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에 한번 정도 주말에 그동안 쌓인 종이신문과 주간잡지를 챙겨본다. 챙겨본다기 보다는 거실 한켠에 쌓여있는 신문과 잡지를 정리하지 않았다가는 와잎님께서 전부 분리수거일에 처분할 상황이라 많이 쌓이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별 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 아침 쌓여있는 신문들을 날짜별로 정리한 다음, 제일 먼저 별지로 구성되어 있는 북섹션을 챙겨본다. 최소 하루에 한 두번은 알라딘에 들어오고, 페이스북에서 몇 몇 서평가, 출판관계자들의 글을 통해 책 정보를 얻고 있지만, 종이 신문으로 보는 맛 역시 잊을 수 없다. 엄지 혹은 마우스로 넘기는 것과는 다른 맛이 있는데, 아무래도 구성에서 보이는 편집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메인으로 내 세우는 책들이 있기도 하고, 화면 편집상 신문사가 내세우는 책들이 있지만, 관심갖던 분야의 책이라도 소개되면 눈에 확 들어온다.
2011년까지는 <이달의 책>이라는 카테고리를 언론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중심으로 정리했었는데, 저작권 문제도 있고, 알라딘 서재에 글 쓸 여유가 잘 허락되지 않아서 정리에 뜸 했다. 사실 이 카테고리는 구매 대상 책들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그나저나 작년 연말부터 읽었던 주제들은 언제 정리하나, 임시라는 이름으로 카테고리만 만들어 놓고..)
오늘(3월 9일) 살펴 본 어제자 신문에서는 네개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메인으로 내 세운 책은 <팩트풀니스-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이다.
로슬링과 그의 아들 부부가 함께 쓴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무지가 어디서 비롯하는지를 짚고, 세상을 사실대로 보는 길로 이끈다. ‘무지’는 어리석다는 게 아니라 ‘정확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사실충실성’이라는 의미로,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습관을 뜻한다. 가짜 뉴스나 선전 선동, 언론의 편파 보도와 이에 휘둘리는 세태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가짜 뉴스가 세계관을 왜곡하는 주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를 단지 오해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항상 오해하고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본능’들을 짚고, 이를 억제하는 방법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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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5067.html#csidx63fd1cedf753c059ac4a4876445fd15
가짜뉴스 보다 세상을 극단적으로 판단하거나, 실제 상황보다 나쁜 상황으로 생각하는 본능 등에 의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평소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서 만들어진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해석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인 듯 싶다. 물론 일종의 한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건 책을 읽고 생각해 봐야 겠다. (저자의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1면 하단에는 확증편향 시대 헤쳐나갈 ‘데이터 읽기’라는 제목으로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는 책이 소개된다.
메인으로 소개된 책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다는 점에서 같이 엮어 볼만한 책이다. 접근하는 방식 역시 비슷해 보인다.
①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더 높으면 이혼율이 높아진다. ②읽진 않더라도 주변에 책이 많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한다. ③가게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면 할인해주는 것보다 플라스틱 봉지에 돈을 물리는 게 더 효과적인 환경정책이다. ④돈이 있으면 무죄 받을 확률이 더 늘어난다. ⑤담뱃세가 올라가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건강이 더 개선된다.
당신은 이중 몇가지가 ‘진짜’라고 생각하는가? “학계·기업·정부를 넘나들며 20년 넘게 데이터 분석으로 의식주를 해결한 남자”라는 소개가 딱 들어맞는 사람, 신현호씨는 흔히 ‘감으로 때려맞추는’ 사안에 대해 그는 ‘과연 그럴까?’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갖가지 실험과 연구 논문 속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차트를 들이민다. 사람들의 통념 중엔 데이터로 입증되는 것도 있고 어리석은 믿음으로 판명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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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5069.html#csidx9bd6d46053ebce4be89d9f554e5a74f
이 내용들은 얼추 읽었던 내용이다. 저자인 신현호는 같은 신문 토요판에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를 통해 연재했던 내용이다. 어쨌든 데이터, 확증편향 등의 주제로 같이 읽을만한 주제의 책이다. <만들어진 진실>이라는 책을 어떤 책들과 함께 엮어 읽어볼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두 책과 엮을 지 고민해 봐야겠다.
