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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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몫의 주민등록증을 가지는 것과 입에 풀칠 정도만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는 것이
일생의 소원인 사내가 있다.
빌어먹을, 아무리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그 정도의 소원은 너무 약소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미스 터키와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형국인 야샤르의 일생은 오로지 주민등록증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어먹을,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취학통지서를 받고, 학교에 가고, 졸업하고, 군대에도 갔다오고,
취직도 하고, 몇푼 모아 결혼하고, 집을 사든 빌리고, 아이 낳아 호적에 올리고 할 게 아닌가.
시시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게 인생 아닌가?

그런데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러 아버지와 동사무소에 갔더니
담당직원 왈,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주느냐는 것이다.
호적대장에는 야샤르가  1915년 무슨무슨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공무원들은 호적대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야샤르 부자의 해명과 간청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딴짓만 한다.

야샤르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찾아가본 모든 관청의 공무원들은 손톱을 깎거나
귀를 후비거나 동료와 시시덕대면서도 바쁘다고, 자신은 담당이 아니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준다.
야샤르를 따라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비지땀에 범벅이 되어 방을 나서는데
빌어먹을, 속에 천불이 났다.

얼마 전 어마어마한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모 은행의 은행장 연봉이 십몇 억이라는 기사를 보고
분통이 터졌는데, 야샤르가 주민등록증을 얻기 위해 굽신거리며 만나는 대부분의 공무원들과
그의 약점을 이용해 사기만 치고 줄행랑을 놓는 인간들을 보고 있자니  거물이든 피라미든
그 부류의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놓고, 또 몇몇 분의 리뷰를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어쩐지 이 책을 덥석 집어들 수가 없었다.
주민등록증 하나를 얻기 위한 고군분투기라니 어쩐지 가슴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터키의 국민작가라는 아지즈 네신의 입심, 정말 대단하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날 잡아잡숴 주!' 하는 듯한 저 야샤르의 
멀뚱멀뚱한 얼굴 표정과 능청이라니!
예를 들어 호적대장 담당 공무원이 "야샤르는 죽은 걸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자
"아이고, 아버지, 제가 죽었대요.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요? 저 대단한 공무원 아자씨가
그렇게 말하잖아요."
하는 식.

주인공 야샤르뿐만이 아니다.
지나가는 행인 역할 정도의 등장인물 입에서 나오는 대사도 주옥같다.

"이보게, 야샤르, 너무 신경쓰지 말게나. 신은 문 하나를 닫으면 다른 문을 열어주신다네."
"하지만 형님, 교도소 문 이외에 제게 열린 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방에서 가장 나이 많은 죄수가 말했다.
"아니지. 정신병원 문도 열렸었잖아."(253쪽)

빌어먹을, 세상의 진창에서 오물덩이처럼 구르다 마지막으로 감옥에 가게 된 야샤르,
그곳에서 밤마다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이야기 솜씨가 어찌나 구수한지
바야흐로 인기절정이다.
저 유명한 세헤라자드의 천일야화와 못 견줄 것도 없다.
하나같이 꾀죄죄하고 엉뚱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야샤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그 인물들은 이 요지경 세상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들이다.

밤마다 야샤르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듣는 철창 동지들의 면면 또한 얼마나 개성적이고 화려한지
독자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화장수를 감쪽같이 보드카로 만드는 밀주제조기, 꽁초를 수집하여 담배를 말아 파는 사내,
깡통을 두들겨 펴 화로를 만드는 이, 죄수들에게 헐값에산 빵을 씹어 그 반죽을
제공하는 밀가루 반죽기,  그 반죽으로 여자 나체 등 못 만드는 게 없는 조각가까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야샤르가 감옥에 가기 전
자신의 여자를 구워삶는 장면.

그녀의 로망인 로마파리에서 그림엽서를 쓰는 밀월여행을,  근사한 예물을, 피로연을, 고급아파트를
어떻게 포기시키는지 궁금한 분들은 야샤르에게서 한수 배우시길.
(빌어먹을, 꼴에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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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빌어먹을 이잖아요.

마태우스 2006-10-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과 추천이 많은 님의 리뷰에 일등으로...이런...다른 분이 이미 추천하셨네. 추천은 못하게 되었지만 댓글은 일등이라는 게 기쁩니다. 보관함에 담을께요. 제목 보고 안좋은 책인 줄 알았다는....

마태우스 2006-10-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만두님 때문에 댓글 일등도 놓쳐버렸다.... 엉엉.

