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맷돌 - 전래동화 25 처음만나는 그림동화(삼성출판사) - 전래동화 1
김세실 지음, 신민재 그림 / 삼성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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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트에 가면(내가 가는 마트는 아주 쪼맨하지만... 그래도 책도 판다.) 다른 책들은 가격대비 비싸다는 느낌에 인터넷 서점에서 사자고 계산을 해 보지만, 이 책은 저렴해서 그냥 아이가 원하면 그 자리에서 몇 권씩 덥썩 사 주곤 했다. 이 책은 중고삽에서 건진 물건이다.  

가장 눈을 끄는 것은 먼저 반짝이는 글씨로 적힌 표지의 제목글씨다. 이야기야 뭐~ 누구나 다 아는 거다. 우리 옛이야기가 취하고 있는 권선징악 구조를 가졌고, 그리고 인물은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확실하게 대비되며, 그리고 재미있다는... 내가 아이였을 때 그 흔하고 흔한 소금이 옛날에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통해 처음 알았었다.  

희망이는 다 아는 이야긴데... 나 이 이야기 아는데... 하면서도 금방 뚝딱 읽는다. 작은 녀석 데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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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아동문고 73
유영소 지음, 홍선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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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옛이야기를 좋아하며 자란 작가가, 옛이야기를 찾아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 속에 이리저리 잘 버무려 둔 참으로 독특한 책을 하나 만났다.  

이벤트에 한 번 응모해 보리라는 (http://cafe.naver.com/sakyejul.cafe 이벤트 공지사항) 불순한(?) 동기로 구입한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책이랑 무척 다른 느낌이다.  

웅녀 이야기, 여우누이, 불가사리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내겐 다 생소한 이야기지만, 작가의 말에 보면 그 이야기의 씨앗이 된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밝혀 두고 있다. 옛이야기에다 새로운 옷을 입히고 가꾸어 다듬어 내어 탄생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 보자.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이야기는 하늘나라 공주인 웅녀와 결혼하면 하늘나라 사위가 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한 총각이 결혼해도 별로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자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굴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우는 바람에 아들만 데리고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나왔더란다. 잘 자란 딸 아이가 에비를 찾아 길 떠나려 하자 웅녀는 실한 가래 열매를 전하며 요긴하게 쓰라 이르고. 장에서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고 몸져 누운 아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 웅진사. 극적인 가족상봉. 다시 곰이 된 두 남매. 곰의 옷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기도가 부족하여 곰이 되지 못해 가족에게 갈 수 없는 웅진사의 이야기는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에서 따 왔다 한다.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산삼이 변한 꼬마 메산이의 뒤를 밟아 산삼밭을 안내 받았으나 욕심을 부리고 메산이에게 손을 대는 바람에 화를 입어 병을 얻은 욕심 많은 농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농부에게는 맘씨 고운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메산이를 찾아 나선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들도 메산이를 만나는데, 메산이는 농부에게 그랬듯이 아들에게도 산삼밭을 가르쳐 주며 가장 실한 놈을 제외하고 딱 하나만 따 가라 한다. 아들은 맘이 고와 이 다음에 메산이가 될 다른 산삼들도 도저히 딸 수가 없었더란다. 그 아이의 손에 산삼의 씨앗이 놓여지고 그리하여 인삼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백두산 메산이 전설'에서 따 온 이야기란다.  

