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얼렁뚱땅 방을 만든 게 지난해 6월 말, 첫 리뷰인지 페이퍼인지는 6월 30일에 올렸다. 벌써 1년이다. 세월 참 빠르지.
변명이지만 알라딘 서재에 빠진 후 나는 어쩌다 들어온 일거리도 불성실하게 처리하고 걸핏하면 약속을 번복하는 짓을 되풀이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이 뚝 끊겨버렸다. 얼마 전에는 급기야 그 귀한 일감을 물어다준 남편과의 약속을 징글징글하게 어기다가 결국 벌금 10만 원을 물어준 일도 있다. 모르는 사람 주는 것도 아니고 용돈 궁한 남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속으로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내일 약속인 일감을 옆에 쌓아 두고 알라딘에 들어와 하하호호거리고 앉아있는 사람의 심정(자기 모멸감 + 될 대로 되어라!)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집구석 엉망진창인 거는 또 어떻고.(나만 그런가?)
다행히 요즘은 어느 한때처럼 서재활동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쉬고 하루 두어 시간 정도만 컴 앞에 앉아있으려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생각을 미리 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되겠지. 물론 예외인 날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한때 꽤 친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멀어져버린 사람들도 몇 있다. 그런 게 제법 상처도 되더니...... 이제 그러려니 한다. '나한테 뭐 삐진 것 있수?"하고 득달같이 달려가 메모를 남기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짓도 하지 않는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 무심함과 변덕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이도 여럿 있을지 모른다.
사실은 요즘 바쁘게 해치워야 하는 일이 하나 생겼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경품으로 얻은 아이스박스 자랑하러 잠깐 내 방에 들어왔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또 조그만 이벤트를 벌이게 되었다. 민망해라! 이벤트 컨설턴트로서 실적 제로, 별로 부끄럽지도 않다. 내가 그 방면에 재주없는 걸 모두 어떻게 아셨을까나.
오늘 밤, 아니 새벽 한 시 넘어 이벤트 엽서 들어온 거 있나 궁금해서 들어왔더니 즐찾수가 두 명 준 게 눈에 띄었다. 낫살이나 먹어갖고 아이스박스 자랑이나 하고 걸핏하면 이벤트나 하고......이렇게 생각하고 눈살 찌푸린 분이 계셨나보다. 글쎄, 나도 지금 달려들어서 고민하고 풀고 해야 할 인생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가 알고 있는 사람 있으면 좀 가르쳐줄래요?
KBS 1 TV 독립영화관에서 본 다큐영화 < 죽음의 얼굴>을 어제 오후 다시 한 번 가서 보았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
너무나 뻔한 말인데 주시라는 노인이 죽기 직전에 한 이 말도 또 새삼스레 가슴을 친다.
--사소한 일에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요.
동영상을 퍼다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죽음의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노파님, 그런 방법 찾아보면 없을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죽음 관련 영화 보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남편과 통화중에 사소한 일로 있는 대로 신경질을 부리고 말았으니...... 아아, 몇십 년인가!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 흡수한 에너지나 좋은 말씀들을 십분의 일만 잘 소화했어도 이런 인간이 돼 있지는 않을 텐데......
아무튼 서재 1년 축하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