해리포터7 2006-10-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마지막말에 꼴까닥~~~ 능청스런 주인공을 별로 안좋아하는데요..이런 야샤르는 어떤느낌일까..궁금하네요..

푸하 2006-10-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하고 웃었어요. 수 많은 성공담이 '빌어먹을'을 되뇌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빌어먹을'을 더하는 시대 같아요. 그리고 등록증이 없어서 좋은 건, 군대 안가는 거 같아요.ㅎㅎ

비자림 2006-10-1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인들에 대한 이미지를 낙천적이고 선량하다고 말하던 이가 있어 터키 여행을 가슴에 꿈꾸고 있는데(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ㅎㅎㅎ) 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 땡기네요. 한 개인을 둘러싼 두꺼운 현실의 벽과 그 벽에 갇혀서도 웃음과 풍자를 잊지 않는 야사르를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로드무비님, 잘 읽고 가옵니다^^

프레이야 2006-10-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꾼답네요.. 님의 리뷰도 못지않습니다.^^

조선인 2006-10-1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차력도장 선정도서임을 몰랐다는 겁니까!!!

rainy 2006-10-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삼관 아자씨가 생각나네요..  빌어먹을, 요즘 사방팔방이 다 쓸데없이 심각한데 당장 읽어야겠어요^^ 이렇게 맛난 리뷰라니.. (!)

urblue 2006-10-1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어떻게 구워삶는지 궁금해서 봐야겠는데요. 풋.

건우와 연우 2006-10-1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것에 목을 매고 있는 이들에 대해 느끼는 갑갑증...
그것조차 넘어버릴수 있게 해주는 천연덕스러운 입심이라면, 읽어봐야겠군요.
요즘 처지가 나와 별다를것 없는 이들의 곤궁한 삶에 자꾸 갑갑증을 느껴, 자꾸만 술술 읽히는 연애소설이나 뒤척거리고 있었나봐요...

마태우스 2006-10-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 조선인님/제가요 차력도장을 쉬고 있는 관계로...죄송합니다. 들켜버렸다 ㅂㅇㅁㅇ^^

마태우스 2006-10-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의 맨 마지막 말은 순전 로드무비님 때문인 것을 밝힙니다.

바람돌이 2006-10-1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보던 책 다봤는데 요거 볼까 핑퐁볼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냥 야사르 볼래요. 네신의 입담이 어느정도인지 꼭 확인해봐야죠. ^^

blowup 2006-10-1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터키 문학이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군요.^^ 교역이 많았던 지역이라, 시장도 많고, 이야기도 풍부한 게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6-10-1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죠.
고은 시인이 '타인의 잔치(파티?)를 축하합니다!'라고
소감을 남겨 실소했고요.
아무튼 터키에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

FTA반대 바람돌이님, 꼭 확인하시길.
제 생각에 박민규는 저리 가라예요.^^

마태우스 님, 제, 제목이 좀 거시기하죠?
마음에 안 들어요. 뭐 좋은 것 지어주시든가요.( '')
그리고 오랜만에 마태우스님이 쓰신 차력도장 선정도서 리뷰 기대할게요.

건우와 연우님, 솔직히 작가 소개가 너무 거창해서
의심을 살짝 품었거든요.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히히~

블루님, 나중에 무슈 장과 함께.^,.~

rainy님, 맞아요. 위화의 주인공들, 그리고 아큐꺼정.
사방팔방 심각한 상황에 활명수 한 병 역할 정도는 기대해도 될 듯.^^

FTA반대 조선인님, 헤헤, 야무지기도 하시지.^^

배혜경님, 저랑 궁합이 맞는 책이어요.^^

비자람님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제가 그런 눈치는 좀 빠르거든요.^^

푸하님, 푸훗~하고 웃으셨다고요?
문제는 징병할 때는 예외 규정을 둬 야샤르를 군인으로
부려먹었다는 것이죠.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다가...국가 편한 대로.^^;

해리포터7 님, 주인공이 답답한 상황에 처하니 화가 나다가도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읽게 되더군요.^^

마태우스님, 그래서 추천은 하셨다는 겁니까, 안하셨다는 겁니까.=3=3=3
아, 좋은 생각.
잠깐 기다리세요. 님 방에 갈게요.