<우리 누이 여우 누이>는 은혜 입은 이의 자식을 맡아 기른 아비가 집 안의 괴이한 사건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한 달에 한 번 그 딸 아이를 위해 소를 잡고 간을 먹이는 것을 오라비들이 보게 되면서부터 시작 된다. 첫째, 둘째 형은 막내에게 무당에게서 받은 부적을 동생의 베개에 넣어두라 이르는데... 누이를 사랑하는 막내는 이 모든 것을 아비에게 의논하려 하는데 마침 집에 손님이 오셨다. 밖에서 들어보니 손님은 여우의 소리를 내고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는 손님과 술을 마시다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손님은 막내가 부적을 들고 있음을 알고 그걸 달라 하여 두 조각을 내어 형들에게 하나씩 주라 하고 막내에겐 그림 족자 하나를 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이는 제 집으로 돌아 간 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이야기에 그 누이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족자 그림을 통해 여우누이가 있는 곳으로 하룻밤 가서 놀다 올 수 있음을 알게 된 막내는 형들에게도 그리 하자 말하지만... 형들은 대신 어릴 때 누이가 가지고 놀던, 그들이 만들어 준 팽이를 주며 옛정을 그리고 있음을 전하는데... (손님이 준 부적 두 동강은 여우털 붓이었고 형들은 그 붓으로 과거급제 했더란다.)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는 국경에서 적국의 전쟁 무기를 모두 먹어 우리 나라를 승리로 이끈 불가사리가 또 다른 적에 대비하기 위해 혹은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왕 때문에 감옥에 갇혀 생활하게 되는데... 임금의 욕심은 결국 불가사리에게 자신을 쇠붙이로 보이게 해 잡아 먹히는 지경에 이르고. 자기를 만들어 준 아낙을 찾아 고개 넘어넘어 왔으나 아낙은 이미 옛일을 잊고 불가사리를 무서운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그의 어린 아들은 불가사리를 기쁜 맘으로 반기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사라지는 불가사리. 그 불가사리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었으나 더 이상 찾을 길이 없고. 차돌이는 어릴 적 본 그 불가사리를 기억하면서 불가사리의 얼굴을 담아 낸 벽돌을 구웠는데 그 벽돌이 경복궁 교태전 꽃담을 지나 아미산 굴뚝을 장식하고 있다나 어쩄다나. 

<달래 달래 진달래>는 전설 속의 '달래강'앞에서 죽을 만큼 망설이던 오누이의 이야기라는데...누이에게서 여인을 느낀 소년이 비로 강이 불었으나 그 강을 건너면서 그 맘을 떨쳐 버리려고 먼저 강을 건너는데... 동생도 건넌 강이니 자기도 건너보자 맘 먹고 건너다 그만 누이는 물 속에 빠지게 되고. 누이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동생은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그런 동생을 찾아 온 누이는 자신이 선물한 두루주머니를 꺼내 보게 하는데... 누이의 손길에 오랜만에 오래도록 잠이 든 동생의 방 창 아래 때 아닌 진달래가 함빡 피었고, 두루주머니에 피어있던 진달래는 사라져 버렸더란다. 누이를 그리며 두루주머니를 붙잡고 엉엉 울던 동생은 이제 다 나았겠지? 

마지막 책인 <책 속 책, 빗살에 햇살>은 이야기를 짓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 속 이야기인 액자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자매가 다 짓지 못한 뒷 이야기를 지어 보라며 여백의 페이지를 남겨 두었는데... 살인사건과 연관 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지어 보는 것이 바로 이벤트의 내용인데, 책을 읽어보니, 참 막막하다. 정말 작가적인 상상력과 추리력이 동원 되어야 멋진 이야기를 지을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어째 조금 어려워 보인다.  

흥미진진 이야기 속으로 퐁당 빠져 보실 분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아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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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벤트 안내 메일이 왔길래 카페에 들어가 보긴 했는데~~ 좀 어렵겠네요.^^
우리 이야기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좋을 듯...우리 애들이 우리 문화 우리 정서가 담긴 우리 이야기를 많이 접해야 되는데 번역본을 더 많이 접하는 현실이...

희망찬샘 2009-02-07 22: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척 어려운 작업이더라구요. 그래서 아마도 응모자가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고로 더욱 욕심이 나지만~ 참 어려운 일이네요. 그림의 떡을 놓치자니 참 아깝다는 생각이... 하지만, 참 바쁜 시기라 가능할런지... 해 보고 싶은데! 순오기님도 한 번 해 보세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 개정판 눈높이 어린이 문고 33
고정욱 지음, 송진헌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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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우리 형~ 저어엉말 유명한 책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긴 하지만, 읽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아의 이야기를 다룬 감동어린 작품 정도라는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유명해서 큰 감동을 주리라는 기대는 사실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정말 다시 한 번 더 고정욱 작가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글쓰는 솜씨도 훌륭하지만, 글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많이 뒤흔들어 놓으실 분이라 여겨지기에.  

