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아동문고 73
유영소 지음, 홍선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를 좋아하며 자란 작가가, 옛이야기를 찾아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 속에 이리저리 잘 버무려 둔 참으로 독특한 책을 하나 만났다.  

이벤트에 한 번 응모해 보리라는 (http://cafe.naver.com/sakyejul.cafe 이벤트 공지사항) 불순한(?) 동기로 구입한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책이랑 무척 다른 느낌이다.  

웅녀 이야기, 여우누이, 불가사리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내겐 다 생소한 이야기지만, 작가의 말에 보면 그 이야기의 씨앗이 된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밝혀 두고 있다. 옛이야기에다 새로운 옷을 입히고 가꾸어 다듬어 내어 탄생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 보자.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이야기는 하늘나라 공주인 웅녀와 결혼하면 하늘나라 사위가 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한 총각이 결혼해도 별로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자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굴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우는 바람에 아들만 데리고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나왔더란다. 잘 자란 딸 아이가 에비를 찾아 길 떠나려 하자 웅녀는 실한 가래 열매를 전하며 요긴하게 쓰라 이르고. 장에서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고 몸져 누운 아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 웅진사. 극적인 가족상봉. 다시 곰이 된 두 남매. 곰의 옷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기도가 부족하여 곰이 되지 못해 가족에게 갈 수 없는 웅진사의 이야기는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에서 따 왔다 한다.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산삼이 변한 꼬마 메산이의 뒤를 밟아 산삼밭을 안내 받았으나 욕심을 부리고 메산이에게 손을 대는 바람에 화를 입어 병을 얻은 욕심 많은 농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농부에게는 맘씨 고운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메산이를 찾아 나선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들도 메산이를 만나는데, 메산이는 농부에게 그랬듯이 아들에게도 산삼밭을 가르쳐 주며 가장 실한 놈을 제외하고 딱 하나만 따 가라 한다. 아들은 맘이 고와 이 다음에 메산이가 될 다른 산삼들도 도저히 딸 수가 없었더란다. 그 아이의 손에 산삼의 씨앗이 놓여지고 그리하여 인삼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백두산 메산이 전설'에서 따 온 이야기란다.  

<우리 누이 여우 누이>는 은혜 입은 이의 자식을 맡아 기른 아비가 집 안의 괴이한 사건의 정체를 알아내고는 한 달에 한 번 그 딸 아이를 위해 소를 잡고 간을 먹이는 것을 오라비들이 보게 되면서부터 시작 된다. 첫째, 둘째 형은 막내에게 무당에게서 받은 부적을 동생의 베개에 넣어두라 이르는데... 누이를 사랑하는 막내는 이 모든 것을 아비에게 의논하려 하는데 마침 집에 손님이 오셨다. 밖에서 들어보니 손님은 여우의 소리를 내고 있고, 여우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는 손님과 술을 마시다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손님은 막내가 부적을 들고 있음을 알고 그걸 달라 하여 두 조각을 내어 형들에게 하나씩 주라 하고 막내에겐 그림 족자 하나를 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이는 제 집으로 돌아 간 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이야기에 그 누이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족자 그림을 통해 여우누이가 있는 곳으로 하룻밤 가서 놀다 올 수 있음을 알게 된 막내는 형들에게도 그리 하자 말하지만... 형들은 대신 어릴 때 누이가 가지고 놀던, 그들이 만들어 준 팽이를 주며 옛정을 그리고 있음을 전하는데... (손님이 준 부적 두 동강은 여우털 붓이었고 형들은 그 붓으로 과거급제 했더란다.)

<불가사리를 기억해>에서는 국경에서 적국의 전쟁 무기를 모두 먹어 우리 나라를 승리로 이끈 불가사리가 또 다른 적에 대비하기 위해 혹은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왕 때문에 감옥에 갇혀 생활하게 되는데... 임금의 욕심은 결국 불가사리에게 자신을 쇠붙이로 보이게 해 잡아 먹히는 지경에 이르고. 자기를 만들어 준 아낙을 찾아 고개 넘어넘어 왔으나 아낙은 이미 옛일을 잊고 불가사리를 무서운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 그의 어린 아들은 불가사리를 기쁜 맘으로 반기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사라지는 불가사리. 그 불가사리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었으나 더 이상 찾을 길이 없고. 차돌이는 어릴 적 본 그 불가사리를 기억하면서 불가사리의 얼굴을 담아 낸 벽돌을 구웠는데 그 벽돌이 경복궁 교태전 꽃담을 지나 아미산 굴뚝을 장식하고 있다나 어쩄다나. 

<달래 달래 진달래>는 전설 속의 '달래강'앞에서 죽을 만큼 망설이던 오누이의 이야기라는데...누이에게서 여인을 느낀 소년이 비로 강이 불었으나 그 강을 건너면서 그 맘을 떨쳐 버리려고 먼저 강을 건너는데... 동생도 건넌 강이니 자기도 건너보자 맘 먹고 건너다 그만 누이는 물 속에 빠지게 되고. 누이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동생은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그런 동생을 찾아 온 누이는 자신이 선물한 두루주머니를 꺼내 보게 하는데... 누이의 손길에 오랜만에 오래도록 잠이 든 동생의 방 창 아래 때 아닌 진달래가 함빡 피었고, 두루주머니에 피어있던 진달래는 사라져 버렸더란다. 누이를 그리며 두루주머니를 붙잡고 엉엉 울던 동생은 이제 다 나았겠지? 

마지막 책인 <책 속 책, 빗살에 햇살>은 이야기를 짓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야기 속 이야기인 액자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자매가 다 짓지 못한 뒷 이야기를 지어 보라며 여백의 페이지를 남겨 두었는데... 살인사건과 연관 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지어 보는 것이 바로 이벤트의 내용인데, 책을 읽어보니, 참 막막하다. 정말 작가적인 상상력과 추리력이 동원 되어야 멋진 이야기를 지을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어째 조금 어려워 보인다.  

흥미진진 이야기 속으로 퐁당 빠져 보실 분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아이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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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벤트 안내 메일이 왔길래 카페에 들어가 보긴 했는데~~ 좀 어렵겠네요.^^
우리 이야기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좋을 듯...우리 애들이 우리 문화 우리 정서가 담긴 우리 이야기를 많이 접해야 되는데 번역본을 더 많이 접하는 현실이...

희망찬샘 2009-02-07 22: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척 어려운 작업이더라구요. 그래서 아마도 응모자가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고로 더욱 욕심이 나지만~ 참 어려운 일이네요. 그림의 떡을 놓치자니 참 아깝다는 생각이... 하지만, 참 바쁜 시기라 가능할런지... 해 보고 싶은데! 순오기님도 한 번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