물만두님, 야샤르 제일 먼저 만나셨죠?^^



2006-10-1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6-10-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반나절만에 뚝딱 읽었던 책이어요~ㅎㅎ
그나저나 '빌어먹을'은 저희 사무실식구들이 즐겨쓰는 말이에요
=3=3=3

로드무비 2006-10-1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 님, 제기랄, 육시랄(육실할) 등등.
입밖으로 가만히 내뱉고 나면 뭔가 속이 좀 뚫리는 것 같아요.=3=3=3

mong 2006-10-1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맞아요

151100200


waits 2006-10-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 같아요. 로드무비님의 드물게 긴 리뷰로 만족할랍니다. ㅎㅎ
빌어먹을, 제가 좋아하는 말이 제목이라 더 좋아요. 씨발(글자로 쓰니까 더 노골적이네요.)은 너무 진짜 욕 같아서 나이 먹으니 좀 그렇고... 니미(럴), 전 이것도 좋더라구요, 정감 있고...^^

푸하 2006-10-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 때 님, 정말 노골적이 단어를 들으니 웃음이 나오는군요? 몸 속 깊은 곳의 '카타르시스' 발생중...ㅎㅎ

산사춘 2006-10-1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빌어먹을! 무비님의 따땃한 촉수는 정말 넓고 넓어요.

로드무비 2006-10-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꼴에 남자!" 라는 구절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푸하님, 여기 로드무비 방이랑께요.=3=3=3

평택, 나어릴때 님, 드물게 긴 리뷰. 히히~
아아, 님이 소개하시는 그 두 글자 욕이 더 씨원하네요.
정감 있고.^^

mong 님, 지금은 43 / 100400이네요.^^

마태우스 2006-11-0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리내서 웃은 것도 여러번.... 그리고 깊이 공감하며 읽었지요. 감사의 뜻으로...다른 분께 선물하기 전 님께 땡스투 합니다. ^^ 근데요. 한가지 아쉬운 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사건의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 해결 안해주고 책이 끝나버리더이다...

로드무비 2006-11-05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좋은데요?
읽고 나면 선물하고 싶은 책이죠?
땡스투 고맙습니다.
한 열 권쯤 선물하시면 좋으련만.=3=3=3
(책 첫머리의 사건의 결말이라, 그게 뭐였더라? 벌써 까먹었네요.;;)

마늘빵 2006-11-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당선 ^^

로드무비 2006-12-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 고맙습니다.^^
저도 축하 드릴게요.
 
법구경 - 불타의 게송
등하 지음 / 법공양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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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과 몇 개월 후 우연히 남포동 지하도에서
마주친 날, 그 날 난생 처음으로 맥주를 마셨다는 얘길  어느 페이퍼에 쓴 적 있다.
그날 헤어질 때 내 손에 쥐어준 조그만 책자가 <반야심경 강의>.
영산법화사 출판부에서 나온 것인데 올 여름 휴가 때 부산 친정에 갔더니 눈에 띄어
가져왔다.

조금 전 책의 맨 뒷장을 펴보니 그의 이름과 내 이름이 적혀 있고,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있다.
49국이면 오오래 전의 영도 쪽 국번.
영도에서 쌀집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전화번호를 적어준 줄은 몰랐다.
아니면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으면서  나는 그 사실을 감쪽같이 머릿속에서 지웠던 것일까?
먼훗날의 추억을 위해?

살면서 더욱 절실히 깨닫는 건 사람 마음의 간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 열광하던 것이 오늘 시들해지고, 또 어떤 좋았던 관계는  머쓱해진다.
어떤 때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자신에게서 멋들어지게 속아넘어 가기도 한다.
추억을 자신의 편의대로 위조하고, 불편한 기억은 삭제한다.
의식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은 자신도 모르게 전 인생에 걸쳐 은밀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자기자신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믿을 수 있겠는가.

등하 스님이 다시 옮기고 펴낸 <법구경>을 읽었다.
오래 전 현암사 판, 김달진 시인의 편역으로 읽을 땐 불타의 게송이라기보다
허무시의 연장으로 읽었었다.
아무리 좋은 뜻의 글이라도 문장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삿된 소견이라니!

최근에 나온 등하 스님의 <법구경>은 '여래의 뜻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진리의 말씀을 무조건 쉽게 풀어쓰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잠에서 깨었을 때, 또 잠자리에 들기 전 성경처럼
몇 장씩 읽었다.
내키는 대로......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무명'과 '피안'이 새삼스럽게도 생전 처음 보는 단어처럼 내게 다가왔다.

無明 : 중생이 겪는 생사의 괴로움의 최종적인 원인이 바로 이 무명,
존재의 실상에 대한 무지이다.(334쪽 해설)

彼岸 : 삼계를 고해에 비유했을 때, 이 생사의 고통바다를 건너 도달한 저쪽 기슭
곧, 열반을 일컫는 말이다.(338쪽 해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는 해도  어떤 책을 읽을 때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분별심이라는 것을  버리려 해도 호오(好惡)의 감정은 여전히 남는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해진다.
차라리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나중에 반성할 건 반성하지 뭐.

