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다.

12장 '왜 부동산시장은 주기적인 부침을 겪는가'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이 담겨 있는데, 현재의 대한민국에 바로 대비해 볼 만하다. 주변에 부동산 전도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행태와 부동산 환경이 이 책의 내용과 유사하다. 


주변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할 때 나는 2000년대 초반 두번의 과열을 이야기하며 시중에 풀린 돈이 나중에 부동산에 몰린 건데, 지금이 최대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바로 무시당한다. 


부동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마치 부동산 값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 처럼 이야기한다.(오르지 않은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미분양사태는 어느샌가 기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특히나 재미 본 지역에 아파트라도 하나 있다면, 마치 자신이 부동산 시장을 오랫동안 연구해서 그런 것 처럼 이야기한다. 책에 나오는 똑똑한 것처럼. (2000년대 부터 보면 부동산 시장은 반복적으로 올랐다 내릴 뿐이다. 물론 침체기가 길었지만)


사람들은 모든 곳의 집값이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강한 직관을 가졌던 것 같다. 그들은 그 사실을 확신한 나머지 다르게 말하는 경제학자들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확신하게 된 근거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대개 토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항상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구 압력과 경제성장은 불가피 강하게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명백히 틀린 것이었지만 당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집값이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오르지 않으면 그러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물론 한정된 토지와 인구성장, 그리고 경제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끈질긴 매력을 갖고 있지만 집값이 급등할 경우에만 비로소 설득력을 지닌다. 
아무튼 이 매력 적인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 한 이야기와 결부되는 경향이 있으며,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이 주장은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 잠재된 직관으로 강화되어 더욱 빠르게 전염된다. (236-237쪽)


저자는 부동산 과열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문화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의 성공경험이 자신들은 뛰어난(똑똑한) 투자자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부동산 투자가 늘어난 것이고, 제도적으로는 부동산 붐에 있어 대출규제로 부자들만 투자기회를 갖는다는 비판에 대출규제가 느슨해 진 것이다. 
주변을 보면 이렇지 않은가. 부동산 전도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능력이 뛰어나 집값이 오른 것처럼 굴며, 주변에 부동산 투자를 소개하기에 바쁘다. 이명박근혜 시절 집사면 돈 번다고 빚내서 집사라고 정부가 권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이다.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의 움직임에 따라 부침을 반복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부동산이 일반적으로 좋은 투자라고 기대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오직 특정한 시기와 지역에서만 그랬을 뿐이다 사람들은 땅이 귀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언제나 관심과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는 이러한 경향이 과장되면서 부동산 붐을 일으켰다. 거기에는 문화적·제도적 이유가 있다. 
앞 장에서 주식과 관련해 다룬 가격 간 피드백과 가격과 GDP 간 피드백의 주기는 부동산시장에도 적용된다. 점점 빨라지는 집값의 상승 속도는 가격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강화하고 투기적 기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 피드백으로 인해 오르기만 하는 집 값의 추세에 대한 확신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1990년대의 주식 거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똑똑한 투자자라는 자만심을 부추겨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계기를 마련했다. 
...
왜 집값은 2000년 이후에 과거 어느 시기보다 큰 폭으로 뛰었을 그 부분적인 이유는 주택과 관련된 제도 변화 때문이다. 제도 변화는 부동산 붐에 참가할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이루어졌. 
..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수계도 부를 쌓을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처럼 부동산 붐에 참여할 기회가 불공정 하게 주어진다는 지적은 즉각적이고 무비판적인 정부의 반응을 이끌 어냈다. 주택 및 도시 개발부 장관인 앤드류 쿠오모는 패니메이와 프 레디맥이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대출을 의무적으로 대폭 늘리도록 했다. 그는 실적을 원할 뿐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의 책임은 미래의 위기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소수계를 위한 경제적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주택대출에 필요한 신용 기준과 서류 요건이 대폭 완화되었다.이 정책이 소수계 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한 번도 진지하게 검증 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주택대출기관들은 쉽게 대출 기준 완화를 정당 화할 수 있었다. (240-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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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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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에는 김정은과 김여정을 이해할 만할 실마리가 있다.

