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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유시민의 대답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이다.
그런데 거기에 하나 더 있다. 책을 읽어라.
일단 잘난 사람들이 보여주는 겸손 또한 때로는 교만으로 느껴질때가 있다. 솔직히 책의 앞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좀 했다. 그리 잘나지 않게 운좋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에 소외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내 저자의 속내가 드러난다. 하니 저자가 읽어 온 책이 드러난다.
먼저 볼 부분은 인간 존엄이다.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첫번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존엄
"나는 힐링 열풍이 조금 불편하고 불안하다. 각자 남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바꾸기만 하면 모두 존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지 않나 걱정이 된다. 정직하게 말하면,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타인의 위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단지 삶의 환경을 조금 덜 냉혹하게 만들 뿐, 그 자체가 내 삶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52쪽)
"사람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존엄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디그니타스dignitas'이다. 존엄은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존경과 고귀함을 의미한다. 철학적 정치적 학술적인 토론에서는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사용한다. 존엄성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견해를 길잡이로 삼을 만한다. 칸트에 따르면 존엄한 것은 '가치value'를 따질 수 없다. 어떤 것의 '가치'는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는지, 인정한다면 얼마만큼 높게 평가하는지에 좌우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도덕적 차원을 가진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선택을 나타내는 것만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인간다움humanity, 존엄성dignigy이 그런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free will이다. 살든 죽든, 인간의 존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138-139쪽)
그런데 살다보면 어느쪽엔가 서야 할 일이 생긴다. 나는 생각에서는 진보이지만 생활 등의 다른 부분에서는 보수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중도는 없다. 어느 편인가가 중요해지는데, 진보와 보수에 대한 유시민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구태연연하게 이야기하는 진보와 보수보다 훨씬 분명하게 다가온다.
내가 보수정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수주의가 인간 여러 본성 가운데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대변하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탐욕, 이기심, 독점욕, 증오, 복수심, 두여움, 강자의 오만, 약자의 굴종 같은 것이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보수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 가운데서 가장 원초적인 것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어떤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나 강력한 보수정치 세력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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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은 인간 본성 가운데 '진화적으로 새롭게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것을 대변하고 부추기는 정당이다. 자유, 정의, 나눔, 봉사, 평등, 평화, 생태 보호를 추구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188쪽)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 행동 방식이다. 이것 역시 진화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혈연 집단에 대해서만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동물 행동 일반과 비교하면 새롭고 덜 자연스러운 것임에 분명하다. (251쪽)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 보면 20세기 생각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계급이 어떻고... 음... 최근의 연구들 진화심리학, 인지과학이 어느 정도 해답을 주는데,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꽤나 아집에 빠져있다. 하지만 유시민 또한 이런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고, 유시민이 단순히 알고 있는 것 보다도 더 알고 싶은 것이 많고, 다양한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하다.
(왜 가난한 사람은 진보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고소득층에 많은 이들이 진보정당에 표를 주는 것일까?) 나는 계급적 귀속이 사회적 의식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며 가장 결정적인 요소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주체는 계급이 아니라 개인이다. 계급적 귀속과 같은 사회적 환경이 곧바로 의식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은 뇌활동의 산물이고, 뇌는 유전자가 만든다. ...
거칠게 대답하면 '나는 뇌'이다. 내 자아는 뇌에 기거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뇌가 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뇌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것일까? 모르면 자료를 조사하는 '먹물'의 습관에 따라 근자에 대유행하고 있는 뇌과학 과련 진화심리학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놀랍게도 인간 일반과 내 자신을 이해하는 데 철학서를 비롯한 인문학 책 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다. (110쪽)
타인의 고통이나 기쁨에 공감하는 능력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본능이다. 유복한 집안의 머리 좋은 도련님이었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앵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쓴 것도 바로 이 본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상은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두뇌에서 만들어진다. 계급적 귀속이 사람의 의식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을 전적으로 구속하지는 못한다. 생각은 자유롭다. 그 무엇도 가둘 수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똑같이 서울 강남에 살면서 특목고를 나와 명문대학에 간 젊은이들 중에서 '우파'와 '좌파'가 나온다. 이유가 무엇일까? 철학자나 정치학자, 사회학자 누구도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준 것은 뇌 과학자들이었다.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특별한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이것이 타인의 고통이나 기쁨에 감응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겨울 뉴런 mirror neur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245쪽)
유시민에게 듣는 어떻게 살것인가? 개인의 충실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추구하고(놀고 일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사랑하고 연대하라)