나의 시시한 깨달음은 여기까지.
그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는 남는다. 소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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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0-10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군요. 읽고 나니 주변이 조금 어둑해진 것 같습니다.
간사함. 그런 걸 느낄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떠들고 다닌 소리들. 다 물리고 싶습니다.

하루(春) 2006-10-1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에게 속는다는 말, 아주 진한 슬픔(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이 몰려오는 것 같네요.

2006-10-1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6-10-1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사할때 간사해 지더라도 오늘은 또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거죠...흐

waits 2006-10-11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실상에 대한 무지... 와닿네요.

건우와 연우 2006-10-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의 부담이 전화번호는 잊으라 시켰었나요...
시간이 지나니 그마저 추억이 되어 로드무비님의 법구경리뷰를 읽을 기회를 주는군요.^^
법구경구절속에서 소금같은 무엇을 담아내시는 로드님처럼, 어느순간 저도 그렇게 고요히 글속에서 무언가를 받아낼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어요.
저는 아무래도 책보다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더 좋으니 참.....

2006-10-1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10-1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파 껍질을 벗겨 내었을 때 전혀 새로운 색깔의 양파를 보듯이 마음 속 상념들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어 자세히 들여다 보는 님의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2006-10-12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는 돌>님, 이게 낫겠어요.ㅎㅎ

비자림님, 언제나 진지한 댓글.
님의 말씀이 되려 가슴에 와닿는데요?^^

죄송죄송님, 별 말씀을요!^^*
제가 번거롭게 해드렸는데.

건우와 연우님, 제가 기억을 조작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내 유리한 쪽으로다가.
제가 그나마 낙관적인 건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으' 리뷰가 좋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평택, 나어릴때 님,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지 표상인지 어쩌고 하는
성경구절도 떠오르네요.
찾아봐야겠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


mong님, 바로 그겁니다. 히히~~

'만물보다 거짓되고'님, 반갑습니다.
모든 것이 쓸데없는 짓으로 느껴질 때가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만
또 뭐라고 긁적이는 순간이 주는 즐거움을 무시하지 못하겠어서.
님과 가끔 이 얘기 저 얘기 나누고 싶어요.

하루님, 전 좀 뻔뻔해졌습니다.

namu님, 어제 이 리뷰 올리고 댓글이 하나도 안 달려 좀 무안했는데요.
님이 짠~하고 나타나서 만세를 불렀답니다.^^

플레져 2006-10-12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낮추는 일, 생각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싶어서
저도 제 마음가는 대로 저지른 다음에 반성하는 방법을.......^^;;
제목이라고 해야 하나... 언제 들어도 참 좋은 말이에요. 법구경...

2006-10-12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0-12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같은 추억, 소금같은 말들이어요. 주변을 포함한 자신을 돌아봅니다.

2006-10-1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5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이 이사 수준인 님, 그곳의 가을 만끽하고 계시죠?
부럽사옵니다.^^

역지사지님, 한 며칠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했어요.
어제부터 좀 가벼워지더군요.
일간 또 님께 소식 전하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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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말리' 그림이 인쇄된 사은품 컵이 탐나서 <말리와 나>라는 책을 주문했는데
요즘 침대 발치에 뒹굴고 있다.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제 2권을 읽고 알라딘에 들어와
리뷰 제목을 뭘로 할까, 생각하니 '말러와 나'가 떠오른다.
구스타프 말러. 말러와 나......

클래식에 문외한인 내가 십몇 년 전부터 거의 유일하게 지니고 있던 음반이
말러의 교향곡 1번에서 9번까지 전곡이다.
10년도 전,  여동생네 가족이 미국에서 1년 동안 살고 돌아올 때 뭘 선물할까 하기에
말러의 교향곡을 1번에서 9번까지, 엄선해서 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 무렵 읽었던 어느 책에서 구스타프 말러를 소개받았고 '대지의 노래' 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천착과 철학, 대서사시 어쩌고 하는 표현에 사정없이 끌렸던 것.
그렇게 해서 말러는 나에게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30대 초반에 나는 죽음에 꽤 관심이 많았던 듯.

베토벤도 그렇고 슈베르트도, 브루크너도, 또 다른 작곡가들도,
 아홉 개의 교향곡을 완성, 혹은 완성 직전  세상을 떠났다는 일화는
박종호의 이 책에서 읽었다.  말러는 그래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홉 번째 교향곡을  '대지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911년,  세상을 떠났다. 