나이 어린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데는 김정일의 시전 승계작업이 가장 컸을 것이다. 특히 당내 힘의 관계등은 김정일이 터를 닦았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왕조 국가나 다름 없는 북한이라고 해도 주민들의 반응은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가장 유명해진 북한 인사는 아마도 김여정일 것이다.


(북플에서 작성)
——————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처음 공식적으로 얼굴을 보인 게 2010년 9월이었다.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아들이자 후계자라는 것을 알렸는데 당시의 충격이 컸다고 전해진다. 다들 김일성이 환생한 것처럼 여겼다는 것이다.

오늘날 김정은이 수령 지위를 가지고 최고 영도자로서 자리를 잡은 기본 배경에는 체제의 특성이나 속성 등 여러 가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나온 무기 중 가장 큰 무기가 바로 김일성의 모습을 빼닮 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이 것을 선전·선동 전략으로 잘 활용했다. 일각에서 평가된 이상으로 김일성과 김정은을 고도로 연결시키며 그 효과를 북한의 권력층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각인시켰다. 백두혈통의 뿌리로서 정통성을 확보한 만큼 김정은은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84쪽



김정은이 아내를 동반한 모습으로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 또한 2012년 7월의 일이었다. 완공된 평양 릉라인민유원지에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돌고래 곡예를 보면서 웃는모습 이 공개됐다. 특이한 사항은 리설주의 옷차림이었다. 북한 주 민이라면 가슴에 반드시 달아야 하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가 없었던 것이다. 손에는 명품 핸드백을 들었고, 화려한 색깔의 원피스엔 배지 대신 브로치가 빛나고 있었다. 해외 일부 언론 은 폐쇄 적이던 북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호의 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개방적인 젊은 통치자 부부 의 모습을 기획하고 연출한 것이 바로 김여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공개석상 에 처음 등장했던 7월의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미키마우스와 비슷한 복장을 한 출연자가 등장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 성 멤버들이 미국 영화 〈로키>와 디즈니랜드의 테마곡을 연 주하게 한 것도 김여정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이 역시 김정은 정권의 ‘개방 지향성을 보여줌으로써 폐쇄적이라는 북한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해외에 전달한 것이다.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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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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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를 주의깊게 봤다. 그리고 책으로 만났다.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는 북한에서의 김정은 체제가 자리잡고, 현재의 평화 분위기로 가는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간단하게 북한이 이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제 때문이다. 


김일성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국정 목표를 정치 사상 강국으로 잡았다면, 김정일은 군사 강국을 지향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선택한 길은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경제 강국이다. 김정은은 2013년3월30일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육성을 공개하며 경제 건설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이야기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도 했다. (58쪽)


최근 북한에서는 장마당과 같이 일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김정은의 기본적인 철학이 경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큐에서는 북한에서도 경제 개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김정은은 상당부분 서구의 발전 모델을 차용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런 경제 발전의 기본 원리는 화폐이다. 경제가 돌고 화폐가 유입되면 당연히 경제는 성장한다. 김정은 체제는 그 화폐를 인력 해외 파견이라는 모습으로 얻어낸다.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에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 규모가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대북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정상적인 무역으로 경제 교류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4차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남한에서의 외화 획득마저 어려워졌다. 둘째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노동력 공급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른 중국 내 노동자 임금이 상승했고, 이는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촉발했다. 또한 러시아의 극동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에 대 한 제3국파견 노동자들의 공급이 감소하자 그 빈자리를 북한 노동력이 대체하게 됐다. (158쪽)


북한의 노동인력 파견은 오래되었다. 김일성 시대에는 일종의 정치적인 차원에서 인력 파견이 이루어졌고, 김정일 시대에 이르러면서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었다. 특히 김정은 초기에는 경제 정책을 펼 주요한 자금원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가 경제재제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인력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이 생각한 외화벌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김정남 살해 사건으로 경제재제에 동참하지 않았던 말레이시아에 인력 파견도 어려워졌다. 


