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망이 있다. 입안 가득하게 풍겨나는 두부를 맛보고 싶다. 두부에 대한 이런 작은 소망이 든 것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두부' 때문이다. 평소에 두부를 즐겨먹는 편이었지만 '두부'에 대한 그의 이글을 읽고는 두부를 먹을 때 마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맛있는 두부는, 입 안에 넣었을 때 약간의 콩 비린내가 받으면서 입천장 가득 고소함이 확 번져야 한다. 끝에 남는 것은 콩의 향이어야 한다. 부드러움의 정도는, 두부 조각을 혀 위에 올리고 입천장 쪽으로 밀어 올렸을 때 별 저항감 없이 풀어져야 한다. 또 덩이 진 것이 입 안 여기저기 흩어지지않아야한다. 다 삼키고 난 다음에는 혀와 입천장에 이물감이 없어야 한다."(미각의제국 117쪽)
속초가는길 미시령터널을 넘자 학사평 콩꽃마을이 나왔다. 장마 뒤 연이은 비에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되었다는 김영애할머니순두부 집에 차를 세우고 들어섰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이미 많은 이들로 식당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일단 한 수저 입안에 넣었다. 살살 풀어오르는 두부 향내가 입안에 머물렀다. 이 기분 놓치기 싫어 양념장 넣지 않은 채 반 그릇 정도를 먹었다. 마트에서 팔던 포장된 두부와는 차원이 달랐다. 작은 희망에 절반 정도의 만족을 주었다. 새벽녘 모락 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막 만들어낸 두부에 대한 희망이 조금 더 커졌다.
속초에서 다음날 들른 곳은 아바이마을이다. 1박2일의 영향인지 곳곳에 1박2일 플랭카드며 사진이 붙어 있었다. 허기진 배앞에 단천식당의 긴 줄은 일찌감치 접고 입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함께 나오는 모듬순대를 주문했다.
어떻게 돼지 창자에 고기와 온갖 채소를 넣어 만들 생각을했을까 순대를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되는 바다. 그 소재가 돼지 창자에 그치지 않고 속을 채울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낸것이 참 신기하다.
황교익은 미각의 제국에서 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선지라고 지적한다. "신선한 돼지 피를 익히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신선도를 잃은 것은 익혀도 쇳내가 심하다. 따라서 순대의 맛은 바로 이 돼지 피의 선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119쪽) 앞으로 순대를 대할 때면 이 선지맛에 주목해 봐야 겠다. 그러나 이런 지적도 한다."순수한 선지의 맛을 내는 순대가 많지 않다. 신선한 선지를 구하고 관리하는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선지를 살짝 바른 정도의 당면에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순대가 일반적이다."(119쪽)
그리고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미시령 터널을 넘어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황태구이 정식을 거하게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