뇌성마비 형이 있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삼학년이 될 때까지 종민이는 알지 못했다. 그런 종민이에게 어느 날 어머니, 아버지는 낯선 형을 소개한다. 종식이! 뇌성마비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종식이를 종민이가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몇 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부모님에게 느낀 배신감은 종민이를 충격에 휩싸이게 하고 급기야 가출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초반부에는 밋밋한 감이 있었으나  불량한 아이가 건넨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잃기까지 하는 종민이를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면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행히 종식이는 자신의 십자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도록 끊임없이 기도 해 주시는 친척 할머니 덕에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도 겪었겠지만, 그 십자가를 지혜롭게 짊어질 줄도 안다. 검정고시에도 응시하고, 방송국 장애인 체험 수기도 응모하고, 그리고 컴 자판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여 장애인들이 쓰는데 무리없도록 자유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까지 하는 종식이! 함께 생활하면서 형의 아픔을 하나하나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면서 가족이 되고 그리고 한뼘 자라게 되는 종민이는 언덕 위에서 굴러 내리는 형의 휠체어를 온 몸으로 막아 주려다 한달간이나 병원에 입원하게 되지만, 진정한 가족 사랑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실제 뇌성마비 장애인 세 사람을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장애를 극복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세 젊은이! 작가는 그 젊은이들이 장애를 극복해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한 인간으로서 존경한다고 한다. 종식이가 개발했다는 자유키 프로그램을 개발한 실제 인물 안종혁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장애인 프로그래머 여자 벤처 사업가인 최지영,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쾌활한 청년 김범준씨 덕분에 이 위대한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반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책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던 동학년 선생님과 아이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은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훌륭한 인생의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정말이지 참 좋은 책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만큼은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면 좋겠다. 아이들이 희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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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만 착한어린표 동화에 식상한 우리 민경이는 이런 류의 책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이 책도 나는 눈물 글썽~ 민경이는 담담.ㅜㅜ

희망찬샘 2009-02-07 22:22   좋아요 0 | URL
너무 유명해서 지금껏 미루어 두었던 책인데... 읽고 후회는 없습니다. 고단수 민경양에겐 그런 느낌도 참 귀중할 것 같군요.
 
달걀을 품은 할아버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1
웬디 앤더슨 홀퍼린 지음,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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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는 자기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한다. (세뇌의 힘도 한몫 했으리라.) 그리고는 아주 두꺼운 책을 들고는 열심히 읽으면서 뿌듯해 한다. 하지만, 얇아도 글자 크기가 작은 책은 아직 잘 안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희망이의 관심영역 밖으로 밀려 났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신났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이렇게 신이 난다.  

마음씨 넉넉한 할아버지는 친구도 많다. 그러나 딱 한 사람과는 별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 바로 부인인 콜레트 할머니! 아니, 이럴 수가! 가장 사이좋게 지내야 할 사람과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면서 누구랑 사이좋게 지낸단 말인가! 하지만,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할아버지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할머니는 아마도 친구가 한 명도 없겠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뺴빼 마른 할머니. 빼빼 마른 사람들은 성격이 고약할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나처럼 말이다. ㅋㅋ~ 항상 표준임을 외치지만, 간혹 날 보고 말랐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림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도 무척 성깔 있어 보인다.  

선반 위에 물건을 얹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 간 할아버지가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쳐 일어날 수 없게 되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이웃 사람들은 맛있는 걸 사서 병문안을 온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것도 틀림없이 마음에 안 들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할아버지가 열이 나니까 달걀을 품게 해 보라는 말을 한다. 암탉과 함께 할아버지는 달걀을 품게 되는데... 어릴 때 교과서에서 만난 에디슨 전기에서 에디슨이 달걀을 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과연 할아버지는 성공할 수 있으려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아버지의 겨드랑이에 있던 달걀 10 개 중 한 개는 실수로 깨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무사하게 병아리로 부화했다는 것. 스무하루 동안 할아버지가 어미 닭처럼 알들을 소중하게 품었다는 말.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이도 조금 더 좋아졌단다.  

그런데, 큰일이다. 이 책을 읽어주면 찬이가 두 눈 반짝이면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계란을 꺼내어 품으려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 책의 원작은 모파상이 썼다는데, 모파상이 이런 동화도 썼구나 하면서 고개 한 번 끄덕였다. 그림도 아주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어 보는 눈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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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데려다 줘 파랑새 사과문고 4
김옥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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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생활을 옆에서 들여다 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김옥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고 참 많이 슬펐다.  

