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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 세빌리아의 이발사
TDK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블로그에 올라온 공연소식을 보고 결정했다. 예술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지라 가끔은 미술전시나 음악공연을 일부러 찾아 봐야겟다는 생각은 하지만 시기가 안맞거나 취향이 아니어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블로그 Top에 올라온 어느 아빠의 공연 관람기를 보고 아 이정도의 오페라면 우리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어려워하지도 않고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나또한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그 느낌이 잊혀지지않고 새록새록 더 떠올라서 가족과 함께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를 노리던차에 본 소식이라 더 반가웠다.
남편이 요즘 전시나 공연에 심드렁해서 우리끼리 갈까 언제갈까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쉽게 자기가 이번주 시간이 되니 같이 가자며 기차표를 예매하고 일찍 일어나 애들깨우고 서두른다. 이얼만만의 적극적인 모습인지 흐믓했다.
오랫만에 대학로에 도착해서 둘러보며 여기 언젠가 우리가 왔던곳이라고 아는체를한다. 밥먹자고 두루두루 돌아다니는데 가보고 싶은곳이 주변에 널려있다. 성균관에 가면 요즘 뜨는 송중기를 만날수 있을까.. 홍석이가 좋아하는 과학관도 가보고 싶고. 창경궁도 정말 오랫만에 둘러보고싶고. 하지만 우린 표를 예매했으니 그것들은 나중으로 미루고 깔끔하고 맛있는 된장정식을 먹었다. 자고로 사람많은집이 맛도 좋은법이니 그말이 틀린말이 아니다.
표를 받는데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아빠들이 많길래 은근 걱정을 했더니 1관에서 공연하는 미술관에 간 윌리를 보러왔더군. 역시 오페라 관람 타겟을 어린이로 잡은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좀더 내실을 기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더라면 더많은 관객을 사로잡았을텐데..
공연장에 앉으니 스크린에 '우리아이 첫 감성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란 글귀가 보인다. 음악은 동요며 만화주제가가 계속 흘러나온다. 남편이 중학생을 꼬맹이들 공연에 데리고 왔다고 야단이다. 나는 관람후기에 어른들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왔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역시나 관람객도 초등저학년 유치원생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다. 관람객은 소극장인데도 불구하고 가운데 앞자리 서너줄을 채울정도였다. 그나마 그모습이 위안이 되었달까.
연주는 오케스트라는 아니고 지휘자, 바이올린1명, 비올라1명, 첼로1명, 피아노 하지만 소리는 어느극장 못지않았다. 먼저 해설자가 나와서 오페라에 대한 간략한 설명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대한 내용설명과 어른이되면 이 오페라 전곡을 감상하는것이 좋겟다는 말도 해준다.
서곡을 들으니 이곡이었구나 뭔지도 모르고 들었던 곡들이다. 배우들이 모두 성악가여서 소리도 웅장하다. 이발사 피가로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바르톨로뮤, 로지나 다 좋았는데 알마비바 백작역은 좀 우스꽝스러웠다.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노래와 우리나라 말로 부르는 노래를 조금 섞어서 아이들도 쉽게 감상할수 있었고 더구나 자막이있어서 이해하기 편했다. 많이 압축해서 좀 어설픈면도 없지 않았지만 중학생인 우리아이가 보는 처음 오페라 공연으로선 만족이었다.
홍석이는 눈한번 돌리지 않고 열심히 보았고 민석이도 시작전에는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공연이 시작되고나니 마지막 10분정도만 빼고 집중해서 배우들의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나와 극에 대해 얘기하며 잘 보았다. 남편도 시작전 반응보다는 끝난 후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더라면 좋았겟다고 얘기한다.
다음번엔 전곡을 들을수 있는 오페라를 보자했더니 홍석이가 마술피리를 보고싶다고 한다. 마술피리 공연이 조만간에 꼭 있으면 좋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