경제 재건을 내세운 김정은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를 우선시 하는 김정은의 방향이 지금의 한반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스위스 유학을 통해 자본주의와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간 그는 과거의 북한과는 다른 정책을 펴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김정은 초기에는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북한 내부를 본다면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일의 경우는 강력한 군대를 내세우는 선군정치라는 목표아래 이루어진 일이고, 김정일이 상당히 군부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군부를 달래기도 했는데 반해 김정은은 군 중심에서 당 중심으로 변화했다. 뿐만 아니라 젊은 현장 전문가들을 등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김정은이 바로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모델이 될지, 베트남 모델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현 체제를 유지한채 일정부분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유리하다면 남북, 북미간의 대화는 충분히 반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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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드컵이다. 러시아 지리를 좀 익힐 겸 월드컵 개최도시를 찾아봤다. 

칼린그라드라는 재미있는 도시가 있다. 칼린그라드는 육지임에도 섬과 같은 도시인데, 러시아 본토와 사이에 폴란드, 리투아니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리만 한번씩만 건너기 문제,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로 유명한 곳이다. EBS 다큐 <문명과 수학>에서 거론된 한 붓 그리기 문제, 즉 오일러의 정리가 적용된 다리가 있는 곳이다. 


* 아래에 있는 EBS 다큐 동영상 중 앞 3분에 해당한다. 

—————-




오일러는 지금 아주 유명한 수수께끼 풀이에 몰두해 있다. 문제의 출처 는 러시아의 고풍스러운 도시 쾨니히스베르크(현재 지명은 칼리닌그라드)이다. 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프레골 랴 강에는 7개의 다리가 있다 이를 두 고 한 시민이 수수께끼를 냈다 “한 다리를 두 번 이상 건너지 않으면서 일곱 개의 다리를 한 번에 모두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말하자면 한 붓 그리기 문제였다.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이 수수께끼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천재 수학자 오일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답을 내놓지 못 하는 이유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일러는 어떻 게 이걸 알아냈을까? 그는 우선 지도를 간략하게 만들었다. 다리는 선으로 다리를 잇는 땅은 점으로 그렸다. 이렇게 하자 문제가 분명해졌다. 

오일러는 여기서 한 붓 그리기 법칙을 찾아낸다.

 “모든 점이 짝수 개의 선을 갖거나 단 두 개의 점만이 홀 수개의 선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에는 각 지점(점)마다 연결된 다리(선)의 개수가 모두 홀수이다.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면서 모든 다리를 지나 원점으로 되돌아오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오일러가 사물을 들여다보는 방식 그것은 실제 지형과는 상관없이 점과 선으로 단순화해서 본질만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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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6-26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쾨니히스베르크의 철학자 칸트를 러시아인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2차 대전 후 꾸준히 진행되어왔다고 하더군요. 러시아판 동북공정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雨香 2018-06-26 08:34   좋아요 1 | URL
칸트를 러시아인으로 만든다... 아~ 너무 심한데요.
칼린그라드(쾨니히스베르크)가 여러모로 핫한 도시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미사일 기지 등 유럽과의 긴장과의 관계에 중심에 있는 듯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가 뜨겁다. 진행되는 사항을 봤을 때 국내 대표적인 회계학자들은 삼성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론되는 학자들은,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도서 혹은 교재의 저자이다. 왠만한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들 책상에는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가 한권씩은 꽂혀 있기 마련이고, 재무관련 직원들 책상에는 신현걸의 회계학 책들이 한권씩 있을 정도이다. 직접적으로 회계와 관련없는 나도 신현걸의 회계책을 한 권 가지고 있을 정도다. (연결회계 참고차 간혹 펼쳐본다.)


분식회계 논란이 이는 사건은 이렇다. 

 "자회사 회계처리 건은 2015년말 결산 실적 반영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연결재무제표) B23(3)에 의거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회계처리 한 것"


원래 자회사(종속회사) 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순 투자회사(관계회사)로 바꾼 것이다. 

잠깐 쉽게 설명하자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의 손익은 매해 해당 자회사의 실적을 반영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적자니 당연히 손실로 반영된다. 그런데 단순투자회사가 되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준으로 반영한다. 투자회사의 가치를 평가하여 투자가치만큼 반영하는 것인데, 이 평가를 반영하면서 2014년末 손실이 996억원 거의 1천억이었던 회사가 2015년末 흑자 1조9천49억 회사가 된 것이다. 회계기준 하나 바꿔 1천억 적자회사가 2조 이익 회사로 바뀐 것이다. 


