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데려다 줘 파랑새 사과문고 4
김옥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의 생활을 옆에서 들여다 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김옥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 책을 읽고 참 많이 슬펐다.  

김옥 선생님은 기독교인인 듯하다. 작가 소개에 보니 기독공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고 되어 있어 그렇게 추측해 보는데, 첫 이야기인 <거인의 잠>은 마치 하느님의 세상 창조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세상은 아주 커다란 거인이 만들었다는 거다. 자신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맘이 들자 거인 아저씨는 결이 고운 진흙으로 아주 고운 소중한 친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다 만들어진 사람의 코에 입김을 후~ 하고 불어 넣어 준다. 그리고 그를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그가 자는 틈에 여자 친구를 만들어 주는데! 자신이 만든 세계에 만족한 아저씨는 이제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깜빡 낮잠을 잤는데. 아저씨에게는 아주 짧은 한낮의 낮잠이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랜 세월이었다. 낮잠에서 깨어 난 아저씨가 본 세상은 실로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아저씨의 몸 위로 엄청나게 넓은 도시와 자동차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온 몸은 파헤쳐진 채 온통 상처 투성이고, 모든 것이 더러워지고 짓밟혀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모든 것을 털고 벌떡 일어서려던 아저씨(그럼 세상은 끝이 나겠지!)의 눈에 동그랗고 빛나는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작은 사람, 아저씨가 흙으로 처음 빚어 만든 것과 같은 그런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눈에 보인다. 바로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땅 속으로 자기 몸을 숨겨 버린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에 있는 공중전화다. 1학년 다솔이는 엄마가 집에 없을까봐 불안하다. 쉬는 시간이면 공중전화에 매달려 '나'에게 말한다. "우리 엄마 데려다 줘."라고! 나는 열심히 달려 다솔이 엄마네 집의 벨을 울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솔이 엄마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게 되고. (엄마가 집을 나갔나 보다.) 그래서 전화기도 덩달아 슬프다. 그러다 또 한참을 지나 다솔이를 만나는데, 오늘은 다솔이 친구가 먼저 전화를 해서 다솔이를 데리고 집으로 놀러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솔이가 전화를 하는데, 신호음이 울리고 있을 뿐이지만, 다솔이는 천연덕스럽게 엄마에게 친구집에서 놀고 가겠다며 "엄마 사랑해!"하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우리 엄마가 실컷 놀다 와도 된대. 맛있는 새우튀김도 해 놓는다구 했어."라고 말한다. 친구가 "그럼 너희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나 순간 덜컥 걱정이 되었다. '다솔아, 네 맘 다 알아. 네 비밀 지켜 줄게."라는 전화기처럼 나도 다솔이의 비밀을 지켜 주고 싶다.  

<언니는 나빠요>는 조금 경쾌한 이야기다. 여섯 살 은비는 참 재미나게 글자를 배운다. 엄마가 글자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서 은비에게 주며 사랑은 이렇게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글자를 만들어 주시고. 까막눈이었던 은비의 눈에 하나씩 글자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언니 방의 낙서가 읽혀진다. '이은비 메롱, 이은비 돼지 꿀돼지, 이은비 똥꼬 바보'라고 적은 그 낙서에 그만 으왕~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하는 말 "언니 나빴어." 

<칠판 속 교실>에는 미은이의 소망이 담겨 있다. 교실에는 미은이처럼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미움을 받지 않고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무척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지만, 또 참 악한 면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그 모든 책임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그들의 순수한 세계를 떠나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먼저 배우고 익혔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미은이는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은 미은이가 옆에 오는 것도 싫고 가방을 건드리는 것도 싫다. 마치 벌레 보듯, 병균 보듯 대하는 친구들에게 미은이를 대신하여 욕이라도 실컷 해 주고 싶어진다. 교실에 숙제장을 놓고 간 미은이는 늦은 시간 교실을 다시 찾는다. 아무도 없는 교실은 온통 미은이 것이 된다.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의 자리에도 앉아 본다. 그리고 칠판에 낙서도 해 보는데, 칠판 속에서 자기와 같은 꼬마 아이가 선생이라며 쑥 나온다. 그리고 칠판 속에 생긴 문으로 함께 들어가는데... 그곳의 교실 친구들은 더 이상 미은이를 놀리지도 않는다. 미은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도 얼마나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는지! 시간시간이 신이 난다. 신비로운 세상을 뒤로 하고 학교를 나서면서 자기가 만들었던 개미처럼 생긴 개미를 손바닥에 올리고 미은이가 하는 말 "내 치구야, 자고 히어다고 노이지 아으게. 너으 지켜 주게(내 친구야, 작고 힘없다고 놀리지 않을게. 널 지켜 줄게.)"은 바로 미은이의 소망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라면 교실에서 미은이를 만나도 절대로 놀리지 않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해 주신 것은 이렇게 힘없는 이들의 힘이 되어 주라는 뜻이기에. 하느님은 바쁘시니까!!! 우리가 바로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름답다. 이런 글을 읽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책도 김재홍님 그림이군요.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는 분으로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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