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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아이들 책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지기도 해서 열심히 쓰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편안히 읽자는 기분, 조금 휴식하는 기분으로 읽기만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다 읽고 나니 간단하나마 느낌 몇 줄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만난 두 주인공,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윤수와 유정,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진정으로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나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책 속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연들에 덩달아 맘이 짠해져서 연민도 느꼈다가, 누군가를 위해 노력봉사 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인 나 자신에 대한 무언가 모를 무가치함도 느꼈다가...
이 책은 그들이 지은 죄를 용서하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성장과정에 대한 아픔을 함께 나누어 보자는데 그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신과 의사인 유정의 외삼촌이 돈 1000원 때문에 이웃의 네 살짜리 아이를 때려 죽인 11살짜리 아이를 보면서 한 말은 가슴을 서늘하게도 한다. 아이를 학대하면 그들에게서 공감할 능력을 빼앗게 된다는 것. 신체적 학대(폭력), 성적 학대, 감정적 학대(싸늘하게 대하는 거, 사랑을 주지 않는 거), 방치가 모두 다 학대라는 것이다. 아이가 나빠 상담을 하면 그것을 책임져 주어야 할 부모가 원인인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을 못 깨우친다면 그 아이의 구제는 힘들어 보인다. 학부모 상담에서도 그 문제가 부모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리고 부모가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되었을 때,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내 아이 내가 알아서 키울테니 놔두라." 했다가 나중에 가슴을 치면 너무 늦는데, 그런 경우도 쉽지 않게 볼 수 있으니 그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외삼촌이 잠시 한숨을 쉬었다.
"치료 받아야 해요. 가족도 함께 받아야 해요. 소아 정신과 전문의에게 가서 면담이 아니라 약물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모릅니다. 도대체 우리 나라 경찰들.... 아니 법 제정하는 사람들... 저런 애들을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집이 저래서 애들이 저 모양이 된 건데, 속수무책으로 애가 어리다고 그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미국 같은 나라에선 저런 경우 부모와 아이가 필수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증명을 제출하게 되어 있어요.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우선은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저 아이를 위한 거지만, 그리고 그건 당연하지만... 지금 저런 아이를 빨리 국가가 치료해주는 것이 결국은 우리 사회가 치를 비용을 막는 일도 되는데..."
모니카 고모가 외삼촌이 휘갈겨놓은 차트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십중팔구 범죄자가 될 확률이 있다는 겁니까?"
"십중팔구가 아니라, 거의... 99퍼센트 그렇습니다."
외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말했다.
"똑같아요. 모두 다 똑같아. 마치 짜기라도 한 거같이 전 세계에서 다 똑같아요!"
외삼촌의 어투에는 누구에게 향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아이 때부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른 어른들이 있어요. 짜기라도 한 것같이, 모두 저래요.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그 폭력이 다시 폭력을 부르죠."(168쪽)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자랄 수 있었더라면, 물질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았더라면,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이제 마음이 천사와 같이 되었는데, 교화되니 저 세상 가라고 한다는 아이러니! 사형제도!!! 지금껏 내 관심영역의 단어가 아니었는데, 이 책은 그걸 생각해 보라고 한다.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울면서 취재했다는 작가의 말, 그들을 느끼고 써 내려간 글들에 가슴이 아팠다. 뉘우치는 자들과, 희생자 가족들과, 봉사하시는 분들과... 이 글은 이 모든 사람들의 눈물과 사랑으로 쓰여졌다.
윤수의 블루노트 속의 진실, 그 진실 속의 아픔, 그 아픔 속의 눈물. 그 눈물을 마음으로나마 함께 흘려 본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늦기 전에 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