김옥 선생님은 기독교인인 듯하다. 작가 소개에 보니 기독공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고 되어 있어 그렇게 추측해 보는데, 첫 이야기인 <거인의 잠>은 마치 하느님의 세상 창조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세상은 아주 커다란 거인이 만들었다는 거다. 자신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맘이 들자 거인 아저씨는 결이 고운 진흙으로 아주 고운 소중한 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사람의 코에 입김을 후~ 하고 불어 넣어 준다. 그리고 그를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그가 자는 틈에 여자 친구를 만들어 주는데! 자신이 만든 세계에 만족한 아저씨는 이제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깜빡 낮잠을 잤는데. 아저씨에게는 아주 짧은 한낮의 낮잠이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랜 세월이었다. 낮잠에서 깨어 난 아저씨가 본 세상은 실로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아저씨의 몸 위로 엄청나게 넓은 도시와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온 몸은 파헤쳐진 채 온통 상처 투성이고, 모든 것이 더러워지고 짓밟혀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모든 것을 털고 벌떡 일어서려던 아저씨(그럼 세상은 끝이 나겠지!)의 눈에 동그랗고 빛나는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작은 사람, 아저씨가 흙으로 처음 빚어 만든 것과 같은 그런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눈에 보인다. 바로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땅 속으로 자기 몸을 숨겨 버린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에 있는 공중전화다. 1학년 다솔이는 엄마가 집에 없을까봐 불안하다. 쉬는 시간이면 공중전화에 매달려 '나'에게 말한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라고! 나는 열심히 달려 다솔이 엄마네 집의 벨을 울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솔이 엄마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게 되고. (엄마가 집을 나갔나 보다.) 그래서 전화기도 덩달아 슬프다. 그러다 또 한참을 지나 다솔이를 만나는데, 오늘은 다솔이 친구가 먼저 전화를 해서 다솔이를 데리고 집으로 놀러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솔이가 전화를 하는데, 신호음이 울리고 있을 뿐이지만, 다솔이는 천연덕스럽게 엄마에게 친구집에서 놀고 가겠다며 "엄마 사랑해!"하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우리 엄마가 실컷 놀다 와도 된대. 맛있는 새우튀김도 해 놓는다구 했어."라고 말한다. 친구가 "그럼 너희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순간 덜컥 걱정이 되었다. '다솔아, 네 맘 다 알아. 네 비밀 지켜 줄게."라는 전화기처럼 나도 다솔이의 비밀을 지켜 주고 싶다.  

<언니는 나빠요>는 조금 경쾌한 이야기다. 여섯 살 은비는 참 재미나게 글자를 배운다. 엄마가 글자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서 은비에게 주며 사랑은 이렇게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글자를 만들어 주시고. 까막눈이었던 은비의 눈에 하나씩 글자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언니 방의 낙서가 읽혀진다. '이은비 메롱, 이은비 돼지 꿀돼지, 이은비 똥꼬 바보'라고 적은 그 낙서에 그만 으왕~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하는 말 "언니 나빴어." 

<칠판 속 교실>에는 미은이의 소망이 담겨 있다. 교실에는 미은이처럼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미움을 받지 않고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무척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지만, 또 참 악한 면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그 모든 책임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그들의 순수한 세계를 떠나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먼저 배우고 익혔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미은이는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은 미은이가 옆에 오는 것도 싫고 가방을 건드리는 것도 싫다. 마치 벌레 보듯, 병균 보듯 대하는 친구들에게 미은이를 대신하여 욕이라도 실컷 해 주고 싶어진다. 교실에 숙제장을 놓고 간 미은이는 늦은 시간 교실을 다시 찾는다. 아무도 없는 교실은 온통 미은이 것이 된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의 자리에도 앉아 본다. 그리고 칠판에 낙서도 해 보는데, 칠판 속에서 자기와 같은 꼬마 아이가 선생이라며 쑥 나온다. 그리고 칠판 속에 생긴 문으로 함께 들어가는데... 그곳의 교실 친구들은 더 이상 미은이를 놀리지도 않는다. 미은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도 얼마나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는지! 시간시간이 신이 난다. 신비로운 세상을 뒤로 하고 학교를 나서면서 자기가 만들었던 개미처럼 생긴 개미를 손바닥에 올리고 미은이가 하는 말 "내 치구야, 자고 히어다고 노이지 아으게. 너으 지켜 주게(내 친구야, 작고 힘없다고 놀리지 않을게. 널 지켜 줄게.)"은 바로 미은이의 소망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라면 교실에서 미은이를 만나도 절대로 놀리지 않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해 주신 것은 이렇게 힘없는 이들의 힘이 되어 주라는 뜻이기에. 하느님은 바쁘시니까!!! 우리가 바로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름답다. 이런 글을 읽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책도 김재홍님 그림이군요.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는 분으로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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