이번 북 섹션에 가장 관심이 갖던 책은 <CEO사회-기업이 일상을 지배하다>이다.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주제인데, 소개 기사에도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을 담아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등장한 것은, 그러므로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이오사회>의 공동저자인 피터 블룸 영국 방송통신대학 교수와 칼 로즈 시드니 유티에스(UTS) 경영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부터 형성돼 1990년대 말 지구적으로 확산된 ‘시이오 숭배’ 현상이 “21세기 정치 리더를 민중의 리더가 아니라 경제 리더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대중은 정치인들이 상업적이고 재정적인 성공을 위해 국가를 경영하는 ‘사업가’가 되기를 기대했고, 정치인들은 이에 부응해 사람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갖고자 하는 대신 단호한 결단력으로 일을 매듭짓는 유능한 관리자로서의 시이오를 닮고자 했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자들의 정계 진출이 잇따르고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이력이 정치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01년에 당선된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 딕 체니를 비롯해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재무부 장관 존 스노 등 시이오 출신 장관들로 행정부를 꾸렸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타이의 탓신 친나왓 총리,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애벗 총리 등 세계 곳곳에서 “정부를 비즈니스 조직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이런 흐름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들은 대체로 부자를 위해 일한다는 평을 받았고 이들의 치세 동안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러한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한 차례 결정적인 고비가 있긴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세기를 타고 날아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시이오들의 모습에 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이오들은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경제 엘리트이기는커녕 회사가 망가지고 노동자들이 거리에 내몰리는데도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파렴치한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주체로 다시금 ‘시이오’가 호명됐다는 점이다. 시이오 신화는 그렇게 부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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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5068.html#csidx19e83e6a2097f3da6226f17fb2d94af
관심이 가는 또 하나는 <금융과 회사의 본질 -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 교배>라는 책이다. 작년부터 금융에 대한 책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역사와 돌아가는 배경 등에 대한 책인데, 최근엔 기업, 회사에 대한 책을 좀 찾아보는 중이었는데, 그 고민에 맞아 보인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결책으로 '기본자산제' 도입을 이야기한다는 데, 국내 학자의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이고, '기본자산제'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김 교수는 주식회사, 금융제도, 대의제 정치제의 본질에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가 있다고 말한다. 설명하면 이렇다. 채권자는 자산의 재산권을 일정 기간 채무자에게 넘겼기 때문에 그동안은 재산권자가 아니다. 반면, 재산권자란 자산에 대해 재산권을 소유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 채권자이면서 동시에 재산권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주식회사, 은행, 의회 등은 이런 모순적 사고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주주들은 평소엔 회사에 의결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는 재산권자로 행세하지만,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는 채권자로 돌변해 자신은 ‘단지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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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종교배’는 근대 은행업의 탄생 또한 가능하게 했다. 우리가 언제든 예금을 찾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은 은행이 예금주들에게 돈을 빌린 것일까, 아니면 은행이 보관해주고 있는 것일까. 대출은 반드시 상환 기간을 정하기 때문에 언제든 예금을 찾을 수 있는 대출이란 성립하지 않는다. 반대로 돈을 보관할 뿐이라면, 은행이 예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것은 횡령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모순이 가능한 것 또한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은행이 예금을 대출해줌으로써 사회 전체의 통화량을 늘리는 ‘화폐창조’가 경기의 확장과 후퇴를 거듭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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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85073.html#csidx86769c5e15270cea5d97a19a15b5f00
사실 작년에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암호화화폐 논란 때문이었다. 경제학, 특히 화폐경제학은 별 쓸모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암호화화폐 논쟁에서 암호화화폐를 지지하는 측이(유명하신 과학자를 포함해서) 화폐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금융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에도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줄 만한 책으로 보인다.
이번 북섹션에서 아쉬움이 있는 건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개정판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가 너무 짧게 소개된 점이다. 절판된 기존판이 알라딘 중고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는데, 그간의 상황들을 봤을 때 조금 더 자세한 소개가 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겨레신문은 아니었지만, 오늘자 인터넷 연합신문에서는 <역사비평 봄호>에 실린 주제에 대한 소개기사가 흥미로웠다. 평소 삼국통일이라는 말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학자들의 이런 글이 반갑다.
고대사 연구자인 이재환 홍익대 겸임교수는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에 대한 재조명 특집을 시작한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에 기고한 글에서 "7세기에 벌어진 일련의 전쟁은 국제전임을 부각해 '7세기 중·후반 동북아시아 전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가 삼국통일전쟁론이나 백제통합전쟁론을 거부하는 중요한 이유는 당대에 세 나라가 동족의식을 지녔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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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교수는 삼국통일전쟁이나 백제통합전쟁이라는 말은 중요한 참전국인 당나라를 소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은 고구려·백제·신라와 모두 싸웠고, 개전 주체이자 전쟁 수행의 주체였다"며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당의 존재 자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존 시각은 적당한지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삼국통일전쟁'이라는 용어는 오히려 후삼국시대에 일어난 전쟁에 어울린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려와 후백제는 신라에서 갈라졌지만, 동질성이 매우 강한 나라였기에 통일이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넓은 시야로 구성한 7세기 전쟁 양상에 '신라의', '삼국', '통합', '통일' 같은 명칭을 붙여보면 딱히 잘 들어맞는다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며 전쟁의 민족사적 의미 부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308165900005?input=117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