-- 카플란은 언제나 말러의 교향곡 2번만을 지휘한다.(146쪽 사진 설명 문장)

언제나 어디서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만을 연주하는 지휘자!
20대 초반에
연주회장에서 우연히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듣고
"번개가 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던 길버트 카플란은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부활'을
지휘해 보리라는 꿈을 품는다.
사업자로 큰 성공을 거머쥔 그는 1981년, 39세에 음악 공부를 시작했으니
그것은 오로지 말러의 교향곡 제2번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몇 년 뒤 한 호사가의 사치쯤으로 짐작하고 마음속으로 입을 비쭉이는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섰으니, 이후 그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초청으로
말러의 '부활' 을  연주하여 명실공히 '부활'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지휘자가 된다.

--저는 두 가지 부끄러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하나는 제가 남들 앞에서 지휘를 했을 때 당할 부끄러움이요,  나머지 하나는
제가 지휘를 하지 않았을 때 두고두고 제 자신이 후회하게 될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저는 전자를 택했을 뿐입니다
.(147쪽)

책에서 제일 인상 깊은 일화 역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과 연관된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가장 큰 희열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는 데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전 한 친구가 내게 귀한 음반을 무더기로 빌려주었는데
마침 그 속에 말러의 교향곡 2번과 9번이  들어 있어 이 친절한 저자의 손을 잡고
곧바로 음악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희열이라니......

이 책에는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깜짝선물이 달려 있으니, 자신이 사랑하는 클래식 곡들을
열 곡 선정하여 맛보여 주는 음반이다.
그가 사랑하는 한 곡 한 곡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레코드 가게 진열장을 뒤지거나 음악실 소파에 깊숙이 파묻히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그러니 이 얼마나 살뜰하고 다정한 선물이란 말인가.

가령 몬티의 '차르다시'라는 집시 음악을 로비 라카토시의 밴드가 연주하는데
유장하면서도 현란하고 파워풀한 선율에 내 마음 한 자락이 공명했다.
몬티의 '차르다시'를 찾아 몇몇 연주를 들어보았는데 역시 라카토시 밴드만한 울림은 없었다.

'말러와 나'라는 제목을 잡고 나서  리뷰를 쓰다보니 이야기가 구스타프 말러에만 한정되었다.
아쉽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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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04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사야겠어요. 넘 궁금하잖아요. 그 음악 저도 듣고 싶은 걸요^^
근데 내가 사랑한 클래식1편부터 보아야 하겠죠? ..;;;

로드무비 2006-10-0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전 이 책부터 읽었어요.
2권도 주문했습니다.
뭐 어떠려고요.^^
(음반을 함께 주니 참 좋습니다!)

sudan 2006-10-0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고 십초만에 결재까지 완료. 올해의 충동구매 중 가장 신속하고 재빠른 결정이었어요.(씨익. ^^)

마태우스 2006-10-04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리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덕분에 말러라는 분을 알게 되네요 뭐든지 사고 싶게 만드는 님의 재주, 부러워요 근데.. 책은 빌리면 잘 안돌려주는 경향이 있던데, 음반은 어떤가요?

로드무비 2006-10-0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책이든 음반이든 확실히 돌려줍니다.
단, 책이나 음반을 함부로 굴려서 기스가 나고, 미루다가 보면
반납하는 데 몇 달씩 걸립니다. 헤헤~

sudan님, 앗, 음반은 정식 음반은 아니고 맛뵈기용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같은 사람은 그나마도 감지덕지했는데
님은 어떠실지.....
그나저나 제가 삐끼 소질이 좀 있나요?
namu 님도 얼마 전 그런 말씀하시던데. 히히~~

산사춘 2006-10-05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플란도 참 대단하네요. 로드무비님 작품도 기둘려 봅니다. 말러와 카플란에 이은 무비와 춘... 히힛

하루(春) 2006-10-0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리와 나>라는 책인 줄 알고 클릭했는데... ^^;;;

에로이카 2006-10-0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누가 자기는 말러를 제일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었더랬어요. 전 잘 모르지만...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말러를 좋아할 정도면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고 그러더군요...

waits 2006-10-0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러와 로드무비님, 추석 잘 보내세요! ^^
(이 좋은 책이 왜 시공사에서 나왔을까요... 라고 하면, 짜증나실까요...^^;; 히히.)


