고 남편이 애 데려다 주고 아침 챙겨주니까 저는 뭐😅🤣🤣🤣

psyche 2021-04-20 09:18   좋아요 0 | URL
엠군은 아직도 아돈노 상태입니다 ㅜㅜ

라로 2021-04-20 09:54   좋아요 0 | URL
그럼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나요?? 근데 정말 프님 대단하세요,, 저같으면 빨리 결정하라고 닥달했을텐데,,, 님께 정말 많이 배워요!!! 멋진 엄마!!!^^
 

오늘도 참는다.

오늘은 얼마 전에 산 hobonichi techo에 썼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글을 보고 참기로 했다. 딱 나에게 하는 맞춤 충고 같아서.


가지고 싶은 것은 사지 마라. 꼭 필요한 것만 사라. 작은 지출을 삼가해라. 작은 구멍이 커다란 배를 침몰시킨다.

-벤자민 프랭클린


노란색과 검은색 콤비로 된 만년필을 사려고 했는데 EF nib이 없어서 아이보리와 블랙 콤비로 된 만년필을 샀는데 대만족! 더구나 세일러 잉크까지 함께 주문했는데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병도 아주 고급지고 잉크도 써보니까 진하게 술술 잘 써진다. 노란색은 EF nib이 판매되는 대로 사도록 할 텐데 프랭클린의 말을 새겨보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은 것이니 사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갈팡질팡인데 다행히 물건이 없어.ㅎㅎㅎㅎㅎㅎ


만년필을 사용하니까 도모에 리버 종이가 아니면 글을 못 쓰겠다. 완전 도모에 리버 종이에 중독!!! 그래서 5년짜리 호보니치를 사용하면서 단순히 종이에 만년필로 글을 쓰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4월 1일부터 시작하는 오리지널도 구매했다. 검정 색과 오렌지 색의 케이스를 두고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만년필과 어울리는 검은색으로. 그런데 여전히 오렌지 색 커버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는.ㅠㅠ


아무튼 마지막으로 책 주문한 것이 3월 15일,,,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책 사고 싶다. 더구나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사면 김서림방지 안경 닦는 수건도 준단다. 


요즘 프로그레시브 렌즈를 끼고 일을 하는데 마스크를 사용하니까 안경에 김이 너무 많이 서린다는. 저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가 있으면 딱 좋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사면 되는데, 그 책을 사고 김서림 방지 안경 닦이를 받는 것을 선택하면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고, 프랭클린의 말대로 꼭 필요한 것은 아닐수도 있고(몇 달 동안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 안 사용하고도 일을 했으니까...) 하지만, 르 귄 여사가 그토록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주제 사라마구의 책인데,,, 너무 사고 싶은데,,, 사면 되는데,,, 왜 이리 주저하지? 더구나 김서림 방지 안경 닦이를 준다는데... 이렇게 주저하는 거 너무 멍청한 거 아닌가? 정말 필요한 것은 주저하고 있으니.




계속 사라는 것인가? 계속 살라는 것인가? 제목까지 헷갈리게 하네. ㅋ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산다면 <코끼리의 여행>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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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하여 나는
    from 라로의 서재 2021-04-13 01:50 
    알라딘에서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사면 주는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를 안 받기로(가 아니라 안 사기로) 하고 아마존에서 찾아봤다.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엄청 많은 제품들이!!@@ 그 제품만 주문하면 배송료를 내야 하니까 다른 것을 추가했다. Pilot 만년필 잉크 세트와 주제 사라마구의 <The Notebook>. 이 책은 정영목씨가 왜 번역을 안 하시는 걸까? 잠시 생각했다.그건 그렇고 이렇게 주문하니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를 사기 위해 알라딘에
 
 
psyche 2021-04-13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고민하시다가 결국 안 사고 아마존에서 사셨군요 ㅎㅎ 잘하셨어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랑 상통하네요. 제가 맨날 카드값 보면서 하는 말인데...

라로 2021-04-14 15:37   좋아요 0 | URL
책이 너무 읽고 싶은 것보다 책을 너무 사고 싶다가 맞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 안 도착한 책에, 쌓여있는 줄 모르겠는 전자책들과,,,미쳤나봐요. 이거 고민하느라 밤을 샜지만 말입니다요,, 쿨럭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맞는 말이죠,,흑흑

mini74 2021-04-13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제가 부자가 못 되나봐요. ㅎㅎ아 만년필! 라로님 글보니까 또 사소하게 작고 작은 예쁜 만년필이 사고 싶네요 ㅎㅎ

라로 2021-04-14 15:3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저 만년필 사고서 이제는 색색으로 사고 싶;;;; 근데 저 만년필 정말 필기감도 넘 좋고요,,,그러러면 도모에 리버 종이를 사셔야,,

scott 2021-04-13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모두 프랭클린 말을 새겨 들어야 할듯 손에 돈을 쥐고 쇼핑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구멍나는줄 모르고 카드 긁어버리는 ㅜ.ㅜ

라로 2021-04-14 15:39   좋아요 2 | URL
새겨들어야죠!!!! 액자를 만들어 걸어놀까봐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아요,, 전자책 쌓이는 거 모르듯이, 카드로 쓰니 얼마나 쓰느지 감이 없;;;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