신현걸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랐다는 데 동의할 겁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89878


그런데 되묻고 싶다. 

"그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해서 그런거잖아요. 그런데 콜옵션 행사 안했잖아요,

 결과적으로는 회계기준을 바꿔서는 안되는 거 잖아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한다는 것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바이오젠이 추가로 취득한다는 것이고, 결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최종학 교수는 양심은 있는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말한다. 

"당시 내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전제로, 이럴 경우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를 작성하는 게 옳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44167.html#csidxe71d808cd287480b2f399e13e6831d9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했다.→ 삼성회계가 맞음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안했다. → 분식회계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하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았다. 사실 분식회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을 바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금융위 심리나 행정소송까지 가면 삼성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김앤장이 회계규정 변경 건을 맡았다. 김앤장이 주요 대기업의 주요 건들을 독점하는 이유는 이렇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많다. 재경부 고위직 출신이 많다. 공정의 고위직 출신이 많다. .....

두번째, 정부기관은 예산이라는 한계가 있는 반면 삼성은 이 사건의 손실이 몇 조, 몇 십조가 될 수 있다. 변호인단 선임에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을 퍼부을 수가 있다. 


신현걸 교수나 최종학 교수에게 묻고 싶다. 회계라는 것이 투자자 및 일반 대중에게 합리적인 재무 정보를 전달하는 게 원래 목적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실적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단순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손실 1천억 회사가 바로 다음해 이익 2조 회사가 되는 게 과연 회계가 갖는 본래의 목적과 의도에 부합하는 것인지 말이다. 


특히 이 분들이 좀 생각을 했으면 하는게, 이런 일들이 되면 일반 대중들은 회계는 조작가능하다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회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심하게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좀 제발 유념했으면 좋겠다. 

* 신현걸의 인터뷰에 있는 매일경제신문 기사 아래쪽에 나오는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문제로 영업정지 1년의 과거 이력이 있다. 


물론 이명박근혜 정부를 봤을 때 학자적 양심을 가진 교수들이 없다는 것을 많이 봐 왔지만, 씁쓸하다. 


         


         


* 최근에 일어나는 삼성의 일들을 보면서 삼성을 다룬 책들의 2부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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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8-05-12 21:15   좋아요 1 | URL
네, 엔론사태때,,,,종종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이 미국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성이 참 교모한게, 그렇게 회계처리를 해도 된다는 용역을 김앤장에 주었고, 김앤장은 유수 회계학자들의 의견을 받아 두었습니다. 게다가 회계법인은 안진과 한영이 관련되어 있고, 삼정도 의견을 준 것으로 나오고,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의 회계감사법인은 삼일이니 결국 4대 회계법인 모두를 엮었습니다.

적폐가 너무 심합니다.

2018-05-12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2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5-1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앤장과 4대 회계법인 다 엮었으니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겠군요...

雨香 2018-05-12 22:58   좋아요 1 | URL
게다가 김앤장이 애초 S대를 비롯해 유명 교수들의 의견들을 받아놨다고 하고요.
안진이 전에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1년간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점을 봤을 때 최소한 안진과 한영은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 같습니다. 회계감사법인 삼정과 모회사의 회계감사법인인 삼일도 가만히 있진 않겠죠.

겨울호랑이 2018-05-1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바이오 로직스 분식 회계 사태를 보면서, 공정가액(FV) 평가를 주 내용으로 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시장가격을 재무제표에 반영한다는 이름하에 전문가들의 평가가 자산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 차라리 장부가액(BV)을 기본으로 하고, 주석으로 공정가액 평가를 하는 편이 정보 이용자들에게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요...

雨香 2018-05-13 18:33   좋아요 1 | URL
사실 회계법인들이 자산평가에 의한 이익이 과도할 경우 주저합니다. 삼성이니까 가능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국제회계기준이 연결기준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회사의 현상을 파악하려는 것인데(예전에 국내기업들이 손실은 자회사로 몰았던 것을 보면요) 삼성은 참 법이나 기준의 빈틈을 잘도 찾아냅니다. 예전에도 그래왔고요.

종이달 2022-06-0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