로드무비 2006-10-0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무척 안타까워요.
더구나 최근에 그 父子 또 택도 없는 짓을 하고 있더군요.;;
(평택, 나어릴때님도 추석 잘 보내시길.^^)

에로이카님, 말러 음반을 사달라고 졸라놓곤 또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귀가 뚫리지 않았으니 오죽했겠습니껴.
그런데 이번에 다른 연주로 들으니 또 좋더라고요.^^

하루님, 실망하신 건 아니죠?ㅎㅎ

산사춘님, 무비와 춘이라니, 님과 이름이 연결된 것만으로도
가심이 설렙니다.
저는 인생에서 중심 되는 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카플란이 무지 부러웠답니다.^^





마노아 2006-10-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당첨된 건 줄 알고 호들갑 떨며 축하했는데, 다시 보니 그게 아닌가 봐요. 저만 낚였나요? ㅠ.ㅠ

로드무비 2006-10-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주의 마이 리뷰는 <안녕, 캐러멜>로 받았잖아요.
얼마 전.ㅎㅎ
그리고 님 외에도 한 분 확실하게 낚인 걸로 알고 있어요.^^

2006-10-12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3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러팬 님, 반갑습니다.
전 아직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려 하는 초보 단계고요.
님의 말씀을 들으니 5번의 트럼펫 연주 당장 들어보고 싶네요.
반갑습니다.^^

어제 부쳤습니다 님, 최종병기 1권 오늘 읽었어요.
꽤 재밌던데요?^,.~
(님의 댓글은 최소한 다섯 번은 읽어봅니다.
제가 딴청 부리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해해 주시라요.)

skyblue 2006-10-16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지시네요.
클래식을 좋아하려고는 애는 쓰지만, 아직은 안맞은 옷 걸친것처럼 익숙치는 않았어요. 덕분에 책도 읽고, 음반도 들어봐야겠어요. 기대되네요

로드무비 2006-10-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kyblue 님, 저도 아직 익숙지 않아요.
깊이 들어가볼 생각도 없고요.
그저 인연이 있어 마음 가는 곡들은 좀 챙겨 들을 생각입니다.
이 책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경성 트로이카 -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누비던 그들이 되살아온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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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이나 '트로이카' 하면 왠지 눈빛이 게슴츠레해지면서,
앞머리라도 좀 지져서 침 발라 붙이고,  입술이라도 빨갛게 칠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트로이카, 즉 삼두마차는 옛날옛날  문희, 윤정희, 남정임, 혹은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라는 아름다운 세 여배우와 함께 엮여 떠오르는 단어.
그런데 일제 강점기 무렵의 우리나라 수도 '경성'과 결합하니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지지직 잡음 가득한 유행가와 함께
누렇게 바랜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마음속에 처연하게 자리잡는다.

이현수의 <신기생뎐>처럼 <경성 트로이카>도 기막힌 인연으로
작가 안재성을 찾아왔다.
어느 날 우연히 모르는 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 화랑에 들른 작가,
그날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심상찮은 분위기의 작품들은 바로 1930년대
 '경성 트로이카'의 주역들과 동지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이효정의 아들이
제작한 것이었다. 그날, 안내원의 책상 위에 쌓인 시집은 화가의 어머니 이효정이 
여든이 넘은 나이에  펴냈던 것.

25년 전 노동자로 소설가로  노동운동의 최전선에 있을 때 풍문처럼 얼핏 접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적인 사회주의 단체가  '경성 트로이카'이다.
이재유, 이현상, 김삼룡이 주도했는데 구체적인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해서
혁명을 꿈꾸었으며,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조직에서부터 활동까지
그렇게 주도면밀할 수가 없었다. 

그 옛날 만주에서 장바구니에 육혈포를 숨겨 나르던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코민테른의 팸플릿을 가슴 속에 품고 나르던 동덕여고 학생 이효정의 책상머리엔
'내 작은 이름을 혁명에 바치리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그 소녀가 아흔 살이 넘은 파파할머니의 모습으로,
운동과 문학을 접고 지방에서 농사를 짓던  작가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것이다.

이효정 할머니의 생생한 육성을 발판으로 일반인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경성 트로이카'가  복원되었으니,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나름대로는 혜택받은 자들이었던 꿈많은 여고생들이 참혹한 조국의 현실에 눈을 뜨며
학내에서 백지동맹을 주도하고 독서모임을 결성하고 사상적으로 무장해 가는 과정이
얼마나 어여쁘고 미더운지.

'경성 트로이카'의 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덕여고의 그 여학생들과 함께였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미미하고 소극적인 활동에 그친 것이 아니다.
하루 열여섯 시간 노동의 참혹한  공장 생활은 물론,  
투옥과 끔찍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가열차게 투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의 생활은 오로지 노동운동과 결합되었다.

1930년대 식민지 노동자의 참혹한 삶에 대해서는 소설 등을 통해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전 존재를 던져 일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몰랐다.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통한 실천 속에 완성됩니다."

'경성 트로이카'를 이끌었던 이재유의 말처럼, 비료공장에서, 방직공장에서
또 어디어디의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경성 거리에서 순사에게 쫓기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투쟁했던 그들.

이재유, 김삼룡, 이관술, 박진홍, 이순금, 이효정, 이현상....
그 이름들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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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고새 제목이..^^

2006-09-29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9-2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적거리며 미루던 책인데, 확실하게 불 지르시네요. *^^*

blowup 2006-09-2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제목이 왜 이리 순정할까?, 했더니만 바뀐건가 봐요.
침발라 붙인 머리처럼 참해요.
다시 태어난다면, 저 들끓는 시기였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 동안 재미난 책 많이 보셨구나.^-^

로드무비 2006-09-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순한 시절 님, 제 가슴도 두근댑니다.
그날이나 그 전 날 읽은 책 아니면 리뷰 잘 안 쓰는데
이 책은 어쩐지 꼭 쓰고 싶어서요.
오늘처럼 가끔 아는척 좀 해주세요. 고.독.합.니.다.=3=3=3

반딧불님, 제목이 좀 허한 것 같아서.
'그리워서'를 붙이니 쪼매 낫네요. 히히~

로드무비 2006-09-2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그리워서'를 나중에 붙였어요.ㅎㅎ
아, 님도 그런 생각 하신 적 있구나.
전 오래 전 사람 사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그때를 아십니까' 하는 디비디까지
2마넌씩이나 주고 샀다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석 장이나요.ㅎㅎ
우리가 동덕여고생으로 그 당시 만났다면 좋았겠어요.

FTA반대 조선인님, 이 책 무지 재밌습니다.
사게 되면 땡스투 잊지 마세요.=3=3=3

클리오 2006-09-2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재밌다 하시니 저도 보관함으로.. 물론 땡스투도 잊지 않구요.. ㅎㅎ

라주미힌 2006-09-2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겠네욤...
근데 제가 재밌다고 하면 왜 무반응일까 ㅠㅠ;
아이디 또 바꿔야겠다.. 노드무비 로...

waits 2006-09-2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가운 리뷰~^^ 로드무비님이 지른(!) 불이 많은 분들께 번졌으면 정말 좋겠어요.
주제넘지만, 이 설렘과 감동이 감성으로만 머리로만 스쳐지나지 않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채 추수철을 맞은 평택분들의 가슴에,
올림픽 대교 위에서 추석을 맞을지도 모르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노동부 판정에 또 한 번 대못이 박힌 KTX 승무원들에게,
사무실을 빼앗기고 농성에 들어가는 전공노 분들에게,
그리고 하나하나 거론할 수도 없을만큼 여기저기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향하는 관심과 연대의 마음으로(이왕이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정말 바랍니다.
너무 반가워서, 완전 재수없음을 무릅쓰고 오바를! ^^;;;

2006-09-29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3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움에 얼른 님, 글쎄, 모두 어디에 엎드려 있을까요?
치열하게 사신 분들 보면 부럽습니다.
전 그냥 멍청하게 젊은 날을 보냈거든요.^^

평택, 나어릴때 님, 저는 리뷰 금방 쓰는 편인데 이건 좀 끙끙댔어요.
그만큼 제대로 쓰고 싶었달까.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님의 귀여운 오바도 유쾌하고요.^^

산새아리님, 노드무비요? 으하하하~~~
그리고 무반응은 무슨.
인기 절정이시면셔.=3=3=3

클리오님, 땡스투로 들어오는 몇십 원이 참 좋더라고요.
이 책 꼭 읽으시길.^^

2006-10-0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0-03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증말 영화배우나 문학모임이 떠올려지는데, 치열하고 뜨거운 이야기들이네요. 추석지나고 바로 콜입니다.

로드무비 2006-10-0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추석 지나고 바로 코올~~
잊지 마셔용.^^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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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급우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치수라는 녀석에게서 린치를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된 두 소년, '못'과 '모아이'다.
맞을 때 보면 이마에 못이 박히는 것 같다 하여 '못' , 그리고 남태평양의 거대석상처럼
두상이 커다 하여 '모아이'이다.

책 앞에 보면 작가가 직접 그린 두 소년의 일러스트가 있는데
김영하에 이어 자신의 책에 직접 컷을 그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못 소년의 아이디어는 팀 버튼의 아이들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고.

어느 날 두 소년은 학교 뒷산 부근의 벌판으로 불려나와 사이좋게 얻어맞은 뒤
그곳에 버려진 낡은 탁구대와 소파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탁구채를 처음 손에 잡게 되는 두 소년.

하고많은 스포츠 중에 왜 하필 핑퐁이냐, 하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탁구는 1 대 1 스포츠이기 때문에.......
우르르 몰려나가 실력이 더 나은 선수의 들러리가 되고 하는 여타의 스포츠 종목과 달리
탁구는 1 대 1로 깨끗하게 승부를 가른다는 뜻이겠지.

스포츠 세계의 승부사들처럼 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건 그 잘난 2프로의 인간들이고,
못과 모아이는  '세계가 깜빡한 인간'에 속한다.

인류의 속셈은 알 수 없고, 인간들은 대부분 다수인 척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왜 사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침략과 학살 등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망하지 않고 굴러가는 건
듀스포인트이기 때문.
누군가 폐수를 몰래 방류하는 순간 누군가는 또 자연림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세계의 포인트는  1738345792629921 :  1738345792629920.(118쪽)

사는 걸까. 뭐가? 우리들 말이야... 이러면서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아아, 귀찮게 이유도 모르면서...생활, 생활하는 거잖아. 별로 서로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애를 낳아 기르질 않나, 나라마다 대사관을 설치하지 않나, 불쑥 집으로 찾아와
음식 같은 걸 대접받고 말이야....그러면서 고맙다고 하질 않나. 죽었다고...울고 말이야.
뭐, 별로 서로가...서로를...그러면서 말이지
.(62쪽)

묘한 맛이 나는 문장이라 나도  한 번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본다.

뭐, 별로 서로가... 서로를...그러면서 말이지.

책 속에 계속 60억 인구가 되풀이 되고, 인류의 1교시가 어쩌고저쩌고라니, 뭐랄까, 
조용한 발라드 곡만 나오다가 갑자기 라디오에서  쾅쾅 대형가수 박경희의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  같은, 국제가요제 참가용 대곡이 흘러나와 깜짝 놀란 기분?

아무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이렇게 경쾌하게 조물조물 멋지게 담아내는 솜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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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27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이렇게 경쾌하게 조물조물 멋지게 담아내는 솜씨라니! 라고 하시면서 별이 하나 빠진 이유가 궁금 하다니..!!

로드무비 2006-09-2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핼리혜성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임이 나오는데
전 좀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별 하나 뺐답니다. 야박하게.^^

waits 2006-09-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석때 가볍게(?) 읽으려고 주문했는데...
단지 핼리혜성 때문이라면, 기대해야겠어요. ^^

건우와 연우 2006-09-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사고, 작고 골치 아픈 사고, 큰사고속에서 우울모드 일주일이었습니다.
생활이 대부분 듀스포인트라면, 이제 복권살일만 남은것...@.@

로드무비 2006-09-2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복권 사세요. 틀림없을 겁니다.^^

평택, 나어릴때님, 단지 핼리혜성이 아니고 그 부분이 꽤 비중이
커서 말이죠.
아무튼 재밌게 읽었으니 된 거죠 뭐.^^

치니 2006-09-2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없게도 삼미슈퍼스타즈...가 별로였어서, 박민규를 신뢰하진 않는데...그래도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보니 슬쩍 구미가 당기는데요. ^-^

로드무비 2006-09-2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삼미슈퍼스타즈가 재미없었다면 이 책 안 읽으시는 게.^-^;;

blowup 2006-09-2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민규를 좋아하는데요. 저 재기발랄함이 좀 걸려요. '세계가 깜빡한 인간' 이라는 컨셉 같은 거요. 좋죠. 열광하죠. 근데 왜 이렇게 찜찜할까요.
점점 스스로를 컨셉화시켜간다는 기분이 든달까요. 에이 모르겠다.

로드무비 2006-09-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프하신 namu님!^^

플레져 2006-09-2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민규의 어떤 소설은 좋아하고 어떤 소설은 이해를 못하겠고 어떤 소설은 왜 썼는지조차 모르겠고 어떤 소설은 뭉클하기도 했고 어떤 소설은 나도 쓰겠다 싶어 비웃기도 했고... 그러나 박민규의 소설은, 핑퐁은, 아무런 기대가 안생겨요. 아직 못 읽었어요. 이제 읽어야죠 ^^

로드무비 2006-09-28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 책 리뷰 쓰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군데군데 반짝이는 사유와,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문장이 좋아서.
플레져님 리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